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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2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26화

126화. 뜻하지 않은 입맞춤 (1)

 

“이게 도대체 뭐지? 먹는 건가?”

주양악이 경단같이 둥근 뭔가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침 배가 고팠기 때문에 슬쩍 맛을 볼 생각으로 입에 가져다 댔다.

“사저! 뭐해요.”

꿀꺽!

“어?”

주양악이 자신도 모르게 그걸 삼켜버렸다.

“뭐 먹은 거예요? 뭐 먹을 게 있었어요?”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그래요? 표정이 안 좋아요.”

“나… 이상한 거 먹었어.”

“네? 혹시 뭐 주워서 먹었어요?”

“그게… 끅…….”

“꺄아악! 사저!”

말을 하던 주양악이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악! 배야! 배가 아파!”

“도대체 뭘 먹은 거예요. 어떡해? 뱉어 봐요. 빨리 뱉어야 해요.”

은서린이 주양악을 붙잡고 사정없이 등을 때렸다. 하지만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간 것이 다시 나올 리가 없었다. 주양악은 계속 배를 잡고 뒹굴었다. 단전에서 불이 난 것 같았다. 온몸이 뜨거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열이 심해. 사저! 운기조식을 해봐요. 앉아서 운기조식을 해요!”

“끄으으으…….”

엎드려서 이를 악물고 손톱으로 바닥을 박박 긁던 주양악이 은서린의 도움으로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금안뇌정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주양악의 단전에는 뜨거운 화룡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미약한 금안뇌정신공의 뇌기가 그 화룡의 기운을 흩었다. 하지만 화룡의 기운이 너무나 강해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명옥심법으로 쌓았던 기운까지 날뛰자 단전이 찢겨져나가는 것 같았다. 주양악은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날뛰는 기운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주양악을 보며 은서린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다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가서 위에다 대고 소리쳤다.

“사숙조님!”

구혁상은 양악과 은서린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백묘묘와 나무덩굴을 꼬아서 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은서린이 부르는 소리에 절벽 쪽으로 가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느냐?”

“사저가 아파요!”

“무슨 일이냐?”

“뭔가를 주워 먹었는데 몸에서 열이 심하게 나요.”

“뭐?”

구혁상이 난감한 얼굴로 백묘묘를 봤다.

“뭘 먹은 거죠?”

“글쎄, 나도 모르겠구려.”

“일단 그것부터 물어봐요.”

“그래야 할 것 같군. 서린아! 양악이가 뭘 먹었느냐?”

“모르겠어요. 못 봤어요.”

“밑에 뭐가 있느냐? 이끼나 버섯 같은 것이 있느냐? 독초 같은 것들 말이다.”

“아니요. 그런 것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 시체가 있어요.”

“시체? 무림인들이냐?”

“네. 싸우다가 죽은 것 같아요. 한 사람은 값진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어요.”

“음… 그러면 영약일 가능성이 크군. 백 소저는 한 시라도 빨리 줄을 만들어 주시오. 나는 그동안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소.”

“알겠어요.”

백묘묘가 대답하고 아까 만들던 줄을 계속 만들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영약을 먹은 것 같구나.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아마도 영약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럴 거다. 운기조식을 해서 그 기운을 단전에서 빼내야 한다.”

잠시 생각을 하던 구혁상이 밑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운기조식을 하고 있어요.”

“음… 그럼 우선 임독맥을 따라 기운을 돌리라고 해라. 절대로 무리하게 혈을 뚫지 말고 기운이 흩어지면 그대로 놔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임독맥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거다.”

“네. 알았어요.”

은서린이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주양악을 향해 말했다.

“사저, 사숙조님 말로는 사저가 먹은 것이 영약이래요. 약기운이 강하니까 그걸 해소시켜야 한대요. 우선 흩어지는 기운은 놔두고 강한 기운을 임독맥을 따라 움직이게 해서 단전에서 내보내요.”

주양악은 정신이 아찔한 가운데서도 은서린의 말을 알아들었다. 금안뇌정신공을 운용해서 단전에서 날뛰는 화룡을 임맥과 독맥을 따라 천천히 이끌었다. 그러자 코피가 왈칵 쏟아졌다. 그걸 보고 은서린이 놀라서 후다닥 다시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사숙조님! 사저가 코피가 나요. 굉장히 많이 나요!”

“괜찮다! 좋은 증상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느냐?”

“네!”

“옆에서 보고 있다가 또 이상한 증상이 생기면 알려주어라! 지금 줄을 만들고 있으니 금방 내려가마!”

“네! 사숙조님!”

은서린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주양악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코피를 줄줄 쏟고 있었다. 어찌나 피를 많이 흘리는지 가슴 앞섶이 완전히 붉게 젖어 있었다.

‘어쩌지? 사저가 너무 괴로워 보여. 맞다. 무공비급이 있었지.’

은서린은 아까 찾아낸 성화신공이 생각났다. 영약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가지고 있던 비급이니 분명 뭔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급을 펼쳐보니 내공심법에 관해서 잔뜩 적혀 있었다. 계속 내용을 훑어보던 은서린이 눈을 빛냈다.

‘화룡의 기운이 단전에서 뻗어 나올 때 의지를 주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진다. 이럴 때는 임독맥을 따라 운기를 해서는 안 되고, 전신의 모든 경락을 열어 일시에 화룡의 기운을 내보내야 한다. 그래야… 어쩌지? 사숙조님이 한 말과는 다른데.’

은서린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일단 책에 나와 있는 것을 주양악에게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그때 관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주양악은 대답조차 할 수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전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부터 운기행공하는 방법을 일러 줄게요. 그대로 해보다가 안 되면 중간에 멈춰야 해요. 알았죠?”

알아들었을 거란 생각에 은서린은 성화신공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태초에 무극에서 음과 양이 생기고, 거기서 오행이 나왔다. 화의 기운은 오행 중 하나이지만 음이기도 하고 양이기도 하다. 화와 수가 서로 상반된 기운을 가지니…….”

주양악은 은서린이 읽어주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며 그대로 운기행공을 했다. 그러자 고통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주양악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금안뇌정신공 때문이었다. 금안뇌정신공은 뇌기를 담아둘 수 있을 정도로 몸의 경락과 맥을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화룡이 아무리 날뛰어도 버틸 수가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주화입마에 빠져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몸 안에 있던 금안뇌정신공의 뇌기와 명옥심공으로 인해 쌓인 내공을 화룡이 모두 삼켜버렸다. 남아 있는 건 오로지 화룡의 기운뿐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은서린이 성화신공을 알려준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주양악이 화룡을 임독양맥으로 돌리지 않고 전신의 모든 경락과 맥으로 일시에 조금씩 내보냈다. 그렇게 한 번에 여러 곳으로, 그것도 미친 듯이 날뛰는 화룡의 기운을 조절하면서 내보내려니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극심한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운을 흩어서 보냈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주양악의 몸에서 찐득찐득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냄새가 썩 좋지 않았다. 은서린이 그걸 보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리고 구혁상에게 증상을 이야기했다.

“사숙조님! 사저 몸에서 냄새나는 땀이 나요!”

“괜찮다! 몸 안의 탁기(濁氣)가 몸 밖으로 배출되고 있는 거다!”

“네! 알았어요!”

은서린은 그 뒤로도 주양악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면서 구혁상에게 물었다. 그럴 때마다 구혁상은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 방법을 알려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찌 이런 일이… 도대체 뭘 먹었단 말인가? 뭘 먹었기에…….’

은서린이 한 번씩 소리치는 걸 들어보니 주양악은 지금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벌모세란 몸 안의 탁기가 모두 빠지고 경락과 맥이 탄탄해져 내공을 쌓고 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몸이 되는 것이다.

그것만도 놀라운데 주양악은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고 환골탈태(換骨奪胎)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사현관이란 임독양맥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웬만해서는 내공이 고갈되지 않고, 운용도 빨라진다. 임독양맥을 따라 흐르는 내공의 양이 많아져서 내공을 굳이 단전에서 뽑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골탈태는 내공이 지극히 정심하고 지순해져서 몸이 완전히 바뀌는 현상이었다. 환골탈태를 하려면 적어도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내공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혼탁한 내공이 아니라 한 가지의 정심한 내공이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무당파나 소림사 같은 곳에서나 어쩌다 가끔 나오지 세속에 있는 세가나 문파에서 환골탈태를 겪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 사숙조님!”

“또 왜 그러느냐?”

“화룡이… 붉은 기운들이 사저의 몸을 감싸고돌아요!”

“뭐야?”

구혁상은 놀라서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열심히 덩굴을 꼬아서 줄을 만들던 백묘묘도 손을 멈칫하고 놀란 얼굴을 했다.

“기가… 유형화된 건가요?”

“그런 것 같구려. 허! 이것 참…….”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가 유형화되었다는 것은 내공이 적어도 오기조원(五氣朝元)이나 삼화취정(三華聚頂)의 경지까지 올랐다는 뜻이다.

오기조원은 오행의 다섯 가지 기운이 유형화되어 눈에 보이는 경지를 말한다. 그리고 삼화취정 역시 무형의 기운이 유형화가 되어 삼색의 꽃이 머리 위에서 피어난다.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고수들뿐이었다. 무림의 양대산맥이라는 소림사와 무당파의 장로들과 버금갈 정도였다. 이제 약관도 되지 않은 주양악이 그 같은 경지를 이루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서, 어서 줄을 만드세나.”

구혁상의 마음이 급해졌다. 백묘묘도 주양악의 상태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손놀림이 더욱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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