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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2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25화

125화. 천마총의 진정한 보물 (5)

 

“적 동생이 무사할까?”

“무사하겠지.”

“…….”

“왜 안 따라오지?”

“금방 따라오겠지.”

“…….”

“백염쌍노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데, 혹시 다치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렇겠지.”

“…….”

“물에 빠지거나…….”

“누님!”

“으, 응?”

혁무한이 무서운 눈으로 백수연을 노려봤다.

“왜, 왜?”

백수연이 움찔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혁무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누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닌데, 누님은 은성이 형님이랑 혼담이 오가고 있지 않아? 내가 알기로 적운상은 금검문과 혼담이 오가는 걸로 알고 있거든. 그러니깐 일찍 마음 접으셔.”

순간 백수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혁무한이 적운상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대놓고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연동헌은 심하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세상에 어찌 저리 귀엽고 예쁜 표정을 짓는 여인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말을 꺼낸 혁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런…….’

잠시 부끄러워하던 백수연이 갑자기 혁무한의 따귀를 사정없이 갈겼다.

짜악!

“헉!”

평소 같았으면 충분히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수연의 깜찍한 모습에 잠시 넋을 빼앗기고 있던 터라 미처 피하지를 못했다.

“뭐, 뭐야? 왜 사람을 치고 그래? 내가 뭐 없는 말…….”

혁무한이 말끝을 흐렸다. 백수연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았다.

‘무, 무슨 화내는 모습도 이렇게 예쁘냐?’

“아니, 그… 나, 나는, 그냥…….”

혁무한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백수연이 그를 홱 외면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뭘 어쨌다고…….”

혁무한이 맞은 뺨을 비비적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연동헌이 슬쩍 다가와서 나직이 물었다.

“백 소저가 적운상 그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쇼!”

그러잖아도 짜증이 치솟던 혁무한이 무섭게 쏘아붙이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쳇! 성질머리하고는…….”

동굴은 갈수록 점점 좁아지다가 급기야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가 됐다. 이에 모두들 한 줄로 늘어서서 가야 했다.

“저기, 운학진인.”

“왜 그러십니까?”

장용권이 부르자 앞장서서 가던 운학이 물었다.

“천마총에 대한 건 대충 들어서 아는데 거기에 있는 무공비급이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글쎄요. 배화교의 무공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요. 음… 혈마사가 강하다 하지만 배화교에 비하면 한 수 처집니다. 그런 배화교의 교주가 익히는 무공이니 분명 대단할 겁니다.”

“그럼 운학진인이 노리는 것도 그 무공입니까?”

“네? 하하하. 아닙니다. 저는 그저 호기심에 가보는 겁니다.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의 쓸데없는 희생을 줄이고 싶기도 하고요. 배화교의 무공이 뛰어나다 하나 방문좌도의 무공일 뿐입니다. 더구나 본 문에도 뛰어난 무공이 많습니다. 아마 양의신공(兩儀神功) 하나만 무림에 내놓아도 큰 혈난(血亂)이 일 겁니다. 가진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데 다른 문파의 무공을 익혀 무엇 하겠습니까?”

질문을 했던 장용권은 물론이고 뒤에 있던 모두가 그 말을 듣고 역시나 무당이라는 생각을 했다. 운학의 말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무당파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금은보화는 조금 탐이 납니다.”

“네? 아니 도를 닦는 도인이신데 어찌 그럽니까?”

“하하하. 그야 그렇지만, 재물이 있다 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그 돈으로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구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아, 그렇군요. 하하. 이거 부끄럽군요.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장 공자가 이야기를 하기에 생각해 낸 겁니다.”

“듣기로는 무공비급과 금은보화 말고도 또 다른 보물이 있다고 하던데.”

양추위가 자신이 좀 안다는 듯이 어깨에 힘을 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건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긴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귀를 기울이자 양추위의 어깨가 더욱 으쓱해졌다.

“험! 천마총에는 모두 네 가지의 보물이 있습니다. 첫 번째 보물은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성화신공이라는 배화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죠. 그리고 두 번째 보물은 성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은보화요. 세 번째부터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거참,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보게.”

연동헌이 재촉을 하자 양추위가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세 번째 보물은 성화봉이오. 배화교 교주의 신물로서 배화교의 모든 교인들을 다룰 수 있는 물건입니다.”

“오오… 그런 게 있었군.”

“그렇지. 그리고 마지막 보물은 바로 화룡(火龍)의 내단(內丹)이오.”

“화룡의 내단? 처음 듣는군.”

장용권의 말에 양추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럴 걸세. 그걸 아는 이들은 극소수니까. 자네 천마가 어찌 그렇게 강했는지 알고 있나?”

“글쎄? 몇 세대 전의 인물이니 사실 얼마나 강했는지도 잘 모르네.”

“이런 사람하고는… 천마가 얼마나 강했냐 하면 말일세, 당시의 모든 무림인들이 그를 천하제일의 고수라 부르기에 망설이지를 않을 정도였다네. 정사를 막론하고 전부 그를 인정했다는 뜻이지.”

“호오… 그렇게 강했나?”

어느새 양추위와 장용권 두 사람의 대화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여서 사람들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그러네. 내가 알기론 소림과 무당에서도… 험!”

무당파 이야기를 하던 양추위가 슬쩍 앞서 가는 운학의 눈치를 살폈다. 그걸 깨닫고 운학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이야기를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험! 아무튼 천마가 그렇게 강했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걸세.”

“무슨 이유?”

“그걸 설명하자면 우선 성화신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네.”

“해보게나.”

“성화신공은 화기(火氣) 연공하는 무공일세. 마치 도사들처럼 내단으로 연공을 하지. 그러다 죽으면 그렇게 연공한 내단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하더군.”

“헛!”

“그게 정말인가요?”

백수연도 관심을 보이며 묻자 양추위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오. 백 소저. 그 내단을 복용하면 그만큼의 내공이 증진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당시의 천마가 가진 내공이 무려 삼 갑자(三甲子)에 달했다고 합니다.”

“에이… 설마 그러려고…….”

일 갑자는 육십 년을 뜻한다. 그러니 삼 갑자면 백팔십 년이다.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쌓은 내공의 양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이 길어봐야 백 년 안팎이다.

어렸을 때부터 벌모세수를 하고 영약을 먹으며 무공을 일찍 익힌다 해도 제대로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는 건 아무리 빨라도 열 살을 넘어야 한다. 그러니 사실 일 갑자의 내공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어쩌다 공청석유니, 만년산삼이니 하는 영초들을 먹어 내공이 확 증진이 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삼 갑자는 무리였다.

“내가 없는 말을 하겠나?”

“그렇지 않은가? 자네 말대로라면 삼 갑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내공을 가질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쯧쯧, 사람 단순하기는. 배화교의 교주들은 죽기 전에 항상 내단을 남기네. 보통은 그걸 다음 대의 교주가 복용을 하지.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네. 영약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되네. 마찬가지일세. 내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노력과 자질에 따라 다르지. 천마가 뛰어난 이유가 거기에 있네. 그는 무려 삼 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니까.”

“음… 그럼 그 내단이 남아 있다는 거군.”

“그렇지. 어떻게 보면 그게 가장 큰 가치가 있는 보물이지. 만년설삼이나 북해의 빙정과 같은 영약들과 맞먹는 것이니, 그것만 얻게 되면 단번에 절정의 고수가 될 수도 있을 걸세.”

* * *

 

동굴에서 기다리던 주양악이 은서린을 보며 말했다.

“사숙조님이 준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안에 들어가 볼까?”

“괜찮을까요?”

“걱정 마.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나오면 되지.”

“그럼 가봐요.”

주양악의 말에 은서린이 흔쾌히 말하며 뒤를 따랐다. 동굴은 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우와… 이대로 가다가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나오는 것 아닐까요?”

“글쎄… 근데 너무 어둡다. 조심해.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네.”

대답하기가 무섭게 은서린은 뭔가를 밟았다.

파삭!

“꺄악!”

“왜? 뭐야?”

“뭐, 뭔가를 밟았어요?”

“가만있어봐. 화섭자가 있을 거야.”

주양악이 품에서 화섭자를 꺼내서 불을 켰다. 그러자 한순간에 주위가 환해졌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꺄아아악!”

들고 있던 화섭자를 떨어트리자 다시 어두워졌다.

“뭐, 뭐였죠?”

“해, 해골…….”

잠시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마음을 진정시킨 주양악이 쭈그리고 앉아서 더듬거리며 화섭자를 찾았다.

“일단 횃불을 만들어야겠어. 태울 만한 거 있어?”

“소매를 찢을게요.”

은서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입고 있는 옷의 양쪽 소매를 찢었다. 그리고 검집에 둘둘 말아서 꼭 묶었다. 단검 말고도 가끔 낙연검법을 연습하느라 장검을 차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됐어요.”

은서린이 만든 횃불에 불을 붙이자 다시 주위가 환해졌다. 그제야 자세히 보니 주위에 해골이 여러 구 있었다.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아요.”

“그러게. 하나, 둘, 셋…….”

주양악이 모두 세어보니 여덟 명이었다. 무기가 해골 사이에 꽂혀 있는 것으로 봐서 서로 싸운 것 같았다.

“더 안쪽으로 가봐요.”

“응.”

좀 더 안쪽으로 가자 세 구의 해골이 나왔다. 그들 역시 서로 싸우다가 죽은 것 같았다. 거기서 더 안쪽으로 가자 동굴이 막혀 있고, 그곳에 단정하게 앉아서 뒤로 넘어간 것 같은 해골이 하나 있었다.

“이 사람이 모두 이겼나 봐.”

“그러게요. 이게 뭐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예요.”

해골 옆에 세워진 봉은 한쪽 끝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었고, 네 면에 알 수 없는 글자로 뭔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서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오래돼서 낡고, 먼지가 가득 앉아 있는 서궤였다.

“옆에 상자가 있네.”

주양악이 서궤를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환한 빛이 나왔다.

“이게 뭐야?”

“아! 그건 야명주(夜明珠)예요.”

“야명주?”

“네. 엄청 비싼 거예요.”

“그래? 헤헤.”

뜻하지 않은 보물을 찾은 주양악은 기분이 좋았다.

“어디 다른 것도 있나 볼까?”

주양악이 서궤를 뒤적거려 안에 있는 걸 모두 꺼냈다. 거기에는 야명주 말고도 값을 알 수 없는 보석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우와… 이 사람 부자였나 봐.”

“그러게요.”

“이것만 있으면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모두 챙겨서 사부님 가져다드리자.”

“훗! 그래요. 사저. 분명 사부님이 기뻐하실 거예요.”

임옥군은 적운상이 온 이후로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그 전에는 항상 돈 때문에 한 번씩 근심에 잠기곤 했었다. 그 기간이 워낙에 길었기에 주양악과 은서린은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응? 이건 뭐지?”

주양악이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조심해요. 사저. 독이나 암기가 튀어나올지도 몰라요.”

“응. 걱정 마.”

주양악이 땅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뚜껑을 확 열면서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은서린이 걱정하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주양악이 상자를 살폈다. 그 안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사매, 이쪽 좀 비춰봐.”

“네.”

은서린이 횃불을 가까이 대자 책의 제목이 보였다.

“성화신공? 무공비급인가?”

“그런가 봐요. 그런데 상태가 이래서 펼쳐보지도 못하겠어요.”

은서린의 말대로 책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색이 바랜 건 둘째치고라도 눌어붙고 삭아서 어떻게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대단한 무공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가져가보자.”

“네.”

“자, 이건 사매가 챙겨.”

주양악이 상자를 건네자 은서린이 그걸 품에 넣었다.

“또 뭐 가져갈 거 없는지 살펴봐.”

“네. 알았어요. 훗! 사저. 혹시 여기가 천마총 아닐까요?”

“뭐? 에이… 말도 안 돼. 천마총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다고 하잖아. 게다가 이게 어디가 무덤이야?”

“하긴, 그렇죠?”

“그래. 그리고 천마총 입구는 아까 거기잖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찾아봐. 그 지팡이도 챙겨. 사숙조님 가져다드리자.”

“네.”

“응? 이건 또 뭐야?”

주양악이 바닥에서 구슬 하나를 주워서 이리저리 살폈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였는데 뭔지는 몰라도 들고 있으니까 손이 따끈따끈했다.

“혹시 먹는 건가?”

주양악이 코를 대고 킁킁댔다. 배가 고파 먹을 것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마치 당과(糖菓) 같기도 했다.

‘오래된 것 같은데 먹어도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닦아서 먹으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그리고 먹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뱉으면 그만이었다.

혀로 한 번 핥아보니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꿀꺽!

워낙에 성격이 털털해서 사고도 잘 치는 주양악이었다. 맛이 이상하면 뱉어낼 생각이었는데 그만 꿀꺽 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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