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2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28화
228화. 격돌! (3)
“후우…….”
휘영청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임옥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심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계속 열리고 있는 회의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심하게 고민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이 야밤에 잠도 안 자고 나와서 이러고 있었다.
소림사와 무당파는 호천마궁에 대해서 세세히는 몰라도 대략적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 대비도 해왔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호천마궁에 맞서기에는 무리였다. 이번에 소림사에서 무림대회를 연 것도 그래서였다.
임옥군은 처음에 호천마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림사의 방장인 구지선사와 무당파의 장문인인 일영진인이 그동안 강호에서 벌어진 일들을 연관 지어서 이야기하자 안 믿을 수가 없었다.
일영진인이 한 이야기 중에는 혈마사와 금마도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 두 곳이 호천마궁의 하부조직이거나 크게 연관이 있을 거라고 했다.
호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은 항상 호천마궁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것은 임옥군뿐만이 아니었다. 문주들 모두가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지를 못했다.
소림사와 무당파는 그렇게 호천마궁의 존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문주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그들을 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문주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중소문파들은 지금껏 호천마궁의 그런 행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었다. 이제야 알고 화는 내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건 대문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에 불과했다.
호천마궁이 관여를 하건 안 하건 그들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이제 와서 호천마궁 같은 거대세력을 적으로 돌리기에는 힘도 없었고, 배짱도 약했다.
소림사와 무당파까지 쥐고 흔드는데 자신들은 어떻겠는가?
풍전등화(風前燈火)!
말 그대로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신세가 아닌가? 그러니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지 말고 그냥 이대로 모른 척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비해 대문파들은 호천마궁을 단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들은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 살아간다. 호천마궁에게 지금껏 아무것도 모른 체 조종당해왔다는 것에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다. 호천마궁에 대해서 몰랐다면 모르지만, 이미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임옥군은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중소문파들을 따를지, 아니면 대문파들을 따를지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소림사의 방장인 구지선사와 무당파의 장문인인 일영진인이 조용히 찾아왔다.
“허허. 이렇게 다시 자리가 만들어지는구려.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소.”
일영진인이 소림사의 정문에서 한 번 봤던 일을 꺼내면서 친한 척을 하자 임옥군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한 번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두 분 모두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임옥군이 자리를 권하자 임영진인과 구지선사가 자리에 앉았다.
“적 소협은 어디를 간 모양입니다.”
구지선사가 묻는 말에 임옥군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이들이 적운상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이 있어서 먼저 보냈습니다. 두 분이 올 줄 알았으면 잡아둘 걸 그랬습니다.”
“아닙니다. 허허. 보이지가 않기에 한번 물어봤을 뿐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후후. 오늘 우리가 이렇게 온 것은 임 장문인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온 것이오.”
“저와… 말입니까?”
“그렇소.”
임옥군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상의라니? 저 두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상의를 한단 말인가?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이 넘쳐날 텐데.
“무슨 일로 그러는 겁니까?”
“하하. 나쁜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오히려 임 장문인에게 도움이 될 일이라오.”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부족하지만 경청하겠습니다.”
“음, 우선 임 장문인의 생각부터 알고 싶구려. 임 장문인은 호천마궁을 어찌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일영진인이 대놓고 묻자 임옥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저런 걸 묻는지 이유를 몰라서였다.
“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려.”
일영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구지선사를 봤다. 그러자 구지선사가 인자한 웃음을 띠면서 임옥군에게 말했다.
“임 장문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 소협이 호북까지 가서 혈마사에 철퇴를 내린 일은 이미 모든 강호인들이 알고 있습니다. 호천마궁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임 장문인은 고민을 하면 안 됩니다. 적 소협 같은 인재가 죽도록 그대로 놔두시렵니까?”
“그건…….”
구지선사의 말을 듣자 임옥군은 자신이 형산파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적운상은 호천마궁에 간 이후로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임 장문인,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호천마궁은 있어서는 안 될 악(惡)입니다. 그들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십시오.”
“제가 돕는다 해도 미력할 뿐입니다. 어찌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중소문파의 문주들은 당장의 안위를 걱정하며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음……. 혜안이 있으시면 일러주십시오.”
“혜안이라고 할 것까지야 있습니다. 그저 좋은 방법이 하나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뭡니까?”
“지금 우리는 호천마궁을 상대하기 위해 정도무림맹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대문파들은 이미 거의 동의를 한 상태입니다. 남은 건 중소문파들뿐입니다. 그러니 임 장문인이 그들을 모아서 설득을 좀 해주십시오.”
“가당찮은 일입니다. 제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임옥군이 기겁을 하며 놀란 얼굴을 했다. 중소문파들을 단합하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저 두 사람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형산파는 요즘에서야 조금씩 명성이 알려지고 있었다. 중소문파들을 단합할 만한 힘이 없었다.
“아니오, 임 장문인. 지금 중소문파 사람들은 임 장문인을 우러러보고 있소.”
“맞습니다. 임 장문인이 누구입니까? 무적일검을 배출해낸 형산파의 장문인이 아닙니까?”
일영진인과 구지선사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임옥군은 그제야 뭔가를 알 것 같았다. 대문파에서 나서면 자칫 힘으로 중소문파를 누르려는 걸로 보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명목을 세우기 위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무림대회에서 적운상이 보여준 무위는 모든 중소문파들이 꿈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적운상은 매화검수 중 최고수인 현성에 이어서 무당십걸의 맏이인 운암과 십팔나한의 수좌에 앉아 있는 무량까지 모두 꺾었다.
사람들은 삼류문파에 불과한 형산파에서 어떻게 그런 고수를 배출해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스스로 확답을 내리고 있었다. 삼류문파의 무공으로 저렇게 강해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은거기인을 만났거나 희대의 영약을 발견했을 거라 여겼다. 그런 기연이 아니라면 적운상의 강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적운상은 노력 하나로 지금처럼 강해졌다. 그걸 말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 기연을 얻은 걸 드러내기 싫어서,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남에서 온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그 말을 믿었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호남사람들은 적운상에 대해서 침을 튀겨가며 자랑을 했다. 같은 고향사람이라 어깨가 으쓱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경악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형산파의 무공이나 자신들의 무공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이가 나봐야 오십보(五十步) 백보(百步)라 여겼다. 그 후로 중소문파 사람들은 모두들 적운상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임옥군에게는 존경의 뜻을 보내며 정중하게 대했다.
구지선사와 일영진인은 그러한 것을 알고 임옥군을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임옥군은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부탁을 선뜻 들어줄 수가 없었다.
“두 분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충분히 생각을 하고 좋은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겠소.”
“그리하겠습니다.”
구지선사와 일영진인이 돌아가자 임옥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시간을 달라고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저들의 뜻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저 두 사람이 누구던가?
정파무림의 양대산맥이라는 소림사와 무당파를 이끄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직접 부탁을 해왔는데 거절을 할 수는 없었다.
임옥군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중소문파의 문주들이 찾아왔다.
“하하. 이거 너무 이른 아침에 찾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임 장문인.”
임옥군을 찾아온 문주들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중소문파들 중에서는 나름 세력이 강한 문파의 문주들이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들 오신 겁니까?”
모두가 자리에 앉자 차를 권한 후에 임옥군이 물었다.
“실은 상의를 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임옥군은 ‘설마’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일영진인과 구지선사가 찾아와서 했던 첫마디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말해보십시오.”
“임 장문인도 아시겠지만 호천마궁에 맞선다는 것은 우리에게 좋지 않습니다. 대문파들은 우리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에서 설 겁니다.”
“맞습니다. 듣자하니 정도무림맹을 만든다고 하더이다. 그런 걸 만들면 보나마나 뻔하오. 윗자리는 그들이 다 차지하고 우리는 그 밑에서 굴러야 할 거요.”
다섯 명의 문주들은 분개하면서 각자가 한마디씩 했다. 임옥군은 그들의 불만을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래서 임 장문인에게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말해보십시오.”
임옥군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제 일영진인과 구지선사가 먼저 다녀갔기 때문에 짚이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대문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뭉쳐야 합니다. 이미 다른 문파의 문주들은 모두 그러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니 임 장문인, 장문인이 우리를 이끌어주시오.”
“부탁드리오, 임 장문인.”
“우리가 살 길은 그것밖에 없소.”
임옥군의 짐작대로였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저들이 저리 간절하게 부탁을 하니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들어주자니 어제 찾아온 일영진인과 구지선사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여러분들은 뜻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제안을 하니 조금 당혹스럽군요.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음, 그도 그렇구려.”
“당연히 생각할 시간을 드려야지요.”
“좋은 결정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