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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2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20화

220화. 사연 (1)

 

뒤늦게 소림사에 도착한 적운상은 무대 위에서 백리난수와 싸우고 있는 주양악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 도대체 그동안 뭘 수련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저 모양이었다. 그러다 무대 밖으로 날려졌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욱해서 다시 덤비려고 하는 주양악을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깨를 잡아 눌렀는데 주양악이 신경질을 내며 확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누구야? 어? 사형!”

“하아…….”

일단 길게 한숨부터 쉰 적운상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바보같이! 그동안 뭐했어? 내가 내공만 믿고 날뛰지 말라고 했지!”

“으아아악!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사람 놀라게!”

“시끄러워. 빨리 올라가서 졌다고 인사나 하고 와. 기다리고 있잖아.”

적운상이 무대 위에서 이쪽을 멍하니 보고 있는 백리난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주양악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백리난수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졌어요.”

“훗!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겨뤄봐요.”

백리난수가 웃으면서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주양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 것이 많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주양악이 무대를 내려가자 적운상이 그녀를 세워놓고 윽박을 질렀다. 그러자 주양악이 듣기 싫다는 듯이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임옥군에게 달려갔다.

“너 거기 안 서!”

“험! 이제 왔느냐?”

“네, 사부님.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 이제라도 왔으니 괜찮다. 일은 잘 마무리됐고?”

“네. 그럭저럭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임옥군이 수고했다는 뜻으로 적운상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다른 사람들도 무사히 온 적운상을 보며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런데 양악이 네가 왜 저기서 겨루고 있었던 거야?”

“초 사형이 다치는 바람에 욱해서…….”

주양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적운상이 그녀의 머리를 잡아 눌렀다.

“또 성질 못 이겨서 날뛴 거냐? 넌 정말…….”

“아야! 아파! 아프다고.”

“너무 그러지 말아라. 그래도 양악이가 형산파의 위신을 많이 세워줬다.”

도지림이 하는 말에 적운상은 그제야 손을 뗐다. 그러자 주양악이 뚱한 얼굴로 적운상을 노려봤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감정조절도 못하면서 왜 기어 올라간 거야? 방금도 그래서 졌잖아. 그러다 크게 다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뭐? 그, 그거야…….”

주양악은 적운상이 걱정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얼굴이 붉어졌다.

“하하하. 됐다. 다치지 않았으니 된 것 아니냐?”

임옥군이 말리지 않았다면 몇 마디 더 했을 것이다.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무대 위를 봤다. 거기에는 비무가 한창이었다. 주양악이 패하자 청성파의 고수가 무대에 올라왔고 자연스럽게 비무가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의 비무는 지금까지 봐온 싸움들과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특히 백리난수의 화려한 싸움방식에 모두들 넋을 잃었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가 거기에 더해져 모두들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적운상은 백리난수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얼굴을 했다.

‘역시 그랬던가?’

짐작은 했었지만 인정하기는 싫었었다. 그녀가 아니기를 바랐었다. 그러다 이렇게 확인을 하게 되자 마음이 착잡했다.

“왜 그래? 난수를 봤는데 반갑지 않아?”

백수연이 다가와서 묻는 말에 적운상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 적운상의 표정이 이상했지만 백수연은 나중에 물어볼 생각으로 지금 묻지 않았다. 지금은 이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백리난수가 비무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무대 밑에서 조비가 왕양성과 함께 시시덕대면서 비무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포영과 이청청은 객방에서 짐을 푸느라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원래 그들은 초청장이 없었으나 적운상 덕분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적운상은 잠시 조비를 보다가 다시 무대 위를 봤다. 그러나 곧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방성이었다.

방성도 적운상을 알아보고 눈을 빛냈다.

‘사부의 복수를 하러 온 건가?’

그럴 가능성이 컸다. 아니면 계속 음지(陰地)에서 활동하던 저들이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그때 무대 위에서 한창 벌어지던 비무가 끝났다. 승자는 백리난수였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답례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주양악이 적운상의 팔에 매달리면서 말했다.

“사형! 가서 복수해 줘!”

“복수는 무슨 복수? 비무를 해서 한 수 배웠으면 됐지.”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적운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양악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나만 뭐라 그래.”

“네가 잘 하면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아!”

“내가 앤 줄 알아!”

“그러니 더 문제지.”

“뭐야? 정말 말 다 했어?”

“후우… 됐다. 그만 하자.”

적운상이 결국 한숨을 푹 쉬면서 포기를 했다. 그러자 백수연이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 나가보는 게 어때? 난수하고는 할 이야기도 있잖아.”

“아니. 지금은 조금 피곤해.”

적운상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주양악이 뭔가 미심쩍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러건 말건 적운상은 백수연을 보면서 말했다.

“먼저 가서 좀 쉴게.”

“그럼 같이 가.”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여기 있어봐야 재미없어.”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사부님, 저 먼저 가서 좀 쉬겠습니다.”

“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가서 쉬어라.”

“네. 그럼.”

적운상이 자리를 뜨자 백수연이 그의 옆으로 가서 같이 갔다. 그걸 보고 주양악이 후다닥 뒤를 따라갔다.

* * *

 

적운상이 백수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객방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앞을 막았다. 방성이었다.

“오랜만이군.”

“무슨 일이지?”

“너와 겨루고 싶다.”

“난 지금 피곤해서 좀 쉬고 싶은데.”

적운상이 방성을 봤다. 방성은 각오를 하고 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받아주는 것이 예의였다. 비무를 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적운상은 그의 사부를 죽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오지. 그리고 한 가지만 충고하지. 호천마궁과 가까이 지내지 마라. 그들은 만만한 자들이 아니다.”

“어디까지 알고 있지?”

“그들이 우리를 버리고 형산파를 대신 세우려고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그들 뒤에 누가 있는지도.”

방성의 말에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방성은 적운상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아하니 너도 짐작은 하고 있는 것 같군. 내 칼 아래에서 살아남아라. 그럼 더 자세한 것들을 알려주마.”

“기대하지.”

적운상이 무표정하게 말하자 방성이 잠시 노려보다가 그대로 가버렸다.

“사형,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가 그들을 대신하다니?”

“아직 너는 몰라도 돼. 때가 되면 말해 줄게.”

“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있잖아.”

적운상이 주양악의 머리를 거칠게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다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있는 백수연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별일 아니니까.”

“나중에 무슨 말인지 말해 줘. 그럼 걱정하지 않아.”

“응. 그럴게.”

적운상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 * *

 

그날 밤, 적운상이 잠을 자려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조비였다.

“뭐야? 문 놔두고 왜 창문을 두드려?”

“한 잔 어떤가?”

조비가 창문에 매달린 채로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들어와.”

“아니, 그러지 말고 위로 올라가세. 밤공기가 시원해.”

그렇게 말하고 조비는 적운상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잠시 후 적운상이 뒤따라 올라왔다.

“어서 오게. 자네를 위해서 내가 자리를 준비해 놓았지.”

“좋군.”

적운상이 옆에 앉자 조비가 그에게 술병을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싸온 술안주를 품에서 꺼내 내려놓았다.

“술은 말이야. 친구랑 먹어야 맛이 있는 거라고.”

“내가 친구였나? 몰랐군.”

“자네의 그 당당함과 쌀쌀함이 나를 매료시킨다는 거 알고 있나?”

조비가 하는 실없는 말에 적운상은 미소를 지으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조비도 들고 있던 술병을 입에 댔다.

“캬! 좋군. 좋아. 운치가 있어.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치지.”

“자넨 감성이 너무 메말라 있어. 여자들이 왜 따르는지 신기할 정도야.”

“내가 칼질을 잘하기 때문이지.”

“누가 들으면 정말인 줄 알겠군. 오늘 둘러보니까 재미있는 자들이 많이 끼어 있더군. 눈치챘나?”

“아니.”

“금마도에서 온 자를 만났지? 이름이 방성이었던가?”

“맞아.”

“마염견의 복수를 하겠다던가?”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더군.”

“할 텐가?”

“그래야겠지.”

“귀찮으면 내가 처리해 줄까?”

적운상이 술을 한 모금 마시다가 조비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조비가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친구 좋다는 게 뭔가? 게다가 그들은 도를 넘어섰어. 금마도는 지금까지 음지에서 활동해 왔어. 그런데 이렇게 양지로 나오면 곤란하지.”

“여긴 소림사야.”

“알고 있네.”

“방성의 무공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소란 없이 그를 해치우기는 힘들걸.”

“그리 어렵지 않다네.”

조비는 너무나 쉽다는 듯이 말했다. 적운상이 알기로 방성의 무공은 적어도 무상지검의 경지 이상이었다. 그런 고수를 조용히 처리하는 일은 적운상도 힘든 일이었다.

“남예가 왔다면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방성 정도는 문제가 안 되지.”

“남예?”

“그를 아는가?”

“물론이지.”

“사실 그가 금마도 최고수일세. 어쩌면 마염견보다 더 강할 지도 모르네.”

적운상은 선뜻 믿기지가 않았다. 남예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적운상이 믿지 않는 눈치를 보이자 조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속은 걸세. 그를 보면 누구나 다 속지. 그의 사형인 방성과 또 한 명이 누구였더라? 도옥평이었나? 아무튼 그들도 속고 있는 걸세. 마염견조차도 한동안 속았었지.”

“정말인가? 그가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강하다니 의외로군.”

그걸 간파해 낸 건 적운상뿐만이 아니었다. 사자왕도 남예가 남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었다.

새외에는 의외로 그런 자들이 더러 있었다.

음양인이라고 해서 남녀의 성을 모두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남자인데도 그렇게 여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호오… 잘도 그걸 간파했군. 그 얼굴과 하는 행동을 보면 누구도 남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데 말이야. 처음에 나도 그가 남자라는 걸 알고 어찌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군. 그는 여러모로 재능이 뛰어난 자야. 어떤 면에서는 자네보다 더 무서운 자이지.”

“약간 의외로군.”

“세상이 그런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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