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4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6화
246화. 진실 (2)
그제야 적운상은 다시 임옥군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감시를 받고 있었던 거냐?”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이야기해 보거라.”
적운상은 그때부터 조비를 만난 일과 호천마궁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임옥군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적운상의 말은 너무나 엄청난 말이었다.
지금까지 무림맹은 호천마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맞설 생각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적운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무림맹은 도저히 호천마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더구나 그 뒤에 있는 것이 황궁이라니…….
호천마궁을 계속 상대하다가는 자칫 반역죄로 몰려 황군이 출병할 수도 있었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적운상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우화린도 자신들이 황궁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당연히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럼 저 소저는…….”
“제 밑에 있는 네 명의 단주 중 한 명입니다.”
우화린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계면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계속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 의문이었지만, 지금 밖으로 나가기도 그랬다.
“적 사형.”
지금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박노엽이 적운상을 불렀다.
“응.”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뭔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을 것 같군요.”
박노엽이 하는 말에 모두가 적운상을 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여유로운 웃음이었다. 그렇다는 건 박노엽의 말대로 뭔가 대책이 있다는 뜻이었다.
“뭐야? 사형, 방법이 있는 거야?”
주양악이 묻는 말에 적운상이 그녀의 머리를 한 번 거칠게 쓰다듬었다.
“무슨 방법이 있겠냐?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해야지.”
“해오던 대로?”
무슨 말인지 몰라 주양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뭘 어떻게 해왔었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쩔 생각이냐?”
임옥군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심검의 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방금 전과는 또 다른 의미의 침묵이 흘렀다. 심검의 벽을 깬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신검합일의 경지에조차 오른 사람이 없었다. 다만 주양악만이 엄청난 내공으로 인해 그에 못지않게 강할 뿐이었다.
그런데 심검을 넘어선 경지라니, 그런 것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사형! 우와아아아아…….”
적운상을 제 아버지인 나한중이나 사부인 임옥군보다 더 좋아하고 따르는 나연오가 눈을 반짝이며 크게 소리쳤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도 적운상은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별호가 무적일검이지 않은가?
그런데 더 강해진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걸까?
“아직 아니다. 그저 그럴 것 같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이미 뭔가 실마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적운상이 직접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그렇다고 봐야 했다.
“그럼 사형이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천하제일이라니, 정말 어린아이다운 생각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형산파는 여전히 이름 없는 삼류문파였었다. 그런 문파에서 천하제일의 고수를 배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왠지 그 말이 가슴속에 와 닿았다.
천하제일!
다른 사람이라면 불가능했다. 그냥 코웃음치고 말았을 것이다. 세상에 강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천하제일이라니…….
하지만 적운상이라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울렸다. 입었을 때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적운상에게도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렇구나. 네가 그 벽을 허문다면 호천마궁도 문제가 되지는 않겠구나. 하지만 한 손으로 열 손 당하지 못하는 법이다.”
임옥군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적운상은 일단 임옥군을 조금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다음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사부님.”
“말하거라.”
“같은 심검의 경지에 오른 사람만 없다면 저는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상관없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상대할 수가 있습니다.”
오만한 말이었다. 적운상은 지금 스스로 일기당천(一騎當千)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검의 경지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같은 어른이 없다면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같은 경지에 도달해 보지 않았으니, 쉽게 믿기지가 않았지만 적운상이 빈말을 할 리도 없었다.
적운상은 자신을 내세우거나 하지 않는다. 항상 부족하다고 여기며 더 노력하는 성격이었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잘난 척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다면야 안심이지만……. 어쨌든 조심하거라.”
“네. 유념하겠습니다.”
“문제는 당장이로구나. 며칠 후면 네 부하들이 도착할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직 정도련의 사람들은 너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푼 것이 아니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부님은 그냥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정말 괜찮겠느냐?”
“네.”
임옥군이 적운상을 봤다. 언제나 믿음직했다.
“그래. 알았다. 그럼 그리하마.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정위의 혼인식이다. 그때는 다 같이 가서 축하해 줘야 한다.”
“네. 사부님.”
이야기가 끝나자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적운상은 우화린을 붙잡고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걷지.”
“네.”
우화린은 적운상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아마 비밀을 지켜달라고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호천마궁은 그녀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곳이었다. 황궁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등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아까 적운상이 한 이야기를 모두 듣지 않았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적운상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아까 적운상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면 그녀는 그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적운상은 그녀가 있는데도 상관없이 이야기를 했다.
“우 단주.”
“네? 네.”
갑작스럽게 적운상이 부르자 생각에 잠겨 있던 우화린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을 했다.
“가라.”
“가라니요?”
“며칠 후면 대원들이 도착한다. 그리로 먼저 가 있어. 나는 지금 그곳으로 가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
“대주님.”
“응.”
“제가 가서 대원들에게 아까 들었던 말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본궁에 그걸 모두 알려도 상관없나요?”
“별로. 좋을 대로 해.”
우화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적운상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물어봐.”
“대주님은… 본궁 사람입니까?”
적운상이 걸음을 멈추고 우화린을 봤다. 우화린은 적운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아직은.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호천마궁을 등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힘을 전부 쏟아 부어 부숴버릴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대주님을 믿겠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겠군요.”
우화린이 생긋 웃으면서 하는 말에 적운상도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화린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걱정 말고 가 있어.”
“네.”
우화린이 대답하고 자리를 뜨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적이다!”
“크아아악!”
“호천마궁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에 적운상의 얼굴이 굳었다. 우화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천마궁이라니? 설마 대원들이 벌써 도착했단 말인가?
그렇다 해도 어떻게 여기를 알고 공격을 해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적운상의 몸에서 무서운 기세가 확 풍겨 나오자 우화린은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대, 대주님…….”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
우화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적운상을 바라봤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 * *
쾅!
방문이 부서질 듯이 열렸다.
“무슨 일이냐?”
임옥군이 불길이 솟아오르는 곳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마침 임옥군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달려오던 사내가 재빨리 달려와서 상황을 알렸다.
“큰일 났습니다, 련주님. 호천마궁에서 기습을 해왔습니다.”
“뭐라? 호천마궁에서?”
“그렇습니다.”
“모두 몇 명이나 되느냐?”
“적어도 오륙백 명은 됩니다.”
“음…….”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 적운상이 말하기를 그의 대원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기습이라니?
‘혹시 다른 이들이 또 있었나?’
그럴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적운상이 자신을 속일 리가 없었다. 분명 적운상이 모르는 호천마궁의 다른 세력이 움직인 것이다.
“가자. 가서 직접 확인을 하겠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같이 가겠습니다.”
초사영을 비롯한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임옥군이 손을 저었다.
“관두고 가서 운상부터 찾아라.”
“하지만…….”
“됐다고 하지 않았느냐?”
임옥군이 목소리를 높이자 모두들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초사영이 대답을 하자 임옥군이 잠시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