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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4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49화

49화. 호왕문 (2)

 

산을 오르던 장동오는 마침 교대를 하기 위해 내려오던 탈각대 일조를 만났다. 조장은 당연히 패악룡이었다.

“어? 동오 아니야?”

“형님! 헉헉!”

“왜 그렇게 뛰어? 수련하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헉헉! 큰일 났습니다.”

“뭔데?”

“흑곰 형님이… 흑곰 형님이…….”

“뭐야? 흑곰이 왜?”

“위험합니다. 헉헉! 지금 이조가 몰려갔습니다.”

“어디야?”

“저기…….”

“앞장 서!”

장동오는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앞장서서 달렸다. 그 뒤를 패악룡을 비롯한 탈각대 일조 열다섯 명이 따랐다.

마을에 도착한 패악룡은 쓰러져 있는 탈각대 이조를 보고 흥분해서 당장에 칼을 뽑아 들었다. 다른 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개자식들! 죽여!”

“와아아아아!”

그들이 그렇게 공격해 가자 이조를 모두 쓰러트렸던 사내들도 집어넣었던 무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저건 또 뭐야?”

“쳐라!”

“우와아아아아!”

그들은 서로 간에 정신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싸웠다. 이조를 쓰러트렸던 사내들이 강하기는 했지만, 패악룡에게는 되지 않았다.

한때 금벽도문 최강이라던 패악룡이었다. 그가 앞장서서 날뛰자 사내들은 금방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우오오오오!”

“쫓지 마! 부상당한 사람들부터 챙겨.”

예전 같았으면 동료고 뭐고 팽개쳐두고 저들을 쫓아가서 끝장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형산파에서 같이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동료들을 먼저 챙기게 된 것이다.

“심하게 당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응급처치부터 해. 그사이에 의원을 데려와. 안 되면 잡아오든가!”

“네! 형님!”

사내들이 패악룡의 지시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들을 챙겨서 지혈을 하고, 몇몇은 의원을 불러오기 위해 뛰어갔다.

“제길… 도대체 어떤 놈들이지? 인근에 있는 놈들 같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패악룡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패악룡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까 도망갔던 자들이 수십여 명의 사내들과 함께 대거 몰려왔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자는 뜻밖에도 호왕문의 셋째인 마삼이였다.

“역시 그랬군.”

그제야 패악룡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짐작이 갔다. 어쩐지 금벽도문이 무너졌는데도 저들이 잠잠하다 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어올 줄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타협은 없다 이건가?’

“뭐야? 너는 패악룡 아니냐?”

“오랜만이오.”

“흥! 건방진 놈. 이들이 호왕문인 걸 알고도 건드린 거냐?”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오. 얘들이 내 애들이란 걸 알고 건드린 거요?”

“긴말 말고 칼을 뽑아라.”

마삼이가 양손에 커다란 호조를 끼며 말했다.

“아예 작정을 하고 왔군. 좋아. 한번 해보자. 대신에 내가 이기면 이대로 돌아가라.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라.”

“응? 푸하하하. 네가 날 이긴다고? 웃기는군. 그런 건 이기고 나서 말해!”

마삼이가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양손의 호조를 휘둘러왔다. 패악룡이 급히 뒤로 물러나며 칼을 위로 올려 그었다.

깡!

마삼이는 왼손의 호조로 그것을 막으며 오른손의 호조로 패악룡의 어깨를 노리고 내려쳤다.

까각! 땅!

패악룡이 급히 칼을 빼내며 어깨를 방어했다. 하지만 힘에서 밀려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서야 했다.

“크크. 덤벼봐! 예전의 패악룡은 이렇지 않았잖아! 형산파의 개가 되더니 실력이 죽었구나.”

“이런 개자식이!”

마삼이의 도발에 패악룡이 발끈해서 크게 칼을 휘둘러갔다. 그러자 마삼이가 씨익 웃으며 그의 칼을 옆으로 쳐내고 바짝 접근해 왔다.

“웃!”

파가각!

“크윽!”

패악룡이 신음을 뱉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왼쪽 어깨가 호조에 긁혀서 엉망이었다. 고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흐흐흐. 이제 너와 나의 차이를 알겠냐? 모두 쓸어버려!”

마삼이가 부하들에게 소리치자 대기하고 있던 그들이 우르르 덤벼들었다.

“우오오오오!”

“제길!”

패악룡이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다. 탈각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일 각 정도가 지나자, 탈각대 모두가 피를 흘리며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졌고, 유일하게 서 있는 것은 패악룡뿐이었다.

“흐랴아아앗!”

후웅!

따앙!

패악룡이 휘두른 칼을 마삼이가 가볍게 호조로 쳐내면서 발로 그의 가슴을 찼다.

“큭!”

패악룡이 뒤로 꼬꾸라지자, 마삼이가 그를 잡아서 일으켰다. 그리고 무릎으로 명치를 치고, 뒷덜미를 잡아서 집어 던졌다.

“크큭! 뭐? 나를 이겨? 좀더 손봐줘.”

마삼이의 말에 그의 부하들이 돌아가면서 패악룡을 패기 시작했다. 패악룡은 만신창이가 되어서 쓰러지면서도 이를 악물고 정신을 잃지 않았다.

마삼이가 그런 패악룡의 머리를 잡아 올리며 말했다.

“가서 전해. 조만간 우리 애들이 당한 빚을 갚으러 가겠다고.”

패악룡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 * *

 

탈각대가 그렇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임옥군은 그들을 급히 형산파로 데리고 왔다. 더불어 마을의 의원들도 모두 불러들였다.

삼십여 명의 탈각대 중 성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이 중상이었고, 죽은 이도 세 명이나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 경위를 들은 박노엽은 멍청한 스스로를 탓했다. 호왕문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직은 아닐 거라 여기며 대책을 세워놓지 않은 것이다.

“괜찮냐?”

적운상이 누워 있는 패악룡을 보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괜찮아. 살아 있으면 된 거야.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하잖아.”

“훗! 저는 일자무식이라 그런 것 잘 모릅니다. 하지만 왠지 멋있는 말 같군요.”

“뒷일은 걱정 말고 푹 쉬어.”

적운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데, 패악룡이 그를 불렀다.

“형님.”

“왜?”

“호왕문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금벽도문이 괜히 그들 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알아.”

“그들과… 타협을 할 생각이십니까?”

“글쎄? 일단은 사부님과 의논을 해봐야지.”

“네… 그렇군요.”

패악룡은 알고 있었다. 형산파는 지금 세가 약했다. 적운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혼자였다. 다른 이들도 그처럼 강한 것은 아니었다.

반면에 호왕문에는 고수들이 득시글거렸다. 그들이 한꺼번에 공격해 온다면, 아무리 적운상이라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 예전에 금벽도문이 그랬던 것처럼, 형산파도 호왕문의 산하로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보나마나 그때처럼, 죽은 이들은 자연히 묻혀버리고 만다.

패악룡은 그게 싫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싫었다.

“훗! 어디 가서 장사라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문득 왕 씨가 생각났다.

* * *

 

대청에 임옥군을 비롯한 형산파의 제자가 모두 모였다. 금벽도문의 일이 잘 해결되어 좀 평온하게 지내나 싶었는데, 또다시 찾아온 형산파의 위기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알고 있었으면서 소홀히 했습니다.”

박노엽이 면목 없다는 얼굴을 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대책을 의논해 보자꾸나.”

“네, 사부님.”

“일단 싸울 것인지, 아니면 피할 것인지부터 상의를 해야겠구나.”

임옥군이 말하면서 구혁상과 적운상을 봤다. 금벽도문을 상대할 때는 무조건 도망부터 치려고 했던 임옥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더 강한데도 싸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간 해온 일들을 이대로 버리기에는 공을 들인 것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클클. 그간 배짱이 좀 생겼구나.”

“다 사숙과 운상이 덕분입니다.”

임옥군이 웃으면서 말하자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혹시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박노엽이 묻자 임옥군이 반문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솔직히 말하자면 승산이 없습니다. 호왕문은 금벽도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한 문파입니다. 문인들만 해도 팔백 명 가까이 될 겁니다. 인맥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면 그 두 배입니다. 게다가 고수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적 사형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들이 합공을 하면 당해내기가 힘들 겁니다.”

“주위에 도움을 청하면 어떻겠습니까?”

초사영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금검문의 홍 소저도 와 있고, 조금 있으면 호남일도라 불리는 이 대협도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요즘 대사형하고 상관 소저의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으니 그쪽에도 도움을 청하면 어떻습니까?”

“험!”

초사영의 말에 막정위가 조금 쑥스러운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음…….”

잠시 생각을 하던 임옥군이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호왕문이다. 금검문에서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게다. 그리고 이 대협이 온다고는 하지만 언제 올지도 모르고, 그를 찾으러 갈 시간도 없다. 상관보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 생각되는구나. 네 말대로 요즘 상관 소저와 정위와의 관계가 다시 좋아지고 있는데, 자칫 다시 소원해질 수도 있다.”

“사부님.”

박노엽이 조용히 임옥군을 불렀다.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일단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훗날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몸을 피해야 합니다.”

“흐음…….”

조용하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구혁상이 입을 열었다.

“이러는 게 좋겠구나. 나와 운상이가 그들을 상대하겠다.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금벽도문을 상대했던 것처럼 조금씩 유인해서 해치우면 문제가 없을 게다. 그러는 동안 너희들은 몸을 피해 있어라. 내 생각에는 금검문에 잠시 몸을 의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사숙?”

“훗! 나와 운상이는 늘 위험 속에서 살아왔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때 주양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저는 대사형과 함께 상관보로 가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적 사형과 사숙조님한테만 모든 걸 맡겨놓을 수는 없잖아요.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어요, 대사형. 지금 자존심 세울 때 아니잖아요. 가서 무릎 꿇고라도 부탁을 해서 도움을 청해요. 싫다면 저도 남아서 적 사형과 함께 싸우겠어요.”

“음…….”

“그럼 저는 초 사형과 함께 이 대협을 찾아볼게요.”

은서린이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초사영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뜻밖에도 초사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장문사형. 왜 내가 진즉 형산파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오. 제자들이 이리 대담하고 우애가 있을 줄은 몰랐소. 금검문에는 우리가 갑시다.”

“허허.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좋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자. 내일 다 함께 출발하자꾸나. 우리가 가고 나면 노엽이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마을로 피신시켜라.”

“네, 사부님.”

“기한은 달포다. 달포 안에 일을 마치고 되든 안 되든 이곳으로 다시 모인다. 그동안 힘들어도 부탁드립니다, 사숙. 운상이 너도.”

“걱정 말거라.”

“네, 사부님!”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전날 계획한 대로 모두가 뿔뿔이 헤어졌다. 임옥군과 나한중은 나연란과 나연오를 데리고, 홍은령과 함께 금검문으로 향했다.

또한, 막정위와 주양악은 마을에 있는 상관보연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녀와 함께 상관보로 갔다.

그리고 초사영과 은서린은 호남일도 이존의를 찾으러 떠났다.

그렇게 모두가 가고 나자, 박노엽은 탈각대원들 모두에게 어찌 된 일인지 이야기를 하고, 당분간 몸을 숨기라고 지시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호왕문과 싸우기로 한 겁니까?”

패악룡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그는 당연히 모두가 몸을 피해 숨거나, 고개를 숙이고 호왕문 밑으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싸운단 말인가?

겨우 그 인원으로?

“그래. 그렇게 결정됐어.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말려도 소용이 없더라고. 훗! 나도 참 대단한 곳의 제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박노엽이 웃으면서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되든 안 되든 달포 뒤에 모여서 쳐들어가기로 했어.”

“도대체 이유가 뭐랍니까? 우리 때문입니까?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한 번은 붙게 되어 있어. 다만 그게 너무 빠를 뿐이지. 자네들 때문만은 아니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쪽에서 작정을 하고 왔다지만 이쪽에서 좀더 잘 대처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까?”

“아쉽게도 없어. 그냥 숨어서 지내다가 일이 잘 마무리되면 다시 모여.”

“형님! 형님은 머리가 뛰어나지 않소? 뭔가 방법을 알려주시오. 부탁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하하. 사실 그게 영 가망성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서 어제 의견을 나눌 때 말도 꺼내지 못했었지.”

“그게 무슨 방법입니까?”

“그건 말이지…….”

박노엽은 그때부터 패악룡에게 그 방법을 알려줬다.

“어때?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해야지요. 제길…….”

패악룡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 * *

 

적운상과 구혁상은 산을 내려오자 곧바로 호왕문을 향해 움직였다. 두 사람은 위험을 자처하며 그들과 싸우러 가면서도 마치 산보를 가는 것처럼 느긋했다.

“어떤 식으로 그들을 유인하죠?”

“글쎄다? 나도 딱히 방법이 없구나. 가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자.”

“사숙조님.”

“왜?”

“이번 일이 잘 끝나면 형산파의 명성이 좀 올라가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대우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게다. 금검문에 상관보까지 끌어들였으니까, 운이 좋아서 이긴다고 해도 그들의 힘이라고 여기겠지.”

“흠, 금검문이나 상관보에서 도와줄까요?”

“노엽이의 말대로 쉽지는 않을 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홍 영감이 하는 말을 들어줄 걸 그랬습니다.”

“홍 영감? 혹시 금검문의 문주인 홍문형을 말하는 거냐?”

“네.”

“그가 무슨 말을 하더냐?”

“령 매를 줄 테니까 손을 잡자고 하더군요.”

“호오…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너를 어지간히 잘 본 모양이구나.”

“그러게요.”

“그런데 왜 거절을 했느냐? 그 아이 정도면 괜찮지 않더냐? 홍 문주의 손녀딸이라는 것 말고도 자색도 뛰어나고, 너를 좋아하지 않더냐? 성격이야 좀 그렇지만… 클클. 그건 남자 하기 나름이니라.”

“저도 왜 거절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마음에 품고 있는 아이가 있느냐?”

구혁상이 묻는 말에 적운상은 갑자기 주양악이 떠올랐다.

 

-덮칠 거 아니면 비켜요.

 

좁은 방 안에서 대련을 한답시고 툭탁거리다가 그녀를 침상에 눕혔을 때, 얼굴이 빨개져서는 그런 말을 했었다. 그때야 경황이 없어서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뭔가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주양악은 도대체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설마 양악이가 나를 좋아하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싫어하면 싫어했지, 그런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옆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적운상을 보면서 구혁상이 미소를 지었다.

‘놈, 이제는 여자를 알 때도 됐지.’

“운상아.”

“네, 사숙조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자빠트려라.”

“네?”

적운상이 무슨 말인지 몰라 구혁상을 쳐다봤다. 하지만 구혁상은 미소를 머금은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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