아! 형산파 29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97화
297화. 형산파의 진정한 힘 (1)
적운상은 조비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쟀다. 단번에 붙잡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주위에 있는 부하들이 그를 보호하려 들 테고 그럼 붙잡기가 어려웠다.
거리는 얼추 십여 장이 조금 넘었다. 그 거리를 이동하려면 무극의 영역에 한 번 들어서는 걸로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무극의 영역에 연속으로 들어서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어쩔 수 없군. 일단 경공을 펼쳐서 최대한 거리를 좁힌 다음에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는 수밖에.’
그렇게 계획을 세운 적운상은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조비만 잡으면 싸움을 끝낼 수가 있었다. 반드시 그를 잡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형산파에 있는 모두가 죽는다.
“훅!”
적운상은 짧게 숨을 내뱉으며 나무를 박차고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자 한 박자 정도 늦게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반응을 했다.
“헛! 기습이다!”
“적이다!”
조비와의 거리가 칠 장 정도로 좁혀졌다. 하지만 그 이상은 좁힐 수가 없었다.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적운상의 앞을 막았다.
적운상이 조비를 봤다. 그는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 이렇게 혼자서 기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파가가가각!
“크아아악!”
“아아아악!”
적운상이 앞을 막아서는 사내 세 명을 일격에 베어버렸다. 그리고 왼손에 뇌기를 모아서 쭉 뻗어냈다.
파지지직! 파아아앙!
적운상의 장에 가슴을 맞은 사내가 뒤로 쭉 밀려가면서 그 뒤에 있던 사내들과 뒤엉켰다. 적운상은 그 뒤를 따라 움직이면서 다시 한 번 조비와의 거리를 쟀다. 이제 오 장 정도였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무극의 영역에 한 번 들어서는 것으로 조비에게 갈 수가 있었다.
“죽어…….”
옆에서 사내 하나가 칼을 휘둘러오는 순간 적운상은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주위의 모든 것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느려졌다. 적운상은 그 느린 물살을 빠르게 해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조비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조비는 눈을 크게 뜨고 적운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 조비의 옆에 도착했을 때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졌고, 옆에서 적운상을 공격했던 사내가 그제야 나머지 말을 내뱉으며 허공에 칼질을 했다.
“…라! 헉!”
그가 깜짝 놀라는 사이에 적운상은 조비의 목에 태룡도를 댔다. 그제야 오 장 밖에 있던 그는 그쪽에 있는 적운상을 보고 기겁을 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가 있단 말인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그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물러나!”
적운상이 주위에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유역초가 그들에게 손짓을 해서 물러나게 했다.
“빠르군.”
조비가 체념한 듯이 말했다.
“잠시 인질이 되어줘야겠다.”
“후, 이거 조금 실망인걸. 내가 순순히 자네의 말을 따를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겠지. 하지만 저들은 어떨까?”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단도를 꺼내 조비의 허벅지를 꽂았다.
“크아아악!”
조비가 비명을 지르자 유역초의 몸이 움찔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공격을 멈춰라.”
“후우… 자네…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한때는 친구였는데.”
“팔에도 구멍을 내주길 바라나?”
“아닐세. 아니야. 후우…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잠시 잊고 있었네. 끄응. 정말 아프군. 뭐하나? 퇴각신호를 보내지 않고.”
조비가 하는 말에 유역초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가서 신호를 보내라.”
“존명!”
부하 하나가 형산파 쪽으로 달려갔다. 그걸 보고 조비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적운상에게 말했다.
“정말 기가 막힌 계책이었다. 설마 자네 혼자 이리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아네. 자네 방식이 아니니까. 후, 내가 그냥 죽음을 선택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안 했다. 넌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쯧, 너무 나에 대한 걸 많이 보여줬군. 그보다 지혈을 좀 하면 안 되겠나? 제법 깊이 찔려서 상당히 아프군. 이러다 과다출혈로 죽으면 인질로서 가치가 없어지잖나.”
“엄살 피우지 마라.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다. 허튼짓은 안 하는 게 좋아.”
“지혈을 해주지 않으면 그냥 죽음을 선택하겠네.”
조비가 그렇게 말하면서 태룡도에 목을 더 가까이 댔다. 그러자 얇은 실선이 생기면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 같은 행동에 적운상이 당황하며 태룡도를 앞으로 뺐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비가 그 자리에서 몸을 휘돌리면서 팔꿈치로 적운상의 턱을 올려쳤다. 적운상은 지금 태룡도를 든 손은 조비의 앞쪽에 있었고, 단도를 든 손도 마찬가지였다.
뒤에서 조비를 안고 있는 것 같은 자세였는데, 갑자기 팔꿈치로 턱을 쳐오자 그걸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서 피하면 조비와 거리가 생기게 된다.
조비가 노린 것이 그거였다. 일단 거리가 약간만 벌어지면 충분히 몸을 날릴 수가 있었고, 그러면 유역초가 적운상을 막아줄 것이다. 많이도 필요 없었다. 한두 초식만 막아낸다면 몸을 완전히 빼기에 충분했다.
적운상은 어쩔 수 없이 조비가 원하는 대로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턱을 얻어맞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조비는 이때다 싶어서 다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왼팔에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일면서 몸이 옆으로 홱 돌더니 어깨가 땅에 부딪쳤다.
쿵!
“크아아아악!”
조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적운상은 그런 조비의 한쪽 팔을 베고 머리를 잡아 누른 상태였다.
방금 조비가 팔꿈치를 올려치자 적운상은 뒤로 물러나면서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단검으로 조비의 왼쪽 팔을 베고 팔꿈치로 머리를 쳐 눌러서 땅에 박아버린 것이다.
“허튼짓 말라고 했지.”
“끄으… 망할…….”
조비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한순간이나마 기회라고 여겨 적운상을 공격하려던 유역초는 멈칫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자세로 잡혀 있으면 적운상이 풀어주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었다.
“소궁주님이 잘못되면 너도 죽는다.”
“그 정도도 각오 안 하고 왔을 것 같나?”
적운상이 싸늘하게 말하고는 형산파를 봤다. 정문으로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빠르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 * *
막정위는 이제 거의 포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클 줄은 몰랐다. 정문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이제 삼십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대부분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그나마 무당삼현이 맹활약을 해준 덕분에 이 정도나마 버틸 수가 있었다.
측면을 맡았던 화산이로와 그들을 따르던 사람들은 계속 밀려서 결국 막정위가 있는 중앙까지 왔다. 뒷문을 맡았던 홍문형은 적들이 공격해오지는 않았지만, 혼자 거기에 남아있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수하들과 함께 중앙으로 왔다.
그 바람에 이제는 본관 전각 앞의 넓은 공터에서 적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이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방법이 있다면 전각 안으로 들어가서 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버티는 방법뿐이었다.
“홍 문주님! 전각으로 들어가는 길을 뚫어야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시간을 더 벌 수 있습니다.”
“알겠네. 내가 앞장서겠네.”
홍문형이 그렇게 말하면서 수하들과 함께 전각으로 달려갔다.
“전각 안으로 가야 합니다. 모두 홍 문주님을 따르십시오!”
막정위가 사람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두 적을 견제하면서 홍문형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양문의는 막정위의 생각을 금방 알아챘다.
“막아라! 놈들이 전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양문의가 부하들에게 소리치자 사람들을 밀어붙이던 무사들 뒤쪽에 있던 무사들이 좌우로 돌아서 전각 앞으로 이동했다.
홍문형은 앞을 막아서는 사내들을 상대하다가 양옆에서 그렇게 치고 들어오자 크게 당황했다. 그사이에 적들은 전각 앞을 몇 겹으로 막아섰다.
이제는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버티다가 죽거나 항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항복한다고 해서 저들이 살려주리란 보장도 없었다.
“이제 끝이로군.”
상황을 지켜보던 양문의의 말에 신보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꽤나 오래 버텼다. 차륜전에 맞서 적은 수로 같이 차륜전으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무당삼현과 화산이로 때문에 죽은 부하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접해보니 들은 것보다 더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는 끝이었다.
그들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었다. 더구나 나이도 많았다. 장시간의 싸움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서 활동의 폭이 굉장히 좁아져있었다. 저대로 계속 싸우면 아마 검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양문의는 가급적 그들을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그들의 가치는 굉장히 컸다. 사로 잡아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부하 한 명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뜬금없이 퇴각하라는 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이대로 퇴각하라는 말이냐?”
양문의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다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돼!”
신보복이 흥분하면서 소리쳤다. 지금 퇴각하면 저들에게 쉴 시간을 주게 된다. 그럼 또다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만큼은 절대로 쉬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런데 퇴각이라니, 이쪽의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 명령을 내렸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궁주님께 무슨 일이 생겼느냐?”
양문의가 묻는 말에 명령을 전달하러 온 부하가 바로 대답을 했다.
“적운상에게 인질로 잡히셨습니다.”
“뭐? 크으…….”
양문의는 기가 찼다. 다 이긴 싸움이었다. 조금만 밀어붙이면 되는데 여기서 정말 끝이란 말인가?
어쩐지 적운상이 내내 보이지 않더라니, 그런 얄팍한 수를 썼을 줄이야.
“그쪽의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말해봐.”
양문의가 하는 말에 그는 자신이 봤던 것을 그대로 모두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철수한다.”
양문의가 어렵게 입을 떼자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 이긴 싸움인데 왜 이렇게 퇴각하는지 의아했지만, 위에서 시키니 말없이 그대로 따랐다.
막정위와 함께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도 그들이 갑자기 퇴각하자 이유를 몰라 의아해했다.
“무슨 일인가?”
일현이 지친 얼굴로 막정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막정위로서도 이유를 몰랐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모두 전각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네.”
막정위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모두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에 호천마궁은 완전히 형산파 밖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포위는 풀지 않고 있었다.
“부상자들을 치료해 주십시오. 패악룡하고 흑곰은 가서 구급약을 더 가져와라.”
바쁘게 사람들을 돌보며 지시를 내리던 막정위의 눈에 힘없이 축 처져 있는 주양악이 보였다.
이상했다.
주양악은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성격이 아니었다.
“양악아.”
“네. 대사형.”
“왜 그래? 아, 그러고 보니 운상이는?”
“몰라요. 아까 나 혼자 놔두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게 언제냐?”
“우리가 포위되기 전이에요.”
“아!”
그제야 막정위는 호천마궁의 무사들이 왜 갑자기 퇴각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적운상이 뭔가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 이겨놓은 싸움이건만 그렇게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적운상이 보이지 않는군.”
이현이 다가오며 물었다. 그도 아까 본 일현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적 사제가 호천마궁의 소궁주를 인질로 잡은 것 같습니다.”
막정위의 말을 들은 이현은 물론이고 주위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다가왔다.
“그게 정말인가?”
팔을 베여서 치료를 받던 홍문형이 물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이 갑자기 저렇게 물러갈 이유가 없습니다.”
“음… 그도 그렇군.”
“그럼 아직 희망이 있군요.”
호남일도 이존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꽤나 거칠게 싸워서 옷이 엉망이었고 머리도 산발이었다. 형산파에 오랜 기간 동안 신세를 진 것이 미안해서 남들보다 더 뛰어다녔던 것이다.
사실 식객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래서 죽기도 많이 죽었고,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그들 덕분에 손님으로 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다치고 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