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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3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37화

장천운의 말에 사공명신 등은 경악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저 노인이 무림오왕 중 교왕이라고?”

“뭐? 교왕은 십여 년 전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중얼중얼…….

하지만 놀라긴 했어도 겁을 먹진 않았다.

하루 사이 겪은 두 번의 혈투가 교왕의 이름조차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교왕 둔가부는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는 한편 은근히 노기가 끓었다.

“흐흐흐흐, 나를 알면서도 태연하다니. 뭐 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간덩이 큰 것 하나는 높이 사주마.”

그러고는 허벅지만큼 굵은 손을 들어서 몽둥이 같은 검지를 세우고 뒤를 향해 흔들었다.

거한들이 가마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들의 손에는 가마를 받치고 있던 커다란 봉이 들려 있었다. 봉 끝에는 달빛을 받아서 은백색으로 번쩍거리는 창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노선배님, 굳이 싸울 필요가 있겠습니까?”

장천운이 차가운 눈빛을 갈무리하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교왕은 그 말에 더욱 화가 났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뻣뻣한 태도다. 간덩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 아닌가 말이다.

입술이 귀밑까지 늘어진 그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지고, 목소리도 점점 낮아졌다.

“어린 애새끼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도 그냥 지나친다면, 강호의 친구들이 나를 손가락질 할 거다. 세월이 지나니 마음이 약해졌다고 말이야.”

“강호인들은 노선배님이 강호에 나오신 것도 모를 겁니다.”

“지금은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노부가 구천성에 가게 되면 모두가 알게 될 거다.”

뭐? 구천성에 간다고?

장천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교왕이 구천성에 가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교왕은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직이 말을 맺은 교왕이 짧게 명을 내렸다.

“쳐라! 죽여도 상관없다.”

명이 떨어지자, 거한들은 지름이 세 치에 길이가 아홉 자나 되는 거대한 창을 들고 장천운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아아앙!

장천운은 뒤로 미끄러지면서도 교왕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거한들의 위세가 대단하긴 하지만 일행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교왕이다.

그의 일행들이 강하다 해도 교왕을 막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결국은 자신이 상대하는 수밖에.

“차앗!”

제일 먼저 구산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거검을 휘둘렀다.

쾅!

일성 굉음과 함께 두양양과 선우상, 철상문도 거한들의 공세를 정면으로 마주쳐갔다.

떠더덩! 콰광!

굉음이 어둠을 뒤흔들었다.

거한들의 공세가 강하긴 하나 속도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게다가 장천운 일행은 모두가 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들. 갈대 하나로 도검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일반 무사라면 거한들의 거대한 창과 마주치는 걸 두려워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한들이 절정의 공력을 뿜어내는 장천운 일행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물러섰다.

그나마 장병을 들고 있어서 당장 피를 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교왕은 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십 년 동안 애써 키운 수하들이 새파랗게 젊은 놈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밀리다니.

“바보 같은 놈들!”

교왕이 버럭 소리치고 붕 떠올랐다.

가로세로의 차이가 거의 없는 몸매다. 그런 거대한 체구가 유유하게 허공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비상식적이었다.

그렇게 이 장을 떠오른 교왕이 장천운을 향해 날아갔다.

장천운은 두 손을 폈다 쥐었다.

교왕은 온몸이 무기라고 했다.

저 투박한 팔다리는 철퇴보다 강했고, 도검조차 통하지 않는 통통한 몸은 쇳덩이처럼 단단해서 부딪치는 모든 것을 부숴버린다고 했다.

아마 순수 공력만 따진다면 자신이 두 수는 뒤질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할 마음은 없었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그는 뇌정무극수와 혼천수라권을 펼치며 정면으로 맞섰다.

콰과과광!

어둠이 진저리치며 터져 나갔다.

두 사람 주위 일 장 반경의 대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교왕의 천주철신공(天柱鐵身功)은 장천운의 공세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바위도 부수는 주먹에 직격 당하고도 그저 얼굴만 살짝 일그러졌다.

오히려 그보다는 교왕의 몸에 다섯 번의 공격을 연속으로 적중시킨 장천운의 표정변화가 더 컸다.

‘정말 괴물이 따로 없군.’

경악한 것은 교왕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몸뚱이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그는 장천운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그런데 오늘, 그 믿음이 깨지기 직전이었다.

얼굴 가죽이 두툼해서 별 다른 표정변화가 없었을 뿐, 내부가 온통 뒤흔들렸다.

몇 대 더 맞으면 진짜로 몸이 터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의 믿음을 흔들었다.

‘뭐 이런 새끼가……!’

하지만 그가 교왕이라 불린 것은 단단한 몸뚱이 때문이 아니었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이놈!”

눈을 치켜 뜬 그는 기둥처럼 굵은 팔을 휘둘러서 장천운을 공격했다.

“얼마든지!”

장천운도 자신이 아는 혼천수라권의 모든 변화와 뇌정무극수의 진수를 모조리 쏟아냈다.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던 날, 달빛 아래에서 전무후무한 대결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 눈에는 검을 놔둔 채 적수공권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장천운이 무모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교왕은 그런 마음을 티끌만큼도 갖지 않았다.

자신이 상대를 괴물로 평가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제 약관을 겨우 지난 것처럼 보이는 놈이 자신과 비등하게 싸우다니!

자신이 약간 우세하긴 해도 그것은 공력 때문이다.

그 점이 더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천주철신공을 완성한 후 언제 오늘 같은 일이 있었단 말인가.

장천운도 오왕의 강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을 쓰거나 환술을 펼치면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하지만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오왕의 무위가 이 정도였던가?’

구양명을 꺾은 후 내심 자신만만했던 그다. 그러나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었다.

‘너무 일찍 만족했어!’

세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넓고, 강한 자도 많다. 개중에는 자신보다 더 강한 자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중 하나가 공손백이 될 수도 있고, 나극이 될 수도 있다.

‘어리석은……!’

이를 악문 장천운은 교왕을 향해서 찰나에 십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

가공할 공세가 폭풍을 일으키며 어둠을 일그러뜨렸다.

교왕도 눈을 부릅뜨고 두 팔을 팔랑개비처럼 휘둘렀다.

쿠구구구구! 쾅!

천지를 뒤흔드는 벽력음과 함께 두 사람이 뒤로 주욱 물러섰다.

사공명신 등과 거한들은 이미 해쓱해진 표정으로 멀찌감치 물러선 상태였다.

장천운은 오 장 거리를 두고 서서 교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우수가 현월의 검병 위에 놓여 있었다.

“피차 이득 될 것도 없는데 그만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교왕의 두툼한 볼이 씰룩거렸다.

상대는 검을 지녔다. 주 무공이 검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검을 뽑지도 않았다.

자신이 약간의 이득을 취했다 하나 승부에서 이긴 것은 아니라는 말.

이제부터는 검을 뽑을 모양인데, 그럴 경우 그 우세마저 장담할 수 없다.

겨우 분노를 가라앉힌 그가 짜증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이름이 뭐냐?”

“장천운입니다.”

아직 강호에는 장천운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교왕도 알지 못했다.

“어디에 몸담고 있는 놈이냐?”

장천운은 숨을 몰아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사실대로 말했다.

어차피 교왕이 구천성에 간다면 곧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될 테니까.

“구천성 흑월대를 맡고 있습니다.”

“뭐? 구천성 사람이라고?”

“그렇습니다.”

“제기랄, 꼴이 우습게 됐군.”

초청을 받아서 구천성으로 가는 길이다. 구천성 무사와 끝장을 보자며 싸울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고개를 흔들며 투덜거린 교왕이 거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하느냐? 가마를 들어라.”

거한들은 교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급히 가마로 달려갔다.

그들의 몸은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그나마 흑월대원들이 교왕과 원수가 되기 싫어서 손속에 사정을 두었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거한들이 봉을 제자리에 끼우고 가마를 들자, 교왕이 장천운을 다시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검부터 뽑아라. 검 쓰는 놈을 주먹질로 이겨봐야 기분만 찝찝하니까.”

그는 나중에 후회할 말을 별 생각 없이 특 내던지고는 붕, 떠서 가마 속으로 들어갔다.

장천운은 가마 속 어둠에 묻힌 그를 보며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게 하죠.”

교왕 둔가부가 공손백이나 나극의 사람이 된다면 검을 뽑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그때는 오늘처럼 어정쩡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분의 초청을 받고 구천성에 가시는 겁니까?”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군. 어차피 네가 구천성 놈이라면 나중에 알게 될 거다. 가자!”

촤르르르르.

교왕이 신경질적으로 일갈을 내지르고 가마의 가림막을 내렸다.

거한들이 걸음을 옮겼다.

장천운은 더 묻지 않고 가마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

“대주, 누가 교왕을 불렀을 거라 보시오?”

선우상이 침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장천운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반쯤 얼굴을 내밀었다. 달이 속삭였다.

―바로 그자야. 그자가 불렀어.

누가? 공손백이? 아니면 나극이?

괴이하게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심장박동만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누가 불렀든, 그자의 뜻대로 되진 않을 거요.”

 

 

58장: 또 다른 바람

 

 

대봉문은 남양성에서 이십 리 북쪽, 강을 낀 야트막한 산 중턱에 있었다.

장천운 일행이 도착한 시각은 인시 정, 아직 밤기운이 가시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그러나 당하의 일 때문인지 대봉문 인근에는 평소보다 배나 많은 화톳불이 타오르고 있어서 대낮처럼 밝았다. 경비무사 역시 배 이상으로 많았고.

장천운은 몸을 숨기지 않고 곧장 대봉문 정문으로 향했다.

대봉문 총단인 대봉산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담장 안에 늘어선 수십 채의 고루전각이 남양 일대에서 이백 년 동안 세력을 키워온 대봉문의 위세를 짐작케 했다.

“정지!”

장천운 일행이 정문으로 다가가자 무사 둘이 빠르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장천운은 그들이 코앞에 다가온 후에야 걸음을 멈췄다. 정문에서 칠팔 장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무슨 일로 왔소?”

바짝 긴장한 정문위사가 장천운 일행을 슬쩍 둘러보고 물었다.

“문주님를 뵈러 왔소.”

“문주님을?”

“가서 구천성 임시성주님의 전언을 갖고 왔다고 전하시오.”

“……!”

정문위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신천장에 갔던 무사들이 전날 밤 돌아왔다. 갈 때는 사백 명이었는데 올 때는 그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부상자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비상이 걸려 있는 것도 그 일 때문이다.

구천성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자, 잠깐만 기다리시오.”

“여기서 말이오?”

정문위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다 본 후 다시 말했다.

“일단 따라오시오.”

 

현재 대봉문의 문주는 남양일호(南陽一虎) 주백홍이다.

덩치가 크고 부리부리한 호안을 지닌 그는 남양 일대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절정고수다. 무위를 따지자면 하남성을 통틀어서 삼십위 안에 들 정도?

처음 본 사람들은 그의 겉모습만 보고 성격이 초나라의 장비처럼 급할 거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겉모습과 달리 철저히 실리를 따졌다.

이번에 그가 천은방을 돕게 된 것도 이익이 될 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비록 계산이 어긋나서 엄청난 손해를 보긴 했지만.

게다가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에 일어나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

“소성주 사마경의 전언을 가져왔다고?”

“그렇습니다, 문주.”

주백홍의 앞에 서 있던 중년문사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슬쩍 눈을 올려서 주백홍의 눈을 살펴보았다.

만약 주백홍의 눈에 붉은 기가 돌면 무작정 피하고 볼 생각이었다. 다행히 아직은 정상이었다.

“으으으음. 무슨 말일 거라고 보는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끄응, 정말 빌어먹을 일이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문주? 일단 들어주는 척하고 내보낸 후 중간에서 놈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시치미를 떼시는 게…….”

깍지 낀 두 손으로 코를 툭툭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주백홍이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눈을 들었다.

“몇 명이나 왔는가?”

“여섯 명이 왔는데, 모두 이십대 청년들이라 합니다.”

“자신 있나?”

“제 목을 내놓겠습니다. 어차피 실패하면 죽은 목숨일 테니까요.”

“나는 자네를 잃기 싫네, 수한. 자네처럼 냉정하고 판단력이 빠른 사람은 얻기가 힘들거든.”

“그럼 반드시 성공해야겠군요.”

주백홍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잇새로 씹어뱉듯 말했다.

“흔적도 완벽하게 지워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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