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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4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41화

41화. 재능 (3)

 

따당! 땅!

“꺄악!”

적운상의 사자도를 받아내던 주양악이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일어나!”

“으…….”

주양악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개의 붉은 단검을 꼭 움켜쥐고 풍뢰십삼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녀는 변초가 뛰어났다. 분명 풍뢰십삼식의 초식을 펼치고 있건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적운상은 답답할 정도로 풍뢰십삼식의 초식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주양악은 적운상이 뻔히 아는 초식을 쓰는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자 열이 뻗쳤다. 속에서는 답답함에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따앙!

“꺄악!”

잠시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에 적운상의 사자도가 그녀의 단검 하나를 쳐서 날렸다. 그것은 그대로 날아가서 나무의 그늘에 앉아 있던 홍기우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텅!

단검이 나무에 꽂히며 부르르 떨렸다. 그걸 보고 홍기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하마터면 그대로 검에 꿰뚫릴 뻔한 것이다.

“이 바보야! 검을 놓치면 어떻게 해! 당장 가서 가져와!”

적운상이 화를 내며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양악이 움찔하며 나무에 꽂힌 검을 가지러 후다닥 달려갔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주양악의 재능은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이렇게 계속 혹독하게 수련을 시키면 금방 일류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적운상은 원릉에 있는 금검문으로 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 시간에 주양악을 수련시킨다면 더 빨리 실력을 높여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에 그는 수시로 주양악과 대련을 했다. 심지어 말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그녀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양악은 피곤이 겹쳐 죽을 맛이었다. 적운상이 진짜로 베지는 않았지만 그 기세가 너무 무서웠다. 마치 진짜로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손으로 치거나 발로 차고, 넘어트리는 것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으… 멍청한 사형 같으니라고. 아파 죽겠네.”

객잔에서 쉬는 동안 방에서 옷을 갈아입던 주양악이 투덜대며 인상을 찌푸렸다. 몸에 멍이 안 든 곳이 없었다. 근육통 때문에 팔다리가 결려서 옷을 갈아입기도 힘이 들었다.

간신히 상의를 모두 벗고 하의를 벗으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적운상이 들어왔다.

“사매, 수련하자. 빨리…….”

말을 하던 적운상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양악도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 주양악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우앗!”

터텅!

적운상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순간, 두 개의 단검이 문짝에 꽂혔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 단검이 적운상의 몸에 박혔을 것이다.

“미, 미안, 사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몰라! 이 바보야!”

쾅!

뒤이어 뭔가 문에 부딪치며 박살이 나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나 참…….”

적운상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를 피해 일층으로 내려왔다.

‘몸에 멍이 많이 들었던데, 너무 심하게 수련시켰나?’

그런 생각을 하던 적운상은 주양악의 하얀 살결과 가슴이 생각나자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보다 예뻤다.

* * *

 

객잔에서 홍기우와 홍은령, 그리고 주양악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했다. 적운상은 잠시 살 게 있다고 밖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혹시 금검문의 홍 공자가 아닌가?”

홍기우가 고개를 돌려보니 제법 준수하게 생긴 청년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두 명의 덩치 큰 사내들이 서 있었다.

“아! 호왕문의 마 공자 아니오.”

“하하. 이리 만나니 반갑구려.”

마 공자라 불린 사내는 형양(衡陽)에 있는 호왕문(虎王門)의 대공자였다. 호왕문은 금벽도문의 뒤를 봐주던 문파로 호남에 있는 금검문과 마찬가지로 호남성에서는 알아주는 곳이었다.

“혹시 본 문에 초청을 받고 가는 길이오?”

“그렇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합석을 하는 것이 어떻소? 마침 연씨세가의 연 공자도 와 있소이다.”

“그럽시다.”

“에? 아니. 저는 그냥 여기 있을게요. 사형도 아직 안 왔고, 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오세요.”

주양악은 혹시나 연씨세가의 차남인 연석강이 와 있을까 봐 그리로 가기가 꺼려졌다. 홍기우는 그런 것도 모르고 주양악이 체면치레를 하면서 사양하는 거라 여기며 그녀를 잡아끌었다.

“그러지 말고 갑시다. 적 형이 오면 알아서 그쪽으로 올 것이오.”

“아, 아니 난…….”

“그래요. 가요.”

홍은령까지 그녀를 잡아끌자 어쩔 수 없이 주양악은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연석강이었다. 그는 주양악을 보고 살짝 놀란 눈을 하더니 곧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이오, 주 소저.”

“어? 서로 아는 사이였소?”

홍기우가 묻자 주양악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그녀는 연석강이 바람둥이인 것을 알면서도, 그를 어떻게든 해서 형산파에 보탬이 되려 했었다.

아마 적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와 관계를 가졌을지도 몰랐다.

“후후. 조금 안면이 있소이다. 그때 본 그 사형이라는 작자는 잘 있소?”

조금 가시가 돋친 말투로 연석강이 물었다. 그때 주양악과 있다가 무시를 당했던 것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잘 있어요.”

주양악이 짧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호왕문의 마청기라고 하오. 소저는 처음 보는 것 같군요.”

“저는 형산파의 주양악이라고 해요.”

“형산파?”

마청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호왕문에서 뒤를 봐주던 금벽도문이 화산파에 의해 무너졌지만, 형산파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검문이 형산파 같은 곳과 왕래가 있는 줄은 몰랐소.”

은근히 형산파를 무시하며 하는 말에 주양악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하. 설마 금검문에서 그랬겠소? 형산파에서 그쪽에 줄을 대려고 했겠지.”

연석강은 아예 대놓고 형산파를 무시했다. 그러자 오히려 난처한 것은 홍기우였다. 적운상과 주양악은 금검문에서 초청해서 가는 길이었다. 저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였다.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형산파와 친분을 쌓고자 이번에 초청을 한 것이오.”

“훗! 홍 형은 사람이 너무 좋소. 하긴, 홍 어르신의 생신잔치니 손님은 많을수록 좋겠구려.”

“그게 아니오, 연 형. 내가 한 말은 사실이오. 할아버님께서 친히 형산파로 초청장을 보내셨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갔다 오는 길이오.”

정색을 하며 말하는 홍기우의 모습을 보고, 연석강과 마청기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형산파가 예전에야 좀 세가 강했다지만 지금은 다 무너져 가는 삼류문파였다. 그런 곳에 왜 홍문형 같은 거물이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연석강은 전혀 짚이는 것이 없었지만, 마청기는 짐작이 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현재 남악현에는 주인이 없었다. 금벽도문이 무너진 지금은 그나마 무림문파라고 해봐야 형산파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금검문에서 형산파와 관계를 맺고 세력을 키우려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 가장 곤란한 것은 인근에 있는 호왕문이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군.’

엉뚱하게 상황을 짚어내는 마청기였다. 하지만 형산파가 스스로 웅지를 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그로서는, 자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자,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 하고, 식사나 합시다.”

홍기우가 애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런 말을 하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주양악은 내심 화가 났지만 꾹 눌러 참으며 배를 채웠다.

‘흥! 사형한테는 한 주먹감도 안 되는 것들이…….’

그런 생각을 하자 나빴던 기분이 풀리며 저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삐져나왔다.

“킥!”

“어머! 갑자기 왜 그렇게 웃어요?”

홍은령이 물었지만 주양악은 못 들은 척 계속 음식을 먹었다. 그때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들 짙은 녹색의 옷을 입고, 녹색의 목도리로 입까지 둘둘 감아서 얼굴의 반만 내놓고 있는 기이한 분위기의 사람들이었다.

“응?”

그들을 보고 마청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시오, 마 형?”

“저들의 차림새가 낯이 익은데.”

“그러고 보니… 아! 혹시 독무곡(毒霧谷)의 사람들이 아니오?”

홍기우의 말에 마청기가 맞장구를 쳤다.

“그렇군. 그들의 특색이 저러했소. 한데 저들이 왜 이곳까지 온 거지?”

운남에는 사시사철 독안개가 가득히 끼어 있는 계곡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독무곡이라고 불렀는데, 독 안개 때문에 일반인들은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계곡 안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독을 마시면서 살기 때문에 독공(毒功)을 쓰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독과 암기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최고라는 사천의 당문조차도 독공만큼은 그들에게 한 수 접어줄 정도였다.

“흐음… 웬만해서는 독무곡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들도 금검문으로 가는 것 아니오?”

연석강이 농담을 하자 홍기우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이쪽으로 와요.”

홍은령의 말에 세 사람이 바짝 긴장하며 독무곡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이쪽을 한 번 힐끗 보고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한쪽에 있는 탁자에 둘러앉았다.

“저들과는 시비가 일면 좋을 것이 없으니 모두들 조심하는 것이 좋겠소.”

연석강이 하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양악은 아니었다.

“흥! 잘나가는 연씨세가의 공자께서도 겁나는 것이 있나 보군요.”

“뭐야? 당신…….”

연석강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험!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뭘.”

“참는 데도 한계가 있소.”

“어머? 그래요? 참을 필요 없는데, 그럼 나하고 내기를 하는 것이 어때요?”

“내기?”

“그래요. 당신이 저들을 겁내지 않는다면, 저들에게 가서 술 한 잔을 얻어먹고 와봐요. 그럼 인정해 줄게요.”

초면에, 그것도 독을 쓰는 사람들한테 술을 얻어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술에 독을 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 내가 왜 소저의 말을 따라야 하오?”

“역시나 겁먹었군요. 당신이 겁을 먹고 못 하겠다면 내가 갔다 오죠. 내가 만약 먼저 술을 얻어먹고 오면, 당신은 여자인 나보다 더 겁쟁이가 되는 거네요. 풋!”

“이익! 좋소. 하겠소.”

연석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독무곡 사람들이 있는 탁자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처음 뵙겠소. 혹시 독무곡에서 오신 분들이 아니시오?”

포권을 취하며 말을 건네오는 연석강을 독무곡 사람들이 쳐다봤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연석강이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했다.

“험! 나는 연씨세가의 차남인 연석강이라고 하오. 평소에 독무곡의 명성을 흠모해 왔소. 괜찮다면 술 한 잔 주실 수 있겠소?”

“흥! 우리가 독무곡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 마실 자신이 있나요?”

뜻밖에도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제야 연석강이 그녀를 자세히 봤다. 녹색의 목도리로 코까지 가리고 있었지만 고운 아미나 큼지막한 눈이 확실히 여인의 것이었다.

“무, 물론이오.”

연석강이 대답하자, 여인이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보란 듯이 거기에 녹색의 가루를 뿌렸다. 그러자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술잔에 든 술이 부글부글 거리다가 잠잠해졌다.

‘도, 독인가?’

상황이 이러자 연석강은 선뜻 술잔을 비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놓고 저렇게 독을 탄 걸 어떻게 마신단 말인가?

“우리 독무곡에서는 친분을 쌓기 위해 이렇게 독주를 권한답니다. 이 독주를 마신 자는 열에 아홉은 그 자리에서 죽죠.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은 우리와 친해질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다.”

연석강은 무작정 나선 것을 후회했다. 상대가 독무곡이기는 했지만, 그저 술 한 잔 얻어 마시는 것이니,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독무곡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니 상당히 난처했다.

자신이 먼저 술을 청해놓고 물러나자니 체면이 상하고, 그렇다고 마시자니 독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일단 마시고 나면 해독약을 주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여인의 싸늘한 눈초리를 보니 턱도 없을 것 같았다.

“흥! 마실 자신이 없으면 그냥 돌아가세요. 우리는 굳이 당신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군요.”

“시, 실례했소이다.”

결국 연석강은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는 기분이 착잡했다. 주양악이 도발하는 바람에 못난 꼴을 보인 것 같아서 그녀를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난 강요한 적 없어요.”

“혹시 저들이 저렇게 나올 걸 알고 있었던 거요?”

“나도 오늘 독무곡 사람들을 처음 보는데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때였다.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아! 사형! 여기예요. 여기!”

주양악이 소리치며 손을 흔들자 적운상이 그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 적운상을 보면서 연석강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예전에 그에게 기가 눌렸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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