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6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65화
165화. 정암사의 혈투 (5)
“놈!”
옥조진인이 거리를 좁히면서 검을 쭉 찔러 넣었다.
푸욱!
괴인은 너무나 손쉽게 당했다. 옥조진인은 검이 괴인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자 이겼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믿을 수 없게도 괴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옥조진인은 방심하고 있다가 얼결에 팔을 올려 공격을 막아냈다.
빠악! 우득!
“끄아아아!”
괴인이 휘두르는 주먹을 막은 옥조진인의 팔이 부러졌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몸이 붕 떠오르더니 벽까지 날아가서 처박혔다.
콰앙!
옥조진인이 그렇게 일격에 당하자 백수연이 괴인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괴인은 팔을 들어 백수연의 공격을 막았다.
파각!
“…….”
백수연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백수연이 가지고 있는 검은 보검 중의 보검이었다. 무쇠라 해도 무 자르듯이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괴인의 팔에 막힌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백수연의 검이 팔의 반을 자르고 들어갔는데도 괴인은 전혀 괴로워 보이지 않았다. 하긴, 괴인의 가슴에는 아까 옥조진인이 꽂아 넣은 검이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후웅!
괴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백수연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하압!”
백리난수가 쌍장으로 뒤에서 괴인의 등을 후려쳤다.
콰아앙!
괴인이 비틀거렸다. 그뿐이었다. 괴인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듯이 백리난수를 돌아봤다.
“아…….”
“위험해!”
백수연이 괴인을 향해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파가가가각!
괴인은 백수연의 검이 두 번이나 베고 지나갔는데도 멀쩡했다. 신음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움직였다.
“쿠오오오!”
괴인의 움직임은 백수연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괴인은 사라졌다 싶은 순간 백수연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꺄아아악!”
백수연이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남은 건 이제 백리난수뿐이었다.
“타핫!”
파각! 파각!
백리난수의 반월도가 괴인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아예 다리를 잘라버릴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겨우 베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괴인의 몸은 단단했다.
“쿠오오오!”
괴인이 괴성을 지르면서 백리난수를 향해 움직였다. 백수연을 공격할 때처럼 눈으로 파악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쉭! 떠엉!
“크윽!”
백리난수는 얼결에 양팔을 모아서 괴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어깨가 빠지는 것 같은 고통이 일며 몸이 붕 떠올라 뒤로 튕겨졌다.
괴인은 백리난수가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다는 걸 알고 다시 한 번 공격을 하려고 했다. 백리난수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어.’
순간 백리난수의 손에 뜨거운 기운이 응집됐다. 그것은 그녀가 숨겨두었던 무공이었다. 절대로 지금 보여서는 안 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었다.
화아아아악!
백리난수가 달려드는 괴인을 향해 일장을 후려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괴인의 몸이 옆으로 휙 날아갔다. 옥조진인이 백리난수가 위험한 것을 보고 온몸을 날려 괴인을 덮친 것이다.
콰아앙!
“크아아악!”
벽에 부딪친 것은 괴인이었지만 비명은 옥조진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부러진 팔로 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어르신!”
“지금이다! 어서 이놈의 목을 쳐!”
옥조진인이 괴인을 부둥켜안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소리쳤다.
백리난수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몸을 날려 괴인의 목을 향해 반월도를 휘둘렀다.
파각! 파각!
허리를 틀며 두 번이나 괴인의 목을 베었다. 그 정도라면 보통 사람은 목이 떨어지고도 남는다. 그러나 괴인의 목은 겨우 반 정도가 베였을 뿐이다.
“쿠오오오!”
괴인이 힘을 쓰자 옥조진인이 저만치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백리난수가 내공을 끌어올려 다시 한 번 반월도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위력이 대단했다. 숨겨둔 무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파각!
괴인의 팔이 잘려나갔다. 목을 노렸는데 괴인이 팔을 올려서 막는 바람에 팔만 잘려나간 것이다.
“쿠오오오오!”
괴인이 남은 한 팔을 휘두르면서 몸을 부딪쳐왔다. 백리난수가 반월도를 괴인의 몸에 대고 밀어내면서 그 반동으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괴인의 손에 목을 잡히고 말았다.
“난수야!”
백수연은 아까 당한 일격으로 속이 진탕되어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백리난수를 살리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내려쳤다.
파각!
백수연의 검이 괴인의 팔을 반 정도 파고 들어갔다. 괴인은 백수연은 본체만체하며 백리난수를 죽이기 위해 계속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백리난수의 몸이 조금씩 공중으로 떠올랐다.
“컥! 끄윽…….”
백리난수가 괴인의 손을 풀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백수연도 괴인을 향해 마구 쌍장을 후려쳤다. 그러나 내상을 입은 상태여서 위력이 약했다.
괴인은 백수연의 장력에 몸을 움찔움찔하면서도 끝까지 백리난수의 목을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숨이 막혀 죽기보다는 목이 부러져 죽고 만다.
그때였다.
쉬익! 파각!
그렇게 자르려고 해도 잘리지 않던 괴인의 팔이 어이없이 잘라졌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땅으로 떨어져 내려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백수연이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의 몸이 그에게 확 딸려갔다. 적운상이었다.
적운상은 그녀를 당겨 품에 안으면서 한 손을 쭉 뻗어 괴인의 머리를 쳤다.
빠악!
괴인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지며 몸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괴인은 서너 걸음을 물러나며 다시 중심을 잡았다.
“괴물이군. 잠깐 기다려.”
적운상이 백수연을 놓고 괴인과의 거리를 좁혔다. 괴인이 움찔하며 움직이려고 했으나 적운상이 너무나 빨랐다. 어느새 괴인 앞까지 온 적운상은 괴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어 눌렀다. 그리고 뇌기를 퍼부었다.
빠지지지지지직!
“쿠오오오오오!”
괴인이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뇌기가 온몸을 타고 돌며 헤집자 곳곳이 터져 나갔다. 너무나 잔인한 모습에 백수연은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모두 괜찮아?”
괴인이 엉망이 되어서 쓰러지자 적운상이 손을 털며 물었다.
“응. 괜찮아.”
적운상이 백수연의 상처를 살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백수연이 몸을 움찔했다. 자신도 모르게 거부의 몸짓을 보인 것이다. 방금 그런 것을 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적운상은 내밀었던 손을 다시 거뒀다. 그리고 씁쓸하니 미소를 지었다.
“미안. 놀라게 해서.”
“아! 아니야. 이건…….”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은영이는? 은영이가 안 보이는데.”
적운상의 말에 그제야 백수연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말 강은영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벽에 구멍이 뚫린 곳에서 강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기 있어요.”
“무사했구나.”
“네.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재빨리 숨었어요.”
현명한 판단이었다. 적운상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다.”
“헤.”
적운상의 칭찬과 손길이 싫지 않은 듯 강은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누군가를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람, 악귀나 다름없는 그는 바로 삼 장로였다.
* * *
“아아아아아악!”
강은영이 비명을 지르면서 적운상의 뒤에 숨었다. 그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사람에게 걸리면 끝이었다. 모두 죽었다. 저 사람의 말 한마디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괜찮아. 은영아.”
“안 돼요! 저 사람은 안 돼요…….”
“겁먹지 마! 형산파의 제자는 누구에게도 겁을 먹어서는 안 돼.”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 숨어 있는 강은영의 뒷덜미를 잡아서 앞으로 오게 했다.
“똑바로 봐! 적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원수도 갚지 못해. 원영이의 원수인데 떨고만 있을 거냐?”
적운상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강은영이 멍하니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물었다.
“워… 원영이가… 원영이가 죽었나요?”
“그래.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영이가… 원영이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하는 걸 매몰차게 뿌리치고 도망쳤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되도 않는 이유로 산을 내려가지 않으면서 주위를 맴돌았었다. 만약 진작 산을 내려가서 도움을 청했다면 동생이 살 수도 있었다.
강은영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끅끅거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저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백수연이 검을 주워들고 경계하면서 소리쳤다.
“괜찮아. 인질이니까.”
“뭐?”
백수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적운상과 삼 장로를 번갈아 가면서 봤다.
“일단 옥조진인의 상처부터 치료하자.”
옥조진인은 상처가 굉장히 심했다. 적운상은 일단 부러진 팔의 뼈를 맞추고 거기에 부목을 댔다.
“내상이 문제로군.”
“내… 내 품에 내상단이 있을 걸세.”
옥조진인이 힘없이 말했다. 적운상이 뒤져보니 작은 옥병이 하나 나왔다. 그걸 열자 안에서 작은 둥근 환단이 두 개 나왔다.
“두 개 다 먹어야 합니까?”
“한 개만 먹으면 되네.”
적운상이 하나는 다시 넣어서 마개를 닫고, 하나는 옥조진인에게 먹였다.
“수 매는 좀 어때?”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지가 않았다. 그녀의 목에는 괴인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적운상이 가까이 가서 그녀의 목을 살폈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약간 멍이 들었을 뿐이야.”
“네. 저는 괜찮으니까 언니를 봐주세요.”
백수연은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백리난수를 살리려고 무리를 했기 때문에 얼굴이 굉장히 창백했다.
“내상을 입었나? 내상단을 먹이게.”
누워 있던 옥조진인이 중얼거리자 적운상이 그의 품에서 환단을 꺼내 백수연에게 먹였다.
“좀 괜찮아?”
“응… 괜찮을 거야. 쉬고 싶어.”
“그래.”
백수연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더니 곧 잠이 들었다. 그때까지도 강은영은 적운상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입구에 서 있는 삼 장로를 계속 쏘아보고 있었다.
“앉으시오.”
적운상이 자리를 권하자 삼 장로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까 그 괴인은 뭐지?”
삼 장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길잡이로 끌려왔다. 적운상은 정암사에 있던 혈마승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었다. 그러나 안에서 여자들의 시체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손을 썼다. 살아남은 건 오로지 삼 장로뿐이었다.
적운상은 그에게 제안을 했다. 혈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삼 장로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 제안을 승낙했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적운상의 죽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혈불밖에 없었다. 그런 적운상이 계속 뒤를 쫓게 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느니 차라리 혈불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고 여긴 것이다.
“다시 한 번 묻지. 아까 그 괴인은 뭐야?”
삼 장로는 순간 섬뜩함이 느껴졌다. 이에 말을 하기 싫었지만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흥! 네놈 같은 놈이 있을지도 몰라서 대비를 해놓은 거지.”
“이지를 상실한 것 같던데.”
“본사의 비법이다. 더 이상은 말해 줄 수 없다.”
“하나만 더 묻지. 저런 괴인들이 또 있나?”
“…….”
삼 장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또 있는 것 같았다.
“뭐, 상관없겠지. 혈불을 꺾으면 모두 없어질 테니까.”
“흥! 네놈은 절대로 그분을 꺾지 못한다.”
“그건 붙어봐야 알지. 어디로 가야 한다고 했지?”
“호북이다.”
“갈 길이 멀군. 은영아.”
“네.”
“너는 나를 도와서 들것을 만들자.”
“네.”
강은영은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시선은 삼 장로에게 향해 있었다. 그러자 삼 장로가 못마땅한 듯이 눈을 부라렸다. 강은영이 겁을 먹고 몸을 움찔했지만 적운상이 부르자 곧 그쪽으로 갔다.
나무와 옷을 이용해서 들것을 만들자 적운상은 옥조진인을 거기에 눕혔다. 그맘때쯤 단잠이 들었던 백수연도 깨어났다.
“괜찮아?”
적운상이 백수연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면서 물었다.
“응. 괜찮아.”
“다시 비가 오기 전에 산을 내려갈 거야. 힘들어도 좀 참아.”
“응.”
“수 매.”
“네. 오라버니.”
“힘들어도 네가 수고 좀 해줘.”
“네. 걱정 말아요.”
백리난수가 백수연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적운상은 옥조진인이 누워 있는 들것의 뒤로 가서 삼 장로를 향해 말했다.
“앞에서 들어.”
“뭐?”
“들으라고.”
“내가 왜 그런 짓까지 해야 하느냐?”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나는 당신이 꼭 필요한 게 아니야. 단지 고생하기가 싫어서 당신을 살려두고 있는 거야. 당신이 없다고 내가 혈불을 찾아내지 못할 것 같아?”
찾아낼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운상은 그럴 것 같았다.
“알았다.”
삼 장로가 적운상이 시킨 대로 앞으로 가서 들것을 잡았다.
“가지.”
그렇게 일행은 그곳을 떠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