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1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8화
218화. 비무 (2)
초사영은 일단 가볍게 검을 한 번 찔러 넣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하게 역도수는 팔을 들어 초사영의 검을 막았다.
칭!
“…….”
초사영이 놀란 얼굴을 하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검을 팔로 막아냈는데도 멀쩡했다.
‘외가공부를 익혔군.’
소림사에는 철포삼과 철두공 같은 무공들이 있다. 그런 무공을 연공하면 몸이 마치 무쇠와 같이 단단해진다. 그래서 지금처럼 칼을 튕겨내기도 한다.
초사영이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걸 검 끝에 실어 힘껏 찔렀다. 역도수는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가슴을 노리고 찔러오는 초사영의 검을 그대로 받아냈다.
퉁!
역도수가 잠시 움찔했지만 그뿐이었다. 그가 계속 앞으로 다가오자 그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검이 둥글게 휘어졌다.
어쩔 수 없이 초사영이 이번에도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재빨리 다시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투투투투투퉁!
초사영의 검이 순식간에 일곱 번이나 역도수의 몸을 긋고 지나갔다. 모두가 스치기만 해도 죽는 치명적인 요혈들이었다. 그러나 역도수는 눈도 깜짝이지 않았다.
“어림없다.”
역도수가 움직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훙훙훙훙!
소림사를 대표하는 권법 중 하나인 십팔나한권(十八羅漢拳)이 펼쳐졌다. 십팔나한권은 모두 열여덟 가지의 동작으로 되어 있는데 초식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맹했다. 그래서 빠르기나 변화는 부족했지만 위력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초사영은 역도수가 휘두르는 팔을 감히 맞받아치지 못하고 계속 피하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무대의 구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당한다.’
초사영이 땅을 차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선 자세에서 역도수의 정수리를 노리고 검을 뻗어냈다. 원래 이런 비무에서 그런 곳을 노리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자칫 상대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른 방법이 없었다.
퉁!
믿을 수 없게도 이번에도 초사영의 검이 튕겨져 나왔다. 바닥에 내려선 초사영이 그에게 바짝 접근하며 일장을 내질렀다.
콰아앙!
“큭!”
초사영은 역도수의 가슴에 장을 꽂는 순간 팔목이 부러지는 것 같은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건 사람을 친 것이 아니라 마치 바위를 친 것 같았다.
초사영은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뒤로 훌쩍 물러나서 포권을 취했다. 그러면서 패배를 시인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역도수의 주먹이 날아왔다.
“헛!”
초사영은 다급하게 양팔을 겹쳐서 그의 주먹을 막아냈다.
꽈득!
“크으윽!”
촤아아아악!
초사영은 겹쳐 막은 양팔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았다.
“무슨 짓이에요! 비겁하게!”
발끈한 주양악이 몸을 날려 무대 위로 올라가 초사영을 부축했다.
“사형, 괜찮아요?”
“응.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양팔이 욱신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이봐요! 너무하잖아요! 사형은 졌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공격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몰랐다. 갑자기 뒤로 빠지기에 다시 공격하려는 줄 알았다.”
태연한 얼굴로 말하는 역도수를 보며 주양악이 도끼눈을 떴다.
“됐어, 사매. 내가 진 건 진 거야. 놀라운 무공 잘 견식했습니다.”
초사영이 이를 악물며 부러진 팔을 들어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역도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그걸 보고 주양악은 열이 받을 대로 받았다. 그대로 달려가서 한 대 쳐주려는데 초사영이 말렸다.
“그만둬, 사매.”
“하지만 사형!”
“하려면 제대로 해.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사부님 얼굴에 먹칠할 짓은 내가 용서하지 않아.”
“알았어요. 일단 내려가요.”
“그래.”
초사영이 내려가자 주양악이 역도수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당신! 내가 사형의 복수를 해주겠어요! 덤벼요!”
사람들은 어려 보이는 주양악의 당돌한 태도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래. 잘해봐라! 아가씨!”
“난 아가씨 편이오!”
“힘내라! 하하하하!”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우자 주양악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걸 보고 역도수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어이! 나는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
“흥! 한 대 맞고도 그런 소리 하나 보자고요.”
“오오! 멋지다!”
“그래! 한 대 맞아주시오. 역 대협!”
“나는 저 아가씨의 한 방에 역 대협이 쓰러진다는 데 가진 돈을 다 걸겠소!”
“하하하하!”
누군가 농담을 던지자 좌중에서 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형산파 사람들은 웃지 않았다. 결과를 알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모르고 있다. 주양악의 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주양악이 힘쓰는 걸 한 번이라도 봤다면 절대로 저런 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다.
“좋소! 여러분들이 그렇게 원하니 한번 해보리다!”
흥이 오른 역도수가 큰소리를 치며 가슴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를 피웠다.
“어이! 마음껏 때려봐라. 그러다 안 되겠다 싶으면 내려가.”
완전히 주양악을 무시하는 말이었다. 이에 주양악이 사납게 역도수를 노려봤다. 그러면서 주먹을 잡고 으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풀었다.
“그럼 그렇게 하죠. 후회하지나 마세요.”
“흥! 치고 나서 손목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걸요.”
무대 아래에서 주양악을 지켜보고 있던 운산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운청은 불쌍하다는 듯이 역도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운해가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왜들 그럽니까?”
“불쌍해서 그런다.”
“흠. 저 소저가 조금 불쌍하긴 하군요. 사형이 당한 것을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은 좋지만 실력을 알고 나섰어야죠.”
“아니야. 내가 불쌍하다고 한건 저 소저가 아니라 그 상대야.”
운산이 하는 말에 운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봤다.
그때였다. 뭔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괴상한 비명 소리가 무대 위에서 크게 울렸다.
콰아아아아앙!
“흐끄아악!”
쿠웅!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멍하니 주양악을 보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지.”
“저 친구 살아 있으려나?”
운산과 운청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주양악이 역도수 바로 앞까지 가서 오른손을 탈래탈래 털다가 주먹을 꽉 움켜쥘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녀를 불쌍하게만 여겼었다.
힘껏 도움닫기를 해서 달려들어 공격을 해도 역도수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건만 저리 가까이 붙어서 뭘 하겠다는 건가?
역도수도 주양악이 가소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건 말건 주양악은 주먹을 당겼다가 역도수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역도수의 그 거대한 몸이 공중으로 삼 장이나 떠오른 것이다. 그것도 초사영의 검에 그렇게 찔리면서도 신음 한 번 흘리지 않던 역도수가 목이 터져라 비명까지 질러대면서…….
역도수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자 밑에 있던 사람들이 감히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후다닥 비켜섰다. 그러자 역도수는 머리부터 땅으로 착지를 했다.
쿠웅!
몇몇 사람들은 혹시 역도수가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했다. 저런 연약한 여자에게 역도수가 이렇게 당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면서도 그랬다.
“여, 역 대협.”
누군가 역도수를 건드렸다. 그러나 역도수는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용기를 낸 그가 역도수를 바로 눕혔다.
“헉!”
믿을 수가 없었다. 역도수는 눈이 하얗게 뒤집혀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기절을 해서 아예 의식도 없었다.
사람들이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양악을 봤다. 그런 시선 속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 * *
그날은 주양악의 독무대였다. 몇몇 사람들이 호승심에 무대 위로 올라왔지만 주양악에게 삼 초식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갔다.
비무가 끝나고 저녁때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임옥군을 찾아왔다. 그들은 낮에 본 주양악을 칭찬하며 임옥군과 친분을 쌓으려고 했다. 임옥군은 계속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을 상대했다.
“좋겠네. 남자들이 너를 보는 눈이 달라졌던데.”
백수연이 놀리듯이 하는 말에 주양악이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그나저나 운상이가 너무 늦네.”
“금방 올 거예요.”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걱정 말아요. 사형은 나보다 훨씬 강해요.”
“하긴…….”
주양악이 하는 말에 백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같이 초 사형한테 가볼래요? 많이 실망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 가보자.”
초사영은 팔이 부러져서 부목을 대고 있었다. 그는 주양악이 역도수를 날려버리는 것까지만 보고 치료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었다. 그래서 그 뒤에 주양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지 잘 몰랐다.
“사형, 팔은 좀 어때요?”
“괜찮아. 사부님은?”
“사람들 상대하느라 바쁘셔요.”
“그래.”
초사영이 기쁜 얼굴을 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팔이 부러졌는데.”
“네가 복수를 했잖아.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와주니 사부님이 기뻐하시겠다 싶어서.”
“참 나… 사부님이 그렇게 좋아요?”
“쓸데없는 소리 마. 적 사제한테서는 연락 없어?”
“조만간 오겠죠. 내일쯤은 올 거 같아요.”
“그래?”
“네.”
“훗! 그럼 사부님이 더 바빠지시겠구나.”
“그렇겠네요. 그럼 사형도 더 좋겠다. 킥킥.”
“장난치려면 그냥 나가.”
“푹 쉬어요. 나중에 또 올게요.”
“그래. 와줘서 고맙습니다, 백 소저.”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걸요.”
두 사람이 나가자 초사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형으로서 면목이 없었다. 주양악이 없었더라면 적운상이 애써 쌓아올린 명성에 먹칠을 했을 것이다.
“하아…….”
좀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초사영은 눈을 감았다.
* * *
다음 날이 되자 다시 비무가 시작됐다. 어제 주양악이 활약한 덕분인지 오늘은 명성이 쟁쟁한 문파의 수장들이 모두 자리에 참석했다.
소림사의 방장인 구정선사와 무당파의 장문인인 일영진인이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양옆으로는 화산파와 청성파, 아미파 등 명성이 쟁쟁한 문파들과 남궁세가, 모용세가 등 어디서나 알아주는 세력가를 대표해서 온 사람들이 앉았다.
“오늘은 사람이 많네.”
백수연의 말에 주양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적운상을 찾기 위해서였다.
“뭐야? 아직도 안 온 거야?”
“오면 말해 줄게. 일단 무대 위로 올라가.”
“왜?”
“왜라니? 어제 네가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 서 있었잖아.”
“아, 그랬지.”
주양악이 그렇게 말하면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렀다.
주양악은 생긋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때 날렵한 몸놀림으로 무대 위로 올라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보고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다.
그는 소림사의 젊은 승려였다. 지금까지 속가제자가 나오기는 했어도 이렇게 정식제자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젊은 승려가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림사의 무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형산파의 주양악이에요.”
무상이 자세를 잡았다. 나한권이었다.
파파파팡!
무상이 먼저 공격을 해왔다. 그의 나한권은 빠르고 강했다. 주먹과 발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바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