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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6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62화

162화. 정암사의 혈투 (2)

 

쉬익! 파각! 파각!

“크아아악!”

“아아아악!”

혈마승 두 명이 단도에 팔을 베이고 어깨를 찍히자 비명을 질렀다. 옆에 있던 혈마승이 뒤늦게 공격을 하려고 했으나 적운상이 어느새 코앞에 와 있었다.

가가각!

“끄아악!”

순식간에 두 다리를 베인 혈마승이 제대로 서 있지를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죽엇!”

혈마승 하나가 크게 외치면서 혈도를 휘둘러왔다. 적운상이 상체를 젖혀서 피하기는 했지만 팔을 살짝 베였다. 혈마승은 기회라 여겨 더욱 깊숙이 공격해왔다. 그때 배에서 갑자기 뜨끔하는 통증이 밀려왔다. 적운상의 단도에 배를 찔린 것이다.

“흐아아앗!”

“타핫!”

남은 세 명 중, 두 명이 눈을 사납게 뜨고 혈도로 공격을 해왔다. 적운상은 그들에게 맞서 나갔다. 그들이 혈도를 휘둘렀다. 적운상도 두 개의 단도를 휘둘렀다.

챙챙! 파각! 팍!

“끄억!”

“크윽!”

혈마승들이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앞으로 꼬꾸라졌다. 적운상은 그대로 계속 달려가면서 도망치려는 나머지 한 명을 향해 단도를 하나 던졌다.

쉬익! 챙!

그가 날아오는 단도를 혈도로 쳐내느라 잠시 멈칫했다. 그 짧은 찰나에 거리를 좁힌 적운상이 그의 목을 틀어잡고 뒤에 있는 나무까지 밀어붙였다.

쾅!

“커헉!”

적운상은 그를 들어 올린 상태에서 단도로 두 번이나 배를 찔렀다. 그러자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혈불은 어디 있어?”

“끄으… 모른… 다…….”

파각!

적운상의 단도가 다시 그의 배를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혈마승이 적운상의 팔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혈불은 어디 있어?”

“그… 극락… 왕…….”

파각!

“커헉!”

“혈불은 어디 있어?”

“네놈도… 곧… 죽… 끄윽.”

그의 고개가 푹 떨어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적운상이 그를 팽개치고 다른 혈마승들을 봤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말했지. 피를 보기에는 좋은 밤이라고.”

콰콰콰쾅!

비바람이 거세지며 천둥번개가 쳤다. 그 사이로 보이는 적운상의 모습은 악귀나 다름없었다.

* * *

 

쿠르르르릉!

천둥이 치고 이어서 번개가 쳤다. 백수연과 백리난수는 비바람에 머리가 산발이 되고, 옷은 흠뻑 젖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십여 명의 혈마승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운상이 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십여 명 가까이 되었는데 옥조진인에 의해 네 명이 쓰러지고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각각 한 명씩 쓰러트려서 지금은 십여 명이 된 것이다.

“헉헉… 조심해요! 언니!”

백리난수가 다급하게 반월도를 휘둘러 백수연을 공격해가던 혈마승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백수연이 그의 목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챙!

혈마승은 여유롭게 그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다. 돌아가며 공격하면서 백수연과 백리난수의 힘을 빼려고 했다. 두 사람의 미모를 보고 상처 없이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나마 좀 여유가 있었지만 옥조진인은 그렇지 않았다. 거기도 옥조진인의 힘을 빼기 위해 여덟 명의 혈마승들이 차륜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사로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여 버리는 것이 목적이라서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백수연과 백리난수는 청성파 장문인의 사형이라는 옥조진인의 무공이 너무 약한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악!”

백수연이 혈마승의 공격을 피하다가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혈마승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백리난수가 그 앞을 막아서며 두 개의 반월도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잠시 갈등을 했다. 사실 그녀의 무공이라면 지금 여기에 있는 혈마승들을 모두 상대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어떻게 그렇게 강해졌는지를 이야기해야 했고, 그럼 적운상과는 끝이었다.

그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리고 지금 백수연이 죽는다면 그녀로서는 연적이 한 명 줄어드니 그만큼 좋은 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백리난수는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챙!

“괜찮아?”

백리난수의 바로 앞에서 적운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언제 왔는지 그녀 앞에 산같이 버티고 서 있었다.

“적 오라버니!”

“물러나 있어!

적운상이 크게 소리치면서 막고 있던 혈마승들의 혈도를 밀어냈다. 그때 혈마승 하나가 밑으로 파고들며 적운상의 다리를 노리고 칼을 휘둘러왔다.

적운상은 비바람이 심해서 잘 보이지 않는데다 뒤에 있는 백리난수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파각! 파가각!

“크윽!”

“끅!”

적운상과 혈마승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적운상은 다리를 베였지만 혈마승은 뒷목을 찍혔다.

“적 오라버니!”

백리난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적운상은 다리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혈마승들과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두 개의 단도가 춤을 췄다. 막고 베고, 쳐내고 찌르며 혈마승들의 몸을 유린했다. 그때마다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며 피가 튀었다.

우르르르릉! 콰쾅!

비바람이 더욱이 심해지면서 천둥과 번개가 쳤다. 그 안에서 피를 뿌리면서 싸우고 있는 적운상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벌써 아홉 명이 적운상의 손에 쓰러졌다.

그 사이에 네 명이 옥조진인에게 당했다. 세 명이 겁을 먹고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끝까지 쫓아가서 그들을 쓰러트렸다. 그러고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그들을 질질 끌고 왔다.

“적 동생.”

“동굴에 들어가 있어.”

“뭘 하려고?”

적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손에 잡고 있는 혈마승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혈불은 어디 있나?”

“흐흐흐. 내가 말할 것 같으냐? 끄아아아악!”

혈마승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적운상의 단도가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백수연은 적운상이 뭘 하려는지 알고는 주춤거리며 두어 발자국을 물러났다.

“혈불은 어디 있나?”

“끄으… 내가 말할… 아아아아아악!”

“혈불은 어디 있나?”

“끄어… 흐어…….”

적운상이 그를 옆으로 밀어두고 다른 혈마승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백수연이 달려와서 적운상을 뒤에서 껴안았다.

“그만둬!”

“…….”

적운상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놔.”

한 마디였다. 겨우 한 마디일 뿐인데 백수연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안 돼! 이러면 너도 망가져! 너도 저들과 똑같이 된다고!”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거야.”

그제야 백수연은 주양악에 대한 적운상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만둬!”

“놔.”

“부탁이야! 제발 그만둬!”

“놓으라고!”

찰싹!

적운상은 생각지도 못한 일에 멍하니 백수연을 쳐다봤다. 백수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적운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 대 더 때려줘?”

백수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해! 한 대 더 때려줘? 네가 이러면 주양악이 좋아해? 혈불을 만나면 제정신 가지고 싸울 수 있어? 감정 하나도 못 다스려서 어쩌자는 거야? 상대가 버러지라고 해서 너도 그렇게 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래?”

“…….”

적운상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 년 동안 조사동에 스스로를 가두고 미친 듯이 수련을 했었다. 오로지 주양악 때문이었다. 그리고 비명에 간 구혁상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제정신으로 해도 버티기 힘든 것이 폐관수련이다. 그런 상태로 수련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은 것이 정말 천운이었다. 이 년이 거의 다 되어 심검의 경지를 완전히 체득했을 때, 분노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고 여겼었다. 예전같이 한 번씩 돌아버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무인의 마음은 어느 때든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아야 하는 법! 분노에 몸을 싣지 말고 그걸 감싸 안아야 비로소 해소시킬 수가 있다네.”

옥조진인이 처음으로 그럴듯한 말을 했다.

“적 오라버니…….”

백리난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적운상을 불렀다. 적운상은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백수연이 따라 걸었다. 그리고 백리난수와 옥조진인이 조금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네 사람은 그렇게 한참이나 빗속을 걸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러다 적운상이 멈춰 섰다.

“누이.”

“응.”

“고마워.”

“아니야. 언제라도, 언제라도 옆에서 혼내줄게.”

백수연이 적운상에게 다가가 품에 안겼다. 그러다 적운상의 몸이 생각보다 뜨거운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너… 몸이 왜 이래? 어디 다쳤어?”

“응. 다리를 조금…….”

“바보야! 그걸 왜 이제야 말해?”

백수연이 화를 내면서 적운상의 다리를 살폈다. 상처가 제법 깊었다. 백수연은 옷을 찢어서 일단 지혈부터 했다.

“비 피할 곳을 찾아야겠어요.”

“그래야 할 것 같군.”

옥조진인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검을 뽑았다.

“누구냐?”

예쁘장하게 생긴 어린 소녀였다.

“너는…….”

“저를 따라오세요.”

소녀가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걸었다. 하지만 옥조진인은 선뜻 따라가지 않았다. 정체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빨리 와요. 조금 있으면 그들이 또 올 거예요.”

그들이란 혈마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소녀는 혈마승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말투로 말했다.

“앞장서라.”

적운상이 말하자 소녀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적운상이 그 뒤를 따라 걷자 옥조진인도 별말 없이 같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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