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1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9화
219화. 비무 (3)
주양악이 그의 공격을 피하다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무상은 잡히지 않았다. 주양악의 모든 공격을 그는 근소한 차이로 피하거나 아니면 받아서 흘렸다. 그러자 주양악의 괴력이 전혀 발휘되지가 않았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크게 감탄을 했다. 어제 주양악과 싸웠던 사람들도 저렇게 싸우려고 했었다. 주양악의 괴력에 맞선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저런 식으로 흘리려고 했으나 그게 쉽지가 않았다. 주양악의 힘을 흘리기도 전에 그대로 튕겨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상은 너무나 쉽게 주양악의 힘을 받아서 흘리거나 틀어버리고 있었다. 이에 모두들 역시나 소림사라는 생각을 했다.
“합!”
파파파팡! 퍼억!
무상이 주먹을 휘두르다가 뒤이어 내지른 발에 주양악이 어깨를 맞았다. 그러자 때린 무상이 오히려 뒤로 튕겨져 나갔다.
“이런…….”
무상은 처음으로 당황을 했다. 간신히 기회를 잡아서 공격을 성공시켰건만 허사였다.
‘도대체 내공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주양악은 처음 맞은 일격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상을 노려봤다. 그리고 내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바람도 없는데 그녀의 옷이 확 부풀어 오르며 뒤로 쓸려갔다.
그걸 보고 무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저렇게 옷자락이 날릴 정도로 내기를 일으키는 것은 소림사에서도 방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만이 가능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 나이에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침착하자. 내공은 대단해도 초식은 별 게 없었다. 침착하기만 하면…….’
무상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후우우웅!
주먹이 날아왔다. 지금까지와는 바람 소리부터가 달랐다. 한 대 맞으면 뼈 하나 부러지는 걸로는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무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압!”
주양악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떨어져 내리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무상이 다급하게 그걸 피했다. 그러자 주양악의 주먹이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쿠우우우우웅!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 무대는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소림사의 승려들이 몇 달 전부터 힘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주양악의 한 방에 바닥이 움푹 파이면서 금이 쫙 갔다. 저대로라면 무너진다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허 참… 젊은 소저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군요.”
일영진인이 놀랍다는 듯이 하는 말에 만면에 웃음을 띤 구정선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소저가 전력을 다하면 노납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허허.”
“제자들이 형산파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왜 그런지 이해가 가는군요.”
“최근 무적일검이라 불리는 젊은이의 무공이 그리 뛰어나다 들었습니다. 아직 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군요.”
“글쎄요. 저도 이야기만 들었지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주양악의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아압!”
떠엉!
‘아차!’
무대의 바닥을 우그러트리는 주양악의 일격을 보고 몸이 너무 굳어 있었던 것이 실수였다. 무상은 주양악이 내지른 일격을 제때에 흘리지 못하고 그만 맞서고 말았다. 그러자 몸이 뒤에서 누가 확 잡아당긴 것처럼 주르륵 밀려갔다.
무상은 그 와중에도 바짝 거리를 좁혀오는 주양악을 봤다. 그리고 주양악이 내지른 쌍장을 힘껏 내려쳤다. 감히 맞받을 수가 없어서 방향을 틀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가 전력을 다했다면 모를까, 그렇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휘두른 손에 주양악의 쌍장이 밀릴 리가 없었다.
터엉!
무상은 내려쳤던 손이 오히려 튕겨져서 올라오자 깜짝 놀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주양악의 쌍장이 그대로 뻗어와 그의 가슴에 닿았을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무상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가슴이 으스러지고 심장이 터져나가야 정상이건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양악이 마지막에 내기를 거둬들인 것이다. 그러나 미는 힘이 있어서 무상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주양악이 손을 내밀면서 무상을 향해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잠시 멍하니 있던 무상이 허탈하니 웃으면서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후우… 졌습니다.”
무상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자 무대 밑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 후로도 쟁쟁한 문파와 세가 사람들이 계속 무대 위로 올라와서 주양악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모두들 번번이 패배를 시인하고 내려가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주양악에게 완전히 매료가 되어버렸다. 주양악의 이름을 외치면서 광분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사형, 사형이 한번 나가보지 그래요?”
운청이 하는 말에 운산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너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냐?”
“하긴, 사형은 좀 무리인 것 같군요.”
“뭐야? 너 이 자식이… 기다려! 내가 금방 가서…….”
운청의 말에 울컥한 운산이 몸을 날려 무대로 가려다가 멈칫했다. 먼저 올라간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가워요. 백리세가의 백리난수라고 해요.”
백리난수가 환하게 웃으면서 포권을 취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며 환호를 질렀다. 눈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은 미인이 무대 위로 올라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 *
“형산파의 주양악이에요.”
주양악이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예쁘네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네?”
“나에 대한 이야기 못 들었어요?”
“못 들었는데요.”
“나쁜 사람이네. 그렇게 따라다녔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글쎄요?”
백리난수가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개의 반월도를 휘둘러갔다. 그러자 주양악이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발을 차올렸다. 그러나 백리난수가 반월도로 막아내자 차올리던 발을 거둬야 했다. 그대로 계속 찼다가는 반월도에 발이 잘리고 만다.
주양악이 몸을 휘돌리며 이번에는 백리난수의 머리를 노리고 발을 차올렸다. 백리난수는 팔을 들어 그걸 막아냈다. 그러면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반월도로 주양악을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발차기에 실린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반월도를 내려칠 틈도 없이 팔을 올려서 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확 날아갔다.
“크윽!”
주양악이 바짝 뒤따라가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걸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었다. 막아낸다 해도 뼈가 부러지고 만다.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리난수는 뻗어오는 그녀의 주먹을 향해 두 개의 반월도를 교차해서 휘둘렀다. 주양악이 놀라며 다급하게 주먹을 거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백리난수가 따라 들어가면서 쌍장을 내질렀다.
퍼어어엉!
주양악이 제때에 막아냈는데도 발이 주르륵 밀렸다. 생각지도 못한 강맹한 위력이었다. 지금껏 주양악을 그렇게 뒤로 밀어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무서운 바람 소리가 일면서 두 개의 반월도가 날아왔다.
백리난수는 쌍장을 내지르기 전에 이미 반월도를 날린 상태였었다. 하지만 그 동작이 워낙에 빨라서 주양악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주양악이 급히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러자 두 개의 반월도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발밑을 스치고 지나가 백리난수의 손으로 돌아갔다.
땅으로 내려선 주양악은 백리난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내기를 끌어올렸다.
“하압!”
주양악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주양악은 대충 상대하려던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백리난수는 약하지 않았다. 경험도 풍부했다.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필패였다.
주양악의 몸에서 후끈한 열기가 확 번져서 나왔다. 화룡의 기운이었다. 그걸 보고 백리난수도 약간 긴장한 얼굴로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에서도 주양악의 기운과 똑같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할 거니까.”
주양악이 품에서 두 개의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그녀는 풍뢰십식을 쓸 생각이었다.
“바라던 바예요.”
백리난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양악이 한걸음에 거리를 좁혀왔다. 그러면서 두 개의 단검을 어지럽게 휘둘렀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뒤로 물러나면서 두 개의 반월도로 그녀의 단검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탕!
단검과 반월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묵직했다. 그만큼 거기에 실린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하아아압!”
연속으로 공격을 하던 주양악이 순간 크게 땅을 디디면서 단검을 내리찍었다. 백리난수가 그걸 반월도로 쳐내자 생각지도 못하게 팔이 확 튕겨졌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반월도를 그대로 놓칠 뻔했다.
쉬쉬쉬쉬쉿!
주양악이 다시 단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나 백리난수는 침착하게 그녀의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어떻게 된 거지? 움직임을 읽히고 있나?’
주양악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리난수가 너무나 손쉽게 공격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백리난수가 그녀의 공격을 쉽게 간파해 내는 것은 전에 형산파에서 지내면서 몇 번이나 풍뢰십삼식을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양악은 내공의 힘만 믿고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정교함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백리난수는 경험이 많았다. 전에 무공이 뛰어난 적운상을 상대로도 그녀는 머리를 써서 따돌릴 정도였다. 주양악은 내공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지만 그 외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후웅! 파가가각!
“아!”
주양악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백리난수가 주양악이 휘두르는 단검에 반월도를 붙여서 힘겨루기를 하다가 그대로 튕겨버렸기 때문이다. 힘이라면 주양악이 위인데도 너무나 교묘한 수법에 어이없이 단검을 놓치고 말았다.
“타핫!”
백리난수가 반월도를 크게 내리그었다. 주양악이 몸을 틀어 그걸 피하자 백리난수가 어깨로 그녀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쿵!
“크윽!”
주양악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슴은 여자의 약점 중 하나이다. 그곳을 받치자 아무리 내공이 대단한 주양악이라도 통증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잠시 휘청하는 사이에 백리난수가 물구나무를 서며 다리로 주양악의 팔을 감아서 몸을 휘돌렸다. 그러자 주양악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졌다.
쿠웅!
“끄으…….”
“졌다고 하면 여기서 끝낼게요.”
백리난수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주양악의 팔을 잡아서 꺾어 누르고 있는 다리에 힘을 줬다. 그러자 팔이 비틀리면서 통증이 왔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백리난수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저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계속 버티다가는 팔이 부러지고 만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주양악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누가…….”
화아아아악!
주양악의 몸에서 화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놀란 눈을 했다. 그 순간 주양악이 한 손으로 바닥을 힘껏 내려쳤다.
“…질 줄 알아!”
콰아아아앙!
바닥이 움푹 파였다. 그리고 그 반탄력으로 주양악의 몸이 위로 쭉 떠올랐다. 주양악의 팔을 꺾고 있던 백리난수의 몸도 자연히 같이 딸려서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괴력에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내공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발휘될 줄은 의외였다.
“포기하지 않으면 이대로 꺾어버리겠어요!”
백리난수가 공중에서 주양악의 팔을 꺾으려고 했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주양악이 소리치면서 팔이 꺾인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꺾인 팔이 그대로 풀어졌다.
주양악은 그 상태에서 백리난수를 힘껏 밑으로 던져버렸다.
쿠우우웅!
백리난수는 두 발로 제대로 착지를 했는데도 전신이 찌릿하니 울려왔다. 발이 바닥을 파고들 정도의 충격을 버티어냈기 때문이다.
“아직 안 끝났어!”
공중에서 주양악이 떨어져 내리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백리난수는 아직 충격이 남아 있는데도 몸을 웅크려서 주양악의 주먹을 피해냈다. 그러면서 그녀의 옷을 잡고 크게 돌리다가 확 내던졌다.
주양악의 내공도 대단했지만 백리난수의 내공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그녀는 주양악을 그렇게 가볍게 던져버리고는 곧 뒤따라 달리다가 몸을 빙그르르 돌리다가 힘껏 발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꺄아악!”
주양악이 양팔을 겹쳐서 막아냈는데도 뒤로 삼 장이나 튕겨졌다. 그 바람에 그대로 무대 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쿠웅!
땅으로 내려선 주양악이 이를 악물고 다시 무대 위로 몸을 날리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누구야?”
주양악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눈이 커다래졌다. 적운상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 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