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6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60화
60화. 천응방 (3)
적운상이 주양악, 은서린과 함께 천응방을 나설 때였다. 웬 여인이 덩치가 좋은 사내들 대여섯 명과 함께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주양악과 은서린은 그녀를 보고 눈에 살짝 이채를 띠었다. 지금까지 저렇게 예쁜 여인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검문의 홍은령이나 상관보의 상관보연도 나름 미모가 뛰어나기는 했지만 저 여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찰랑이는 긴 머리 사이로 얇게 땋아 내린 두 가닥의 머리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이 빛냈고, 수수하지만 고급스러운 재질의 옷 또한 그랬다. 그리고 장신구라고는 기다란 비녀 하나뿐인데도, 그 어떤 장신구보다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했다.
보면 볼수록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움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모두 멍하니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적운상만큼은 무심히 그녀를 지나쳐 갔다. 그것도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도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적운상을 봤다. 그러자 적운상 역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돌아본 이유는 그녀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넋을 놓고 있는 주양악과 은서린에게 향해 있었다.
“뭐 해? 빨리 오지 않고?”
“에? 아, 네, 사형.”
주양악과 은서린이 그제야 정신을 챙기고 후다닥 적운상을 향해 뛰어갔다. 그 순간 아주 잠시지만 그 여인과 적운상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인이 계속 적운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운상은 심드렁하니 관심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적운상을 주양악과 은서린이 따라가며 뒤를 힐끗 거렸다.
“묘한 느낌의 사내군요.”
여인의 옆에 있던 사내가 적운상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가요.”
여인 역시 적운상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네, 아가씨.”
언젠가 상관도백이 말했던 천응방의 장녀 백수연이 바로 그녀였다. 그 미모가 너무나 뛰어나 수많은 사내들이 가슴을 앓고, 가진 재능도 대단해서 여자의 몸인데도 천응방을 이을지도 모른다는 여인이었다.
* * *
“휴, 어쨌든 한 건 제대로 했군.”
적운상이 가고 나자 그에게 단검을 팔았던 사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만족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좌측 전각에서 큰 목소리가 울려왔다. 들어보니 누군가를 나무라는 소리였다.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이걸 이백 문에 받았단 말이냐?”
“그게…….”
“네놈은 이곳에 몇 년씩이나 있었으면서도 쇠 하나도 구별을 못 한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는 아까 적운상에게서 사자도와 백운검의 날을 세워주겠다고 받은 사내였다. 그는 적운상의 행색을 보고 그가 건넨 칼을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았었다.
대충 보고 어울리지 않게 과분한 무기를 쓴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름 생각해 준다고 가격도 조금 싸게 쳐줬다. 그런데 그게 사단이 난 것이다.
이곳의 책임자가 물건을 확인하다가 사자도와 백운검이 보통 칼이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겨우 이백 문에 날을 세워주기로 했단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말이다.
이 정도 되는 칼의 날을 세우려면 적어도 달포(한 달 이상)는 걸린다. 그것도 천응방의 직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 자신조차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쇠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받는다면 은자 몇십 냥은 받아야 되는 일이었다.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책임질 테냐?”
“죄송합니다, 어르신.”
사내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죠?”
쟁반에 은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미성(美聲)에 고개를 돌려보니 백수연이었다.
“헛! 아가씨.”
“무슨 일인데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거죠?”
“아, 글쎄 이 녀석이…….”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백수연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무기를 가져와 보세요.”
“네, 아가씨.”
책임자가 가서 사자도와 백운검을 가져왔다. 그것을 유심히 살피던 백수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이건 하루 만에 날을 세울 수 있는 칼이 아니었다.
“이 두 개를 한꺼번에 맡겼다고요?”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이었죠?”
“행색이 초라했습니다. 소저 두 명과 함께 왔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백수연은 아까 문 앞에서 마주쳤던 적운상이 떠올랐다. 인상착의가 비슷했던 것이다.
“그 외에는요?”
“죄송합니다. 내일 온다기에 다른 것은 묻지 않았습니다. 아! 단검을 산다고 했었습니다.”
백수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쪽 책임자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아까 적운상에게 단검을 판 사내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돌아가려다가 백수연이 이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뒤따라 온 것이다.
“제, 제가 그 자에게 단검을 팔았습니다.”
“뭘 팔았죠?”
“상품의 단검 두 쌍과 최상품의 단검 하나를 팔았습니다. 모두 은자 사십 냥을 받았습니다. 아! 맞다. 돈은 상관보에서 낼 거라고 했습니다. 상관보의 보주와 친한지 그를 영감이라고 부르더군요.”
“상관보? 혹시 방금 나갔던 그 사람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를 붙잡아야겠어요. 가요.”
“알겠습니다.”
백수연이 앞장서자 그녀를 따라다니던 사내 여섯 명이 뒤를 따랐다.
이번 일을 잘못 처리하면 천응방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백수연은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 간 적운상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 * *
“사형, 아까 그 여자 정말 예뻤죠? 난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어요.”
옆에서 걸어가던 주양악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에? 그 웃음은 뭐예요? 아까 보니까 쳐다보지도 않던데.”
“관심 없어.”
“왜요?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내라고 하잖아요.”
“난 너하고 서린이만 있으면 돼.”
적운상이 하는 말에 은서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피이. 말은 잘해요. 연란이는 어쩌고?”
주양악이 웃으면서 말하자 적운상도 웃으면서 말했다.
“연란이는 최고로 소중하지.”
“에? 그런 거야?”
주양악이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소리치자 적운상이 웃음을 터트렸다.
“둘 다 얼굴이 왜 그래? 큭큭.”
“치이.”
주양악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은서린은 새침하니 땅만 보며 걸어갔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뜻밖에도 백수연이었다.
“하아. 늦지 않아 다행이에요.”
“무슨 일이오?”
“저는 천응방의 백수연이라고 해요. 아까 맡긴 칼 때문에 잠시 이야기를 했으면 해요.”
적운상이 말해 보라는 눈으로 그녀를 봤다.
“그쪽에서 맡긴 칼은 내일까지 날을 세울 수 없어요. 적어도 달포는 걸릴 거예요.”
“그래서?”
“일단 그때까지 기다려줬으면 해요. 그리고 가격도 이백 문으로는 턱도 없어요.”
“그건 그쪽에서 모두 제시한 조건이오.”
“알아요. 모두 우리 쪽의 실수예요. 그러니 우리가 반을 부담하겠어요.”
“한마디로 나보고 돈을 더 내라는 거군.”
적운상이 대놓고 딱 잘라 말하자 백수연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요.”
“천응방이 대단하다고 하더니, 소문뿐이었나? 일처리가 엉망이군.”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요.”
“훗! 천응방은 이미 무가(武家)라 이건가?”
“그게 무슨 뜻이죠?”
“나였다면 일처리를 엉망으로 한 그자를 불러다가 먼저 사과부터 시켰을 것이오. 일처리는 그다음이지. 그런데 지금 소저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있지 않소?”
“그쪽도 하루 만에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요?”
“물론이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뭐죠?”
“참 나. 누가 들으면 내가 그쪽을 골탕 먹이려고 그런 줄 알겠네. 나는 단지 칼의 날을 세워달라고 했을 뿐이오. 물건을 보고 가격을 매긴 것은 어디까지나 그쪽 아니오? 천응방의 명성이 하도 대단하기에 나는 하루 만에도 가능한 줄 알았소.”
적운상이 천응방을 비꼬듯이 말하자 백수연은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쪽의 잘못이 분명했기 때문에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십여 명의 사내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왔다. 그러자 백수연의 뒤를 따르던 여섯 명의 사내들이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백 소저를 뵙습니다.”
몰려온 사내들 중 한 명이 포권을 취하며 백수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백수연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저희 둘째 공자께서 찾으십니다. 잠시 같이 가시죠.”
“흥! 누가 감히 천응방의 아가씨를 오라 가라 하는가?”
백수연의 앞을 막아섰던 사내들 중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백수연에게 인사를 건넸던 사내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하는 말이오? 통천문의 둘째 공자라면 그 정도의 힘은 있는 걸로 아오만.”
“일이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하시오.”
“서로 간에 힘 낭비하지 맙시다. 어떻게 할 거요, 백 소저.”
백수연이 못마땅한 눈으로 그를 봤다. 이들은 여차하면 실력행사라도 불사할 것 같았다.
통천문은 칠대세력 중에서도 가장 세가 강했다. 그에 맞서기 위해 천응방과 신검문, 철혈보가 손을 잡고 백검회란 이름을 내걸었다.
통천문은 자신들에게 맞서려는 백검회가 결코 반갑지 않았다. 이에 노린 것이 천응방의 백수연이었다. 싫든 좋든 간에 사돈 지간이 되면 함부로 칼질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천문의 장남인 혁강운은 이미 혼인을 한 상태였다. 그는 인물이 반듯하고, 무공도 강했다. 사람을 끄는 힘도 있어서 통천문을 이어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후기지수들 중 최고라는 신검문의 이은성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백수연과 어울리는 한 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혼인을 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천응방의 귀한 딸을 첩으로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에 차남인 혁무한과 백수연을 맺어주려 했다. 하지만 혁무한은 성격이 지랄 같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어서 인근에서도 개망나니로 유명했다. 하는 짓이 흑도들 저리 가라였다. 그런데도 모두들 통천문을 두려워해서 감히 뭐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혁무한을 믿고 함부로 나대고 다녔다.
“이미 대답은 하지 않았나요?”
“그럼 조금 거친 방법을 쓰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사내가 말하면서 손짓을 하자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사내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백수연의 호위무사들도 모두 무기를 뽑아 들었다.
여차하면 대로(大路)에서 서로 칼질을 할 분위기였다. 이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겁을 먹고 슬금슬금 피했다.
“아까 이야기하던 것 마저 끝냅시다.”
적운상이 하는 말에 백수연이 그를 봤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도 저리 말하는 저의를 알 수가 없었다.
“뭐냐? 끼어들지 마라.”
통천문의 사내가 하는 말에 적운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끼어든 건 그쪽이오. 당신네들이 뭘 하든 상관은 없지만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니 조금 기다리시오.”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구나.”
사내가 말하면서 적운상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노려보자 흠칫하며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그제야 적운상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본 사내가 그를 향해 물었다.
“어느 문파냐?”
“형산파.”
“형산파?”
들어본 적이 없는 문파였다. 그렇다는 건 어딘가 시골에 박혀 있는 삼류문파일 가능성이 컸다.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삼류문파 출신이로군. 죽고 싶지 않으면 함부로 나서지 말고 꺼져라.”
순간 적운상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볼일이 끝나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가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사내가 부하들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직접 덤비기에는 왠지 꺼려졌기 때문이다. 사내 네 명이 살기를 띠며 적운상에게 다가갔다.
“칼을 뽑았다는 건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지?”
“뭐?”
“죽어도 상관없냐는 뜻이다.”
적운상이 아까 천응방에서 산 단도를 뽑아 들며 나직이 말했다. 그러자 네 명의 사내들이 흠칫하며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단지 단도 하나를 꺼내 들었을 뿐인데도 뿜어지는 박력에 자신들도 모르게 멈춰 선 것이다.
“뭣들 하는 거냐?”
뒤에서 들려온 호통 소리에 모두들 그쪽을 봤다.
“헛!”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이는 표독스럽게 생긴 중년 사내였다.
통천문은 무공의 고하(高下)에 따라 신분이 정해진다. 그리고 그 서열에 따라 권력이 주어졌다.
지금 나타난 중년 사내는 서열 이십 위에 올라 있는 자로 손속이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흑도들처럼 거치도(鉅齒刀)를 쓰는데 한 번 뽑았다 하면 상대를 완전히 죽이고 나서야 멈추곤 했다. 이에 통천문 안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는 우연찮게 이곳을 지나가다가 통천문의 무사들이 적운상 한 명에게 기가 눌리는 것을 보고 발끈해서 끼어든 것이다.
“통천문의 무사들이 저깟 놈에게 기가 죽다니, 내 손에 죽고 싶은 거냐?”
“아, 아닙니다.”
그들이 비록 둘째 공자인 혁무한의 부하들이기는 했지만, 광혈도(狂血刀)라 불리며 서열 이십 위에 올라 있는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냐?”
광혈도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적운상을 보며 물었다.
“칼을 뽑았으니 목숨에 책임을 질 수 있냐고 물었다.”
“큭큭. 마음에 드는구나. 그럼 네놈은 과연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보자.”
광혈도가 그렇게 말하면서 거치도를 뽑아 들었다.
백수연은 적운상이 말려들고 광혈도까지 나서자 일이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쨌든 적운상은 천응방에 온 손님이었다. 여기서 다치면 천응방의 명성에 흠이 된다.
“그만둬요. 그는 상관없어요.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내가 가겠어요.”
“소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자는 통천문을 향해 칼을 뽑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 외의 일은 난 모른다.”
광혈도가 말하면서 적운상을 노려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유야 어쨌건 칼을 휘두를 땐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지.”
“흥! 감히 삼류문파가 설칠 곳이 아니란 걸 보여주마!”
광혈도가 크게 소리치며 거치도를 휘둘러갔다.
적운상은 무표정하니 좌측 손으로 거치도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옆으로 밀어냈다. 동시에 한 걸음 나아가면서 우측 손에 들고 있던 단도로 그의 팔과 어깨를 연이어 찍고, 마지막으로 목을 찍었다.
“컥!”
광혈도가 짧게 신음 소리를 내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교차한다 싶더니 마치 누군가 확 잡아당긴 것처럼 광혈도가 저렇게 쓰러졌다.
통천문의 서열 이십 위에 올라 있는 광혈도였다. 그 광혈도가 겨우 일 초식에 죽었다. 칼 한 번 휘두르고 그대로 나자빠진 것이다.
“으으…….”
적운상의 시선을 받은 통천문의 무사 하나가 몸을 떨었다. 그러다 얼결에 칼을 휘둘렀다. 겁을 집어먹고 자신도 모르게 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끔찍했다. 그가 칼을 휘두르자 주위에 있던 무사들도 같이 칼을 휘두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