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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4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4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41화

141화. 버린 만큼 얻는다 (3)

 

“처음 뵙겠어요. 저는 천응방에서 온 백소연이라고 해요.”

“적운상! 네 이놈! 지금 누구의 부축을 받고 있는 거냐? 스스로 일어나거라! 주위에서 그런다고 네가 지금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이냐?”

임옥군이 크게 나무라는 말에 적운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리광?’

그랬다. 지금의 적운상은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다. 그동안 어떻게 해도 늘지 않던 무공이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자마자 패배를 맛봤다. 거기다 주양악은 그를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혈마사로 갔다.

혈마사가 어떤 곳이던가?

죽음을 해탈이라 여기고, 여자와 관계를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미친놈들의 집단이었다. 주양악이 그런 곳에 잡혀갔으니 어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구혁상마저 죽었다. 때론 아버지 같고, 때론 사부님 같은 존재였었다.

적운상은 그 모두가 다 자신이 약하기 때문이라 여겼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겼다. 그것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모두들 위로만 하려 들었다.

그러다 이제야 임옥군에게 된통 혼이 나자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임옥군의 말대로 자신은 주위 사람들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이건만 누군가 나서서 뭔가 해주기를 바랐다.

적운상이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리고 옆에서 부축하고 있던 백수연을 밀어냈다.

“사부님.”

“말해라.”

“폐관수련을 하고 싶습니다.”

“허락한다. 지금부터 적운상은 조사묘에 가서 폐관수련을 해라.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는 그 누구도 만나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명을 받듭니다.”

적운상이 고개를 숙였다.

* * *

 

적운상은 그길로 형산파의 뒤에 있는 조사묘로 갔다. 아직 건강하지 않은 몸이라서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했지만 이미 임옥군의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라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군.”

객청에서 혁무한과 은서린, 백수연, 백리난수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임옥군은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사형.”

나한중이 조용한 목소리로 임옥군을 불렀다.

“그래. 괜찮다. 후우… 우선 사숙님의 장례부터 치러야겠구나.”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만 가서 쉬도록 하시오. 여러분의 도움을 형산파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임옥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면서 예의를 갖췄다. 그러자 혁무한과 백수연, 백리난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응당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구 대협 덕분에 목숨을 구했는걸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를 해야 하죠.”

“한중이 네가 저들이 쉴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어라.”

“네. 사형. 갑시다.”

나한중이 세 사람을 데리고 나가자 객청에는 은서린과 임옥군만이 남았다.

“사부님.”

“왜 그러느냐?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게냐?”

“네.”

“말해봐라.”

은서린은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에 바짝 다가왔다.

“실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어요.”

“뭐냐? 말해봐라.”

“네.”

은서린은 그때부터 천마총을 발견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모두 했다. 그 사실을 들은 임옥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네. 혁 공자의 도움으로 사숙조님의 시신을 찾아오면서 묻어놓았던 보물을 모두 가져왔어요.”

“음… 그건 어디에 뒀느냐?”

“여기요.”

은서린에 품에서 다섯 권의 얇은 책자를 꺼냈다. 동굴에서 다 같이 필사를 해서 만든 책이었다. 임옥군이 그걸 받아서 내용을 살펴봤다. 거기에는 은서린이 말한 대로 풍뢰십삼식의 원형과 온전한 명옥심법, 그리고 낙연검법과 경공술인 비마보에 금안뇌정신공까지 형산파의 모든 무공이 다 적혀 있었다.

다른 한 권은 배화교의 성화신공이었고, 마지막 한 권에는 무당과 소림의 무공을 파해하는 방법에 대해 적혀 있었다.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다른 보물들은 사숙조님의 관 안에 넣어두었어요.”

“서린아.”

“네, 사부님.”

“이 일은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한다. 만약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형산파는 무사하지 못한다.”

“네, 사부님.”

“꼭 명심해야 한다.”

“네.”

“그래. 그럼 이제 가보아라. 관 안에 있는 보물은 내가 나중에 꺼내마.”

“네.”

은서린이 방을 나가고 나자 임옥군이 손에 있는 책자들을 다시 한 번 봤다.

“버린 만큼 얻는다더니… 앞으로 형산파는 더욱이 강해질 수 있겠구나. 하아…….”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건만 임옥군은 구혁상과 주양악 때문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구혁상의 장례가 조촐하게 치러졌다. 모두들 그의 죽음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가장 슬퍼한 이는 구혁상의 사제인 도지림이었다. 구혁상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그였기에 그만큼 슬픔도 컸다.

도자명은 아버지인 도지림이 그렇게 서글피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리 울지는 않았었다.

적운상은 구혁상의 장례에 오지 못했다. 임옥군이 폐관수련을 명하고 아직까지 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운상은 구혁상의 장례를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임옥군은 아무도 몰래 적운상을 찾아갔다. 늦은 밤인데도 적운상은 바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운상아.”

“오셨습니까? 사부님.”

“그래.”

적운상은 조사묘로 올 때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몸은 좀 어떠냐?”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 몸을 잘 챙겨야 한다.”

“네. 사부님.”

임옥군이 적운상의 어깨를 다독이다가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봤다.

“달빛이 좋구나.”

“네.”

“며칠 전에 구 사숙의 장례를 치렀다.”

“네.”

적운상이 무덤덤하니 대답했다. 그걸 보고 임옥군의 눈에 걱정이 어른거렸다.

‘놈. 속으로 삭이고 있겠지. 그래. 그러면서 강해지는 게다.’

“이것을 받아라.”

임옥군이 들고 있던 보따리를 하나 내밀었다. 적운상은 말없이 그걸 받아들었다.

“서린이한테 이야기를 들었느냐?”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거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구나.”

“네. 사부님.”

임옥군은 은서린이 해줬던 천마총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해줬다. 적운상은 그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서 주양악이 싸우던 모습이 생각났다. 터무니없이 강하던 그 힘이 천마의 내단 때문이었다니, 이제야 그 강함이 이해가 갔다.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 너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자칫 다른 이들이 알게 되면 본 문에 화가 미칠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성화신공과 몇몇 물건들은 본문에 오히려 화를 불러올까 두려워 구 사숙을 묻을 때 함께 묻었다.”

“네.”

“네게 건네준 건 비마보와 풍뢰십삼식, 금안뇌정신공이다.”

“네.”

“본문의 금안뇌정신공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너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팔 성에서 더 이상의 성취를 얻지 못했었다. 오로지 너와 구 사숙만이 그 이상의 성취를 얻었지. 허나 구 사숙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너만 남았구나.”

임옥군이 씁쓸한 얼굴로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도 사숙과 사영이가 가져온 명옥심법을 수련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그런데 이제 온전한 비급이 손에 들어왔으니 더욱이 성취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너는 아니다. 너는 이미 금안뇌정신공을 십 성 이상 익혔으니 명옥심법을 익힐 필요가 없다. 익혀도 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계속 금안뇌정신공을 익혀 끝을 보거라.”

“네, 사부님.”

“너와 구 사숙이 완성시킨 금안뇌정신공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 그 비급으로 금안뇌정신공을 완성시키고 후대에 전하여라.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그래서 그 비급을 너에게 맡기는 것이다.”

“네.”

“비마보와 풍뢰십삼식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거라.”

“네, 사부님.”

“그래. 언제쯤 내려올 생각이냐?”

“조사묘의 입구를 막을 생각입니다.”

“음…….”

임옥군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조사묘의 입구를 막는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일 년 이상은 있겠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라. 그럼 그때 보자꾸나.”

“그때 뵙겠습니다.”

“그래.”

임옥군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적운상이 그런 임옥군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사묘로 들어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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