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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1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2화

212화. 이씨세가 (4)

 

땅당! 땅!

“크윽!”

무사 셋이 칼을 휘둘렀다가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왔다. 그사이에 그들을 튕겨낸 사내는 다른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쪽으로 간다! 놓치지 마!”

“제길!”

이포영이 짜증 난다는 얼굴을 했다. 이쪽은 수십 명이었다. 그런데도 단 한 명을 어떻게 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었다. 그러기를 벌써 일다경이 넘었다.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 이씨세가의 무사들을 가볍게 상대하며 마치 제집 돌아다니듯이 휘젓고 다니는 사람은 적운상이었다.

사실 소씨세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적운상이 나타나자 형산파 일행을 후원의 연공실에 가둔 것이다.

따앙!

“흡!”

적운상이 태룡도를 크게 한 번 휘두르자 그걸 막아낸 무사 하나가 뒤로 날아가서 그쪽에 있던 무사들과 부딪쳤다. 이어서 두 명이 더 튕겨 나와 그쪽으로 날아갔다.

적운상은 상대를 죽이지 않았다. 휘둘러오는 칼과 함께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래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잡아!”

“포위해서 몰아붙여!”

이씨세가의 무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적운상을 에워싸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적운상은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기다렸다가 포위망이 형성될 만하면 여유롭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쏴라!”

쉬쉬쉬쉬쉿!

전각의 지붕 위에서 활을 든 사내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적운상은 그걸 태룡도로 가볍게 쳐내면서 담을 하나 뛰어넘었다. 그러자 넓은 정원이 나왔다.

적운상을 뒤따라온 자들이 담에서 뛰어내리며 칼을 휘둘러왔다.

“하앗!”

“타핫!”

후우우웅! 따다다다당!

적운상이 그 자리에서 몸을 뒤로 돌리면서 태룡도를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칼을 내려쳐오던 세 명이 뒤로 튕겨져 담벼락에 등을 부딪쳤다.

콰아아앙!

“컥!”

“끄억!”

뒤이어 담을 타고 넘으면서 칼을 내려치는 두 명을 적운상은 똑같은 방법으로 날려버렸다. 보통은 위에서 아래로 하는 공격이 위력이 더 좋은 법이다. 내려치는 힘에 체중까지 완전히 실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적운상의 공격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또다시 세 명을 벽으로 날려버린 적운상은 다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쪽에 정원을 나가는 월동문이 보였다. 적운상이 그리로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앞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후우우웅! 쾅!

횡으로 휘두른 적운상의 태룡도가 월동문의 벽을 부쉈다. 그와 부딪칠 뻔한 사람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그 밑에 주저앉아 있었다.

“주양악?”

“뭐, 뭐야? 사형?”

주양악이 눈을 크게 뜨고 적운상을 올려다봤다. 보아하니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제때에 피해서 별일은 없었지만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누구 죽이려고 작정했어? 사람을 보고 칼을 휘둘러야지!”

주양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거기서 튀어나올 줄 알았나 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말을 하던 주양악이 갑자기 몸을 날리며 쌍장을 쭉 뻗어냈다. 그러자 적운상을 향해 칼을 휘둘러오던 무사 두 명이 어깨가 완전히 박살이 나서 뒤로 날아갔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사부님은 어디에 계셔?”

“뒤쪽에!”

주양악이 이씨세가의 무사들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 적운상이 월동문을 지나 그쪽을 보니 임옥군과 초사영 등이 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적운상은 그쪽으로 훌쩍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무사를 향해 태룡도를 휘둘렀다.

따앙!

“커헉!”

적운상의 일격을 막아낸 무사가 뒤로 확 날아가면서 임옥군을 공격하던 무사들과 뒤엉켜 넘어졌다. 이어서 또 한 명이 날아가 백수연을 상대하던 무사들과 부딪쳤다.

“어! 적 사형이다!”

나연오가 적운상을 알아보고 크게 소리쳤다.

“사부님.”

“그래. 왔느냐?”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알았다. 앞장서거라.”

적운상이 일행의 앞에 서서 태룡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씨세가의 무사들은 덤벼드는 족족이 뒤로 튕겨져서 땅을 굴렀다. 좌측에서는 주양악이 사람을 잡아서 던졌다. 그리고 우측에서는 초사영과 박노엽이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임옥군과 도지림, 그리고 백수연은 중앙에서 나연란과 나연오를 보호하면서 움직였다.

그렇게 이동을 하고 있는데 이충인과 이유고, 이포영이 수십 명의 무사들과 함께 앞을 막았다.

“이 가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사람을 어찌 이리 속일 수가 있단 말이오?”

이충인을 본 임옥군이 분노해서 소리쳤다. 호인이라고 여겼건만 이리 뒤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 이해해 주시구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전혀 미안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이리 대하는 이유가 뭐요? 혹시 운상이 때문이오?”

“그렇소. 위에서 명령이 내려와서 어쩔 수가 없소.”

“위라니?”

“저들은 호천마궁 사람입니다.”

적운상이 옆에서 대신 대답을 하자 임옥군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게 정말이냐?”

“네. 이곳은 호천마궁의 지부 중 하나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씨세가는 이 근방에서 꽤나 알아주는 세력가다. 그런 이씨세가가 호천마궁의 지부라면 누가 믿겠는가?

임옥군도 실제로 이렇게 당하지 않았다면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적운상!”

이충인이 앞으로 나서며 적운상을 불렀다. 그러자 적운상도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뭐요?”

“너 혼자라면 몰라도 그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소궁주께서 너를 보고자 하신다. 너만 얌전히 잡혀준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놔주겠다.”

이충인이 하는 말에 적운상은 난처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임옥군을 보며 말했다.

“사부님, 아무래도 먼저 가셔야겠습니다.”

“너를 놔두고 어떻게 우리만 간단 말이냐?”

“저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

“지금 모두 이야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호천마궁은 저한테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사부님이나 사형들한테도 피해가 갔을 겁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게 정말이냐?”

“네. 사실 그동안 귀찮아서 피해 다녔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시 만나서 일을 매듭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임옥군이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자 박노엽이 다가와서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했다.

“사부님, 사형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형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가야 사형도 이곳을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제야 임옥군은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이충인을 봤다.

“이 가주! 잠시지만 나는 그대를 호인이라 여겼소! 나와 뜻이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소! 상황이 이리되었으나 나는 계속 그렇게 믿고 있겠소.”

임옥군이 그렇게 말하고는 이충인에게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이충인도 포권을 하면서 소리쳤다.

“임 장문인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겠소. 포영이는 임 장문인 일행을 세가 밖으로 모셔라!”

“알겠습니다.”

이포영이 나서서 손짓을 하자 임옥군이 적운상을 봤다.

“조심해라.”

“네.”

임옥군이 가자 초사영이 적운상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빨리 뒤쫓아 와야 돼.”

“기다리고 있을게.”

주양악과 백수연이 한마디씩 하고 나연란과 나연오와 함께 임옥군의 뒤를 따라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적운상을 한 번 본 후에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임옥군 일행이 모두 그 자리를 떠나가자 이충인이 다가왔다.

“세가의 무사들을 죽이지 않은 점, 고맙게 생각하네.”

“그럴 필요 없소. 사부님이나 사형제들이 잘못됐었다면 모두 죽여 버렸을 것이오.”

이충인은 적운상의 말에 섬뜩함을 느꼈다.

“소궁주님은 내일이나 모레쯤 오실 거네. 그때까지 이곳에 있게나. 물론 감시가 붙을 걸세.”

“다른 놈들은 안 오는 건가?”

적운상이 그렇게 묻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적운상은 그동안 호천마궁에서 보낸 고수들을 계속 상대해 왔었다. 소궁주인 조비의 말대로 호천마궁에서는 적운상의 실력을 재볼 요량으로 계속 고수들을 보내왔다.

적운상은 그들을 설렁설렁 상대하며 도망만 다녔다. 칼 몇 번 부딪치고 도망치고, 다시 찾아오면 또 대충 싸우다가 도망쳤다. 그들을 이겨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당하면 더 강한 고수들이 온다. 그래서 적운상은 약한 놈들을 계속 상대하면서 끌고 다녔던 것이다.

호천마궁에서 그 같은 사실을 알고 무공이 절정에 달한 고수를 한 명을 보냈다. 신력대도(神力大刀) 왕양성이란 자인데 별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식하게 힘이 센 놈이었다. 지금껏 그가 휘두르는 대도(大刀)를 막아낸 자가 없다는 소문이 있었다.

적운상은 그와 딱 한 번 칼을 맞댔다. 그 이후로는 계속 도망만 다녔다. 다행히 왕양성은 경공이 형편없었다.

그제야 호천마궁에서는 적운상을 인정했다. 그래서 소궁주인 조비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적운상과 만나게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워낙에 발 빠르게 도망 다니니 접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임옥군 일행이 호북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씨세가로 끌어들인 것이다.

적운상은 그런 세세한 사정까지는 몰랐다. 그저 자신을 붙잡아두고 상대하기 위해서 임옥군 일행을 잡아뒀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자들은 오지 않느냐고 물은 것이다.

“누구를 말하는 건가? 신력대도 왕양성을 말하는 건가?”

이충인은 나름 들은 것이 있어서 웃으면서 물었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운상이 그동안 왕양성을 물 먹이고 다닌 사실을 호천마궁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적운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오면 부탁 좀 하지.”

“나는 감당할 수 없네. 소궁주님이 빨리 오기만을 바라게나.”

이충인이 하는 말에 적운상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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