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1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19화
119화. 입구 앞에서 (1)
“헛!”
“머, 멈춰!”
병장기 소리가 일자마자 가장 그리로 달려갔던 연동헌이 장용권과 양추위를 잡아당기며 멈춰 섰다.
“왜 그런… 헉!”
이유를 몰라하던 장용권과 양추위가 앞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보고 기겁을 했다. 혈마승들이 짚단을 베어 넘기듯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세 사람은 천마총을 찾아서 싸움이 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혈마승들이 만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느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제길! 도망가!”
연동헌이 가장 먼저 몸을 돌렸다. 그러다 백수연과 딱 마주치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험! 혀, 혈마승들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소.”
방금까지 오두방정을 떨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연동헌이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어쩌지?”
백수연이 적운상을 보며 물었다. 혈마승들의 수는 적어도 백 명은 넘을 것 같았다. 거기다 그들 중에는 삼 장로도 있었다. 지금 싸워봤자 하등 이로울 것이 없었다.
“그냥 돌아…….”
적운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자왕이 칼을 뽑아 들고 몸을 날렸다.
“흐리야아앗!”
후우우웅!
사자왕이 신이 나는 듯 혈마승들을 향해 칼을 휘둘러댔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바보가…….”
사자왕은 힘만 센 바보였다. 어떻게 그 나이 먹도록 저럴 수가 있는지 신기한 일이었다.
“세 사람은 여기서 백 누이를 보호해. 운학과 무한은 나와 함께 저 바보를 끌고 온다.”
적운상이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 사자도와 백운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연동헌과 장용권, 양추위가 무기를 뽑아 들고 백수연의 주위를 경계했고, 운학과 혁무한은 검을 뽑아 들고 적운상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흠!”
짧은 기합성과 함께 적운상의 사자도와 백운검이 혈마승들을 공격해 갔다. 그런 적운상을 중심으로 왼쪽은 운학이, 오른쪽은 혁무한이 검을 휘두르며 세 사람은 삼각형의 형태로 혈마승들을 뚫고 나아갔다.
“저놈들부터 막아라!”
삼 장로가 크게 소리치자 그의 주위에 있던 혈마승들이 일제히 세 사람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혈마승들은 일제히 혈도를 던졌다.
훙훙훙훙!
“제길!”
따다다다다당!
적운상의 사자도와 백운검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그에게 날아오던 혈도가 모두 튕겨져 나갔다. 양옆에서는 운학과 혁무한이 검으로 혈도를 튕겨냈다.
그 사이에 거리를 바짝 좁혀 온 혈마승들이 자세를 바짝 낮추면서 혈도를 휘둘러왔다.
따다다다다당!
적운상이 혈마승들의 혈도를 쳐냈다. 그러자 혁무한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들을 공격해 갔다.
파각! 따당! 땅!
혈마승 하나가 어깨를 베였다. 기회를 잡아서 검을 휘둘렀음에도 그랬다. 네 명의 혈마승들이 공중에 떠 있는 혁무한을 향해 혈도를 휘둘렀다.
“적운상!”
“알고 있어!”
다급해진 혁무한이 크게 적운상을 부르자 그가 상체를 땅에 붙이다시피 해서 혈마승들의 다리를 노리고 백운검을 휘둘러갔다.
쉬쉬쉬쉬쉭! 파각!
“크아아악!”
“피해라!”
혈마승들이 뒤로 물러나며 피하자 혁무한이 땅으로 내려섰다. 그때 옆에서 혈마승 다섯 명이 동시에 혈도를 휘둘러왔다. 혁무한은 중심을 바로잡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따다다다당!
“크윽!”
비틀거리면서 정신없이 뒤로 밀리고 있는데 운학이 그를 공격해가는 혈마승들의 혈도를 교묘하게 걷어냈다.
“버텨!”
“뭐?”
갑자기 들려온 적운상의 외침에 혁무한이 영문도 모른 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적운상이 힘껏 뛰어올라 혁무한의 어깨를 밟고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버티라는 뜻이 그래서였다.
“크윽!”
얼결에 어깨를 밟힌 혁무한이 눈으로 적운상을 쫓았다. 적운상은 경공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사자왕이 있는 곳까지 단번에 가기 위해서 혁무한을 밟고 날아오르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흐아아압!”
공중에서 사자도와 백운검을 빠르게 휘둘러 내려설 곳에 있던 혈마승들을 물러나게 만든 적운상이 땅으로 내려섰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자왕이 칼을 놓쳐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자왕! 이거 받아!”
적운상이 소리치자 사자왕이 그를 봤다. 그리고 힘껏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걸 확인한 적운상이 앞에서 혈도를 휘둘러오는 혈마승들을 향해 낙연검법을 펼쳐서 물러나게 만든 후에 몸을 한번 휘돌리며 사자도를 던졌다.
사자왕이 사자도를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 뒤늦게 혈마승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날아간 사자도는 그들보다 먼저 사자왕의 손에 들어갔다.
“좋았어! 이 자식들!”
후우우우웅!
떠덩!
“크아아악!”
콰아아앙! 쿠웅!
공중에서 사자왕이 휘두른 사자도에 혈마승 두 명이 튕겨져 나가 땅에 처박혔다. 혈도로 공격을 막았음에도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 그리된 것이다.
“흐리야아아앗!”
후우우우웅! 떵!
“크아아아악!”
혈마승 둘이 또 날아가서 그쪽에 있던 동료들과 부딪치며 넘어졌다. 혈도로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사자왕은 칼과 함께 사람까지 날려버렸다. 그러니 무조건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 좋구나!”
오랜만에 사자도를 다시 손에 쥐게 된 사자왕은 신이 나서 마구 휘둘러댔다. 하지만 혈마승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처음에야 뭣 모르고 당했다지만 곧 사자왕의 힘에 맞설 방법을 생각해 냈다.
따앙!
“크윽!”
“응?”
처음으로 휘둘러지던 사자도가 막혔다. 혈마승 셋이 혈도를 겹쳐 그의 사자도를 막아낸 것이다.
사자왕이 그렇게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에 두 명의 혈마승이 그의 등을 노리고 혈도를 휘둘러갔다.
쉬쉬쉬쉿!
따당!
“웃!”
적운상이 백운검을 휘둘러 사자왕의 뒤를 노리던 혈마승 둘을 튕겨냈다. 그러자 사자왕이 씨익 웃으며 사자도를 막고 있는 혈마승 세 명을 노려봤다.
“무슨…….”
세 명의 혈마승이 뭔가 안 좋은 예감에 몸을 떨 때였다.
“흐랴아아아앗!”
청천벽력과 같은 기합과 함께 사자왕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더니 힘줄까지 튀어나왔다.
“크헉!”
“어억!”
사자도를 혈도로 막고 있던 혈마승 세 명이 뒤로 붕 떠오르면서 튕겨졌다. 믿을 수 없는 괴력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연공해 온 내공의 힘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우리끼리는 무리야! 당장 빠져나…….”
“시끄럽다! 저놈이 두목이군. 흐아아아앗!”
삼 장로를 알아본 사자왕이 그 거대한 체구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면서 온 힘을 다해 사자도를 내려쳤다.
방금 삼 장로는 사자왕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했다. 사자왕이란 명성이 어떻게 신강에서 이곳까지 알려졌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였다.
그런 사자왕의 힘을 정면으로 받아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옆에 있던 혈마승들도 마찬가지였다.
“피해라!”
콰아아아아앙!
사자왕이 땅에 떨어져 내리자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일면서 풀뿌리와 작은 돌멩이들이 튀어 올랐다.
“허이랴아앗!”
후우우우우웅!
급히 뒤로 물러나는 삼 장로를 향해 사자왕이 크게 한 걸음을 디디면서 사자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순간적인 틈을 노리고 반격을 하려던 삼 장로는 그대로 몸을 날려 피했다. 반격을 한다 해도 저 칼에 맞으면 자신의 몸이 두 동강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사자왕의 사자도는 어이없게도 그쪽에 있던 벼랑을 때렸다.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삼 장로는 벼랑을 발로 차고 사자왕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
‘뭐 저런 무식한 놈이…….’
잠시나마 움찔 몸을 떨었던 건 삼 장로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혈마승들은 물론이고 그들과 싸우던 무림인들, 심지어 적운상까지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무림에서는 항상 자신이 가진 힘을 서푼은 숨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 실력을 모두 내보이면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음에는 반드시 당하고 만다. 상대가 그만큼 대비를 하고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그걸 철통같이 지켰다. 항상 가진 힘을 서푼가량은 숨겼고, 남들 모르는 필사의 수를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자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사자도를 휘두르자 옛날 생각에 심취한 나머지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두른 것이다.
사자왕의 도법은 오로지 힘 위주로 되어 있었다. 쾌나 변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사자왕이 그렇게 유명한 건, 쾌나 변이 없어도 그것을 대신하고도 남을 정도로 위력적인 힘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 사자왕이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으니, 사람들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을 만도 했다. 하지만 정작 놀랄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쿠르르르르릉!
방금 사자왕의 사자도가 치고 지나간 곳이 무너지면서 그 뒤로 동굴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한순간 싸우는 것도 잊고 열린 동굴을 쳐다봤다.
* * *
조용하니 정적이 흘렀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두들 서로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동안 숨겨뒀던 절기를 풀어내면서 죽자 살자 무기를 휘둘렀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움직임도 없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로지 한 곳만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 앞에 사자왕이 있었다. 사자왕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자 순간 머쓱해졌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고 있는 건 그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 있는 동굴! 천마총의 입구라 생각되는 바로 그 동굴이었다.
“천마총이다!”
누가 소리쳤을까?
그것이 시작이었다. 누군가가 흥분해서 소리침과 동시에 멈춰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동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기세에 동굴 앞에 있던 사자왕이 움찔했다.
사자왕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미친 듯이 덤벼드는데 냉정히 자리 지키고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헉!”
“비켜라!”
쉬이이이익!
따당! 땅! 땅!
“막아라!”
“흐아아아앗!”
“한 놈도 들여보내지 마!”
파가가각!
“으아아아악!”
혈마승들이 우르르 몰려서 입구를 막아섰다. 그러자 지금까지 서로 치고받고 싸우던 무림인들이 한마음이 되어 혈마승들을 압박해 가기 시작했다.
“흥!”
삼 장로가 그걸 보고 코웃음을 한 번 치고는 십여 명의 혈마승들과 함께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사자왕이 제대로 사고 쳤군.”
혁무한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쩌지? 우리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백수연이 다가오며 묻자 적운상이 동굴의 입구를 보며 대답했다.
“지금 가봐야 개죽음만 당할 뿐이야. 조금 기다려.”
“그런 생각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닌 거 같소.”
운학이 슬쩍 한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죽사립을 눌러쓴 여인 한 명과 허연 백발에 허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중년 사내 네 명이 서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아는 자들인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저기 있는 두 노인은 아마 백리세가에서 왔을 거요.”
“백리세가?”
“그렇소. 백리세가는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절정의 고수들을 배출해 냈었소. 최근에는 저 두 노인이 명성을 떨치고 있소. 백염쌍노(白髥雙老)라 하오. 그들과 함께 있는 여인은 누군지 모르겠군. 그리고 저쪽에 있는 네 명은…….”
운학이 그들을 보며 기억을 더듬는데 백수연이 말을 받았다.
“혈부사괴(血斧四怪)라 불리는 고수들이야. 별호처럼 도끼를 귀신같이 쓰는 자들인데 손속이 잔인해서 모두들 가까이 하기를 꺼려.”
“흐음… 백 누님도 알 정도면 제법 하겠는걸.”
혁무한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백수연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가볍게 볼 자들이 아니야. 무공이 뛰어난 사람보다 심계가 깊은 사람이 더 무섭잖아. 조심해야 돼.”
백수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림에서는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경험이 일천하면 죽는 일이 허다했다. 그만큼 무림은 험한 곳이었다.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이나 술에 독을 타는 건 기본이었다. 원한이라도 생긴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니 무공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 경험이 풍부해야 했다.
많은 이들이 문파를 등에 업고 행동하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그나마 명성이 쟁쟁한 문파의 이름을 대면 기분이 좀 상해도 양보하거나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원수 질 일이 없다.
“싸움이 어째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데.”
혁무한이 동굴 입구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곳은 지금 혈마승들이 동굴 입구를 두 겹으로 둘러싸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양쪽이 다 필사적이었다. 혈마승들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무림인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다른 때 같으면 혈마승들에게 금방 눌렸을 사람들조차도 지금은 눈에 광기를 번뜩이며 칼을 휘둘러댔다. 더구나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천마총을 찾기 위해서 구괴산에 오른 사람들의 수는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계속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자 멀리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결국 그 수가 입구를 지키는 혈마승의 수를 넘었다. 혈마승들에게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고 있는데도 그랬다. 이에 혈마승들도 하나둘씩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아무리 무공이 대단해도 역시 쪽수가 딸리면 어쩔 수가 없는 법이다.
시산혈해(屍山血海)!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룬다고 하더니, 지금의 상황이 딱 그랬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계속 울리면서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갔다.
그러다 드디어 입구를 지키던 혈마승들의 방어가 뚫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던 혈부사괴가 움직였다.
네 명이 동시에 손도끼를 두 개씩 꺼내들고 동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훙훙훙훙훙!
터터터텅!
“크아아악!”
“으아아악!”
혈부사괴가 날린 손도끼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에 꽂히자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비켜라!”
파팍! 팍!
“크아악!”
“컥!”
혈부사괴는 동굴로 가면서 연신 두 개의 도끼로 사람들을 찍어댔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치열하게 싸우느라 지친 상태였다. 더구나 무공도 혈부사괴만 못했다.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많았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백염쌍노 중 한 명이 힐끗 적운상 일행을 쳐다봤다. 그러자 죽사립을 눌러쓴 여인의 목소리를 냈다.
“급하게 마음먹을 것 없어요. 일노(一老). 누가 먼저 찾아낸다면 빼앗으면 그만이에요. 그럼 더 편하잖아요. 느긋하게 가요.”
“훗! 그렇군요. 잠시 성급한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쯧, 그래서 늙으면 죽어야 하는 거다.”
옆에 있던 노인이 여인에게 일노라 불린 노인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자 일노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놈은 안 늙었다는 거냐?”
“헐! 나는 아직 팔팔하지. 네놈 따위에 비할까?”
“이런 육시랄. 만날 입만 살아서는.”
“저들이 움직여요. 뒤따라가요.”
여인의 말에 아옹다옹하던 백염쌍노가 입을 다물고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