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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6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62화

262화. 멀고 먼 길 (3)

 

쉬쉭!

우형승의 청강검이 빠르게 적운상의 목을 찔러갔다. 이대로 적운상이 계속 주먹을 뻗어낸다면 양패구상(兩敗俱傷)이었다. 적운상은 우형승의 검에 목이 뚫리고 우형승은 적운상의 주먹에 가슴이 으스러진다.

그때 적운상이 초식을 바꿨다. 우형승의 옆으로 빠지면서 오른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내려쳤다.

후웅! 파직!

바람이 일고 뇌기가 따르며 적운상의 주먹이 우형승을 덮쳐갔다. 하지만 우형승은 슬쩍 검을 당겨서 적운상의 손목을 노리고 찔러갔다.

적운상이 계속 공격을 하면 손목이 잘리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적운상은 공격을 거뒀다. 그러자 우형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들어오면서 적운상의 목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쉿!

적운상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으며 밑에서 위로 주먹을 올려쳤다. 우형승의 턱이 목표였다.

후웅!

뒤로 고개를 젖힌 우형승의 얼굴을 적운상의 주먹이 스치고 지나갔다. 풍압과 뒤따르는 뇌기에 우형승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찡그렸다. 게다가 한순간 눈까지 감고 말았다.

그걸 놓칠 적운상이 아니었다. 그 한순간이면 적운상 같은 고수에게는 충분히 기회가 되고도 남았다.

후우우웅! 파지직!

올려쳤던 오른손주먹을 밑으로 당기는 힘을 이용해서 내려친 왼손주먹이 우형승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후우… 멋지군. 훌륭한 권법일세. 내가 졌네.”

우형승이 바짝 긴장했던 표정을 풀며 너스레를 떨었다. 만약 적운상이 제때에 주먹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얼굴이 완전히 뭉개졌을 것이다. 적운상의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적운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자신은 가진 무공을 모두 펼쳤는데도 우형승은 이렇다 할 무공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비등하게 맞서 싸웠으니 적운상의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본 실력을 보고 싶습니다.”

“방금 보지 않았나.”

우형승이 입가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우형승을 보면서 적운상은 잠시 갈등을 했다. 죽이고자 덤벼든다면 우형승이 본 실력을 보일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알아챘는지 우형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강기를 보고 싶은 거겠지?”

“그렇습니다.”

“좋네. 어차피 가르쳐주기로 했으니 제대로 당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늘어트린 검첨에서 강기가 한 자 가까이 쭉 뻗어 나오며 땅을 뚫었다.

퍼엉!

적운상은 뒤로 훌쩍 물러나 땅에 꽂아 두었던 태룡도를 잡았다. 강기가 얼마나 강한지 태룡도로 시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조심하게. 아직 강기를 다루는 것이 완전치가 않네.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어.”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아.”

말이 끝나자 우형승이 움직였다.

쉬쉬쉬쉭!

날카로운 기운이 적운상의 전신 요혈을 노리고 뻗어왔다. 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기운에 적운상은 약간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다 가슴을 노리고 들어오는 강기를 태룡도로 힘껏 쳐냈다.

하지만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적운상의 의도를 알고 우형승이 강기를 거둬들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적운상이 헛칼질을 하는 순간 다시 강기를 뻗어냈다.

팟!

적운상은 깜짝 놀랐다. 설마 강기를 그런 식으로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방금 조금만 늦었으면 가슴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방심하지 말게.”

적운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쉬쉬쉬쉿!

또다시 우형승이 뻗어내는 강기가 빠르게 찔러왔다. 적운상은 그걸 감히 쳐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 피하기만 했다. 괜히 아까처럼 헛손질을 하면 되레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했다. 그러나 우형승의 검법에는 틈이 없었다. 우형승은 이렇다 할 초식 없이 대충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심검의 경지에 올랐으니 초식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나 검을 휘두르는 것이 엉성했다. 그런데도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강하다!’

솔직한 적운상의 생각이었다. 적운상이 겨뤘던 사람들 중 가장 강했던 사람은 호천마궁의 궁주인 조황인이었다. 우형승이 그와 겨룬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막상막하(莫上莫下)일 것이다. 그렇다는 건 우형승을 이길 수만 있다면 조황인도 이길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건 허황된 생각이었다.

따앙!

옆구리를 베어오는 강기를 적운상은 어쩔 수 없이 태룡도로 쳐올렸다. 그 순간 손에 오는 묵직한 충격에 호구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위력이었다.

검은 베는 무기가 아니라 찌르는 무기다. 베기로 이런 위력을 내면 검이 부러지고 만다. 그렇지 않더라도 검이 휘어지기 때문에 위력이 죽는다. 하지만 강기는 부러지지도 휘어질 일도 없었다. 그래서 충격을 고스란히 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따앙!

“크윽!”

촤아아아악!

이번에는 강기를 막은 자세 그대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팔이 찌르르하니 울려와 금방이라도 태룡도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때 강기가 횡으로 베어오자 적운상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싹둑 자려나갔다.

“조심!”

우형승이 말하면서 급격하게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연이어 다섯 번이나 검을 찔러 넣었다.

따다다다땅!

세 번을 막아냈을 때 적운상은 태룡도를 놓쳤다. 네 번째의 찌르기가 옆구리를 스쳤고, 다섯 번째 찌르기는 적운상의 목 바로 옆에 와서 멈췄다.

“어때? 제법이지? 오룡포(五龍砲)라는 초식일세. 무극검법(無極劍法)의 비기지.”

“졌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으로 날아가 버린 태룡도를 주워왔다. 믿을 수 없게도 세 군데 이가 나가 있었다. 태룡도가 어떤 칼이던가?

최고의 도검장인들이 모여 있는 천응방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도였다. 지금껏 어떤 무기에 부딪치건, 어떤 단단한 것을 베던 이렇게 이가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운상이 멍하니 태룡도를 보고 있는데 우형승이 웃으면서 툭 한마디 던졌다.

“부러트릴 수도 있었네. 하지만 비싼 칼 같아서 참았지.”

“정말입니까?”

“강기로 자르지 못하는 건 없네. 그 어떤 보검이라도 무 썰 듯이 잘라낼 수 있지.”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긍정을 했다. 정말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익힐 수 있는 겁니까?”

“잘해야지.”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그럼 일단 버리게.”

“무엇을 말입니까?”

“전부 다.”

승려들이 하는 선문답 같았다. 적운상은 우형승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부 뭐를 버리라는 겁니까?”

“자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라는 뜻일세.”

적운상은 우형승이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적운상의 표정을 보고 우형승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이해가 안 되나 보군. 예전에 내가 검을 버렸다고 한 걸 기억하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검이 전부였네. 오로지 검과 함께 살아왔지. 그랬기에 심검의 경지에 오를 수가 있었네. 하지만 거기가 한계였지. 그 이상은 오를 수가 없었네. 그래서 검을 버렸네. 그랬더니 우습게도 깨달음이 오더란 말이야. 그때 강기 쓰는 것을 얻었지. 검기상인의 경지에 오른 걸세.”

적운상은 우형승의 이야기를 듣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뭔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가 않았다.

“자네를 보고 있으면 말이야, 항상 위태위태해 보여. 마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단 말일세. 그래서는 안 돼. 그래서는 절대로 지금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그러니 전부 버리게.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버리는 거야.”

막연한 말이었다. 난감하기도 했다. 무엇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답을 찾아야 하는 건 적운상 자신이었다.

그날 저녁 모용세천이 적운상과 우형승을 찾아와 모용세가를 방문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우형승이 웃으면서 흔쾌히 승낙을 했다. 이런 객잔에서 돈 버려가면서 수련하느니 모용세가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림세가는 언제 어느 때나 객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하루를 묵고 가기도 하지만 몇 달이나 몇 년씩 객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모용세천처럼 객으로 지내달라고 초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신세를 지면 아무래도 세가에 우호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적운상도 한때는 비무하자고 덤벼드는 사람들을 모두 꺾어서 형산파로 보내지 않았던가?

모용세가로 가면서 적운상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버릴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때의 그 빠른 움직임을 어떻게 한 것인지를 떠올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음인지 얻어지는 것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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