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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3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30화

130화. 주양악의 기연 (2)

 

“동굴이다!”

양추위의 외침에 사람들이 벽을 훑었다. 그러다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의 맞은편과 그 옆에 두 개의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혈마승들은 일행이 그쪽으로 오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저 안에 한 명이 더 있을 것이요! 두 분 선배님들! 힘을 합하지 않겠습니까?”

운학의 외침에 혈마승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을 했다. 혈마승들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쪽에는 운학이 있었다. 그 혼자서도 충분히 두 명을 상대할 정도였다. 나머지 두 명의 혈마승이 혁무한, 백수연, 등과 팽팽한 접전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염쌍노가 합세를 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백염쌍노는 도와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운학 일행이 혈마승을 한 명이라도 줄여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운학 일행도 죽으면 그것도 좋았다. 한 마디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험! 우리는 굳이 끼어들 생각이 없다네.”

백염쌍노가 그렇게 말하면서 혈마승들이 보호하고 있는 동굴 말고 그 옆에 있는 동굴로 이동했다.

그러자 혈마승 하나가 급히 그쪽으로 몸을 날려 동굴 앞을 막아섰다. 그걸 보고 백염쌍노는 혈마승들이 아직 이곳은 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크크크. 비켜라!”

“죽고 싶지 않으면 비키는 게 좋다.”

백염쌍노가 살기가 번득이는 눈으로 협박을 해도 혈마승은 비키지 않았다. 대신에 혈도를 꼭 쥐고 백염쌍노를 겨눴다.

“그럼 어디 버티어 봐라.”

백염쌍노가 좌우로 갈라서며 혈마승을 향해 쇄도해 갔다. 혈마승은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훌쩍 뒤로 물러서면서 혈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백염쌍노가 다시 좌우로 갈라서며 두 개의 반월도를 휘둘렀다.

따땅! 파각!

“크윽!”

혈마승이 옆구리를 얇게 베이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좌측에서 공격해 오는 인적문의 반월도는 막아냈지만 우측에서 공격해 오는 사노군의 반월도는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아직이다, 이놈아!”

인적문이 소리치면서 혈마승의 목을 노리고 반월도를 휘둘렀다. 혈마승이 급히 혈도를 올려 그것을 막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노군이 혈마승의 혈도를 후려쳤다.

따땅!

인적문과 사노군이 번갈아 가면서 반월도를 휘두르자 혈마승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의 반월도를 막아내던 혈도가 손에서 튕겨나가고 말았다.

“죽어라!”

사노군이 소리치면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혈마승의 뒤에서 손이 하나 쭉 뻗어왔다.

퍼엉!

“큭!”

뻗어 나온 손은 믿을 수 없게도 사노군의 반월도를 그대로 튕겨냈다.

“웬 놈이냐?”

인적문이 그를 향해 두 개의 반월도를 세로로 내려 그었다.

“흥!”

가볍게 코웃음 치는 소리와 함께 그가 한 손을 휘돌렸다. 그러자 아까 사노군의 반월도가 튕겨나가듯이 그의 반월도도 튕겨나갔다.

“헛!”

“물러서라. 인가야. 보통 놈이 아니다.”

사노군의 말대로 인적문이 뒤로 물러나 상대를 살폈다. 그는 옆의 동굴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삼 장로였다.

“허! 능구렁이 같은 놈.”

“제대로 속았군.”

혈마승들이 옆에 있는 동굴을 필사적으로 지키기에 모두들 그 안에 삼 장로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이곳에 들어가 있었다.

“장로님!”

운학 일행과 싸우던 세 명의 혈마승들이 몸을 빼 이쪽으로 왔다. 그 뒤를 따라 운학 일행도 이쪽으로 왔다. 혈마승 네 명이 삼 장로 앞을 지켰다.

운학 일행과 백염쌍노가 반원형으로 그들을 둘러쌌다.

“후후. 저 안에 뭐가 있던가?”

인적문이 묻는 말에 삼 장로가 비릿한 비웃음을 흘렸다.

“흐흐. 궁금하면 직접 들어와 봐라.”

“그렇잖아도 그럴 참이었다.”

인적문이 힐끗 운학을 봤다. 협공하자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두 번이나 힘을 합쳐서 혈마승들을 상대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어느 한쪽이 거절을 하는 바람에 그러지를 못했었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좋습니다. 같이 힘을 합치죠.”

처음으로 양쪽이 힘을 합치게 됐다. 그러나 삼 장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믿는 바가 있었다. 천마총의 입구가 발견되자 가장 먼저 그가 한 일이 있었다.

‘흐흐흐. 내가 죽어도 그분이 오신다면 너희들은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 * *

 

“어떠냐? 양악아.”

구혁상이 묻는 말에 주양악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네. 대충 이해했어요. 한번 해볼게요.”

“그러거라.”

주양악이 발뒤꿈치를 살짝 들었다가 땅을 찍었다. 그러자 주양악의 몸이 갑자기 위로 쭉 솟아올랐다.

“으아아악!”

주양악이 비명을 지르면서 재빨리 팔을 들어올렸다.

쾅!

동굴 천장에 부딪친 주양악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쿵!

“사저!”

“괜찮으냐?”

“네? 네. 괜찮아요.”

주양악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족히 삼 장은 되는 높이였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뛰어올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서 천장에 부딪쳤는데도 팔이 멀쩡했다.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착지가 엉망이었는데도 어디 하나 아픈 곳이 없었다.

“예상외로 성취가 좋구나.”

“네. 저도 놀랐어요.”

지금 주양악은 형산파의 경공신법인 비마보를 익히고 있었다. 마을에 내려가서 문방사우를 사 오기 위해서였다.

이곳의 벽에 적혀 있는 무공들을 필사하기 위해서는 문방사우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천마의 내단을 취한 주양악에게 비마보를 가르쳐서 갔다 오게 하려는 것이다. 백묘묘 혼자 보내기에는 밖의 상황이 불안했다.

“그 정도면 된 것 같구나. 나와 서린이는 이곳에 있을 터이니, 백 소저와 함께 갔다 오너라.”

“네. 알았어요.”

“그럼 갔다 올게요.”

주양악과 백묘묘가 동굴 밖으로 나가자 덩굴을 꼬아서 만든 밧줄이 보였다.

“내가 먼저 올라갈게.”

“응.”

백묘묘가 줄을 타고 위로 올라가자 주양악이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위로 올라온 백묘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심상찮았다.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빨리 갔다 와야겠어.”

말을 하던 백묘묘가 주양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니 뭔가 바뀐 것 같아서.”

“뭐가?”

“예뻐졌어.”

“뭐, 뭐?”

주양악은 한 번도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에 약간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내단을 흡수해서 그런가 봐. 피부가 뽀얘.”

“정말?”

“응. 적 소협이 좋아하겠다.”

“뭐?”

“왜? 적 소협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아, 아니야.”

주양악이 두 손을 홱홱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래? 그럼 언니한테 빨리 손쓰라고 해야겠네.”

“그게 무슨 말이야? 묘묘 언니가 왜?”

“몰랐어? 우리 언니가 적 소협 좋아하잖아. 고상한 척하더니 참 내, 얼마나 웃기던지. 큭큭.”

백묘묘은 백수연이 하던 짓이 생각나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백수연은 결단력이 있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도 대단해서 조금 냉정하게 보였다. 거기다 천응방의 장녀인지라 고상함과 우아함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있을 때는 안 그랬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멍하니 행동할 때가 많았는데, 적운상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그게 특히 더했다.

“그럼 네 언니가 사형을 좋아한단 말이야? 네 언니는 신검문의 이 공자와 혼약이 되어 있는 거 아니었어?”

“맞아. 하지만 확정된 건 아니야. 은성 오라버니가 언니를 조금 무서워하거든.”

“웅…….”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은 주양악은 기분이 묘했다. 이에 미간을 좁히면서 살짝 걱정이 됐다. 백수연은 호남의 성도인 장사에서 알아주는 미녀였다. 가문도 좋고, 사람도 괜찮았다.

적운상이 금검문의 홍은령하고 혼담이 오가고 있지만 백수연이 끼어든다면 어찌 될지 몰랐다. 그 두 사람에 비해 주양악 자신은 적운상의 사매라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다.

“뭔 생각을 그리 해? 빨리 가자.”

“응? 응. 그러자.”

백묘묘가 먼저 경공을 펼쳐서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그러자 주양악이 동굴 안에서 익힌 비마보를 펼쳤다.

“어?”

주양악의 출발이 훨씬 늦었는데도 그녀는 금방 백묘묘를 앞질렀다. 백묘묘와 주양악, 두 사람이 동시에 놀랐다.

‘뭐가 저리 빨라!’

‘헤에… 이런 게 경공이구나.’

주양악은 주위의 경관이 휙휙 지나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몸이 움직이고 싶어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움직였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방금까지 적운상에 대해 고민하던 것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주양악이 잠깐 사이에 그 정도까지 성취를 보인 것은 천마의 내단 때문에 그녀의 내공이 정순한 경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가!”

백묘묘가 뒤에서 필사적으로 쫓아오면서 소리를 질렀다.

* * *

 

“에잉! 뭔 놈의 날씨가 이리 엉망이야. 한차례 비가 오려나?”

대로에서 작은 포목점을 하는 왕씨가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비 오면 좋지 뭐. 아, 빨리 둬!”

왕씨 앞에 앉아 있던 이씨가 재촉을 했다. 두 사람은 지금 장기를 두는 중이었다. 이씨는 왕씨의 포목점 앞에서 우산을 판다.

“네놈이야 좋겠지만, 나한테는 하나도 안 좋거든.”

“그런 건 비 온 후에나 걱정하고 빨리 둬. 날 새겠네. 정말!”

“알았다. 알았어. 자!”

딱!

“어? 그런 수가 있었나?”

두 사람이 그렇게 잠시 장기를 두는 사이에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이내 장대비가 되었다.

“어허, 시원하게 쏟아진다.”

“아, 가서 우산 안 팔아?”

“잠깐 있어봐. 다 이긴 장기니까 마무리는 하고 가야지. 자! 장군일세.”

“흥! 그런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

딱!

“어? 왕이 그리 움직이는 건가?”

“움직일 땐 움직여야지. 왕이라고 항상 가만히 자리 지키란 법 있나?”

“음, 그건 그렇지. 움직일 땐 움직여야지. 어?”

“왜 그래? 뭐가 있…….”

장씨를 보고 뭔가 싶어서 밖을 보던 왕씨의 눈이 커다래졌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붉은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커다란 가마를 메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가마는 앞쪽에 네 명씩 여덟 명, 그리고 뒤쪽에도 여덟 명이 메야 할 정도로 컸다. 그리고 가마를 보호하려는 듯이 앞뒤로 오십여 명의 스님들이 줄지어 걸었다.

“극락왕생, 극락왕생…….”

착착착!

비가 쏟아지고, 발걸음에 물이 튀어도, 스님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극락왕생이란 말만 읊조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저게 도대체…….”

“허어, 살다 보니 별 해괴한 일을 다 보는군.”

“그런데 저리로 가면 구괴산이 나오지 않나?”

“아, 사람. 자네 아직도 그걸 모르나? 요즘 구괴산에서 뭔 보물이 발견됐다고 무림인들이 잔뜩 몰려가지 않았나?”

“그럼 저 스님들도 그것 때문에 가는 건가?”

“뻔하지. 뭐.”

“허허, 말세로군, 말세야. 탐욕을 버려야 할 스님들이 저러니…….”

“어?”

혀를 차던 왕씨와 장씨의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들 앞에 방금 대로를 지나갔던 붉은 승복의 중이 하나 서 있었기 때문이다.

파각!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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