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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8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84화

284화. 드디어 온 사람들 (3)

 

“여기서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뭐, 벌써 연락이 갔겠지만요.”

“허어… 거 참…….”

운산이 하는 말에 무당삼현 중 이현이 못 믿겠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럴 것이다. 무당파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형산파에서 해냈다고 하니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오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현 사람들 모두가 무공을 할 줄 알았다. 무공을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은 걸음걸이나 행동거지가 달랐다.

무당삼현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하수들이었지만, 저 많은 사람들이 무공을 익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쪽수에서 밀리면 대책이 없는 법이다.

무림인들이 관과 척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그래서이지 않던가?

관에서는 무림인들과 충돌이 생기면 근처에 있는 관군부터 출진을 시킨다. 그들의 무공이야 별 볼일 없다지만, 수가 많으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정말 저 사람들이 모두 형산파의 속가제자인가요?”

화산파의 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녀도 운산의 말이 쉽게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정 못 믿겠다면 저기 아무 데고 있는 객잔에 가서 형산파의 욕을 해보시오. 그럼 점소이고 주인이고 할 것 없이 당장에 달려들 거요.”

“수가 많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 그래봤자 오합지졸일 뿐이다.”

화산이로 중 일로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운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그렇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위협이 되는 일입니다. 예전에 호왕문이 형산파로 쳐들어왔다가 이들이 모여서 내쫓은 일은 아주 유명합니다. 당시에 모였던 사람들이 이천 명이라고 합니다. 그게 몇 년 전 일이니 지금은 아마 더 될걸요.”

“음…….”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요, 형산파에서 일이 잘 해결됐다고 해도 절대로 안심하지 마십시오. 남악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저들이 죽자 사자 달려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모두 죽일 수도 없으니, 일이 끝나면 재빨리 내빼는 것이 최고입니다.”

“끙.”

왠지 체면이 안 서는 일이었다. 그들은 무당삼현과 화산이로였다. 무림에서의 배분만 따져도 최고였고, 무공 또한 그랬다. 명성이 알려진 자들 중에서는 그들의 적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찮은 하수들이 무서워서 도망을 쳐야 한다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걸 모를 운산이 아니었다. 운산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뭐, 저 사람들을 죽이고 살귀로 낙인찍히기를 바란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무당파나 화산파에서 양민들 좀 죽였다고 해서 감히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냥 사파 취급이나 조금 당하면 그만이죠.”

“알았다. 이놈아. 그쯤 해둬라. 어린놈이 재잘재잘 대면서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구나.”

이현이 짜증을 내며 운산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 손을 들다가 멈칫했다. 화산이로와 현인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을 때야 운산을 어떻게 다루던 상관이 없었지만 빤히 보고 있는 데서 그럴 수는 없었다.

어쨌든 운산은 무당십걸이었다. 무당파의 대외적인 얼굴인 것이다. 그런데 뒤통수를 탁탁 쳐대면 누워서 침 뱉는 꼴이었다.

그들은 느긋하게 형산을 오르며 주위의 경치를 감상했다. 형산은 오악(五嶽) 중 하나였다. 당연히 경치가 빼어나게 수려했다.

“호오… 무당산 못지않구나.”

무당삼현 중 이현이 하는 말에 운산은 속으로 실소를 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무당산은 이곳만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무당산도 오악에 넣었을 테고, 그러면 오악이 아니라 육악이 되었을 것이다.

“흥,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하지 않는가? 어찌 무당산을 형산에 비교한단 말인가?”

화산은 오악 중 서악으로 불렸다. 당연히 이곳 형산에 비해 꿇릴 것이 없었다. 일로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이현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내가 뭐라 했더냐? 그저 이곳의 경치가 무당산만큼 좋다고 했을 뿐이거늘, 어찌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게냐? 여기서 한판 해볼 테냐?”

“하겠다면 사양하지 않으마.”

이현과 일로가 서로를 노려보며 기세를 뿜어내자 주위의 분위기가 묵직해졌다.

‘제길, 또 저러네!’

“어르신! 좀 참으세요.”

운산이 무당삼현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현인은 일로에게 할 말 못할 말 다 했다. 현인은 여자인데도 마음에 의협심이 가득했고, 성격도 올곧았다. 예의범절에도 철저해서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잔소리를 쏟아냈다.

잔소리, 여자가 가진 최대의 무기 중 하나였다. 화산이로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현인의 잔소리 때문에 학을 뗐다. 잔소리를 못하게 몇 번이나 혼을 내보기도 하고 윽박을 질러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혈을 짚으면 그때야 조용했지만 혈도가 풀리고 나면 몇 배로 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이제는 현인이 잔소리를 시작할라치면 등 뒤로 진땀부터 흘러내렸다.

“알았다.”

일로가 바로 대답하며 꼬리를 내렸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었다. 더러워서 피할 뿐이었다.

“이현 어르신도…….”

“아, 알았다. 알았어. 어서 갈 길 가자꾸나.”

무당삼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곳까지 같이 오면서 현인의 잔소리를 몇 번 겪은 그들은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 * *

 

“어서 오십시오.”

오십대쯤 되어 보이는 깔끔한 옷차림의 사내가 포권을 취하면서 인사를 했다.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약간 의외였다. 자신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인데, 어찌 이자 혼자 나와서 마중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다짜고짜 검을 휘두를 생각은 없었기에 그의 인사를 순순히 받아줬다. 하지만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들의 자존심이 너무 높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무당십걸 중 한 명인 운산이라고 합니다. 전에 한 번 뵌 적이 있지요? 이쪽은 본문의 무당삼현 어르신들입니다.”

“저는 현인이라고 해요. 여기 있는 두 분은 화산이로 어르신들이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나한중이라고 합니다. 배분만으로 따지자면 제가 형산파에서 가장 높답니다. 그 외에는 형편없지만요. 하하. 자,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나한중이 하는 말에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그제야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조금 풀렸다. 어쨌건 형산파의 최고어른이 나와서 자신들을 맞은 것이니 나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하게.”

인사도 없이 툭 던진 하대였다. 어지간히 나한중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형산파 전체를 무시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한중은 별말 없이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묵묵히 따라가던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활기찬 형산파의 분위기가 약간 의외였다. 무림맹을 적으로 돌려놓고 이리 밝은 분위기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기 위해서 일부러 저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에게서는 꾸밈없는 즐거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생각 외로 사람들이 많군.”

“저들 대부분이 식객입니다.”

이현의 말에 운산이 알고 있는 걸 말했다. 그러자 이현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다시 물었다.

“식객이 저리 많단 말이냐?”

“제가 알기로는 백 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형산파의 제자는 몇이나 되더냐?”

“글쎄요? 음… 전에 듣기로 정식제자는 삼십 명 정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어찌 객이 주인보다 많단 말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러모로 이상한 곳이었다. 그러다 또 이상한 것을 봤다. 보아하니 각기 다른 문파 사람들 같은데 한자리에 모여서 무공을 토론하고 있지 않은가?

지나가면서 몇 마디를 들어보니까 비기가 어떻고 저렇고 한다. 비기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나중에 그 한 수가 목숨을 구하는 절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가 초식을 알면 그 효용이 반 이상이나 줄어버린다. 그런데 저렇게 대놓고 논의를 하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 참…….”

이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어느새 객청에 도착을 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벽에 걸린 족자나 곳곳에 놓인 화분이 제법 보기에 좋았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가서 장문인에게 알리겠습니다.”

“알겠네.”

이현이 대답을 하자 나한중은 고개를 한 번 살짝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거 우리가 알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사형.”

이현의 말에 일현이 고개를 저었다.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지켜보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흠, 이거 차 맛이 제법인데요.”

“독을 탔을지도 모릅니다.”

운산이 농담을 진지하게 하자 이현이 웬일인지 껄껄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네 녀석이 이제 갈수록 바보가 되어 가는구나.”

“말씀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호오… 이놈 봐라. 그동안 오냐오냐했더니 이제는 기어오르려고 하는구나.”

순간 이현의 눈빛이 바뀌자 운산은 재빨리 고개를 팍 숙이며 빌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습니다. 저는 바보가 맞습니다.”

“흥! 이유는 알고 있더냐?”

“아니요.”

“쯧쯧, 어찌 그리 아둔하냐? 어디 가서 절대로 무당십걸이라고 하지 말거라. 무당파의 명성에 흠집 날라.”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혼자서 다니는 무당파의 도사들은 오로지 무당십걸뿐이었다. 그러니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에휴… 네놈을 보니 무당파의 미래가 어둡구나. 어두워. 운청인가 하는 아이는 상당히 영민하더구만 너는 어째 그러냐? 쯧쯧.”

이현이 혀를 차면서 말하자 운산이 인상을 팍 쓰며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것 봐라. 아까도 네놈은 그러지 않았더냐?”

“네?”

“나한테 차에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그 전에 네가 먼저 차를 마시지 않았더냐?”

“네? 제가 그랬었나요?”

“클클. 사형. 사형은 어지간히 저놈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돌아가면 데리고 한 십 년 정도 잘 가르쳐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삼현이 하는 말에 운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걸 보고 이현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가 그냥 내렸다. 때려봐야 손만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꼭 무당파의 제자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가르쳐 준다면 온갖 아양을 떨고 금은보화를 싸 짊어지고 올 것이다. 그런데 저 바보 같은 놈은 준다고 해도 싫다는 표정을 저리 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객청의 입구로 세 사람이 들어왔다. 아까 나갔던 나한중이 막정위와 홍문형을 데려온 것이다.

막정위는 상석으로 가서 그들을 향해 포권을 했다.

“반갑습니다. 막정위라고 합니다. 여기 계신 분은 금검문의 홍문형 태상가주십니다.”

“반갑소.”

두 사람이 그렇게 인사를 했는데도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그냥 앉아서 슬쩍 한 번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운산과 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예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운산입니다.”

“현인이에요.”

“먼 길 오셨습니다. 차 맛이 어떻습니까? 운 좋게 이번에 아주 귀한 것을 구했습니다. 하하.”

“우리는 차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니다. 적운상은 어디에 있느냐?”

이현이 냉랭하게 하는 말에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아무리 무당삼현이 대단하다 해도 이리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건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형산파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런데도 막정위는 미소를 거두지 않고 부드럽게 대답을 했다.

“적 사제는 금방 올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적 사제를 붙잡고 놔주지를 않아서 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제 혼인식 겸 장문인 취임식을 축하하러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일생의 홍복으로 알겠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는 네가 뭘 하든 관심 없다. 적운상만 만나서 용건이 끝나면 돌아갈 것이다.”

“이런,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어르신들이 오신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말해두었는데, 이거 참 큰일이군요. 그러지 말고 며칠 머물다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가 이렇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네놈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이현이 같잖다는 듯이 하는 말에 막정위는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건만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는…….”

막정위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그곳에 있던 모두의 고개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객청의 입구로 향했다. 거기에는 검은색 무복을 입은 적운상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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