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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3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34화

234화. 평범하지 않은 여자 (3)

 

“푸하하하! 자, 마셔라.”

이마대는 객잔이 떠나가라 소리치면서 적운상에게 술을 권했다. 다른 탁자에 있던 사람들이 이쪽을 봤지만 뭐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도 흥에 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삼층에서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항주의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술을 마시면서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형님.”

“왜 그러느냐, 아우야?”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오오, 그래. 한번 해봐라. 여자에 관한 거냐?”

“하하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런 경치를 보며 술을 마시는데 여자가 빠질 수가 없죠.”

“하하하. 맞다. 맞아. 좋아.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내가 오늘 밤 항아루(姮娥樓)의 최고 기녀인 항아를 품게 해주마.”

항주는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했다. 항주의 뛰어난 경치를 즐기고자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접대하는 객잔이나 술집, 그리고 기루가 성행을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다른 지역에 비해 급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항아루는 항주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기루였다. 하룻밤 묵는 데만 해도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그런데 그곳의 기녀들 중 최고라는 꽃 중의 꽃, 항아의 시중을 받으려면 엄청난 돈과 함께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했다.

그걸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기에 다른 탁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마대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항아루의 항아를 본 사내치고 그녀를 한 번 품어볼 생각을 안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돈이 없고, 힘이 없어서 애만 삭이는 사내들이 수두룩했기에, 이마대가 저렇게 당당하게 소리치는 마음에 동감했던 것이다.

“그럼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형님보다 더 추하게 생긴 사내가 있었습니다.”

“뭐야? 나보다 더 못생겼어? 그럼 그게 인간이냐?”

이마대는 적운상을 동생으로 삼고 난 이후부터는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 아침나절에 저런 말을 했다면 아마 당장에 칼을 뽑아 들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튼 그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선녀 같은 예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이마대는 적운상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당연히 전전긍긍 마음만 앓았죠. 그 얼굴에 어떻게 그렇게 예쁜 여자와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루는 웬 스님이 그 사람 집에 탁발을 하러 왔다가 사연을 듣게 됐죠.”

적운상이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옆의 탁자에 있던 사람들도 은근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왠지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방금 이마대가 항아를 안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지금 적운상이 이야기하는 추남이 그들이고 그가 마음에 품고 있다는 예쁜 여자는 항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 스님은 사실 수십 년 동안 수행을 한 아주 뛰어난 고승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얼굴은 추하지만 마음은 따뜻해 보이는 그에게 방법을 일러줬습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적운상은 다시 뜸을 들이기 위해 술잔을 비웠다. 그러자 바로 옆의 탁자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내가 답답한 듯이 끼어들었다.

“거참,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보시오. 그래, 그 방법이 뭐요?”

초면에 그러는 것은 실례였지만 적운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물었다.

“궁금하오?”

“궁금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오. 아, 정말……. 좋소. 내가 술 한 잔 따라주리다. 그러니 어서 이야기를 계속해 보시오.”

그가 적운상의 빈 술잔을 채워주면서 재촉을 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살짝 고개를 숙인 후에 말했다.

“고맙소.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겠소.”

이마대도 관심이 가는지 입을 꾹 다물고 적운상을 쳐다봤다.

“그 노승이 알려준 방법은 이렇습니다. 매일 밤 유시초(酉時初)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의 집에 찾아가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오라고 시켰습니다. 딱 일 년만 그렇게 하면 그녀를 부인으로 얻을 수 있을 거라고요.”

“허……. 그게 말이 되오? 그냥 가서 인사만 하는데 어떻게 그녀를 얻을 수 있단 말이오?”

“그렇다. 나도 못 믿겠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과 이마대가 부정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내도 그런 방법으로 과연 그녀를 아내로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죠.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매일 찾아가서 그냥 인사만 하고 오는 건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노승이 말한 대로 일 년 동안 비가 눈이 오나 그렇게 했죠.”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당연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 년을 채웠는데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사내는 노승을 원망하면서 다시는 여자의 집에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이마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여자가 집으로 찾아온 겁니다.”

“뭐?”

“그거 좀 말이 안 되지 않소? 그녀가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이오?”

“하하하. 그게 다 이유가 있었소. 처음에 사내가 집으로 찾아와서 잘 자라는 인사를 했을 때 여인은 황당했습니다. 생긴 것도 추해서 보고 싶지도 않았죠. 그런데 날마다 그 시간이 찾아와서 똑같은 말을 하니 이제는 귀찮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욕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는데, 사내는 포기를 모르고 계속 찾아오는 겁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여자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 먹은 거지요. 그렇게 일 년이 지났고, 좌절한 사내는 여자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만날 그 시간에 오던 사내가 안 오니까 여자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우습게도 매일 듣던 잘 자라는 인사를 듣지 않으니까 밤에 잠이 오지 않았던 겁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사내가 오지 않자 여자는 자신이 그 사내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참지 못하고 그 사내를 찾아간 겁니다.”

“캬아……. 그렇구만!”

“든 자리는 표가 나지 않지만 떠난 자리는 크게 느껴지는 법이지.”

“그래서 두 사람이 이어진 거요?”

“그렇소. 그 사내의 외모가 추하기는 했지만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요. 게다가 사내의 잘 자라는 말을 듣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겠소?”

“하하하하. 그것 참…….”

“좋구나! 좋아!”

여기저기서 즐거워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모두들 그런 기발한 방법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재미가 더했다.

“음…….”

아까까지만 해도 술기운에 흥겨워하며 소리를 치던 이마대는 적운상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입을 딱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이마대를 보면서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객잔 구석에 앉아 있는 사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잠시 뒷간에 좀 갔다 오겠습니다.”

“어? 그래. 그래라.”

적운상은 일층으로 내려와 후원에 있는 뒷간으로 향했다. 그러자 구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슬쩍 뒤에 따라붙었다.

그때 객잔에서 후원으로 이어진 문을 지나치는 순간 적운상이 사라지자 그가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오랜만이군.”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알고 있었나?”

팔짱을 끼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적운상을 향해 그렇게 말하는 사내는 마염견의 대제자인 방성이었다.

“아까 같이 있던 자는 호천마궁의 이마대 아닌가?”

방성이 묻는 말에 적운상이 그를 보며 대답했다.

“맞네.”

“그자는 흉포한 놈이야.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자네가 걱정해주지 않아도 그러고 있네.”

“듣자니 호천마궁의 대주가 된다던데……. 사실인가?”

“사실이야.”

“포기한 건가?”

방성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적운상의 대답여하에 따라 그는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했다. 적운상이 호천마궁의 개가 된다면 칼을 뽑아야 했다. 그가 호천마궁에 맞서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앞일을 의논해야 했다.

“말해. 호천마궁의 개가 되기로 한 거냐?”

“전에 죽여 달라고 했던가?”

적운상이 묻는 말에 방성이 눈을 빛냈다. 무림대회 때 방성은 적운상에게 손을 잡고 함께 호천마궁을 치자고 제의했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었다.

물론 진짜로 죽을 생각은 없었다. 죽음으로 위장하고 호천마궁의 감시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런 후에 역으로 호천마궁에 대해서 파헤치려고 했었다. 적운상이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죽여주지.”

그걸로 대답이 되었다. 방성은 적운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면서 짙은 살기를 뿌렸다. 적운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을 듯이 기세를 일으켰다.

그때 술 취한 사람 두 명이 떠들썩하게 이쪽으로 오자 방성과 적운상은 순식간에 살기를 거뒀다.

“엉? 뭐야? 왜 막고 있는 거야?”

“비켜라.”

두 사람은 술에 취해서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방성과 적운상을 향해 소리치면서 뒷간으로 향했다.

“장소가 좋지 않군. 다시 찾아오지.”

“그 전에 내가 찾아가마.”

“흥!”

방성이 코웃음을 치면서 조용히 밖으로 나가다가 적운상을 힐끔 쳐다봤다. 두 사람은 아주 잠시지만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방성이 가고 나자 적운상이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서 물었다.

“언제까지 보고 있을 겁니까?”

“뭐야? 알고 있었냐?”

이층의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있던 이마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 적운상이 방성의 물음에 돌려서 대답한 이유가 바로 이마대 때문이었다. 눈치 빠른 방성이 그걸 알아채고 일부러 살기를 보였고, 적운상이 거기에 맞섰다.

두 사람의 대화를 중간부터 들은 이마대는 당연히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놈은 누구냐?”

“형님이 신경 쓸 자가 아닙니다.”

“듣자니 서로 원한이 있는 것 같은데, 말만 해라. 내가 당장에 가서 죽여줄 테니까.”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 일을 형님에게 떠넘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알았다. 자, 가자. 가서 마저 마셔야지.”

“그러죠.”

적운상이 이마대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손님들에게 구걸을 하다가 점소이에게 혼나고 있는 거지를 봤다. 그 거지는 아주 잠시지만 적운상과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드, 들켰나?’

거지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적운상은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행이군.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던 거지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아주 잠시 마주쳤던 적운상의 시선에는 다 알고 있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는 건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제길!’

거지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들켰지만 저쪽에서 모른 척을 하고 있으니 끝까지 따라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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