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0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00화
100화. 무림대회 (2)
“그럼 누가 좋겠소? 서로들 추대를 해봅시다.”
“내 생각에는 당연히 통천문의 문주인 혁 대협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혁 대협은 최근까지 몸이 좀 안 좋았다고 하지 않소?”
혁세명이 독에 중독되었던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금검문의 홍 문주님은 어떻소?”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통천문의 혁세명과 금검문의 홍문형으로 좁혀졌다.
그때 대청으로 누군가가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혁세명과 홍문형마저도 그쪽을 보자 대청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라서 눈이 커다래졌다.
거기에는 적운상이 깔끔한 백색의 옷에 머리를 위로 올려 묶고 허리에는 백운검을 차고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한껏 치장한 주양악과 은서린, 거기다 남예까지 있었으니 누가 봐도 풍류공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그 옆에 나름 멋을 낸다고 낸 구혁상은 부잣집 공자를 따르는 노복으로 보였다.
“왜들 저렇게 보지? 너희들이 예쁘기는 예쁜가 보다.”
“으그… 사형 때문에…….”
적운상이 가자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들어온 주양악과 은서린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자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험! 자네는 누구인가? 혹시 길을 헤매다가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가?”
장가촌의 장대방이 물었다.
“아닌데, 무한이가 나 불렀다고 하던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여기는 자네 같은 사람이 올 자리가 아니네. 어서 나가게!”
양가장의 양익봉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지금 시기가 어느 때인데 저리 여자들과 희희낙락하고 다닌단 말인가?
성격이 곧아 그런 걸 절대로 못 봐주는 양익봉이었다.
“쯔쯧… 요즘 젊은 것들은 어찌 저런지…….”
“허 참…….”
적운상을 모르는 자들이 여기저기서 혀를 차며 한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라면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형산파는 이번 일에서 빠져도 되는 거죠?”
“뭐? 형산파?”
적운상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호남일도 이존의를 삼 초식에 꺾고, 상인연합모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가 형산파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름 없는 형산파보다는 전대의 고수였던 일검무적의 전인이라는 추측이 더 강하게 돌고 있었다.
“잘됐습니다. 괜히 이런 일에 끼었다가 칼 맞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는데. 가죠. 사숙조님.”
“그냥 가면 본파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어차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걸요.”
적운상이 구혁상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던 혁세명이 입을 열었다.
“장난은 거기까지만 하게.”
“이게 장난처럼 보입니까?”
순간 적운상과 혁세명의 눈이 강하게 마주쳤다. 그러자 혁세명은 적운상이 정말 돌아가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원하는 게 뭔가?”
“그냥 가렵니다.”
적운상이 정말 가려고 하자 혁세명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게.”
“혁 문주, 어째서 저런 자를 잡으려고 하는 겁니까?”
“맞습니다. 요즘 형산파의 이름이 좀 돌기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흥! 주제도 모르고…….”
혁세명은 아무것도 모르고 저리 말하는 이들을 보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참다못한 혁세명이 짜증을 내듯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가 가면 무당파의 도움을 얻을 수가 없소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당파라니요?”
“무당파에서 도와주기로 했다는 겁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사람들이 놀라서 반문을 했다. 무당파가 도와준다면 이번 일은 큰 피해 없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무당파에서 도와줄 의향이 있다면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다.
그때 뜻밖에도 홍문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무당파가 도와준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구려. 어쨌든 형산파가 이번 일에서 빠진다면 금검문도 빠지겠소.”
“헛!”
“아니 홍 문주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홍문형의 충격적인 발언에 사람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뒤이어 마인걸이 하는 말에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우리 호왕문도 빠지겠소.”
“그게 무슨…….”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거요?”
“저자가 누구이기에…….”
그때였다.
“조용!”
혁세명이 내공을 실어서 소리치자 장내가 쩌렁쩌렁하니 울렸다. 그 같은 내공에 모두가 크게 감탄을 했다.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오. 원하는 게 뭔가? 이들이 모두 자네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가?”
“아니요. 그저 앉을 자리를 원할 뿐입니다. 사숙조님이 연세가 있어서 오래 서 있게 할 수가 없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가 컸다.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은 칠대세력을 대표해서 오거나 명성이 있는 문파들을 대표해서 온 이들뿐이었다. 적운상이 앉을 자리를 원한다는 말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뜻이었다.
“음… 가서 의자를 가져오게.”
혁세명의 말에 적운상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가 이렇게 순순히 하자는 대로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혁강운이 대청을 나가 지시를 하자 노복이 의자를 하나 들고 왔다.
“앉으세요. 사숙조님.”
“험. 그러마.”
그렇게 구혁상이 자리에 앉자 사람들이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동안 들은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호왕문이 형산파에 갔다가 깨졌다더니…….’
‘그럼 혹시 저자가 적운상인가?’
‘무당파가 도와준다니… 어떻게 연이 닿아 있는 거지?’
사람들은 저마다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이야기 계속 하십시오.”
그게 될 리가 없었다. 칠대세력인 호왕문과 금검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험! 그럼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합시다.”
장대방의 말에 다시 사람들이 아까 하던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적운상은 곰곰이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혁 문주님이 적격 아닌가요? 의논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칠대세력 중 한 곳인 연씨세가에서 온 연교민이 적운상에게 물었다. 연교민은 여자인데도 연씨세가를 대표해서 올 만큼 무공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여자였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몸이 조금 통통해서 그런지 조금 귀여운 인상을 줬다.
“회주가 된다는 건 가장 앞장선다는 뜻이죠. 그러자면 일단 강해야 합니다. 다른 문파들도 모두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강한 곳을 고르라면 당연히 통천문이죠. 거기서 나서면 그만큼 한 명이라도 더 살 거 아닙니까? 그러니 의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죠. 이럴 시간에 차라리 혈마승인지 뭔지 하는 놈들을 찾아낼 정보망을 만들고, 사건이 터지면 바로 추적할 수 있는 소수의 선발대와 그 뒤를 받쳐줄 본대를 짜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의논하는 낫죠.”
적운상은 말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더구나 모두가 옳은 말들이었다.
“그렇게 합시다. 나는 혁 문주가 회주가 된다는 데 찬성이오.”
“나도 찬성이오.”
“나도 그렇소.”
여기저기서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자 결국 혁세명이 회주가 되었다. 혁세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포권을 취한 후에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족하나마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잠시지만 모두들 적극 따라주시기 바라오. 그럼 이제부터 그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의논을 해봅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서로 간에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각 문파에서 무공이 뛰어난 사람들을 뽑아서 추적대를 만들기로 했다. 그들이 혈마사의 꼬리를 잡아내면 준비하던 본대가 합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말인데 추적대의 책임자로는 저기 적 소협이 제격이라고 생각하오.”
혁세명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적운상에게 향했다.
“추적대는 사실 가장 위험한 일이오. 혈마승에게 발각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소. 더구나 그들과 싸우게 되면 본대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오. 그러니 무공도 뛰어나면서 머리도 영민한 그런 사람이 책임자가 돼야 하오.”
“그가 그럴 정도가 됩니까?”
양익봉이 묻는 말에 혁세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 소협은 호남일도 이존의 대협을 삼 초식에 패퇴시켰소. 그리고 상인연합모임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었고, 무엇보다 그가 가면 신강의 사자왕과 무당십걸 중 한 명인 운학진인도 함께 할 거요.”
“그런…….”
“그게 정말이오?”
“사자왕이 도와주기로 했단 말이오?”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웅성거리며 적운상을 봤다. 그러면서 그간에 떠돌던 소문이 모두 진짜였음을 깨달았다.
“쳇!”
적운상은 혁세명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왕이 갈지 안 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운학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저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데려가야 했다.
“좋습니다. 제가 하죠.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추적대가 전멸을 한다 해도 나한테 책임을 묻지 마십시오. 그리고 추적대를 어떻게 움직이든 일절 상관하지 않는다면 제가 하죠.”
“음…….”
혁세명이 사람들을 보며 의견을 물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소?”
“허허.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소.”
“사자왕과 무당십걸이 함께 간다는 데야…….”
사람들이 찬성하는 뜻을 나타내자 적운상이 그들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한 가지 더! 덜떨어진 놈들만 보내지 말고 문주나 가주의 직계로, 무공이 뛰어난 자를 꼭 한 명 이상 보내주십시오.”
“으음… 그건…….”
“험!”
사람들의 반응이 싹 바뀌었다. 나중에 문파를 짊어질 인재들을 이런 데서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앞장서야 다른 사람들도 따를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싫으면 마십시오. 저도 안 하렵니다.”
“그렇게 하지. 통천문에서는 둘째인 무한이를 보내겠네.”
혁세명이 그렇게 나오자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뺄 수가 없었다. 혁무한이 사고뭉치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혁세명의 자식인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 * *
각 문파의 대표들이 모여서 정의회란 이름 아래 뜻을 모으기로 하고, 통천문의 혁세명이 회주로 뽑힌 지 정확히 삼 일이 지났다.
이른 아침, 혈마사를 추적할 선발대로 뽑힌 이들이 하나둘씩 통천문의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덕분에 그곳에 있던 천막은 모두 회수되고 자연히 거기에서 머물던 이들도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사형!”
주양악이 침상에서 자고 있는 적운상을 흔들어서 깨웠다.
“으음… 왜?”
“빨리 일어나요. 오늘 선발대로 뽑힌 사람들하고 만나기로 했잖아요.”
“조금만 더 자고.”
“안 돼요. 이미 사람들이 모두 와 있단 말이에요.”
“기다리라고 해.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
“사형!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래요? 자자, 빨리 일어나요.”
“흐아아암. 거참. 누가 보면 네가 내 마누라인 줄 알겠다.”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주양악이 얼굴을 확 붉히며 부끄러워하더니 발끈 화를 냈다. 적운상은 그런 주양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충 씻고 아침으로 만두를 하나 우물거리면서 연무장으로 향하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대충 보니 오십여 명 정도였다.
가까이 가서 그들을 본 적운상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약은 놈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