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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4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3화

243화. 산동으로 (3)

 

방성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적운상은 허망한 듯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화린이었다.

“대주님…….”

“하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왔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랬어요.”

“정식 비무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의 사부도 죽였다.”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적운상을 보면서 우화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적운상과 같이 지낸 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후우…….”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내쉰 적운상이 아까 방성이 던져놓은 책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걸 주워 들고 멍하니 보다가 금안뇌정신공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직!

“아! 대주님! 안 돼요!”

우화린이 놀라서 다급하니 적운상을 말렸다. 하지만 책은 이미 적운상의 뇌기에 의해서 새까맣게 그을려버린 후였다.

“도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그 아까운 걸…….”

그녀는 아까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모두 들었기 때문에 그 책자의 값어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적운상이 미련 없이 태워버리자 아까운 마음에 속이 다 답답했다.

“이건 그의 것이다. 그가 이루지 못했으니 태워버리는 것이 나아.”

“하지만 그는 대주님한테 맡겼잖아요. 대주님이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란 거잖아요!”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적운상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러자 우화린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뒤를 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웠지만 이미 저렇게 되어버린 걸 어떻게 하겠는가?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잠시 후에 하나의 인영이 소리 없이 스르륵 나타났다. 그는 적운상이 태워버린 책자를 보고 혀를 찼다. 도대체 얼마나 강심장이기에 저 책자를 태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조황인의 그림자 중 한 명이었다. 조황인의 명으로 그동안 계속 적운상을 감시해왔었다. 그러면서 참 난놈이란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절대로 저 책자를 태우지 않았을 것이다.

“쯧쯧…….”

속에서 울화통이 터지는 걸 간신히 누르면서 적운상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잠시 후, 또 한 명의 인영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진녕공주가 적운상의 신분을 알아보라고 붙인 그 거지였다.

그도 그 책자가 아까웠는지 새까맣게 된 책자를 조심조심 살펴봤다. 하지만 한 글자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크윽……. 젠장!”

며칠 전에는 십오 일 만에 그 먼 거리를 돌파하느라 사람 피를 말리더니 이제는 이런 식으로 속이 터지게 만든다. 그는 이대로 진녕공주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적운상의 신분은 며칠 전에 이미 알아냈다. 호천마궁 십대의 대주. 무적일검 적운상.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임무종료인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따라다니고 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여기서 더 머뭇거리다가는 적운상을 놓칠 수도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다 타버린 책을 발로 차버린 그가 적운상이 간 곳으로 몸을 날렸다.

위에서 그러는 동안 절벽 아래에서는 방성이 도옥평의 도움으로 내상을 치료하고 있었다. 애초에 적운상과 말이 오고간 상태였고, 방성은 이곳으로 와서 도옥평을 미리 절벽 아래에 대기시켰었다.

다행히 적운상은 눈치가 빨라서 방성이 원하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래서 마지막에 절벽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마염견과 우형승의 대화를 기록했다는 그 책자에는 사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우형승은 마염견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책자가 있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죽음을 호천마궁에서 완전히 믿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적운상을 따라다니는 호천마궁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그를 속이고자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책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 적운상은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눈치채리라 여겼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걸 보지도 않고 태워버렸다. 마염견이 우형승과 만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마염견이 우형승을 만났다면 비무에서 패한 것은 마염견이 아니라 적운상이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심검의 경지에 머물러 있던 마염견이 우형승을 만나고도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혹여 심검 이상의 경지가 없다고 해도 적운상보다는 강해야 정상이었다.

“좀 어때요, 사형?”

“후욱…….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가 잘 해낼까요?”

“그럴 거다. 사문의 존망(存亡)이 달려 있으니까.”

“남예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방성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다.”

“무슨 바람이 분 거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며칠 뒤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그때 직접 물어보십시오.”

“그래야겠다. 후우……. 잠시 쉬고 싶다.”

“네, 사형.”

방성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방금 전 적운상과 싸우던 것이 생각났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사부인 마염견이 왜 패했는지 납득이 갈 정도였다. 그리고 무림대회 때 봤을 때와는 또 달랐다. 그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정말 어디까지 강해질지 끝을 알 수가 없었다.

* * *

 

깊은 밤, 달도 뜨지 않아 주위가 굉장히 어두웠다. 그 어둠을 뚫고 두 명이 날랜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적운상과 우화린이었다. 우화린은 앞장서서 호천마궁의 지부로 적운상을 안내하고 있었다.

“여기예요.”

우화린이 앞에 있는 텅 빈 장원을 가리켰다. 적운상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꽤나 싸움이 치열했었는지 건물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적운상이 중앙에 있는 커다란 전각으로 들어갔다.

“아직 안 왔나 봐요.”

“기다리지.”

적운상의 말에 우화린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으로 갔다. 밖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적운상은 바닥에 뒹구는 의자를 바로 세워 거기에 앉았다.

잠시 후, 누군가 지붕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문에 기대 밖을 경계하던 우화린이 재빨리 칼을 뽑으려고 했다.

“기다리시오.”

“누구냐?”

“곽이라고 합니다. 본궁에서 오신 겁니까?”

“그렇다.”

“대주님이 직접 왔다고 들었습니다.”

“저쪽에 계신다.”

우화린이 사내를 안내해서 적운상에게로 갔다. 그러자 그가 적운상의 박력에 움찔 몸을 한 번 떨었다.

“저, 저기…….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대주패를 보여주시면…….”

“죽고 싶으냐?”

우화린이 살기를 뿜어대며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휘두를 것 같이 말했다. 그러자 그가 잔뜩 겁을 먹고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저는 다만 확실히 하려고…….”

“그만. 대주패는 여기 있다.”

적운상이 품에서 대주패를 보여주자 사내가 그걸 유심히 살펴보다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나?”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가자.”

적운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내가 재빨리 앞장섰다. 사내는 굽이치는 어두운 골목길을 빠르게 걸어갔다. 외곽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지저분했고,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이쪽입니다.”

사내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던 노파가 그를 봤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노파를 지나쳐 가 탁자를 옆으로 밀어내고 바닥에 있는 문을 들어 올렸다.

적운상과 우화린은 그가 들어간 곳으로 뒤를 따라갔다. 밑은 굉장히 어두웠다. 하지만 곧 앞에 불빛이 보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막혀 있는 방 안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사내를 따라온 적운상을 보자 눈을 빛내면서 예의를 갖췄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제일 직위가 높은 사람이 누구냐?”

“문주님 일가는 모두 죽었습니다. 그래서 총관인 제가 이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구 총관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구 총관이란 사내는 덩치가 굉장히 크고 서글서글하니 생긴 인상이었다. 첫 대면인데도 그런 점에 호감이 갔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던 적운상의 눈에 황금색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구 총관이 비명을 질렀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악!”

“헛!”

“무슨 짓입니까?”

사내 하나가 놀라서 소리치다가 살기가 번뜩이는 적운상의 눈을 보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젠장! 눈치챘다!”

“쳐라!”

방 안에 있던 사내들이 일제히 숨겨둔 무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적운상이 구 총관의 뒷목을 잡고 방패삼아 몸을 가리자 섣불리 휘두르지 못했다.

“그를 놔줘라.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

우화린을 붙잡고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사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적운상이 코웃음을 쳤다.

“그냥 죽여라.”

“뭐?”

사내가 황당함에 되묻는 찰나 적운상이 잡고 있던 구 총관을 그에게 밀었다. 그러자 그가 당황하면서 얼결에 우화린을 놓고 구 총관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때 적운상이 구 총관보다 앞서서 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벽에 박아버렸다.

쾅!

“커헉!”

“뛰어!”

적운상이 소리치자 우화린이 왔던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던 자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적운상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통로가 좁아서 옆에 있는 동료가 다칠세라 함부로 무기를 휘두르지 못했다.

그러나 적운상은 아니었다. 태룡도를 뽑아 들자마자 그들을 한 명씩 후려쳐서 날렸다. 적운상은 그들이 정파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켰다.

순식간에 십여 명이 모두 쓰러지고 적운상과 우화린을 이곳까지 안내한 곽이라는 사내만 남았다. 그는 몸을 벌벌 떨면서 적운상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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