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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4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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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2화

242화. 산동으로 (2)

 

제남 외곽으로 빠진 방성은 거기에 있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적운상은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여기서 하지.”

방성이 절벽이 있는 곳에서 멈춰 서서 몸을 돌렸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인상을 살짝 썼다.

“떨어져 죽기를 바라나?”

“너를 꺾지 못하면 그럴 생각이다.”

“좋군.”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우화린을 봤다.

“뒤로 물러나 있어.”

“네.”

우화린이 뒤로 물러나는 걸 확인한 적운상이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방성도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어디까지 올랐나?”

적운상이 묻는 말에 방성은 순순히 대답했다.

“심검의 초입까지 올랐다.”

“그렇군.”

적운상이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우화린은 경악을 했다. 심검이라니. 지금 두 사람이 한 말이 정말 심검이 맞단 말인가?

우화린이 알고 있는 건 신검합일의 경지까지였다. 그 위에 심검이라는 경지가 있다는 걸 듣기는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만도 놀라운데 이어지는 두 사람의 말은 우화린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심검보다 더 높은 경지를 생각해 본 적 있나?”

적운상이 묻는 말에 방성은 눈을 감고 뭔가를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검성(劍星) 우형승을 아나?”

왜 모를까? 우형승은 한 지역이 아니라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고수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무극검문(無極劒門)이라는 이름 없는 삼류문파 출신으로 나이 서른에 천하를 상대로 비무행을 한다. 그리고 무패의 전설을 남겼다. 무림에 명성이 쟁쟁한 문파와 세가들까지 두루두루 돌며 비무를 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와 겨뤘지만, 그는 항상 이겼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은 비무를 했는데도 다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가 누구건 압도적으로 이겼기 때문이다.

세인들은 그를 천하제일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검으로는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까지 올랐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검을 논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바로 검성이라 불리는 우형승이었다.

적운상이 아는 벽로검객 왕대곡도 천하에 명성이 자자했던 사람이었지만 우형승에 비하면 한참이나 아래였다. 그러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가 사부님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적운상의 눈빛이 바뀌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방성의 사부인 마염견은 오래전에 이미 심검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우형승이라면 이미 심검의 경지를 넘어섰을 수도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사부님은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딱 한 차례 그와 검을 섞었지.”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가 됐다. 자신이라 해도 우형승 같은 사람이 앞에 있다면 목을 걸고라도 한 번 겨루고 싶었다. 마염견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돌아갔고 사부님은 한 달 동안 폐관수련을 하셨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걸 지켜봤다. 그리고 최대한 기억을 살려 적어놓았지.”

방성이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책자를 하나 꺼냈다.

“우형승과 사부님이 나눈 대화가 여기에 모두 적혀 있다.”

적운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방성의 손에 있는 책자로 향했다. 방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 책자는 그 어떤 무공비급보다 귀한 것이었다.

물론, 경지가 얕은 사람들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었지만 심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황금을 궤짝으로 실어 온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만큼 값어치가 있었다.

방성이 그 책자를 한쪽에 던져놓았다.

“무슨 뜻이냐?”

“보다시피. 나를 이기면 저 책자는 네 것이다. 하지만 지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는 이유가 뭐지?”

“아쉽게도 나는 저기에 적혀 있는 대화에서 그 어떤 것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너라면 다를지도 모르지. 혹여 내가 패해서 죽으면 저 책자도 그대로 사장되고 만다.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얼핏 알 것도 같았다. 방성은 저 책자의 값어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비록 적일망정 그 값어치를 아는 사람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자신은 가보지 못한 경지를 적운상이 저 책을 통해서 올라선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일이었다. 방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사부인 마염견이 적운상에게 꺾였기 때문이다.

“시작하지.”

방성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태산을 압도할 정도의 기세가 사방을 내리눌렀다.

적운상이 그런 방성의 기세에 맞서기 위해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눈에 황금색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쳤다. 멀리 떨어져서 그걸 보고 있는 우화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팽팽한 긴장감이 그녀에게까지 전해지는 바람에 그들과 똑같이 바짝 긴장을 한 것이다.

“흠!”

짧게 기합을 내뱉으면서 먼저 움직인 건 적운상이었다.

후우우우웅!

태룡도가 바람을 일으키며 방성의 허리를 베어갔다. 방성은 그걸 피하지 않고 힘껏 맞받아쳤다.

따앙!

“큭!”

힘에서는 적운상이 조금 위였다. 방성은 적운상의 태룡도를 막아낸 상태 그대로 칼을 위로 쳐올렸다. 적운상이 옆으로 재빨리 피하자 쳐올리던 칼을 급격히 꺾었다.

쉬이이이익!

적운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제때에 머리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타핫!”

방성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칼이 폭풍처럼 휘몰아쳐왔다. 적운상은 그의 칼을 정신없이 쳐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따다다다다다다땅!

“크윽!”

방성은 지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었기 때문에 매 초식이 굉장히 무거웠다. 한 번씩 막아내는 적운상의 손이 찌르르 하니 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무리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주 잠시지만 연속공격의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방어만 하던 적운상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시작했다.

후우우웅! 파지지직!

적운상의 태룡도가 바람을 일으키고 뇌기를 뿌려댔다. 방성은 한 번 수세로 몰리자 다시 공세로 전환할 수가 없었다. 적운상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그가 피하는 모든 방향을 염두에 두고 태룡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방성은 어쩔 수 없이 적운상의 공격을 모두 맞받아쳐야만 했다.

이에 방금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됐다. 적운상이 폭풍과 같이 몰아쳐갔고, 방성은 방어를 하기에 급급했다.

“크윽!”

방성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리도 차이가 날 줄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사부인 마염견이 적운상에 의해 패하고 죽은 후로 방성은 피나는 수련을 해왔었다. 그랬기에 무상지검의 경지에서 심검의 경지에 다가갈 수가 있었다. 완전히 넘어선 것은 아니었지만 사부가 패했듯이 그렇게 패하지는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겨뤄보니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적운상은 그때와 달랐다. 그리고 얼마 전 무림대회 때 봤을 때하고는 또 달랐다. 적운상은 계속 진보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그 끝이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적운상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는가 싶더니 다시 앞으로 쏘아져 나오면서 태룡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였다.

후우우우웅!

칼바람이 매섭게 일었다. 방성은 저 베기를 몇 번이나 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뒀다.

쉬이이이익!

횡으로 베어오는 적운상의 태룡도를 방성이 수직으로 내려쳤다. 도의 옆면을 쳐서 떨어트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방성의 칼은 허공을 베었다. 믿을 수 없게도 적운상은 그 같은 베기를 하다가 중간에 칼을 멈춰버렸다. 그 바람에 방성의 칼이 허공을 벤 것이다.

방성의 눈이 커다래졌다. 지금 같은 경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려친 동작이 컸다. 작은 동작으로는 적운상의 베기를 떨어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작이 크면 허점도 그만큼 큰 법이었다. 지금 방성은 온몸에 허점을 노출시킨 상태였다. 적운상의 한순간에 다가오면서 가슴에 묵직한 충격이 일었다.

쾅!

“커헉!”

방성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적운상이 날아가는 방성에게 바짝 접근하면서 다시 한 번 일장을 후려쳤다.

방성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있는 힘껏 좌측 장을 쭉 뻗어서 적운상의 장을 쳤다.

콰앙!

“크학!”

뒤로 날아가던 방성의 몸에 가속도가 붙어서 확 튕겨나갔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놀라서 재빨리 손을 뻗었다. 튕겨진 방성이 절벽 밖에까지 날아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성은 적운상이 다시 공격하려는 줄 알고 오히려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 발밑에 보이는 까마득한 절벽을 보고 하얗게 얼굴이 질렸다.

“안 돼!”

적운상이 소리쳤지만 늦고 말았다. 방성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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