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2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24화
124화. 천마총의 진정한 보물 (4)
쉬쉭!
두 사람의 자리가 바뀌었다. 적운상은 호수를 마주 보고 있었고 백리난수는 호수를 등지고 있었다.
‘강해!’
비록 몇 초식 되지 않았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다가 실제로 겨뤄보니 적운상은 생각보다 강했다. 그때 그녀가 쓰고 있던 죽립의 앞부분이 쩍 갈라졌다. 방금 적운상이 자리를 바꾸기 위해 휘둘렀던 검에 잘린 것이다.
백리난수가 죽립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백수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백수연은 차분하면서도 도도해 보이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상하고 우아해 보였다.
그에 비해 백리난수는 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눈이 커서 인상이 강렬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사람을 끄는 외모였다.
적운상은 백리난수를 보자 가장 먼저 백수연이 생각났다. 두 여인 모두 뛰어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주양악이 생각나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두 사람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주양악은 백수연이나 백리난수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미인에 속했다. 서글서글하니 시원하게 생겼고, 성격도 그랬다. 마치 야생초 같은 느낌이지만 적운상은 왠지 그게 더 좋았다.
“왜 웃는 거죠?”
“아니오. 그냥 사매가 생각났을 뿐이오.”
백리난수는 자신같이 뛰어난 미인을 앞에 두고 다른 여자가 생각났다고 당당히 말하는 적운상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흥!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군요.”
“난 죽을 생각이 없소. 그리고 생각이야 내 마음대로 하는 건데 무슨 상관이오?”
적운상의 차가운 말투에 백리난수가 그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당신이 좀 잘생기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흔해요. 유가장의 유 공자만 해도 당신보다 훨씬 미남이죠. 연씨세가의 연 공자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요?”
“그, 그거야…….”
말을 해놓고 그녀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당황이 됐다.
“그러니까 잘난 체하지 말란 말이에요!”
“난 잘난 척한 적 없소. 이상한 소저로군.”
“그, 그게 바로 잘난 체란 말이에요!”
“좋을 대로 생각하시오. 싸울 거면 어서 덤비시오. 나도 방법을 강구해서 빨리 건너가야 하니까.”
‘뭐? 방법을 강구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냥 경공을 펼쳐서 건너가면 될 것을 왜 방법을 찾는단 말인가?
‘뭔가 건너지 못할 이유가 있는 건가?’
백리난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적운상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무공이 저리 뛰어난데 설마 경공을 못할 거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봐주지 않겠어요.”
“봐달라고 한 적 없소.”
백리난수는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적운상이 얄미웠다. 이에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다가 두 개의 반월도를 휘둘러갔다.
* * *
뾰로롱! 짹짹!
어디에선가 산새가 우는 소리가 정답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백오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호남의 문파들이 혈마사를 상대하기 위해서 뭉친 정의회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혈마사를 상대하는 건 뒷전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천마총으로 가서 보물을 차지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버렸다. 이른 아침에 구괴산을 오르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르는 길 반대편에서는 약 이백여 명의 혈마승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삼 장로는 천마총으로 들어가기 전에 혈마승 하나를 내려 보내 이 사실을 알리게 했다. 이에 인근에 있던 모든 혈마승들이 몰려든 것이다.
양쪽 사람들은 같이 산을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계속 산을 올랐다. 그러다 천마총의 입구 앞에서 딱 마주쳤다.
“헛!”
“헉!”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혈마승들이다! 쳐라!”
“천마총을 지켜라!”
“와아아아아!”
“죽여라!”
무기를 뽑아 든 양쪽 사람들이 몸을 날려 서로를 공격해 갔다. 뒤쪽에 있던 사람들은 나무를 밟고 날아올라 앞으로 날아가며 무기를 휘둘렀다.
병장기가 어지럽게 휘둘러지면서 맞부딪쳤고,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피가 튀며 서로를 죽고 죽였다.
“네 곁에서 떨어지지 말거라!”
구혁상이 크게 소리치면서 길을 뚫었다. 천마총의 입구 쪽은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구혁상은 천마총에 큰 관심이 없었다. 보물을 얻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이미 적운상이 가 있는 상태였다. 무리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굳이 입구 쪽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이쪽으로!”
구혁상은 천마총 입구에 가까이 가지 않기 위해 뒤쪽으로 빠지면서 산을 올랐다. 그러자 함께 있던 주양악과 은서린, 그리고 백묘묘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조심!”
따앙!
구혁상이 급히 단검을 뽑아서 혈마승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자 주양악과 은서린이 똑같이 단검을 두 개씩 뽑아 들고 그 혈마승을 공격해 갔다.
“헉!”
혈마승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다급하게 혈도를 휘둘러 방어를 했다.
쉬쉬쉬쉭! 따다다당!
세 사람이 두 개의 단검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치자 어지럽다 못해 현란할 정도였다. 혈마승은 순식간에 어깨와 다리를 베였다. 그때 백묘묘가 혈마승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두 개의 중검을 휘둘렀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혈마승은 양쪽 어깨를 베였다.
파각!
“크으윽!”
혈마승이 급히 뒤로 물러나는데 어느새 바짝 거리를 좁힌 구혁상이 그의 목을 베었다.
파각!
“끅!”
완벽한 네 명의 합공이었다. 연습한 것도 아닌데 호흡이 척척 맞았다.
“후우… 대단해요.”
백묘묘가 진심으로 감탄한 듯이 하는 말에 세 사람이 미소를 지었다.
“백 소저도 제법이군. 우리는 이대로 뒤쪽으로 돌아갑시다.”
“네. 구 대협. 그게 좋겠어요.”
산을 오르는 동안 또다시 혈마승을 만났다. 이번에는 세 명이었다. 한 명이야 쉽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세 명은 무리였다. 네 사람은 그들과 싸우다가 길이 없는 수풀로 도망쳤다.
그러다 은서린이 산비탈에서 미끄러지자 주양악이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미끄러지는 힘에 의해 은서린의 옷깃을 잡은 주양악마저 같이 미끄러졌다.
“꺄아아악!”
“으아아아!”
은서린과 주양악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헛!”
구혁상과 백묘묘가 다급하니 몸을 날려 두 사람을 쫓아갔다. 구혁상은 손을 뻗어도 아슬아슬하니 잡힐 듯 말 듯하자 더 속력을 냈다. 그러다 앞을 보니 수풀이 보이지 않았다. 낭떠러지였던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구혁상이 허리띠를 풀어서 백묘묘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잡고 버티시오!”
“알았어요!”
“잡아라!”
구혁상이 앞으로 힘껏 날아오르면서 손을 뻗었다. 몇 바퀴 구를 것을 각오하고 한 행동이었다. 다른 손에는 백묘묘에게 던져준 허리띠를 꼭 잡고 있었다.
“사숙조님!”
주양악이 구혁상을 크게 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손이 얽히면서 서로를 꽉 붙잡았다. 그것과 동시에 은서린과 주양악의 몸이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렸다.
“흡!”
구혁상은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두 사람을 잡아당겼다. 백묘묘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리띠를 두 손으로 잡고 몸을 완전히 뒤로 눕혀서 두 다리로 땅을 지탱했다. 그런데도 주르륵 발이 미끄러지면서 대책 없이 끌려갔다.
“으아아아아아! 구 대협!”
백묘묘가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구혁상은 몸을 급히 돌려서 두 다리로 땅을 찼다. 그러자 발이 땅을 파고들며 미끄러지는 속도를 줄였다.
“크학!”
구혁상은 다리가 접질렸는지 극심한 통증이 왔다. 몸이 반 바퀴 돌면서 낭떠러지 끝에 멈춰 섰다. 은서린과 주양악은 그런 구혁상의 손에 매달려 있었다.
“헉헉!”
“아아…….”
“괘, 괜찮으냐?”
“네, 사숙조님.”
“백 소저, 끌어올릴 수 있겠소?”
“무, 무리예요.”
주륵!
구혁상과 백묘묘가 조금 미끄러져 내렸다. 이대로라면 다 같이 벼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때 가장 밑에 매달려 있는 은서린의 눈에 발밑 아래쪽에 있는 동굴이 보였다.
“사저! 저기 동굴이 있어요.”
“뭐?”
주양악이 보니 정말 동굴이 있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잘하면 거기에 내려설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사숙조님! 밑에 동굴이 있어요! 거기로 뛰어내릴게요!”
“조심하거라!”
“네! 조금 흔들릴 거예요!”
“걱정 말거라!”
“사매, 내가 흔들어줄 테니까 먼저 뛰어! 조심하고!”
“응!”
주양악이 은서린을 왔다 갔다 조금씩 흔들다가 확 잡아당겨서 던지며 소리쳤다.
“끙! 지금이야!”
“꺄아아악!”
은서린이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가서 동굴 앞에 삐져나온 곳에 내려서며 앞으로 한 바퀴를 굴러 안으로 들어갔다. 던져진 힘을 이기지 못해서였다.
“사매! 괜찮아?”
잠시 후에 동굴 밖으로 빠끔 고개를 내민 은서린이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다.
“괜찮아요!”
은서린의 무게가 줄자 구혁상과 백묘묘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사숙조님! 저도 이대로 동굴로 던져 주세요.”
“뭐?”
“흔들다가 벽 쪽으로 던져주면 돼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주양악을 끌어올리기에는 구혁상의 자세가 너무 불안했다. 백묘묘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두 사람을 끌어올릴 힘이 없었다.
“알았다. 조심하거라!”
“네!”
구혁상이 주양악을 흔들다가 크게 소리쳤다.
“이제 셋을 세고 던지마!”
“네!”
“하나… 둘… 셋!”
구혁상이 힘껏 던지며 손을 놓자 주양악이 동굴 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방향이 조금 어긋났다. 동굴 앞에 착지를 하기는 했지만 중심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
“사저!”
“사매!”
다행히 제때에 은서린이 손을 뻗어 주양악을 잡았다.
“휴우…….”
동굴로 들어온 주양악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게냐?”
“네! 사숙조님! 괜찮아요!”
“다행이군. 백 소저, 나를 끌어올릴 수 있겠소?”
“네! 해볼게요!”
주양악마저 없어지자 상당히 가벼웠다. 구혁상 한 명이라면 끌어올릴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백묘묘가 양손으로 잡고 있던 허리띠를 팔목에 감으면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주륵!
발이 조금 미끄러졌지만 구혁상이 딸려오는 것이 더 빨랐다.
“헉헉! 됐어요!”
“후우… 고맙네. 덕분에 살았구먼.”
“아니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끙. 아무래도 발목을 다친 것 같군.”
구혁상이 인상을 쓰면서 말하다가 낭떠러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잠시 기다려라! 방법을 찾아서 끌어올려 주마!”
“네!”
밑에서 주양악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구혁상이 발목을 주무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