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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4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4화

244화. 산동으로 (4)

 

“아는 거 다 말해. 그럼 살려준다.”

“내, 내가 말할 것 같…….”

후우우우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적운상이 태룡도를 한 번 휘두르자 매서운 칼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들었다.

“히익!”

사내는 몸을 움츠리다가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 뻔했다.

“난 두 번 말하지 않아. 이야기를 들을 놈은 너 말고도 많다.”

“무림맹에서 산동세가를 돕고 있습니다.”

“무림맹? 처음 듣는데.”

“무, 무림대회에 참여했던 문파들이 손을 잡고 호천마궁을 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 이곳에 온 사람들은 누구냐?”

“정도련 사람들입니다.”

“정도련?”

적운상이 되묻자 그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군소문파들이 형산파를 중심으로 모인 겁니다.”

적운상이 미간을 좁히며 살짝 인상을 썼다. 호천마궁에 있는 동안 밖의 일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무림맹도 그렇고 정도련이라니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였다.

“정도련도 무림맹에 속해 있는 거냐?”

“그렇습니다. 군소문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뭉친 겁니다.”

“형산파도 여기에 와 있나?”

“그렇습니다.”

“정보 고맙다.”

적운상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등으로 그를 후려쳤다.

땅!

“커헉!”

그가 벽까지 날아가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적운상은 태룡도를 집어넣었다.

조황인이 왜 이번 일을 맡겼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자신을 떠보려는 것이다. 여기서 형산파를 살리기 위해 움직이면 가차 없이 자신을 죽이려 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사부와 사형제들에게 칼을 겨눌 수도 없었다. 무림맹을 적대시하는 것도 안 된다. 자칫 그로 인해 형산파에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적운상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노파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노파를 지나치던 적운상은 갑자기 몸을 돌려서 좌측 장을 쭉 뻗어냈다.

퍼엉!

“끄아악!”

노파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런 노파의 손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들려 있었다.

“네놈…….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걱정 마시오. 살아서 나갈 거니까.”

적운상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주위가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골목은 물론이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의 지붕 위까지 완전히 차단한 채 몇 겹으로 포위를 한 상태였다.

적운상은 무표정하니 우화린부터 찾았다. 그녀는 앞쪽 골목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네놈은 이제 죽은 몸이다. 순순히 항복해라. 그럼 자비를 베풀어서 당장에 죽이지는 않겠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크게 소리쳤다. 적운상은 그가 뭐라 하건 상관하지 않고 그들 틈에 형산파 사람들이 있는지를 찾았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달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이라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놈! 내 말이 들리지가 않느냐? 당장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할 것이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소.”

적운상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서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같은 깊은 공력에 사람들이 잠시 흠칫했지만 금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백 명이 넘었다.

그가 호천마궁의 대주라고는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람 수만 믿고 모두들 어깨에 힘을 주고 있었다. 적운상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닥쳐라! 무슨 오해란 말이냐? 네가 호천마궁의 대주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게 오해란 말이오. 나는 형산파의 적운상이오.”

적운상은 떳떳하게 자신을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저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다가는 형산파가 그 책임을 져야 했다.

“뭐라?”

방금까지 잡아먹을 듯이 소리치던 노인이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적운상을 봤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소림사의 무림대회에서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럼 그 소문이 정말이었구나! 설마 하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겼거늘!”

“그를 살려둘 이유가 없소. 당장에 죽여 버립시다.”

“옳소! 아무리 무적일검이라고 해도 호천마궁에 빌붙은 자요. 절대로 살려서 보내면 안 됩니다.”

여기저기서 소리치는 것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인상을 팍 썼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저들에게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곧 누구 짓인지 짐작이 갔다. 조황인이 분명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붙잡아두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제대로 한 방 먹었군.’

적운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화린이 걸렸다. 이에 그녀를 보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버리고 가란 뜻이었다.

그런 우회린을 보자 적운상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심정으로 태룡도를 뽑아서 허공에 대고 휘둘렀다. 그러자 태룡도가 울음을 토해냈다.

후우우우우웅! 웅웅! 웅웅!

“헉! 검명(劒鳴)이다.”

“조심해라! 놈이 칼을 뽑았다!”

“우리에게 덤비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면서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그랬지만 정작 나서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적운상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들 똑똑히 눈으로 확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단하다던 소림, 무당, 화산에서 알아주는 고수들이 모두 그에게 패했다. 그들에 비하면 자신들은 이름조차 내밀 수 없는 하수들이었다. 게다가 지금 칼이 울고 있지 않은가?

저런 건 그들로서는 꿈에서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경지였다.

“분명 뭔가 오해가 있다고 했소! 하지만 믿지를 않고 나를 핍박하려 드니 나도 더 이상 참지 않겠소! 칼로 증명해 보이겠다면 누구든지 나서시오!”

적운상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주위를 압도했다. 동시에 뭔가 뜨거운 것이 화악 번져 나갔다. 적운상의 투지였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그 같은 적운상의 기세에 숨이 턱하니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들을 한차례 쓸어본 적운상이 다시 크게 소리쳤다.

“나는 형산파의 적운상이오! 하늘과 같은 사부님이 그곳에 있고, 피를 나눈 형제자매와 같은 사형제들이 그곳에 있소. 나보고 지금 그들을 배신했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으면 앞으로 나서시오. 나를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들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소! 내 몸이 가루가 된다 해도 당신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오!”

적운상의 당당한 모습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

“묻겠소! 내가 호천마궁의 대주라는 증거를 대시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내게 이리 대하고 있다면 당신들은 모두 속고 있는 거요!”

“음…….”

여기저기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러다가 곧 크게 번져가기 시작했다.

“맞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 어르신?”

“해명을 해주십시오.”

“무적일검이 그럴 리가 없소!”

“아무렴!”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당당할 수가 없지.”

사람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아까까지만 해도 적운상에게 큰소리를 땅땅 치던 노인의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했다.

“잠시들 진정하시오! 진정들 하시오!”

노인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다가 적운상을 봤다.

“생각해 보니 조금 성급했던 것 같네. 나도 위에서 전해 받은 정보라 그 진위여부는 정확히 모르네. 하지만 무작정 잘못됐다고도 할 수는 없으니 일단 같이 가는 것이 어떻겠나?”

“형산파의 한 사람으로서 대우해 준다면 가겠소.”

“음……. 그렇게 하겠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잠시 그러는 것뿐임을 명심하게. 그러니 가서 진위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되네.”

“알겠소. 저 여자도 놓아주시오.”

“음……. 놓아줘라.”

우화린을 잡고 있던 자들이 그녀를 놓아줬다. 그러자 우화린이 적운상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왔다.

“괜찮나?”

“네. 괜찮기는 하지만…….”

우화린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산동의 지부가 무너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들이 저렇게 대규모로 나섰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가자, 우 매.”

“네? 네. 오, 오라버니.”

눈치 빠른 우화린이 적운상이 부르는 호칭에 금방 제대로 대답을 했다. 그러고는 적운상과 함께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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