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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4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5화

245화. 진실 (1)

 

넓은 장원의 공터에 정도련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거의 새벽녘이 다 되어가는데도 잠을 자지 않고 그렇게 모여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적일검 적운상!

그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기대에 찬 시선으로 정문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나와 있는 임옥군의 얼굴은 오랜만에 적운상을 만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밝지가 않았다.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적운상이 호천마궁으로 간 사실은 그만 알고 있었다. 소림사에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정도련의 련주가 되고 나니 그제야 적운상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적운상이 누구던가?

어디에 내놓아도 살아서 돌아올 놈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서찰이 왔다. 무사히 잘 있고, 일이 있어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에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무림맹에서 첫 번째 명령이 떨어졌다.

산동으로 가서 황보세가와 함께 그곳에 있는 호천마궁의 지부를 치라는 것이었다.

임옥군은 정도련의 군웅들을 이끌고 산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산동제일세가라는 황보세가와 손을 잡고 단 하루 만에 호천마궁의 지부를 박살냈다.

첫 싸움치고는 상당히 기분 좋은 쾌거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곤란함이 생겼다. 적운상이 호천마궁의 대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소문은 파문이 컸다.

임옥군이 정도련의 련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적운상 때문이었다. 적운상이 소림사의 무림대회에서 천하에 알려진 고수들을 연거푸 꺾음으로 인해 형산파의 힘이 재평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적운상이 호천마궁으로 붙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불신의 눈으로 형산파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임옥군은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호천마궁의 대주가 이리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 대주가 적운상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 대주를 함정으로 유인해서 죽이기 위해 이백 명이 넘는 정도련 사람들이 움직였다. 만약 적운상이 온다면, 적운상이 정말 호천마궁의 대주라면 어느 한쪽이 피를 보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형산파도 위험했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잦아들고 모두의 시선이 정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십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오고 있는 적운상이 보였다.

그는 상황이 이런데도 살랑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기면서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분명 십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오고 있는데 그밖에 보이지 않았다. 적운상은 존재감이 그 정도로 강했다.

임옥군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리 여유로운 것을 보니 우려했던 일은 생기지 않은 것 같았다.

“어?”

“아!”

적운상을 보고 가장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주양악과 백수연이었다.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보고 싶던지…….

원래 사람이 든 자리는 표가 안 나지만 떠난 자리는 크게 표가 나는 법이었다.

“사형!”

주양악이 그 먼 거리를 한순간에 단축시키며 적운상에게 달려들었다.

적운상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주양악이 안겨오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익숙한 체향이 풍겨오자 곧 그녀를 꽉 안아줬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어떤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아무리 반가워도 그렇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얼싸안다니, 부끄럽지도 않단 말인가?

강호에 몸담고 있는 여인들은 예절을 그리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다 해도 저건 결코 보기에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당연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해야 정상이건만 그렇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곧 사람들의 눈에는 훈훈함이 담겼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체면도 생각지 않고 저리 달려갔겠는가?

게다가 적운상이나 주양악 두 사람 모두 선남선녀인지라 오히려 보기에 좋았다.

백수연은 주양악의 그런 행동이 부러웠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적운상에게 안길 수 있는 그런 용기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때 임옥군이 그녀의 등을 슬며시 떠밀었다.

백수연이 고개를 돌려 임옥군을 봤다. 그러자 임옥군이 웃는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라는 뜻이었다. 거기에 용기를 얻어 백수연은 적운상에게 향했다.

사뿐거리는 걸음걸이로 눈이 훤해지는 미녀가 적운상에게 향하자 한순간에 사람들의 이목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백수연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왔구나.”

적운상 앞에 선 백수연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을 보는 사내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응.”

적운상이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겨 안았다.

“뭐야? 두 명이었냐?”

“좋겠다!”

“하하하하!”

“행복하시오! 배가 아프지만 그러길 바라겠소!”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세 사람의 용기 있는 사랑에 사람들은 호기심과 흥미, 즐거움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 와중에 적운상이 임옥군을 봤다. 임옥군은 허허롭게 웃고 있었다.

적운상이 호천마궁의 대주라고 의심을 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완전히 그 의심을 떨쳐버렸다.

특히 아까 적운상과 마주하며 그가 내지른 이야기를 들은 이백 명의 사람들은 더욱이 그랬다. 자신보다 사부를 더 생각하고 사형제들을 위한다. 게다가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있지 않은가?

그런 그들을 버리고 호천마궁의 대주가 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주양악이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한 행동으로 인해 적운상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백수연도 한몫했다. 세상천지에 그런 미녀를 나 몰라라 할 강심장을 가진 사내가 있을 리가 없었다.

“사부님.”

“그래. 어서 오너라. 고생했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사부님이 고초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허, 고초는 무슨……. 우매한 자들의 시기심과 질투심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임옥군이 그렇게 말하면서 몇몇 사람들과 시선을 맞췄다. 그들은 정도련의 중요인사들로 이번에 적운상이 호천마궁의 대주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자 제일 먼저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던 자들이었다. 임옥군의 의미심장한 시선에 그들은 재빨리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피했다.

“따로 또 할 말이 있소?”

임옥군이 그들을 보며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임옥군은 가볍게 혀를 한 번 차면서 적운상에게 말했다.

“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자꾸나.”

“네, 사부님.”

적운상이 임옥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형산파의 제자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우화린이 슬쩍 그들 틈에 끼어서 같이 들어갔다.

* * *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자 문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우화린에게로 시선이 모였다. 누군데 따라 들어왔냐는 질책의 시선이었다.

특히 주양악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적운상이 바람 피워서 데려온 여자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화린은 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도움을 바라는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동료입니다.”

적운상이 하는 말에 주양악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동료? 사형한테 동료가 어디 있어? 솔직히 말해!”

다그치는 주양악의 얼굴을 적운상이 손으로 밀어냈다.

“침 튄다.”

“지금 그게 문제야?”

“흥분하지 말고 자리에 앉자. 지금부터 설명해 줄 테니까.”

적운상의 타이르는 듯한 말투에 주양악이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며 자리에 앉았다.

“정도련의 련주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부님.”

“아니다. 축하는 무슨…….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구나. 하아…….”

“어째서 한숨을 쉬십니까?”

“예전에는 형산파를 다시 일으켜서 세상에 명성을 알리는 것을 밤낮으로 바랐건만, 막상 이리 알려지니 좋지만은 않구나. 이래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다고들 하는 게지.”

“아닙니다, 사부님. 사부님은 지금까지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초사영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임옥군은 고개를 저었다.

“당금의 무림이 이리 흘러갈 줄 누가 알았겠느냐? 큰 조직에 속해 직위를 얻으면 그만큼의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나는 그것이 싫구나. 내게는 너희들이 전부다. 너희들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아무래도 나는 야심가는 아닌가 보다.”

말을 마친 임옥군이 허탈한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제자들은 그런 임옥군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그가 얼마나 자신들을 사랑하고 아끼는지가 진심으로 와 닿았다.

“사부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저희는 몸이 가루가 된다 해도 형산파와 사부님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초사영이 결의를 내보이며 말하자 박노엽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사부님. 그동안 사부님에게 받은 은혜를 생각한다면 죽는다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마음을 굳건히 가지십시오.”

“적 사형도 왔잖아요. 이제 무서울 게 뭐가 있어요?”

“사부님.”

“허허. 오냐. 그래 알았다. 알았어.”

임옥군은 모두를 다독이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핏덩이를 데려왔던 것이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이리 모두들 컸는지 세월이 참 유수와 같았다.

마음이 자꾸 약해지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늙었음이다. 늙으면 젊었을 때의 패기가 사라지고 계산적이 되기 때문에 겁이 많아진다.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을 두려워한다.

제자들이 다칠 것을 염려하기보다는 더 크게 성장하고 적운상처럼 명성을 떨치기를 바라야 했다. 그것이 결국 형산의 명성을 높이는 일이지 않던가?

“운상아.”

“네, 사부님.”

“이제 네 이야기를 좀 해보아라.”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까지는 모른 척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라. 가지 않으면 베겠다.”

누구를 향해 말하는 걸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면서 방금 나온 전각의 지붕을 쳐다봤다.

“마지막 경고다. 가라.”

적운상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누군가 모습을 보였다. 방금까지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건만 소리 하나 없이 나타났다. 그는 조비의 명령으로 지금까지 적운상을 미행해 왔던 사람이었다.

“본궁에 대한 적대행위로 생각해도 되겠소?”

“그랬다면 넌 지금 살아 있지 못했다.”

적운상이 싸늘하게 내뱉는 말에 그는 오싹함을 느끼며 몸을 한 차례 떨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지금 적운상과의 거리는 삼 장 정도였다. 적운상이 날아올라 여기에 도착할 시간이면 그는 오 장 이상을 벗어나 있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감추면 그만이었다. 적운상은 절대로 찾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겁을 먹고 있단 말인가?

그게 안 될 것 같아서였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적운상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자신이 없었다. 그 전에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보고를 하면 판단은 위에서 한다. 굳이 그가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난 보고 들은 그대로 보고를 할 것이오.”

그 말을 남겨놓고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바람에 촛불이 꺼지듯이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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