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9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93화
293화. 호천마궁과의 전쟁, 그 시작 (3)
“네놈…….”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가 있었군. 무극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소.”
“무극의 영역이라고?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천하는 넓지. 보아하니 머무는 시간이 일 초식뿐인 거 같은데 맞소?”
적운상이 하는 말에 교성의 눈이 확 커졌다. 일 초식뿐인 거라니, 그렇다면 더 머물 수도 있단 말인가?
교성은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하나의 초식이 발전해서,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여겼었다. 그래서 그 영역에 계속 머물러 있는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연속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다라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연속으로 쓸 수가 없었다. 한 번 쓰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잠시 시간을 둬야 했다.
“미,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당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소. 하긴, 나도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처럼 그리 되었겠지.”
“거짓으로 나를 현혹하려들지 마라. 네놈…….”
말을 하던 교성이 피를 토하면서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거기서 교성은 보았다. 적운상은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도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을.
파가가가가각!
“크윽…….”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가슴을 깊게 베인 교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끄으…….”
신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꼬꾸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교성의 눈은 적운상을 향해 있었다. 적운상은 가볍게 칼을 한 번 떨쳐서 태룡도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멀리서 그런 적운상을 보고 있던 조비와 유역초 등은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저들이 뭘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교성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적운상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 나서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로 뭐라고 대화를 나누더니 교성이 앞으로 픽 꼬꾸라졌다.
황당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서운 일이기도 했다. 그들은 적운상이 뭘 어떻게 했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것을 보니 칼질을 한 건 분명한데, 언제 어떻게 휘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두려웠다. 하수는 고수의 동작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지금의 자신들이 그랬다. 무공의 격차가 너무나 확연했다.
적운상이 자신들을 죽이고자 마음먹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교성처럼 막아내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그냥 베이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직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본 궁의 정예가 삼천 명이나 와 있습니다. 그도 인간인 이상 지칠 겁니다.”
유역초의 말에 조비의 얼굴에 잠깐 묻어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살려두면 나중에 큰 후환이 될 놈입니다. 피해가 크겠지만 지금 해치워야 합니다. 어차피 적으로 돌리지 않았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적운상은 적이었다. 어떻게든 죽여야 했다.
“죽여.”
조비가 싸늘하게 내뱉는 말에 유역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놈을 포위해서 지치게 해서 죽인다. 너는 가서 뒤에 대기 중인 이 대주에게 모두를 이끌고 이리로 오라고 해.”
“존명!”
명령을 받은 부하 하나가 나는 듯이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신보복과 양문의는 부하들을 이끌고 적운상을 공격했다. 물론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부하들을 앞에 내세웠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방금 본 적운상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
그렇게 일천 대 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대사형! 대사형!”
주양악이 형산파에 되돌아오니 아직까지 모산쌍괴와 무당삼현의 이현과 삼현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백중지세인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이현과 삼현이 조금 밀리고 있었다.
모산쌍괴의 무공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 비해 이현과 삼현의 무공은 무당파의 무공이니만큼 굉장히 정대했다. 그러다 보니 모산쌍괴의 입장에서는 이현과 삼현의 무공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이현과 삼현의 입장에서는 모산쌍괴의 무공이 낯설기만 했다.
지금까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무공이었다. 그래서 자꾸 반 초식 정도 반응이 늦게 나가고 있었다.
그들 말고 조비를 호위하기 위해서 왔던 호천마궁의 호위무사 오십여 명은 대부분이 죽거나 다쳐서 제압당한 상태였다.
“뭐하느냐? 빨리 끝내지 않고!”
일현이 이현과 삼현을 향해서 크게 일갈했다. 그러자 이현이 양괴를 향해 웃으면서 소리쳤다.
“잠시지만 즐거웠다.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해줘서.”
“흥! 그따위… 커헉!”
양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방금까지 이현은 두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왼쪽으로 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바로 앞까지 와서 자신의 어깨에 검을 꽂아 넣은 것이다. 그 동작은 물론이거니와 낌새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게 무슨…….”
“흐흐.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거냐? 탈인의 경지에 올랐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끄으…….”
양괴가 어깨를 잡고 비틀거리다가 그 자리에서 풀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현의 검이 그의 허벅지를 뚫었기 때문이다.
“죽이지는 않겠다. 조금이라도 더 살면서 네가 한 짓을 뉘우쳐라.”
이현이 검을 집어넣으면서 하는 말에 양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분했지만 실력차이가 나는 것은 확실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현이 고개를 돌리자 삼현도 음괴를 처리한 상태였다. 삼현도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베어버린 것이다. 그도 음괴를 죽일 생각은 없어서 오른팔과 두 다리만 못 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음괴가 갑자기 괴이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꿀꺽 삼켰다. 그러자 그의 눈이 붉게 충혈되다가 갑자기 몸이 펑하고 터져버렸다.
그 여파로 인해 삼현은 물론이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피를 뒤집어썼는데, 놀랍게도 그 부분이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갔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을 쳤다. 음괴가 그리 독한 마음을 먹고 자폭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삼현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왼쪽 어깨와 팔이 엉망이었다.
“사제!”
일현이 다급하게 삼현에게 뛰어가다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서 양괴의 목을 베었다.
파팟!
“끅!”
“헛!”
사람들은 삼현에게 뛰어가던 일현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느새 검을 뽑아서 양괴를 베자 깜짝 놀랐다.
“사형.”
“후우… 조금만 늦었더라면 양괴도 음괴와 같이 자폭을 했을 것이다.”
일현이 하는 말에 이현은 양괴의 손을 봤다. 거기에는 아까 음괴가 자폭하기 위해서 입에 넣었던 것과 같은 둥근 단약이 있었다. 양괴는 음괴가 자폭을 하자 같이 죽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생각은 못했군요.”
이현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막정위가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부상자들을 전각 안으로 옮기십시오! 호천마궁의 정예들이 산 중턱까지 와 있다고 합니다. 어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 적 사제 혼자서 그들을 막고 있습니다. 금방 여기까지 올 겁니다.”
“헛!”
사람들은 막정위의 말을 들으면서 크게 놀랐다. 호천마궁의 정예가 코앞까지 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적운상 혼자서 그들을 막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호천마궁의 정예는 모두 삼천 명이었다. 그걸 혼자서 막고 있단 말인가?
“세 분 어르신도 도움을 주십시오.”
막정위가 무당삼현에게 다가와서 말하자 일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원한을 잠시 미뤄두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였다.
“그럼세. 뭘 하면 되겠나?”
지휘자는 한 명이면 된다. 자신들이 나서서 움직이면 의견충돌이 생길 수도 있었다. 며칠 동안 봐온 막정위는 충분히 여기 있는 사람들을 이끌 역량이 되었다.
그래서 일현은 그렇게 물은 것이다. 그 효과는 상당히 컸다. 일현이 막정위의 지시를 따를 것 같이 말하자 모두 막정위를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막정위는 그들을 향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무당삼현 어르신들은 백여 명 정도를 이끌고 정문을 맡아주십시오. 싸우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재빨리 뒤로 빠져야 합니다. 정문 앞은 그리 넓지가 않으니 적은 수로도 많은 적을 상대할 수가 있습니다.”
“알겠네. 그리 하겠네.”
일현이 수락을 하자 막정위가 화산이로를 봤다.
“화산이로 두 분 어르신은 각기 오십 명씩 이끌고 측면에서 오는 자들을 막아 주십시오. 적들은 정문을 뚫으려고 주력할 겁니다. 측면은 산이 험하고 담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습니다. 그리 많은 자들이 오지는 않겠지만, 범위가 넓으니 빠르게 움직이셔야 합니다. 수고를 좀 해주십시오.”
“그리 하지.”
일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막정위가 금검문의 홍문형과 연씨세가의 연협성, 그리고 호왕문의 마조형을 보며 말했다.
“홍 문주님과 연 가주님, 그리고 마 문주님은 뒷문을 맡아주십시오. 아마 그리로도 적지 않은 적들이 몰려올 겁니다.”
“알겠네.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저와 함께 중앙에서 대기하면 됩니다. 아마 정문이 가장 먼저 뚫릴 겁니다. 무당삼현 어르신들이 뒤로 빠지면 바로 우리가 앞으로 나서서 적을 막아야 합니다. 그동안 무당삼현 어르신들은 잠시 쉬시다가 다시 교대를 하는 형식입니다. 그 외에 측면과 후방에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적절하게 지원을 하겠습니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아무도 묻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었고, 적절한 진형이 갖춰줬다. 이의가 있을 수가 없었다.
“호천마궁이 사람 수는 많지만 고수는 이쪽이 더 많습니다. 무당삼현 어르신들과 화산이로 어르신들만 해도 굉장하지 않습니까? 저분들을 당해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무공도 호천마궁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지리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싸우는 동안에도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를 돕는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를 믿고 따라주십시오. 놈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좋소!”
“옳소!”
“우오오오오오오!”
막정위의 일장연설에 힘을 받은 사람들이 기세를 올리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형산 전체를 진동시키며 산 아래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적운상에게까지 전해졌다.
묵묵히 적을 베어가던 적운상의 입가가 살짝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