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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3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30화

약간 뒤로 처져서 대기하고 있던 흑월대 삼조가 그들을 향해 마주쳐갔다.

쉬쉬쉬쉭!

저두심의 표도 네 자루가 먼저 허공을 갈랐다.

“크억!”

“뭐야? 컥!”

무사 둘이 단말마와 함께 꼬꾸라졌다.

추소철과 이한도 이번에는 뒤처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다문 채 적과 마주쳐가고, 방호 등도 피맛을 보지 못해 미치기 직전의 흡혈귀처럼 달려들었다.

“죽여!”

“그쪽을 쳐!”

그때 계곡 안쪽에서 분노의 고함과 함께 사절방의 고수들이 날아왔다.

“이놈드으으을!”

“몇 놈 안 된다! 공격해!”

‘이제 오는군.’

장천운은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보며 땅을 박찼다.

“그, 그놈이다!”

누군가가 장천운을 알아보고 악을 썼다.

“장로! 구천성의 그놈입니다! 구양 대협과 싸웠던 자요!”

그의 외침은 고중조 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움은커녕 움직임만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구천성 놈들이었구나!”

“대체 저놈들이 어떻게……!”

그들이 잠깐 멈칫거린 순간, 장천운의 신형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헛! 놈이 사라졌다!”

“놈을 찾아!”

찰나!

허공에서 섬전이 번쩍이고 검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과광!

굉렬한 폭음!

“크억!”

“흐어억!”

유월강과 지중걸이 비명과 억눌린 신음을 토해내며 주르륵 물러섰다.

뒤이어 폭풍처럼 밀려간 기파가 사절방 무사 셋을 날려버렸다.

“맙소사!”

가까스로 공세를 벗어난 고중조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장천운의 검세가 지닌 무지막지한 위력을 온몸으로 느낀 그는 전율이 일었다.

질린 표정으로 주춤주춤 두어 걸음 물러선 막호의 얼굴도 회칠을 한 것처럼 창백했다.

검기의 폭풍에 휘말린 그는 가슴과 어깨의 옷자락이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였다. 그나마 살이 깊숙하게 갈라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장천운은 이화접목(梨花接木)의 수법으로 격돌의 충격을 사방으로 발산해서 실제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실제 부딪치지도 않은 사절방 무사 셋이 기파에 날아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땅에 내려선 그는 재차 몸을 날리며 고중조와 막호를 향해서 천뢰구검 중 구전관천과 삼전비격을 펼쳤다.

콰과과과과!

또 다시 검기의 폭풍이 고중조와 막호를 향해 밀려갔다.

“막아!”

고중조가 악을 썼다.

그와 막호는 전력을 다해서 장천운의 공격을 막았다.

떠덩! 쾅!

하지만 장천운이 실제로 노린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고중조와 막호가 격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서자, 장천운은 겨우 자세를 바로잡은 유월강과 지중걸을 공격했다.

“조심해!”

고중조가 악을 쓰듯 외쳤다.

유월강과 지중걸은 단 일격의 격돌로 공포에 젖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장천운이 고중조와 막호를 공격하자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그 잠깐의 안도감이 생사를 갈랐다.

쉬아아악!

장천운의 검은 일말의 인정도 남겨두지 않고 지중걸의 목을 훑고, 유월강의 팔마저 하나 잘라버렸다.

“컥!”

“으악!”

그나마 뒤따라오던 홍모당과 청검당이 몰려들면서 고중조와 막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놈들을 쳐라!”

“고 장로님, 막 장로님!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었다. 장천운의 가공할 무위를 잘 알지 못하는 무사들은 겁도 없이 장천운을 향해서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들의 무공이 약하다 해도 숫자의 힘은 그 나름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장천운은 다른 대원들이 걱정되어서라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뒤로 물러서며 상대하쇼!”

 

한편, 뒤로 처져 있던 호양청은 장천운과 장로들의 싸움을 보고 부릅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저 자가 천한마검을 물러서게 만들었다는 자인가? 정말 강하구나.’

흑월대도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몇 명은 자신에 비해서도 약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다 합한다 해도 장천운만 한 충격은 주지 못했다.

‘저 자를 죽이지 못하면 이 싸움은 이길 수 없어!’

그가 바라보는 동안에도 사절방 무사 삼사십 명이 장천운과 흑월대에게 죽어갔다.

양떼 속의 호랑이가 따로 없었다.

장천운은 그쯤에서 후퇴를 결정했다.

끝까지 싸운다면 이긴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적잖은 피해를 감수해야했다.

이미 흑월대원도 대여섯 명이 부상을 당한 상황. 특히 이공진과 이한, 임주상은 상처가 제법 깊은 듯 얼굴이 일그러져 있지 않은가.

더구나 당하로 향하고 있는 본진과 적절한 시간에 합류해야 했다. 사절방을 전멸시키는 것보다 그 일이 훨씬 더 중요했다.

장천운은 밀집된 사절방 무사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십여 명을 더 쓰러뜨리고 소리쳤다.

“뒤로 물러서! 이곳을 빠져나간다!”

“지미! 전부 죽여 버리자고!”

“뭐가 무서워서 도망가겠다는 거야, 대주!”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은 특별수련을 받을 줄 아쇼!”

장천운이 버럭 소리침과 동시, 흑월대원들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전력을 다해서 뒤로 몸을 날렸다.

“씨바, 비겁하게…….”

“에이, 더러워서!”

“잔소리 말고 빨리 가쇼! 단체로 수련하면 다 막 형하고 등 형 탓인 줄 아쇼!”

사절방 무사들은 바로 뒤쫓지도 못하고 눈치만 봤다.

좁은 계곡에 백여 명이 쓰러져 있었다. 부상당해서 비명과 신음을 흘리는 사람까지 합하면 절반이 넘었다.

그 모든 게 이각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은 무사들은 공포에 짓눌려서 추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직 상대는 완전히 물러간 것이 아니었다. 그저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물러선 것뿐이었다.

다시 싸움이 붙는다면 몇 명 정도는 죽일 수 있겠지만 자신들 역시 전멸을 각오해야 했다.

그때 장천운의 무심한 목소리가 석청산을 뒤흔들며 메아리쳤다.

“사절방 사람들은 형주로 돌아가라! 계속 천은방을 돕는다면, 형주의 총단을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남기고 멸문에 처할 것이다!”

사절방 무사들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미 저들의 힘을 직접 보아서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말장난이 아님을 아는 것이었다.

심지어 고중조와 막호조차 반쯤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이런!’

호양청은 이를 악다물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장천운이 오 장 높이의 집채만 한 바위 위에 오연히 서 있었다.

그를 노려보는 호양청의 눈매가 잘게 떨렸다.

‘말도 안 돼! 벌써 천화동인의 괘에 금이 가기 시작하다니…….’

더 두려운 사실은 그 일이 한 사람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설마……. 천괴성(天魁星)이 현세에 출현하기라도……?’

***

 

구천성 토벌대는 반 시진마다 잠깐씩 휴식을 취하며 당하로 진격했다.

시시각각 사밀령의 정보원들이 당하의 상황을 전해주었다. 아직까지 삼파연합은 그들의 움직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신시 초, 당하를 오십 리 남겨 놓았을 때부터는 폭풍철기대가 선두에 나섰다.

두두두두두두!

이백 기의 기마가 일 장 길이 장창을 세우고 전진하자 누런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났다.

그 기세가 폭풍이 밀려가는 것 같아서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냉원상이 마차 안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신천장까지 삼십 리 정도 남았습니다, 소성주!”

마차 안에 있던 사마경은 입을 꾹 다문 채 전면의 창문을 통해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사절방을 공격하러 간 흑월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별 이상은 없겠지?

사절방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천은방을 무찌를 수 있었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장천운이 와야 했다.

사람들은 아직 그가 무공만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른다. 홍구로의 귀호가 지닌 또 다른 능력을.

“소성주,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유가 슬쩍 사마경의 표정을 살피고 말했다.

그녀가 긴장한 것처럼 보였나 보다.

잘못 본 점이 없진 않았지만, 그 덕에 사마경은 흔들리려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이제는 장천운이 제 때 오든 안 오든 전쟁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 어차피 길은 하나뿐이다.

사마경이 차가운 표정으로 밖을 향해 말했다.

“대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라고 하세요!”

“예, 소성주!”

짧게 대답한 냉원상이 앞쪽을 향해 소리쳤다.

“폭풍철기대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어라!”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사마경의 말에는 무서운 뜻이 숨겨져 있었다.

―도착 즉시 천은방을 공격하겠다!

대화도 필요 없이 일단 무너뜨리고 보겠다는 뜻. 대화는 짓밟아 놓고 하겠다는 뜻.

승자의 위치에서!

정유가 제일 먼저 그 말뜻을 깨닫고 표정이 굳어졌다.

‘소성주가 무섭게 느껴지기는 처음이군.’

이제는 총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전대 성주의 패도적인 기질을 닮았다고 했던가?

콰르르르르.

마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고막을 울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괜찮아. 아주 괜찮은 주인이야.’

더구나 아름답기까지 하잖아?

 

***

 

호경담은 날벼락 같은 보고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뭐야? 토벌대가 황백평을 건너오고 있어?”

“예, 방주! 한 시진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놈들은 오늘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거늘?”

호경담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

대규모 무사대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보통이었다. 더구나 수장에게 반대하는 무리가 있다면 계획과 달리 움직이기가 더욱 힘들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힘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말할 것도 없고.

“오시가 되기 전에 소성주가 갑자기 출정명령을 내렸다 합니다.”

“빌어먹을! 그 계집이 왜 갑자기 변덕을 부린 거지?”

호경담은 네 사람과 함께 앉아 있었다.

천은방 칠장로 중 셋과 양가장의 대표인 양호기, 그리고 대봉문의 부문주인 하승경.

그 중 오십대 중노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은방 칠장로 중 한사람이자 호경담의 최측근인 금낙효였다.

“어린 마음에 공을 세우기 위해서 서두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문제는 우리 역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거네.”

“대봉문과 영천장에서 무사들이 왔지 않습니까?”

“아직 간부들에게 말하지 않았네만, 사절방이 우리를 돕기로 되어 있네. 그들이 와야 피해를 줄이고 놈들을 칠 수 있어.”

“예? 사절방이 우리와 손을 잡기로 했단 말입니까?”

금낙효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네 사람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호경담은 그 동안 감추어두었던 사실을 밝혔다.

“청아가 갔네.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나 보더군. 구천성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말하지 않았던 거네.”

“정말 잘 된 일이오, 방주. 사절방만 끌어들인다면 구천성에 한방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거요.”

양호기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승경 역시 싫진 않은 듯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은방의 장로들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었는데, 손해될 일이 없으니 반론을 펴진 않았다.

호경담은 어차피 그들이 반대한다 해도 돌이킬 마음이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네. 가서 무사들을 집결시키게!”

 

 

55장: 피바람 속에서

 

 

장천운 일행은 석청산에서 삼십 리 정도 벗어난 후 상처를 치료했다.

마침 허름한 산신각을 하나 발견해서 찬바람도 피할 수 있었다.

부상자는 총 스무 명 중 일곱 명. 역시나 이한과 이공진, 임주상의 부상이 제일 심했다.

특히 이한의 왼팔은 살이 쩍 벌어져서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조금만 상대의 기운이 강했다면 뼈는 물론 팔 하나가 날아갔을지 몰랐다.

탁도광과 유각, 진구, 한명후도 제법 심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욕을 바락바락 하며 미친 듯이 싸우다가 여기저기 부상을 당한 막소광은 깊게 베인 곳이 없어서 아예 부상자로 쳐주지도 않았고.

본인이야 부상 부위를 합치면 자신이 제일 심하게 다쳤으며, 그 와중에도 제일 많은 적을 쓰러뜨렸다고 공적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두심 형, 막 형 등에 금창약이나 좀 뿌려줘.”

장천운도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여유부릴 시간이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움직여야 했다.

“우리가 먼저 갈 거요. 환이 형하고 이 형, 임 형은 부상을 손보고 천천히 합류하쇼.”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구천성 토벌대가 당하의 신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었다.

제때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사절방과의 싸움에서 물러선 것도 그 때문 아닌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어서 장천운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린놈이 더럽게 냉정하군.’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 사람은 있었지만.

대표적인 사람이 막소광이었다.

‘어휴, 성질 같아선 그냥…….’

물론 입 밖으로는 침도 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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