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9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99화
199화. 비무 (2)
마염견과 적운상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섰다. 마염견이 주위를 한 번 쓸어 보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많군. 대단해.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세를 불리다니.”
“아직 멀었습니다.”
“오늘은 단지 자네와 겨루기 위해서 왔을 뿐이네. 승패에 상관없이 저들은 그냥 보내주게.”
마염견이 방성과 도옥평, 임진숭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번뿐입니다. 다음에는 저도 사형제들을 말리지 못할 겁니다.”
“알겠네.”
마염견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일어나 주위를 묵직하니 눌렀다.
“헉!”
“크윽…….”
사람들은 갑자기 산이 내리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운산이나 운청같이 무공이 좀 높은 이들은 저도 모르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들에게 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마염견이 왜 몇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당당하게 이곳으로 왔는지 이해가 갔다. 저 정도의 기세를 보일 정도라면 무공은 아마 천하에서 손꼽힐 정도일 것이다. 그런 실력을 가졌으니 그렇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적운상은 온몸이 찌릿찌릿해오는 마염견의 기세를 받으면서 흥분이 일었다. 조사동에서 나온 이후로 이런 고수와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다. 혈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염견은 강했다. 아직 검 한 번 부딪치지 않았지만 적운상은 그걸 알 수가 있었다.
적운상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태룡도를 뽑았다.
화아아아아아악!
그것은 바람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느꼈다. 적운상이 태룡도를 뽑아드는 순간, 바람이 불어와 마염견의 기세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치자 마치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모두들 생생하게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정도였던가?’
도옥평이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봤던 적운상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적운상의 일부분밖에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무상지검에 올라 있는 도옥평이 그렇게 놀랄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말하나마나였다.
적운상과 다시 한 번 겨루려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며 죽어라고 무공을 수련하던 사람들은 크게 좌절했다. 적운상은 그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너무나 멀었다. 웬만큼 돼야 희망이라도 가질 텐데,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나 났다.
‘그 사이에 또 강해졌구나.’
임옥군이 적운상을 보면서 흡족한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정위와 초사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들도 언젠가 저런 경지에 오를 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슥!
적운상이 앞발을 반보 정도 밀며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마염견의 기세가 조금 밀렸다.
슥!
다시 반보를 밀어서 앞으로 나가자 또다시 그만큼 마염견의 기세가 밀렸다.
“좋군. 좋아. 이런 긴장감이 도대체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기세싸움을 하는 도중에 저렇게 말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마염견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적운상도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처음입니다. 그러니 저보다는 좀 낫지 않습니까?”
“그런가? 후후. 하지만 겪어보고 나면 더 무서운 경우도 있다네.”
“그럼 제가 좀 나은 거군요.”
“조심하게나.”
“저도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서로 맞부딪치며 지나쳐갔다.
따앙!
검과 도가 부딪쳤다. 너무나 빨라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심지어 무상지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운산이나 도옥평 등도 두 사람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따앙!
또 한 번 두 사람이 검과 도를 휘두르며 지나쳐갔다.
촤아아아악!
적운상이 태룡도를 휘두른 자세 그대로 미끄러지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마염견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염견 역시 적운상을 향해 맞서 나갔다.
따앙!
사람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그저 한 번씩 검과 도를 휘두르며 맞부딪치고 지나쳐가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주시하면서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했다. 그 예상의 수가 수십에서 수백에 달했다.
검과 도가 한 번씩 부딪치기 전에 심상으로 만들어낸 두 사람이 수십에서 수백 초식을 겨뤘다. 그러니 실제로 펼치는 일 초식은 그 후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따앙! 파가가가각!
두 사람이 처음으로 검과 도를 맞부딪친 후에 지나쳐가지 않고 원을 그리며 자리를 바꿨다.
적운상이 태룡도를 휘두르려다 멈칫했다. 지금 공격하면 그대로 당하기 때문이다. 초식을 바꿔서 다시 태룡도를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전에 미리 차단당했다.
그건 마염견도 마찬가지였다. 검을 뻗어 공격을 하려고 할 때마다 적운상의 반격에 당할 것 같아서 금방 초식을 바꿔야 했다.
두 사람이 그러다 보니 한 번도 검과 도가 부딪치지 않았다. 제대로 뻗어서 나오는 공격도 없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했다.
그것은 마치 양쪽에서 팽팽하니 실을 당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한쪽이 놓으면 한쪽이 당기고, 그쪽에서 놓으면 이쪽에서 당겼다. 그래서 시종일관 실이 계속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상태였다. 어느 한쪽이든 실을 팽팽하게 하지 못하고 느슨해지거나, 반대로 너무 당겨서 끊어지거나 하면 끝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손에 촉촉하게 땀이 배는 것도 모를 정도로 시선을 빼앗겼다. 그들이 또 언제 이런 싸움을 볼 수 있겠는가?
꿈에서도 바라 마지않는 경지에 올라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심장이 죄어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주먹을 너무 꽉 움켜쥐는 바람에 팔에 경련이 일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또 어떤 사람은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벅찬 감동을 도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때였다.
따앙! 파핫!
두 사람의 검과 도가 부딪치면서 피가 튀었다. 적운상의 피였다. 팽팽했던 실이 끊어진 것이다.
“크윽…….”
적운상이 인상을 쓰며 신음을 뱉어냈다. 왼팔을 베였다.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도 아니었다.
적운상이 마염견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마염견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바짝 따라붙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쉬익!
적운상이 몸을 틀어 그의 검을 피하느라 땅을 몇 바퀴나 뒹굴었다. 그러면서 따라 들어오는 마염견의 다리를 노리고 태룡도를 휘둘렀다.
쉬이이익! 파지지직!
마염견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조금만 늦었으면 두 다리가 그대로 잘려나갔을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베기였다.
적운상이 밑에서 위로 태룡도를 올려쳤다. 그렇게 무리해서 몸을 움직이자 왼팔이 욱신거렸다. 그 바람에 완벽한 베기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염견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따앙!
적운상의 베기를 검으로 막아낸 마염견의 몸이 뒤로 확 날아갔다. 검을 잡고 있는 손이 찌르르 울리면서 팔까지 떨렸다. 가지고 있는 검이 보검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로 부러졌을 것이다.
‘아차하면 검까지 함께 베이겠군.’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베기였다. 마염견은 기회를 놓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적운상의 베기를 경험한 것으로 만족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염견은 아직 숨기고 있는 비기가 있었다.
쉬익!
적운상이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마염견이 검을 뻗어내며 비기를 펼칠 준비를 했다.
따당! 챙챙챙챙챙챙!
두 사람의 검과 도가 처음으로 정신없이 부딪쳤다. 그러던 순간 마염견의 검이 교묘하게 움직이며 적운상의 손목을 베려고 했다. 그건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 피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려면 태룡도를 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손목을 베이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적운상은 태룡도를 놓았다. 하지만 그냥 놓은 것이 아니라 손목의 반탄력을 이용해서 튕겨냈다. 그러자 태룡도가 빙글빙글 돌며 마염견의 머리를 치려고 했다.
마염견이 당황하며 재빨리 검으로 태룡도를 옆으로 쳐냈다.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적운상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친 것이다. 바람과 우레를 대동한 주먹이었다. 뭘 어떻게 할 수 없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퍼어어엉! 빠지지직!
“크헉!”
마염견이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검을 휘둘러 적운상을 베려고 했다. 적운상이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천응방의 후원에서 펼쳤던 바로 그 풍뢰십삼식이었다.
후우우웅! 터엉! 빠지지지직!
적운상의 주먹이 마염견의 검을 쳤다. 그러자 검이 둥글게 휘어지다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아까 적운상의 베기를 버티어낸 검인데도 그렇게 부러진 것이다.
이어서 적운상이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발로 땅을 찍었다.
쿠웅!
발에서 시작된 바람이 단전에 있는 뇌기와 함께 적운상의 팔을 타고 주먹에 응집됐다.
쿵! 파지지지직!
마염견이 다시 한 번 튕겨지면서 뒤로 삼 장이나 날아가서 땅을 뒹굴었다.
촤아아아아아악!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적운상의 승리였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들 입을 꾹 다물고 지켜볼 뿐이었다.
“후욱…….”
적운상이 숨을 내뱉으며 마염견을 봤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쓰러졌다. 보다 못한 도옥평이 가서 그를 부축했다.
적운상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후후…… 산을 올라올 때부터 불안했었지. 그래서 많이 망설였다네.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 자네의 말을 듣고 깨닫는 것이 있었지. 성아. 평아.”
마염견이 방성과 도옥평을 불렀다.
“네. 사부님.”
“말씀하십시오.”
“저자를 뛰어넘을 자신이 있을 때까지는 몸을 웅크리고 있어라. 형산파에 모든 것을 맡기고 지켜보아라.”
“사부님…….”
“좋은 승부였네. 쿨럭!”
말을 하던 마염견이 피를 토해냈다. 내상이 심했다. 가슴뼈가 완전히 부서졌다. 살아나기 힘들었다. 그걸 마염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나는 자네가 말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지 못했네…… 하지만 자네는…… 자네는 꼭 그렇게…….”
그게 마염견의 마지막이었다. 주위가 조용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움직이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방금 본 것이 너무나 컸다.
“사부님을 모시고 가고 싶소.”
방성이 적운상의 허락을 구했다.
“그렇게 하시오.”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방성이 마염견을 안아들었다.
“쉽지 않을 거요.”
방성은 그 말만 남겨놓고 도옥평, 임진숭과 함께 형산파를 떠났다. 남예가 잠시 적운상을 보다가 그들을 뒤따라갔다.
적운상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