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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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81화
281화. 호천마궁의 정예 (3)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던 일이학은 의문이 들었다. 적운상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정북명과 평수거나 아니면 약간 위일 뿐이었다. 예전에 호천마궁에서 보여준 무위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그런데 어째서 궁주인 조황인이 그렇게 적운상을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공을 숨기고 있는 건가?’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아까 호언장담하던 모습을 보건대 분명 숨기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일이학은 정북명이 그것을 끌어내기를 바랐다.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조차 큰소리를 치고, 조황인은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그것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정북명은 그러지 못했다. 어느덧 적운상과 백여 초식을 겨루고 있었지만 여전히 비등비등하니 싸우고 있었다.
일이학은 정북명의 부하들에게 가세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망설이며 쉽게 나서지 못했다. 정북명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일대일의 대결에서 그들이 끼어들면 정북명은 크게 체면을 상하게 된다. 당연히 자존심도 상처를 입을 터. 그 뒷감당이 만만찮았다.
그렇다고 무섭게 눈을 부라리는 일이학의 명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은 몸을 움직여야 했다.
“돕겠습니다.”
열두 명이 합세를 했다. 정북명은 그들이 끼어들자 인상을 팍 쓰며 소리쳤다.
“이런 망할 놈들! 무슨 짓들이냐? 썩 물러나라!”
“벌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부하 하나가 외치면서 방위를 밟아갔다.
쌍도회풍진(雙刀回風陣)!
정북명의 사 육영대만이 펼칠 수 있는 차륜진(車輪陣)이었다. 쌍도를 쓰면 한 손에 있는 칼로 상대의 무기를 막아내고 다른 손에 있는 칼로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에 유리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공격할 때의 틈이 컸다.
안정된 자세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손으로 상대의 무기를 막고 있는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게 쌍도의 최고 약점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로 돌아서면 틈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사 육영대처럼 두 개의 도를 계속 돌리면서 방어만 하면, 눈을 어지럽히는 효과까지 있었다.
따당! 땅!
적운상은 매번 공격이 튕겨 나오자 약간 당황했다.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를 해봤지만 마찬가지로 뒤로 튕겨졌다. 적운상이 강하기는 했지만 여러 사람이 펼치는 진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일대 다수로 싸운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진을 펼치는 자들과는 싸운 적이 몇 번 되지 않았다.
따다다다땅!
적운상의 태룡도가 계속 튕겨 나왔다. 공격을 멈추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하면 공격을 해왔다. 이에 반격을 가하면 재빨리 다시 수비로 돌아갔다.
공수(攻守)의 전환이 굉장히 빨라서 흐름을 끊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계속 눈을 어지럽게 하는 칼들도 신경에 거슬렸다.
두어 번 더 부딪쳐본 적운상은 저들이 자신의 힘을 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쉴 틈을 주지 않으며 지치게 만들 속셈인 것이다.
적운상은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저들을 모두 베어버릴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이렇게 진을 상대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해보고 싶었다.
보아하니 일이학은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하고 싶어서 혁무한과 은서린을 당장에 어떻게 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진법이라고 해도 어차피 쾌, 중, 변, 이 세 가지뿐이다. 쾌와 변은 있지만 중은 없어.’
그제야 쌍도회풍진의 약점을 알아차린 적운상이 금안뇌정신공을 십성(十成) 가까이 끌어올렸다. 그러자 눈에 금빛의 물결이 가득 찼다.
“타핫!”
적운상은 기합을 지르며 빠르기는 무시한 채, 뇌기가 가득 담긴 태룡도를 크게 휘둘렀다.
후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직!
세찬 풍압과 함께 뇌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다섯 명이 열 개의 도를 겹쳐서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냈다.
떠엉!
“크흑!”
“흡!”
“헉!”
그들의 입에서 꽉 막힌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그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따당! 땅! 땅!
세 명이 합세를 하며 여섯 개의 도가 더 겹쳐졌다. 총 여덟 명이었다. 여덟 명이 열여섯 개의 도를 겹쳐서 적운상의 태룡도 하나를 간신히 막아낸 것이다.
그 같은 힘에 일이학은 혀를 찼다. 옆에 있는 요석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도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죽어라!”
정북명이 적운상의 등을 노리고 몸을 날려 쌍도를 휘둘렀다. 절묘했다. 여덟 명의 칼을 막고 있는 적운상은 쉽게 몸을 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밀어내기에는 여덟 명의 힘이 만만찮았다. 방법이 있다면 칼을 놓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정북명의 칼에 베이고 만다.
모두 당연히 적운상이 칼을 놓고 물러나리라 여겼다. 하지만 물러난 것은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여덟 명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몸을 흠칫 떨더니 몇 명은 칼까지 떨어트렸다. 그 틈에 적운상은 훌쩍 옆으로 몸을 날려 정북명의 공격을 피했다.
“뭐냐?”
정북명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완벽히 기회를 잡았는데도 적운상은 너무나 쉽게 빠져나갔다.
“뭐긴? 이거지.”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태룡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정북명이 쌍도를 겹쳐서 막으려고 했다. 그때 태룡도가 멈칫하자 정북명도 얼결에 멈칫했고, 적운상은 그 틈에 태룡도를 살짝 정북명의 쌍도에 겹쳐댔다. 그러고는 아까 여덟 명을 물러나게 만들었던 것처럼 태룡도를 통해 뇌기를 흘려보냈다.
파지지지직!
“크윽! 무슨…….”
정북명은 찌릿한 뇌기가 쌍도를 통해 몸안으로 파고들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그는 고수답게 쌍도를 놓치지는 않았지만 잠깐의 틈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은 적운상이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파아아아아앙!
뇌기를 담뿍 담은 적운상의 주먹이 정북명의 가슴을 때렸다. 시기적절하기도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적운상이 칼을 놓고 주먹질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북명은 적운상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쭉 날아가던 정북명을 요석상이 받아들자 뒤로 세 걸음이나 미끄러졌다. 그 와중에 정북명의 몸에 남아있던 찌릿한 뇌기가 파고들었다.
“무슨…….”
요석상은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을 뻔했다. 아마 조금만 더 뇌기가 타고 들어왔다면 그랬을 것이다.
“괜찮소?”
“크윽… 끄으… 헉헉!”
정북명은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가슴을 맞아서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내상 때문에 꾸역꾸역 핏물이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요석상은 재빨리 품에서 내상약을 꺼내서 정북명에게 먹였다.
“관제묘로 가서 운기조식을 하시오. 여기는 우리가 맡겠소.”
“끄헉… 크헉… 저놈… 반드시 죽여… 크흑…….”
요석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북명의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후다닥 달려와서 정북명을 관제묘 안으로 데리고 갔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방금 보여준 것이 다인가?”
일이학이 묻는 말에 적운상이 무표정하니 되물었다.
“뭐가 보고 싶은 거요?”
“네 무공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궁주님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집착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궁주한테 물어야지. 안 그런가?”
“그 여유가 어디까지 가나 보지.”
일이학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 있는 부하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언월도를 든 삼 육영대가 우르르 몰려나와서 적운상을 에워쌌다.
사 육영대에 쌍도회풍진(雙刀回風陣)이 있듯이 삼 육영대에도 그들만이 펼칠 수 있는 진법이 있었다. 서른두 명이 펼치는 언월대력진(偃月大力陣)이 바로 그것이었다.
쌍도회풍진이 상대의 힘을 빼놓기 위한 차륜진인데 비해 언월대력진은 오로지 힘 위주로 밀어붙이는,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절진이었다.
부족한 빠르기나 변화를 여러 명이 힘으로 보완하기 때문에 그들 삼십이 명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파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훙훙훙훙!
서른두 명의 사내들이 언월도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아까 쌍도회풍진을 펼치던 자들이 두 개의 쌍도를 휘두를 때는 단지 눈만 어지러웠었다. 그런데 지금 저들에게서는 근처만 가도 몸이 휩쓸려서 부러질 것 같은 강맹한 기운이 느껴졌다.
‘중(重) 위주의 진법인가?’
적운상이 그런 생각을 하며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그들이 선공을 해왔다. 적운상의 전후좌우, 사방에서 네 명이 달려들었고, 공중으로 네 명이 날아올라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 뒤에 각기 네 명씩, 남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뒤따라 공격해왔다.
적운상은 일단 한쪽을 치고 나가기로 했다. 사방과 위를 완전히 막고 덤벼드니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다가는 여덟 명의 공격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따아아앙!
적운상이 우측으로 움직이며 그쪽에서 휘둘러오는 언월도를 태룡도로 쳐냈다. 그러자 손에 묵직한 충격이 왔다. 언월도 자체가 두 손으로 휘두르는 중병기인데다 전력을 다해서 휘두르니 위력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중병기는 무겁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 손으로 휘두르는 칼보다는 빠르기나 변화가 떨어졌다. 적운상도 그걸 알기에 태룡도로 상대의 언월도를 쳐내는 즉시 재차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때 적운상에게 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던 사내가 재빨리 옆으로 빠졌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사내가 언월도를 휘둘러왔다. 동시에 아까 공격을 했던 자들이 사방에서 함께 공격해왔다.
따다다다다다땅!
적운상은 공격 대신에 태룡도를 크게 휘둘러 그들을 공격을 전부 쳐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제자리에서 그렇게 공격을 받아내자 그 후부터는 사방에서 돌아가며 언월도를 휘둘러왔다. 게다가 위에서 떨어지며 내려치는 공격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적운상은 발이 묶인 상태에서 계속 방어만 해야 했다. 그걸 보고 일이학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적운상이 언월대력진에 완전히 걸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적들이 언월대력진에 걸리면 저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방어만 하다가 결국에는 죽는다. 방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서른두 명이나 되는 고수들이 돌아가면서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공격을 버티어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부터는 적운상이 얼마나 버틸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다다다다땅!
“크윽!”
여덟 명의 공격을 받아낸 적운상의 입에서 짧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적들은 전력으로 딱 일격만 날리면서 치고 빠지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순환하는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그들의 연격(連擊)이 마치 세찬 강줄기와 같아서 쉽지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 내공이 소모되면 끝이다.’
적운상은 약간 당황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다수가 펼치는 진을 상대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한 번 부딪쳐 봤는데 생각 외로 강했다.
“놀이는 여기까지군. 혁무한!”
적운상이 크게 소리쳐 부르자 잡혀 있던 혁무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뒤로 확 젖혔다. 그러자 혁무한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뭉그러지면서 피가 팍 튀었다.
콰직!
“크아아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리는 사이에 혁무한은 은서린을 잡고 있는 사내들을 향해 두 손을 쭉 뻗었다. 하지만 이미 그 사내들의 칼은 은서린의 목을 베어가고 있었다.
“죽여버려!”
“꺄아아아악!”
일이학의 다급한 목소리와 은서린의 비명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