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1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4화
214화. 소림사로 향하는 사람들 (2)
“내가 한번 말해 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하가 어찌 되든 상관하지 않아.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하며 그에 따라 움직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 만인들 위에 서서 굽어보는 사람들. 그들은 천하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원하지. 혹시 그런 자들이 호천마궁을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예를 들자면…….”
적운상이 말끝을 흐리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조비가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 이상은 말하지 말게. 자칫 자네를 죽여야 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뛰어나면 오히려 독이 된다더니 자네의 경우가 딱 그렇군. 솔직히 거기까지 간파하고 있을 줄은 의외네.”
“자네가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지.”
“내 실수로군. 궁주님과 장로들을 만나면 자네의 그 재능을 반 정도는 감추게.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걸세.”
“흥! 내가 죽을 자리는 내가 정해.”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태룡도를 가지고 일어섰다.
“아직 이야기 끝나지 않았네.”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야겠군.”
“그게 무슨…….”
말을 하던 조비는 문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흠칫 놀랐다.
‘누가……. 설마 왕양성?’
그의 생각대로였다. 적운상이 문을 열자 왕양성이 대도를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 늦었잖아. 기다리다가 지칠 뻔했다고.”
“네놈…….”
왕양성이 적운상을 보고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동안 적운상에게 놀림당하면서 끌려 다닌 것을 생각하면 당장에 그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오늘은 여기서 끝장을 보겠다!”
“그럴까?”
“뭐?”
의외의 말에 왕양성이 조금 놀란 눈치를 보였다. 적운상은 항상 속을 박박 긁어대는 말을 하며 도망만 쳤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저리 나오는 걸까?
그때 조비가 앞으로 나서며 왕양성에게 아는 체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왕 대협.”
“응? 소궁주로군. 잘 지냈는가?”
“적운상을 죽이라는 명령은 철회되었는데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한 것 같군요.”
“뭐야? 그게 무슨 말인가? 철회라니!”
쿵!
왕양성이 분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대도로 땅을 한 번 찍었다. 그러자 그 부분이 움푹 파이면서 땅이 울렸다.
“진정하십시오. 저도 방금 연락을 받고 오는 길입니다.”
“죽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그런단 말인가? 흥! 어쨌든 난 아직 정식으로 명령을 받지 못했으니 이 자리에서 저자를 죽이겠다.”
“왕 대협, 그러시면 위에서…….”
쿵!
왕양성이 다시 한 번 대도를 내려찍어 조비의 말을 막았다.
“됐다! 나는 그렇게 정했다. 뭐하고 있냐? 어서 덤벼라! 적운상!”
“걱정 말라고.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적운상이 태룡도를 뽑아 들고 왕양성을 노려봤다. 그러자 한순간에 팽팽한 기운이 주위로 확 번져 나왔다.
“큭큭.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왕양성이 대도를 들어서 적운상에게 겨눴다. 조비는 두 사람을 보면서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났다.
이참에 조비는 적운상의 실력을 확실하게 봐둘 생각이었다. 예전에 봤을 때 한번 겨뤄보기는 했지만 둘 다 진심으로 실력발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 간을 본 정도였다.
왕양성은 호천마궁에서도 인정하는 고수였다. 그런 왕양성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조비는 기대가 됐다.
“흐랴아아앗차!”
왕양성이 크게 기합을 지르면서 대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도에서 무서운 바람 소리가 일었다. 적운상을 단번에 쪼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후우우우웅! 훙! 훙!
적운상은 맞서지 않고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태룡도를 휘둘렀다.
따앙!
“크윽!”
위력이라면 적운상도 지지 않는다. 웬만한 상대는 일격에 삼사 장씩 날려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왕양성이 휘두르고 있는 대도는 원래 춘추대도(春秋大刀)라고 한다. 옛날에 관우가 사용했던 청룡언월도가 바로 이 춘추대도였다. 중병기 중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무기로 도약을 해서 온몸의 체중을 실어 내려치는 초식의 위력은 커다란 바위라도 박살을 낼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리 적운상이라 해도 힘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따앙! 땅! 땅!
대도가 무섭게 회전하면서 적운상을 압박해 갔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쉬지 않고 돌리면서 왕양성의 대도를 쳐냈다. 그러나 그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때에 방어를 하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타하랏차!”
왕양성의 대도가 갑자기 밑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적운상이 다급하게 태룡도로 그걸 눌렀으나 위력이 대단해서 누를 수가 없었다.
떠엉!
“크윽!”
적운상의 몸이 위로 삼 장 가까이 떠올랐다. 그러자 왕양성이 뒤따라 날아올라 위에서 아래로 대도를 힘껏 내려쳤다.
따앙!
적운상이 태룡도로 막아내자 그의 몸이 밑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쿠웅!
지면을 파고 들어간 발이 욱신거렸다. 무식하리만치 강한 위력이었다. 땅으로 내려선 왕양성이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라 몸을 회전시키면서 대도를 내려쳤다.
적운상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면서 태룡도를 휘둘렀다. 왕양성은 그걸 여유롭게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깜짝 놀라서 다급하니 대도를 위로 쳐올렸다.
따앙!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적운상은 태룡도를 휘두르다가 거리가 닿지 않자 그대로 던져버렸다. 막아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태룡도가 심장에 박혔을 것이다.
“바보 같은 놈! 스스로 무기를 버렸구나!”
왕양성이 이제는 다 이겼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휘두르는 대도는 맨손으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기도 없는 적운상은 간간이 버티다가 결국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왕양성이 대도를 휘두르기 위해 들어 올릴 때였다.
어느새 적운상이 바짝 접근해서 우측 장으로 왕양성의 턱을 쳐올렸다. 왕양성은 대도를 내려치지 못하고 몸을 틀어 피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의 무릎을 차며 팔꿈치로 가슴을 내려찍었다.
파팍!
왕양성이 대도의 자루로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적운상이 한 손으로 대도를 누르면서 다른 손으로 다시 한 번 그의 턱을 쳤다.
팍!
팔꿈치로 간신히 그 공격을 막은 왕양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자식 이럴 생각으로 무기를 버린 것인가?’
그랬다. 적운상은 도법만으로는 왕양성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도는 상대하기가 극히 까다로운 무기다. 도법의 이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찌르는 창법과 휘두르는 봉의 이점까지 살릴 수가 있었다. 게다가 가볍게 휘둘러도 위력이 좋아서 맞받아치기가 상당히 위험했다.
그렇다고 약점이 없지는 않았다. 중병기인 만큼 위력은 대단하지만 빠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왕양성에게는 그 약점이 없었다. 그 무거운 대도를 너무나 가볍게 다뤘다.
이에 적운상이 택한 것은 초근접전이었다. 이것 역시 대도의 약점 중 하나였다. 도나 검은 상대가 접근해 오면 자루로 찍거나 날을 들이대어 밀어내는 수법들을 쓸 수가 있었다.
그러나 대도는 자루가 길기 때문에 그런 수를 쓸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자루로 밀어내는 것이 다였는데 적운상은 그걸 알고 교묘하게 힘겨루기를 피하면서 머리와 다리만 노리고 공격을 해왔다.
타타탁! 탁!
왕양성이 어떻게든 적운상을 떨쳐내려고 했다. 거리만 생기면 단번에 쪼개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바짝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걸 보고 조비가 감탄을 했다. 칼을 버리는 과감함에 왕양성의 품 안으로 뛰어드는 민첩함, 거기다 힘 대결을 피하는 교묘함까지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어느새 조비의 옆으로 온 이충인이 중얼거렸다. 그 옆에는 넋을 잃고 있는 이유고와 이포영이 있었다. 그 세 사람은 지금껏 저런 싸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왕양성과 적운상이 딱 달라붙어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난잡한 싸움같이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서 오고가는 수법들을 보면 하나하나가 그들로서는 흉내도 내지 못할 것들이었다.
싸움이라는 것은 원래가 서로 가까이 붙을수록 위험하고 힘들다. 그래서 무공이 대단하다 할지라도 서로 손이 엉킬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지면 막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저렇게 가까이 붙어서 싸우면서도 계속 초식을 교환하고 있었다.
타타타탁!
한순간 두 사람의 손이 엉키는가 싶더니 동작이 멈췄다. 두 사람은 대도의 자루를 잡고 팔이 엉켜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둘 중 누구라도 먼저 팔을 빼면 상대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와 몸도 딱 붙어 있는 상황이라 그 상태로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승부인가?”
조비가 입가에 웃음을 띠며 말하자 이충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저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상황에서는 서로 합의를 봐서 동시에 손을 떼든가 아니면 제삼자가 나서야 했다.
조비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적운상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본 조비는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던 왕양성도 마찬가지였다.
“짜릿할 거다.”
작게 속삭이는 적운상의 눈에 황금색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파지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왕양성은 갑자기 찌릿한 뇌기가 온몸을 헤집고 돌자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질렀다. 본능적으로 적운상에게서 몸을 떼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저, 저런…….”
조비는 그제야 전에 만났을 때도 적운상이 저런 수법을 썼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저 괴상한 수법에 부하들이 맥없이 쓰러졌었다.
“끄으…….”
왕양성이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는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었다.
“후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솔직히 나도 좀 짜증이 났었거든.”
적운상이 하는 말에 조비는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정말이지 행동함에 있어서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위에서 저런 자를 어떻게 다룰지 기대되는군.’
아마도 다루지 못할 것이다. 조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