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5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57화
157화. 관추서 (4)
적운상이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자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적운상의 상처에 금창약을 뿌리고 깔끔한 천으로 감아 지혈을 시켰다.
“가벼운 상처야. 무당십걸을 상대로 겨루고 이 정도의 상처라면 대단한 거야.”
백수연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뭐야? 설마…….”
“쉿!”
적운상이 백수연의 입을 막으며 운산을 힐끗 봤다. 그는 다행히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방금 봤지? 떼쓰는 거. 사실을 알면 더 난리를 피울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백리난수가 의아해하며 묻다가 뭔가를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후후. 오늘 크게 안계를 넓혔습니다. 그동안 검을 휘두른다고 자신있어하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지는군요.”
서상로의 말에 적운상이 담담하니 말했다.
“과찬이오.”
“제가 식사라도 대접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갑시다. 그러잖아도 배가 고프군.”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서상로가 앞장서자 모두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들이 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운청이 운산에게 다가갔다.
“사형.”
“왜?”
“너무하셨어요.”
“흥!”
“누가 봐도 진 싸움이었습니다.”
“난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설마 눈치 채지 못한 겁니까?”
“뭘?”
운산이 뚱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운청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그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사형의 검이 부러지는 순간 그는 힘을 뺐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슴이 베였을 겁니다.”
“…….”
운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적운상이 봐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승부라고 우긴 건, 보는 눈이 있어서 무당파의 명예에 흠이 될까 봐 그런 것이었다.
“알고 있어.”
“아시면 됐습니다. 이제 진해문으로 가보죠.”
“붙으면 대등할 줄 알았는데… 조금 열 받는군.”
운산이 투덜거리면서 걸어가자 운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형, 그의 실력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는 마지막에 검을 휘두르기 전에 잠시 망설였었습니다. 아마 그때 검을 휘둘렀다면…….’
생각하기에도 끔찍했다. 만약 적운상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면 운산이 그렇게 튕겨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검과 함께 깔끔하게 베여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운청은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여기며 생각을 떨쳐버렸다.
적운상의 마지막 일검!
그건 대사형인 운암이라 해도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서상로는 인근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가서 적운상을 대접했다. 저녁때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술과 요리를 시킨 서상로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구명지은에 이런 보답밖에 못해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술 한 잔 드리지요.”
서상로가 권하는 술을 적운상이 받았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관추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식사들 하고 계십시오. 저는 잠시 좀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그러시오.”
관추서는 객잔을 나가서 한참 후에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서상로와 적운상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인아와 백수연, 백리난수도 옆에서 조금씩 술을 입에 대며 간간이 대화에 끼었다.
“갔다 왔습니다.”
관추서는 목이 타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후우… 이제 좀 살 것 같군요.”
“어디를 갔다 온 건가?”
서상로가 묻는 말에 관추서가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대답했다.
“동료들을 만나서 혈마사에 대한 걸 좀 알아보고 왔습니다.”
“그래, 소득이 있던가?”
“없습니다. 물어보면 모두들 고개부터 젓습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혈마승으로 보이는 자들이 진해문에 출입하는 걸 봤다고 합니다. 사실인지 진위여부는 알 수가 없지만 진해문이 혈마사와 뭔가 연관이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진해문이로군.”
적운상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관추서가 조심스럽게 적운상의 의중을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하시지 않는다면 다른 곳을 통해서 좀 더 정보를 모아보겠습니다.”
“아니. 그리로 가봅시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는 것이 좋겠소.”
“또 그 무당파의 도사들과 만나겠네.”
“그러게요.”
“만나도 아는 체하지 마.”
“그게 될까? 그쪽에서 먼저 아는 체해 올걸.”
백수연의 말에 모두들 미소를 지었다. 운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뭔 짓을 해도 호감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인데, 운산은 후자에 속했다. 왠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만약 진해문과 싸운다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그들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나와 인아도 두 발 뻗고 자지 못할 겁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알다시피 무당파의 도사들이 있으니, 그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 대협은 염려하지 말고 동생과 함께 떠나도록 하십시오.”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가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러자 옆에 있는 백리난수가 술잔을 채우면서 말했다.
“오늘은 조금만 드세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군.”
적운상이 객잔의 입구를 보면서 말했다. 백리난수는 왜 그러나 싶어서 적운상이 보는 곳을 봤다. 그러고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는 사내들이 우르르 객잔으로 몰려들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서인아를 보고 소리쳤다. 그러자 사내들이 적운상이 있는 탁자로 다가왔다.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눈치를 살피며 분분히 밖으로 나갔다.
“여자를 데려가겠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길쭉한 사내가 위압적으로 말하면서 서인아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쾅!
순식간의 일이었다. 사내는 적운상에게 뒷목을 잡혀 탁자에 머리를 박고 코피가 터지며 이마가 깨졌다. 그 바람에 탁자 위에 있던 음식들이 마구 쏟아졌다.
“반항한다! 쳐라!”
사내들이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 사이에 한 명이 적운상의 주먹에 맞고 뒤로 날아가 그쪽에 있던 사내들과 엉키면서 우르르 넘어졌다.
적운상은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백수연과 한 쌍으로 가지고 있는 바로 그 단도였다.
“죽엇!”
사내 하나가 소리치며 검을 찔러왔다. 적운상은 몸을 살짝 틀어 그의 검을 피하면서 단도로 팔을 긋고 어깨를 찍었다.
“크아아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바짝 따라붙어 좌측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퍼엉!
“컥!”
사내의 몸이 뒤로 확 날아가면서 뒤에 있던 사내들에게 부딪쳤다.
“하앗!”
“타핫!”
양쪽에서 사내 두 명이 칼을 내려쳐왔다. 적운상은 상체를 뒤로 젖혀서 그들의 공격을 간단하게 피해냈다. 그리고 한 명의 팔을 잡아당겨 단도로 어깨를 찍고 반대편에 있는 사내에게 밀었다. 그러면서 앞에서 공격하려던 사내의 뺨을 후려치고 옆구리를 단도로 찍었다. 이어서 그의 다리를 발로 차서 넘어트린 후에 그 뒤에 있던 사내의 머리를 잡아당겨 단도로 어깨를 베고 등을 찍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이 당하자 사내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려고 했다.
“겁먹지 말고 여자부터 잡아!”
뒤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에 사내들이 다시 무기를 고쳐 잡고 덤벼들었다.
적운상은 덤벼드는 사내들의 팔을 잡아당겨 단도로 겨드랑이와 어깨를 베었다. 그러면서 뒤에서 소리친 사내에게 다가갔다.
“놈!”
“하앗!”
파각! 파각!
“크아아악!”
“아아악!”
팔을 베이고 어깨를 찍힌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적운상은 계속 그들의 팔만 베고 찍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자식!”
아까 여자부터 잡으라고 소리쳤던 사내가 칼을 휘두르면서 덤벼들었다. 적운상은 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팔을 잡아 꺾으면서 다리를 후려 찼다. 그러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졌다.
우드득!
“으아아아악!”
사내가 부러진 팔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적운상이 주위를 둘러봤다. 이십여 명 가까이 되던 사내들 중 반 이상이 팔 병신이 됐다. 남은 서너 명은 완전히 겁을 먹어 덤빌 생각도 못했다.
“진해문이냐?”
적운상이 묻자 칼을 겨누고 있던 사내가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진해문이냐고 물었다.”
사내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그러다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맞다! 네, 네놈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돌아가서 내가 지금 찾아간다고 전해.”
적운상의 말이 뜻밖이었던지 사내들이 놀란 눈을 했다.
“흥! 곧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그 말만 남기고, 동료들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망가 버렸다.
“내일 가려고 했는데 오늘 가야겠군. 누이하고 수 매는 여기에서 기다려.”
적운상이 단도의 피를 닦아내고 품에 넣으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같이 가야지.”
“맞아요.”
“두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뭐를?”
“사람 죽이는 거.”
“지금까지 많이 봐왔어. 새삼스럽게 왜 그래?”
백수연의 말에 적운상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달라.”
“같아. 너는 너야. 내가 뭘 하든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백수연이 당차게 하는 말에 적운상은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좋을 대로 해.”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우리도 함께 가겠소.”
서상로가 서인아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모두 각자의 목숨은 알아서 챙기시오.”
적운상이 무뚝뚝하니 한마디 하고는 객잔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