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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9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99화

99화. 무림대회 (1)

 

양가장에서 보낸 무림첩이 각 문파에 전달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장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통천문과 백검회에서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모일 만한 사람들은 모두 모였다. 호남의 칠대세력은 물론이고, 많은 군소문파에서도 사람을 보내왔고, 혈마사의 만행에 분노해서 스스로 온 이들도 있었다.

“휘우… 많군.”

통천문의 정문 앞에 서 있던 적운상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통천문의 방이란 방은 이미 예전에 모두 찼다. 이에 연무장과 공터 곳곳에 천막이 세워졌으나 거기에도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모여들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고수들만 추려서 그들을 상대하는 게 낫지 않나요?”

주양악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이들이 단순히 혈마사만 상대하려고 모였겠냐? 뭔가 이득을 바라고 온 사람들도 많아. 그러니 기왕에 할 거, 크게 해서 많이 남기는 게 좋겠지.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걸 혈마사 놈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미도 있을 테고.”

“헤에…….”

주양악은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당연히 적운상이 대단하게 보였다.

“뭘 그런 눈으로 봐. 누구나 다 아는걸. 아마 서린이도 그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을걸.”

“후훗! 네.”

은서린이 웃으면서 대답하자 주양악은 자신만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저도 몰랐어요. 주 소저.”

위로를 해주려는지 적운상의 팔을 잡고 붙어 있던 남예가 주양악에게 말했다. 하지만 안 하니만 못했다.

“당신은 왜 나와서 사형한테 그렇게 붙어 있는 거야?”

“저는…….”

“사저, 왜 예 언니한테 그래요?”

“뭐, 뭐? 예, 예 언니?”

“그래요. 뭐가 잘못됐어요?”

“언제부터 저 여자가 네 언니가 된 거야?”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언니죠.”

“친하지도 않잖아!”

주양악과 은서린이 그렇게 툭탁거리고 있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이쪽을 쳐다봤다. 주양악은 서글서글한 미인이었고, 은서린은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그리고 청순하고 가련해서 보호해 주고 싶은 남예까지 있으니 자연히 사내들의 눈을 자극했다.

몇몇 이들은 시샘이 일어 대놓고 적운상에게 살기를 뿌리고 가기도 했다.

“그나저나 사숙조님이 늦으시네.”

“오늘 오신다고 한 거 맞아요?”

주양악이 묻는 말에 적운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서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어.”

“어! 저기요! 저기 사숙조님이에요.”

은서린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구혁상이 서너 명의 사내들과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또?”

적운상이 귀찮은 얼굴로 그쪽으로 향했다.

“뭐야? 지금 우리를 훈계하는 거냐?”

“어디 문파의 누구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상대를 봐가면서 말해야지!”

사내들이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구혁상에게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구혁상은 덤덤하니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흥분하지들 말게나. 모두가 좋은 뜻으로 모인 것 아닌가?”

“흥! 노인장의 힘까지 빌릴 일은 없을 것 같소만.”

“괜한 목숨 버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시오.”

막무가내로 소리만 버럭 질러대는 사내들을 상대하자니 구혁상은 난감하기만 했다. 더구나 정문 앞에서 이러니 오가는 사람들이 뭔 일인가 싶어서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허, 참…….”

“사숙조님.”

은서린이 가장 먼저 쪼르르 달려가서 구혁상의 옆에 섰다. 그리고 주양악이 사내들을 노려보면서 그 옆으로 갔다.

“당신들 뭐예요? 왜 우리 사숙조님한테 그러는 거예요?”

“뭐야, 이건 또?”

“하! 도대체가… 혈마승들이 어떤 놈들인지 아냐? 그런데도 여자들을 데리고 왔단 말이야?”

“이런 개념 없는 노인네 같으니라고…….”

빠악!

“컥!”

말을 하던 사내가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적운상이 뒤에서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뭐냐?”

사내들이 놀라서 칼을 뽑아 들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먼저였다. 적운상이 손으로 두 사람의 칼자루 끝을 쳤다. 그러자 뽑히던 칼이 다시 쏙 들어갔다.

이어서 적운상은 좌측에 있던 사내의 턱을 손바닥으로 후려친 후에 그 손을 그대로 휘둘러 우측에 있던 사내의 목을 쳤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같은 초식을 펼쳐 두 사내의 목을 치고 턱을 돌려버렸다.

타타타탁!

“컥!”

“끄억!”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도 모른 채 둘이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그러자 혼자 남은 사내가 놀란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누, 누, 누구요? 당신.”

“함부로 입을 놀린 대가야. 데리고 꺼져.”

적운상의 말에 그가 그제야 쓰러진 사람들을 살폈다. 주위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한바탕 싸울 줄 알았는데 뭐가 휙휙 하더니 싱겁게 끝나자 그냥 제 갈 길을 갔다.

“허, 녀석. 말로 해도 될 것을…….”

“사숙조님을 욕하는데 어떻게 말로 합니까? 가요. 방을 준비해 놓았으니까.”

“그러자꾸나. 그런데 이 소저는 누구냐?”

“저는 남예라고 해요. 어르신.”

“호오… 아주 자색이 뛰어나구려.”

“부끄럽사옵니다.”

“가면서 이야기해요.”

“그래. 어서 가자.”

통천문 안으로 들어온 구혁상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 조금 놀랐다.

“이번 무림대회가 단순히 혈마사만 처리하고 끝나지는 않겠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방에 도착하자 은서린이 가서 차를 가져왔다.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서 시비들이 차나 나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직접 해야만 했다.

“이번에 아주 큰일을 해냈더구나.”

명옥심법을 되찾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지. 네놈은 항상 운이 좋았지. 이대로 이번 일도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구나.”

“네.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런데 몸이 좀 안 좋아 보이는구나.”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음… 그랬군. 허허. 네가 고생이 많다.”

“고생은요. 늘 하고 있죠.”

“녀석. 그런데 아까 그 수법이 조금 낯설더구나.”

“큭큭. 금방 눈치 채셨군요. 한번 보시렵니까?”

“보자.”

구혁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운상이 손을 쭉 뻗어 구혁상을 공격해 갔다.

쉭! 타탁!

두 사람의 손이 순식간에 엉키면서 서로 쳐내고 밀치며 공격과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구혁상이 적운상이 앉아 있던 의자의 다리를 차서 부러뜨리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일어나서 겨루기 시작했다.

“나가서 해요! 나가서!”

주양악이 뒤로 후다닥 피하면서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려치는 손 공격에 순식간에 탁자가 부서졌고, 바닥을 쓸어 차는 발차기에 의자가 튕겨져 나갔다.

두 사람은 원수를 눈앞에 둔 것처럼 격렬하게 싸웠다. 그러자 주양악과 은서린은 물론이고 남예도 계속 그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세 사람은 방 밖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으그… 만나자마자 저러네.”

주양악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 * *

 

구혁상이 온지 삼 일이 지났다. 그 삼 일 동안 적운상과 구혁상은 쉬지 않고 툭탁거리면서 대련을 했다. 이에 적운상의 방 안에는 멀쩡히 남아 있는 집기가 없었다. 의자는 물론이고 탁자나, 심지어 창문까지 망가져서 엉망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주양악이나 은서린은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자주 저랬었다. 하지만 형산파로 돌아오고 나서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많았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겨 바빴기에 그러지를 못했을 뿐이다.

“여기서 뭣들 하는 거요?”

적운상을 부르러 온 혁무한은 방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세 여인을 보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왔으면 들어가지 왜 저러고 있단 말인가?

주양악이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 그러자 뭔 일인가 싶어서 방문을 열던 혁무한이 놀라서 재빨리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부러진 의자 다리 하나가 그의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뭐, 뭐야?”

혁무한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적운상과 구혁상이 서로의 팔을 잡고 누르며 동작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적운상이 숨을 조금 거칠게 내쉬며 물었다. 잠시 멍해 있던 혁무한은 난장판이 되어 있는 방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조금 있으면 각 문파의 대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거야. 너도 오라고.”

“그래? 후우… 좀 씻고 금방 가지.”

“난 분명히 말 전했다.”

혁무한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방을 나갔다. 그러자 적운상이 구혁상을 누르고 있던 손을 거두며 말했다.

“제대로 입고 가야겠죠?”

“그래야겠지.”

“가시죠. 제가 멋진 옷 한 벌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허허. 돈 좀 써야 할 거다.”

두 사람이 방을 나오자 밖에서 주양악과 은서린이 눈을 빛내며 바라봤다.

“왜?”

“우리도요!”

“그래. 같이 가자.”

“와아아…….”

옷을 사준다는 말에 주양악과 은서린이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그러자 남예가 조용히 적운상에게 다가와서 소매를 잡았다.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뜻이었다.

* * *

 

커다란 대청 안에 오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십여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그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칠대세력을 대표해서 온 사람들이거나 제법 명성이 있는 문파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군소문파를 대표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간에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었다. 그 모습이 혈마사를 상대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마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것 같았다.

“흐음… 그나저나 이번에 혈마승을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이 양가장 아니오?”

호왕문을 대표해서 온 마인걸이 양가장을 대표해서 온 양익봉을 향해 물었다.

“맞소.”

“허면 그들을 직접 본 것이오?”

“아니오. 직접 보지는 못했소.”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라 여긴 것이오. 다른 자들의 소행일 수도 있지 않소?”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하지만 양익봉은 침착하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에 우리는 본가의 아이들 둘을 해친 흉수를 쫓고 있었소. 그러다가 그들의 행색이 혈마승들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소. 혹시나 하면서 끝까지 추적하다가 석문현까지 가게 된 것이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은 후였소. 더구나 여인들은 모두 겁탈을 당한 흔적이 있었소.”

“단순히 그것만으로 그들이 혈마승이라고 여긴다는 것은 조금 무리지 않소? 우리가 이렇게 모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서 묻는 거니 기분 나빠하지는 마시기 바라오.”

“아니오. 이해하오. 호왕문의 지혜낭이라 불리는 그대가 아니오? 그럼 반대로 내가 묻겠소. 이 호남 땅에 마을 하나를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처참하게 만들 만한 이들이 누가 있소?”

양익봉이 묻는 말에 마인걸은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그런 짓을 할 이들은 혈마사 빼고는 없었다.

“그럼 혈마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구려. 그럼 이제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지 의논을 해봅시다.”

금검문을 대표해서 온 홍문형이 하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의견들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해 보시오.”

“그들을 상대하려면 일단 우리의 힘을 하나로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오. 그러자면 아무래도 누군가가 나서서 우리를 이끌어야 하지 않겠소?”

장가촌을 대표해서 온 장대방이 말했다. 장가촌은 칠대세력 중 하나로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파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음… 그렇구려. 그럼 오늘 모인 모임을 정의회(正義會)라 이름 짓고 회주를 뽑는 것이 어떻겠소?”

신검문의 문주인 이태산의 제의에 여기저기서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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