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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4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45화

145화. 금마도의 재출현 (1)

 

“언니.”

백묘묘가 백수연을 보자 다가가서 손을 잡았다.

“왔구나.”

“응.”

“오셨어요. 아버님.”

“그래. 지내기가 어떠냐?”

“좋아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지금 백수연의 옆구리에는 빨래가 담긴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백태정이 보아하니 직접 빨래를 하고 오는 것 같았다. 천응방에 있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빨래는 시비가 모두 알아서 해줬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늘 비싼 비단으로 된 좋은 옷을 입고, 아름답게 치장을 하던 백수연이 지금은 너무나 수수했다. 시비들이나 입을 것 같은 거친 옷을 입고, 머리는 그냥 대충 동여매어 올린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미모가 뛰어나 여전히 예뻤지만, 보는 백태정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이냐?”

“이곳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흥! 그놈 때문은 아니고.”

“그렇기도 하고요.”

백태정은 부정하지 않는 백수연을 곱지 않은 눈으로 봤다. 금이야 옥이야 길러놓았더니 봐주지도 않는 사내놈을 따라 이곳에서 저러고 있으니, 분통이 터져 죽을 노릇이었다.

“후우… 딸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더니… 은성이는 어떻게 할 거냐?”

“제 마음 아시면서 왜 물어보세요?”

“적운상은 금검문의 금지옥엽과 혼사가 오가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거냐?”

“네. 알고 있어요.”

“그럼 도대체 이 아비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냥 가만히 계시면 돼요.”

“어떻게 가만히 있으란 말이냐? 너는 내 딸이다. 이 백태정의 장녀란 말이다!”

참다못한 백태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백수연이 백태정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아버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죄송해 보이지 않았다.

“후우… 답답하구나. 답답해. 혹시 그놈의 첩으로 들어갈 생각이냐?”

“받아만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너, 너, 정말… 으휴…….”

백태정이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쳤다. 천응방의 장녀가, 그것도 호남제일미라고까지 불리는 그녀가 첩으로 들어가는 것도 감지덕지라고 하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알면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저를 보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 칠대세력의 문주들과 같이 오셨다고 하던데요.”

“그럴 일이 있었다. 그놈은 아직도 폐관수련 중이냐?”

“네.”

“흐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적운상은 사위로서 큰 손색이 없었다. 젊은 나이인데도 무공이 강해 명성도 제법 있었고, 듣자하니 사람됨도 바른 것 같았다.

그러니 만약 적운상이 매달린다면 못이긴 척 사위로 받아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백수연이 목매달고 있고, 금검문에서 탐을 내고 있으니 그게 문제였다.

‘이참에 금검문하고 한번 붙어봐?’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하는 백태정이었다.

* * *

 

그날 저녁 임옥군은 대청으로 사람들을 불러 조촐하게나마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모두들 그리 썩 내키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검문의 홍문형과 호왕문의 마조형만은 편안한 얼굴로 술자리를 즐겼다. 두 사람은 형산파와 맞선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었다. 그러다 일이 그렇게 끝나버리자 다행이라 여겼다.

특히 홍문형은 홍은령과 적운상의 혼사가 오가는 마당이라 더욱이 그랬다. 이번에도 홍은령이 따라오겠다는 것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었다.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생겨 혼사가 틀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왔는가?”

호남일도 이존의가 홍문형의 옆에 앉자 모두가 그를 알아봤다. 그가 형산파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그를 보고 크게 놀랐다.

“혹시 이 대협이 아니십니까? 여기에는 어쩐 일입니까?”

“어쩐 일은요. 술자리가 벌어졌다기에 나온 것이오.”

“그럼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겁니까?”

“그렇소. 형산파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소이다.”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호남일도라 불리는 그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곳의 식객으로 있다는 말인가?

“하하하. 그리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지 말고 한 잔 받으시오.”

이존의와 홍문형이 분위기를 만들며 술이 몇 잔 돌자 뚱해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얼굴을 펴기 시작했다. 사실 칠대세력의 문주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기회에 관계를 돈독히 해놓는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임옥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저들과 이리 친분을 나누겠는가?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낮에 까칠하게 굴었던 것은 모두 잊고 사람들과 적극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렇게 상석에서 모여 있을 때 젊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따로 어울리고 있었다. 술이 몇 잔 오가자 서로 간에 무공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칠대세력의 무사들은 자신들이 익히는 무공의 장점을 자랑하면서 예전에 싸웠던 경험담을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그러다 우연찮게 적운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삼삼오오 각자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관심이 하나로 집중됐다.

“그게 정말이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소.”

“허 참!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그러시오. 당시에 이존의 대협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었소.”

“음…….”

“막 형, 그는 지금 어디에 있소?”

누군가가 묻자 모두의 시선이 막정위에게 모였다. 그러자 막정위가 조금 뻘쭘하니 대답했다.

“적 사제는 지금 폐관수련 중입니다.”

“아니 그렇게 강한데 또 폐관수련 중이라고?”

“대단하군.”

“우리들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그의 명성이 단연 으뜸이오.”

“하하하하. 당연하지 않소? 적 사형의 무공은 우리 같은 사람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소.”

패악룡이 기분 좋게 소리치며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기분이 좋은 건 패악룡뿐만이 아니라 형산파의 제자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적운상이 저리 인정을 받으니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 * *

 

형산파 안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어울리고 있는 동안 밖에서는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었다. 백여 명 가까이 되는 그들은 아주 은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이곳까지 오는 데 그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았다.

“안에는 칠대세력의 문주들이 다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손을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뚱뚱한 체구의 장년사내가 준수하게 생긴 청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뚱뚱한 체구의 장년사내는 한때 통천문의 장로로 있던 임진숭이었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럽게 대하는 청년은 적운상이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 도옥평이었다. 그 옆에는 한눈에 봐도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남예였다.

“그들이 천마총의 보물을 모두 가져간 후에 손을 쓰라는 말이냐?”

도옥평의 말에 임진숭이 아차 싶었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쯧쯧, 어째 그러나.”

“너무 그러지 말게. 그래도 나름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겠나?”

백발의 노인 두 명이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예전에 금벽도문에서 적운상과 겨뤘던 노인들이었다. 금은쌍괴(金銀雙怪)라 불리는 노인들이었는데 성정이 악랄해서 손속이 잔인했다.

“정문으로 들어갈까요? 아니면 담을 넘을까요?”

형산파의 정문에 도착하자 금은쌍괴 중 한 노인이 물었다.

“부숴.”

도옥평의 한 마디에 금은쌍괴가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가 양 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콰아아아앙!

금은쌍괴의 장력에 형산파의 정문이 부서지며 안으로 날아갔다.

“가자.”

도옥평이 앞장서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무슨 일이냐?”

안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갑자기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흉흉한 살기가 감돌자 모두들 밖으로 뛰어나왔다.

“침입자입니다.”

박노엽의 말에 임옥군이 앞을 봤다. 형산파의 제자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 앞을 막고 있었다. 약 백 명 정도 됐는데 앞에 있는 다섯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은 무복을 입고 검은 관(冠 : 모자)을 썼으며, 얼굴의 반을 검은 천으로 가려 눈만 내놓고 있었다.

“장문인이 누구냐?”

도옥평이 물었다.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임옥군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 그만큼 내공이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이에 임옥군과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얼굴을 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중후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니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지만 도옥평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문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다시 한 번 도옥평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임옥군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형산파의 장문인 임옥군이오. 그대는 누군데 이 야밤에 찾아온 것이오?”

“나는 도옥평이라고 한다. 용건만 간단히 하지. 천마총의 보물을 내놔라.”

“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했었어야 했다. 성도인 장사에 소문이 돌았다면 칠대세력 말고도 이렇게 찾아오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헛소문일 뿐이오. 여기에는 천마총의 보물이 없소.”

“그건 확인해 보면 알 일이지.”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거요?”

“간단하지. 당신에게 다시 물어볼 생각이다.”

“무슨…….”

임옥군이 그 말뜻을 몰라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러자 도옥평이 옆을 힐끗 보며 지시를 내렸다.

“모두 잡아. 죽이지는 말고. 불지 않으면 한 명씩 죽여야 하니까.”

“명을 받듭니다. 큭큭.”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구나.”

금은쌍괴가 갑자기 좌우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금마도의 무사들이 일제히 형산파의 제자들을 덮쳐갔다.

“멈추시오!”

“당신은 내가 상대하지.”

도옥평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어느새 이 장 가까이 되는 거리를 움직여 임옥군의 바로 앞에 와 있었다.

“헛!”

임옥군이 크게 놀라며 급히 쌍장을 뻗어냈다. 그걸 보고 도옥평이 코웃음을 치면서 한 손으로 쌍장을 걷어냈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임옥군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임옥군은 너무나 쉽게 어깨를 잡히자 당황하면서 몸을 틀어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잡힌 어깨에서 지독한 통증이 오는 바람에 신음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드득!

“크윽!”

도옥평은 임옥군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여겼다. 그 순간 임옥군이 잡힌 어깨를 포기하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풍뢰십삼식이었다.

쉬쉬쉭!

도옥평이 고개를 뒤로 젖혀서 피하자 단검에 의해 머리카락이 몇 올 잘려나갔다.

“흥! 제법, 그래도 장문인이라 이건가?”

임옥군이 덜렁거리는 한쪽 팔을 잡고 뒤로 물러나 싸울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강한 자는 처음이었다. 간단한 손놀림에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어깨가 으스러졌다. 방금도 그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이리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임옥군이 주위를 힐끗 둘러봤다. 형산파의 제자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만약 칠대세력의 문주들과 무사들이 없었다면 벌써 전멸했을 것이다.

임옥군은 저들이 있으니 시간을 벌면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을 거라 여겼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호남에서 가장 세력이 강하다는 문파의 문주들이었다. 그런 만큼 그들을 따라온 사람들 역시 실력이 있는 고수들이었다.

그들 백여 명과 형산파의 제자들 사십여 명을 합하면 얼추 백사십 명이었다. 그에 비해 상대는 약 백여 명.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임옥군의 생각대로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칠대세력의 무사들이 쓰러지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호남에 이리 강한 자들이 있었다니, 임옥군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후후. 천천히 구경해라.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겠다. 어깨를 치료해도 좋아. 당신한테는 알아낼 것이 많으니까.”

“으음…….”

마치 쥐를 가지고 노는 사자와 같았다. 임옥군은 굴욕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욱할 때가 아니었다.

“곧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거다.”

“흥! 과연 그럴까? 기대를 해보지.”

‘지금 믿을 건 운상이뿐이다. 운상이가 폐관수련을 끝내고 나오는 수밖에 없어.’

“모두들 조사묘로 가거라! 가서 운상이를 부르거라!”

임옥군이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형산파 제자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은 금마도 무사들의 압도적인 강함에 어떻게 대항할 수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었다. 칠대세력의 무사들조차도 십 초식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데 그들이야 말해 무엇 하랴?

그러나 적운상의 이름을 듣는 순간 모두가 달라졌다.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적운상이라면 저들이 아무리 강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적운상이라면 저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 믿었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 해도 그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그리고 희망이었다.

“가자! 모두들 후문 쪽으로 간다!”

형산파의 제자들이 싸우다 말고 우르르 후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마도의 무사들이 황당해하며 그들을 뒤쫓았다.

“으아아아아! 이 자식들아!”

패악룡이 세 명을 덮치며 엉겨 붙었다. 금마도의 무사들은 필사적으로 엉겨 붙는 패악룡을 금방 떼어내지 못하고 잠시지만 발이 묶였다. 그러나 곧 패악룡의 다리를 차고 머리를 잡아 눌렀다. 그런데도 패악룡은 크게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하! 개자식들아! 적 사형이 오면 니들은 끝이다! 크윽…….”

“우오오오옷!”

“가자! 형님을 도와!”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가자!”

패악룡이 하는 걸 보고 흑곰과 몇몇 사내들이 같은 방법으로 금마도의 무사들을 잡고 늘어졌다. 막정위와 초사영이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자 박노엽과 도자명, 그리고 장동오가 그 앞을 막아섰다.

“이대로 가십시오!”

“빨리 가요!”

세 사람이 마주 오는 금마도 무사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삼 초식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데도 금마도 무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소리쳤다.

“가요! 사형!”

“가세요!”

막정위와 초사영이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지금은 가야 할 때였다. 저들이 저렇게 잠시라도 벌어준 시간을 헛되이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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