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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3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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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37화

137화. 혈불과의 일전 (1)

 

무공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칼을 마구 휘두른다. 초식이고 뭐고 없다. 그래서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빠르기도 없고, 변화도 없다.

무공을 조금 배운 사람은 초식대로 칼을 휘두른다. 상대를 살피며 어떻게 칼을 휘두를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한 후에 움직인다.

그것이 완숙한 경지에 올라 고수가 되면, 무의식적으로 칼을 휘두르게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칼을 휘두른다.

흔히들 그런 경지를 무상지검(無想之劍), 또는 신검합일(身劒合一)의 경지라고들 한다. 말 그대로 몸과 검이 하나가 된 경지다. 현재 적운상이 올라 있는 경지였다.

거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면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베고자 하면 이미 베고 있다. 찌르고자 하면 이미 찌르고 있다.

보는 순간 움직이고, 느낀 순간 벤다. 뜻이 가는 곳에 검이 간다. 그것이 바로 심검(心劍)의 경지다.

적운상은 방금 그 경지로 한 발 나아갔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상황이 적운상에게 도움을 줬다. 내공이 바닥난 상태에서 계속 무의식적으로 초식을 쓰려는 걸 의식적으로 통제하려고 했기에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내공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깨달은 것은 변초였다. 상황에 맞춰서 초식을 변형시켜서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초다.

그러나 적운상은 이미 변초가 필요 없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무상지검의 경지에서는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건, 변초를 쓰건 큰 차이가 없다.

적운상은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덕분에 그동안 변초를 쓰지 못해서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의 틀이 깨졌다.

문제는 변초가 아니었다.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도 아니었다. 형태가 어찌 되건 상관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생각이었다. 검과 몸이 일체가 되고 거기에 뜻이 더해진다. 그것이 심검의 경지였다.

그런 심검의 경지를 깨닫고 나자 적운상은 안개가 낀 것같이 뿌옇던 머리가 확 밝아지면서 마음의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환희가 차올랐다. 말할 수 없이 즐거웠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새롭게 보였고, 주위의 나무와 바위, 풀까지도 신기하고 대단하게 보였다.

적운상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적운상의 상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싸우는 도중에 멈칫거리거나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그러다 주양악이 날뛰고 혈불과 싸우는 광경에 모두 시선을 빼앗겼다. 그동안에도 적운상은 새로운 깨달음을 음미했다.

무상지검의 경지는 자신도 모르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얻은 심검의 경지는 달랐다.

손을 뻗었다. 그 이전에 이미 뜻이 가 있었다. 들고 있던 단도를 천천히 횡으로 그었다. 아주 느린 움직임이었다. 그런데도 그 동작으로 뭐든지 벨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꺄아아악!”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양악의 비명소리였다. 적운상은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나무랐다.

무공의 성질을 보자면 쾌, 중, 변, 이 세 가지가 다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좋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주양악은 중에 치우쳐서 그동안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렸다.

주양악을 구혁상에게 맡긴 적운상이 혈불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저 여자는 내 여자다.”

* * *

 

주양악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방금까지 양팔이 부러져서 이를 덜덜 떨 정도로 고통스러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이다.

주양악은 적운상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양악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봤다.

주양악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백수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약간의 질투도 섞여 있었다. 백리난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혁무한은 걱정스런 눈으로 은서린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나 은서린은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적운상이 저리 멋지게 고백할 줄은 몰랐다. 그걸 보면서 역시나 사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겠어요. 사저는. 저런 뜨거운 고백도 받고.”

“나… 나… 나는…….”

주양악은 귀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를 못했다.

* * *

 

“와라!”

적운상이 혈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가 한 말 때문에 이 싸움은 어이없게도 치정(癡情) 싸움이 되어버렸다. 혈불이 분노했다.

“감힛!”

혈불의 몸 주위로 붉은 유형의 기운이 이글거렸다. 아까 주양악이 보였던 만큼이나 선명한 기운이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적운상은 사자 앞의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다. 혈불은 내공이 온전하고 몸이 멀쩡해도 이기기 힘든 상대였다. 흔히들 이런 경우를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한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히죽 웃었다. 몹시 위험한 웃음이었다. 그런 적운상의 상태를 알아본 건 구혁상뿐이었다.

“위험할지도…….”

“사숙조님, 어쩌죠? 우리라도 사형을 도와야죠.”

은서린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백수연이 끼어들었다.

“저도 돕겠어요.”

“저도요.”

백리난수도 끼어들자 백염쌍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쳇! 여자들은 저 녀석이 뭐가 좋다고들 그러는지.”

“너보다는 훨씬 나아.”

“아니에요.”

백수연이 혁무한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은서린이 발끈해서 말했다.

“뭐가?”

“혀, 혁 오라버니는… 부족하지 않아요.”

은서린이 고개를 푹 숙이고 나지막하니 중얼거렸다.

“뭐?”

“풉!”

상황이 이런데도 백수연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혁무한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걸 감추고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설마 은서린이 이렇게 대놓고 그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운상이는 도울 필요가 없소.”

“네? 구 대협. 그게 무슨 말이에요?”

“녀석은 오히려 우리를 걱정했소. 우리라도 무사히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녀석이 원하는 일이오. 그러니 두 사람이 싸움을 시작하면 이곳을 뜹시다.”

“그럴 수는 없어요.”

백리난수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대는 누구요?”

“저는 백리세가의 백리난수라고 해요. 처음 뵙겠어요. 어르신.”

“반갑소. 나는 구혁상이라고 하오.”

‘운상이 놈.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기에 이리 예쁜 여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런데도 적운상은 양악이를 자기 여자라고 하니, 참 복 많은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대들의 뜻은 정말 고맙소. 운상이를 대신해서 내가 인사를 하겠소. 그러니 내 말대로 따라주기 바라오. 혁 공자.”

“네. 어르신. 말씀하십시오.”

혁무한이 전과 다르게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힐끗 은서린을 보자 마침 그를 보고 있던 은서린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서린이를 부탁하네. 나는 양악이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죽더라도 서린이는 꼭 지키겠습니다.”

“음. 그럼 되었네. 다른 사람들도 내 말대로 하기 바라오.”

구혁상이 목소리를 낮춰서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적운상은 단도를 돌려 잡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그걸 보고 혈불이 나직하지만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

“큭큭! 지랄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네가 덤벼.”

“그 방종한 입을 다물라!”

혈불이 한순간에 적운상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혈불옥장을 펼쳤다. 혈불의 손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몸을 타고 흐르던 붉은 기운이 손바닥에 모인 것이다.

적운상은 혈불의 공격을 침착하게 끝까지 봤다. 그러다 단도를 한 번 휘둘렀다.

쉭!

혈불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런 혈불의 팔이 살짝 베어져 있었다. 어느새 적운상이 벤 것이다.

혈불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방금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을 베였을지도 몰랐다.

“음…….”

혈불이 적운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적운상은 담담히 그 눈빛을 받아냈다.

혈불이 다시 움직였다. 소매가 펄럭이는 바람 소리와 함께 혈불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붉게 물든 그의 손은 어떤 보검으로도 상처를 낼 수 없었다.

그런 걸 떠나서 거기에 실린 힘이 너무나 대단했다. 감히 마주 대할 수조차 없었다. 손바닥이 닿지도 않았는데 풍압이 먼저 밀려오면서 적운상의 머리와 옷을 헝클어트렸다.

쉭!

“……!”

적운상이 단도를 그어 올렸다. 혈불이 어깨를 틀어서 피했다. 그 순간 적운상이 왼손으로 혈불의 왼팔을 걸어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마치 바위를 누르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팟!

혈불의 팔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혈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그는 적운상이 팔을 누르려고 하기에 내기를 끌어올려 대항했다. 그러자 갑자기 반대 팔을 베였다.

기척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뜨끔한 느낌이 들고 나서야 베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게 무슨…….’

쉭!

적운상이 사선으로 긋는 단도를 혈불이 몸을 틀어 피했다.

쉭!

내려갔던 단도가 원을 그리면서 올라왔다가 목을 찍어갔다. 이번에도 혈불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몸을 틀어 피했다.

쉭!

혈불이 물러난 만큼 적운상이 한 걸음 내디디면서 단도를 휘둘렀다.

아까 주양악과 싸울 때와는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두 사람은 정적 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는 단도를 휘두르는 소리와 육장을 뻗어내는 소리, 그리고 옷이 펄럭이는 소리가 다였다. 서로 간에 일체의 맞부딪침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운상의 동작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혈불은 아까 주양악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심각한 얼굴로 상대를 하고 있었다.

뭘까?

그렇게 무공이 대단한데 왜 적운상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걸까?

적운상이 빠른가?

아니다. 빠르기는 했지만 극쾌(極快)나 섬광(閃光)이라 불리며 눈에 안 보일 정도로 검을 휘두르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위력은?

어이없게도 적운상은 혈불의 일장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할 정도다. 내공이 온전하다고 해도 그럴진대 지금은 완전히 바닥이었다.

그렇다고 초식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변화가 대단해서 초식의 이점을 살려서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단순하게 단도를 휘두른다.

그런데도 혈불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아니, 오히려 혈불이 조금 밀리는 느낌이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면 곧바로 자리를 뜨려던 구혁상 일행은 모두 발이 묶인 듯,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혈불과 적운상의 싸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각자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적운상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뭔가를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알면 자신들의 무공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혈마승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혈불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혈불은 상대를 절대로 살려주지 않는다. 봐준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예외라면, 아까 싸운 주양악뿐이었다.

그런데도 적운상과 저리 싸우고 있다는 건, 적운상에게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걸 알 수가 없었다.

* * *

 

적운상은 혈불과 싸우면서 이상하게 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가 유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긴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즐거웠다.

혈불이 붉은 기운이 가득 맺힌 우측 손을 옆에서 휘둘러왔다. 적운상의 시선이 혈불의 어깨로 향했다. 그 순간 벌써 적운상의 단도가 혈불의 어깨를 찍고 있었다.

혈불이 몸을 틀어 그걸 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좌측 손바닥을 뻗었다. 적운상이 상체를 바짝 숙였다. 손에 든 단도는 어느새 혈불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

혈불의 한쪽 다리가 뒤로 빠지고, 양손이 날아왔다. 적운상은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몸을 굴렸다.

팟!

혈불의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다. 혈불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이 장 정도의 거리가 생기자 처음으로 두 사람의 동작이 멈췄다.

혈불이 적운상을 노려봤다. 적운상이 담담히 그 눈빛을 받아냈다.

“특이한 놈이로구나.”

“당신도 특이해. 그렇게 무공이 강한데 그런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걸 보면 확실히 특이해.”

“세상은 네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신이 아는 것도 전부가 아니지.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혈불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지금껏 그 누구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차라리 욕을 했으면 담담히 그냥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적운상은 말 한마디, 한마디를 받아치면서 속을 긁어댔다.

“네 업보가 크구나. 업이 쌓여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해탈만이 널 구제할 게다.”

“너희들은 칼 맞고 죽든 도 닦다 죽든 어쨌건 죽으면 다 해탈이라고 한다지? 그럼 너부터 해탈해. 그 좋은 걸 왜 나부터 시키려고 그래?”

“네놈…….”

“그래. 그렇게 흥분해. 흥분해야지 내가 유리하지.”

병 주고 약 준다. 혈불은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싸움을 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수법이 보이고, 자신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가 있다. 흥분해서 이성을 잃으면 끝이다.

혈불은 그걸 알면서도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죽어라!”

후우우우웅!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전력을 다해서 휘두르는 장법에는 엄청난 거력이 담겨 있었다. 감히 맞설 수가 없었다. 적운상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혈불의 손이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땅을 한 번 구른 적운상이 그곳에 떨어져 있던 칼을 혈불에게 던졌다. 혈불은 그걸 가볍게 쳐내며 적운상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어디 한 군데 당하더라도 적운상을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적운상은 히죽 웃었다.

타타타탓! 파팟!

적운상이 혈불의 팔을 연속으로 쳐내면서 단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혈불의 팔은 굵은 통나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목표한 대로 뻗어왔다. 단도로 베어도 마찬가지였다.

훙훙훙훙!

혈불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 소리가 사납게 일었다. 적운상은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타타타탓! 파각! 팟!

두 사람이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면서 육장을 휘두르고 단도를 휘둘렀다. 간결하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짜고 싸우는 것처럼 서로의 공격을 받고 피했다. 순간 피가 확 튀었다. 누구의 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악!”

처음으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혈불이었다. 왼쪽 팔을 베이면서 허벅지에 단도가 박혔다. 적운상은 단도를 뽑아서 혈불의 목을 베려고 했다. 그럼 끝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단도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놈!”

후우우우웅!

적운상이 뒤로 힘껏 뛰어오르면서 두 발을 웅크려 모았다.

빠아아악!

혈불이 휘두른 팔을 적운상이 두 발로 받아냈다. 순간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부러졌다. 그러면서 삼 장이나 뒤로 튕겨져서 땅을 굴렀다.

촤아아아아악!

적운상은 정신이 아찔했다.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크윽!”

적운상이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며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혈불을 봤다. 그는 다리를 절뚝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한쪽 다리에는 적운상이 박아 넣은 단도가 그대로였다.

적운상이 땅에 떨어진 검을 하나 주워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까 깨달은 심검의 경지를 다시 떠올렸다.

적운상이나 혈불, 둘 다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건은 똑같았다.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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