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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7화

27화. 협의로운 마음 (2)

 

초사영이 막정위를 침상에 눕히는데 임옥군이 방으로 들어왔다.

“대체 무슨 일이냐?”

“사부님.”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정위가 왜 이리된 게야?”

임옥군은 막정위를 상세를 살피려고 했으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손만 떨다가 그냥 움츠리고 말았다.

“일단 진정해라.”

구혁상이 주양악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하는 말에 임옥군이 그를 봤다.

“사숙.”

“그래.”

구혁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숙조님을 뵙습니다.”

초사영이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었다. 그는 구혁상을 어렸을 때 한 번 본 것이 다였지만 임옥군으로부터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었다.

“됐다.”

구혁상이 손을 저으면서 막정위에게 다가가 능숙하게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새외에 있을 때 그는 비무를 하다가 다친 적운상을 수도 없이 치료했었다.

항상 의원을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우선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응급처치를 하는 실력은 여느 의원 못지않았다.

“몸의 상처는 괜찮으나, 발목의 상처가 심하구나. 출혈도 너무 심하고…….”

“그럼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한동안 쉬면서 요양을 해야 할 게다. 다리는 좀더 지켜봐야 알겠다. 누가 의원을 부르러 갔느냐?”

구혁상의 질문에 임옥군이 초사영을 봤다.

“아직 안 갔습니다.”

“제가 갔다 올게요.”

주양악이 급히 방을 나가려는데 초사영이 그녀를 잡으며 소리쳤다.

“안 돼!”

“사형…….”

“지금 나가면 위험해. 적 사제가 나갔으니까 돌아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그게 무슨 말이냐? 나가면 위험하다니? 밖에 누가 와 있단 말이냐?”

임옥군이 묻는 말에 초사영이 분한 얼굴로 말했다.

“네. 금벽도문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들이 이곳까지 따라왔을 수도 있습니다.”

“금벽도문?”

임옥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금벽도문이라면 이 일대를 꽉 잡고 있는 흑도문파였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치고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세가 강했다.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아! 설마…….”

주양악은 한 달 전에 적운상이 나연오를 구하면서 금벽도문 사람을 일곱이나 죽였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밖으로 나갔던 적운상이 돌아왔다.

“아무도 없어요.”

“다행이군.”

초사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사형은 어떻습니까?”

“목숨이 위중한 것은 아니니 염려 놓아라.”

구혁상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막정위가 누워 있는 침상으로 갔다. 얼굴이 창백한 채 누워 있는 막정위를 보면서 적운상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구혁상은 적운상이 돌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됐다. 하지만 적운상은 다행히 이성을 꽉 붙들고 있었다.

“후우…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보거라.”

“실은…….”

임옥군이 묻는 말에 초사영은 하루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임옥군에게는 관대평, 나한중, 금계산, 이렇게 세 명의 사제가 있었다. 그동안 그들이 벌어서 보내주는 돈과, 호남성(湖南省)의 성도(省都)인 장사(長沙)에서 포목점을 하는 도지림이 보내주는 돈이 형산파를 지탱하는 주요수입이었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 모두와 연락이 끊긴 것이다.

걱정이 된 임옥군은 막정위와 도자명을 도지림에게 보냈다. 그리고 초사영은 인근의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관대평을 찾아오라고 보냈다.

막정위가 도자명을 데리고 가서 도지림을 만나보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

도지림이 하는 포목점은 그렇잖아도 장사가 안 돼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도지림은 그동안 도자명 때문에 푼돈을 아끼고 아껴 형산파로 보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웠다. 근처에 커다란 포목점이 들어선 것이다. 몇 안 되던 손님마저도 그쪽에 모두 빼앗겨 이제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었다.

도지림은 면목이 없어서 그동안 소식조차 전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가게를 정리하면 돈이 좀 생길 테니, 그걸 가지고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막정위는 도자명을 남겨두고 먼저 돌아왔다. 오랜만에 부자가 만났고, 어차피 조만간 형산파로 돌아온다고 하니, 지금 데리고 가는 것보다는 나중에 같이 오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긴 것이다.

강서성으로 관대평을 찾으러 간 초사영은 며칠이나 수소문을 해봤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형산 밑의 남악현(南岳縣)에 도착한 초사영이 잠시 목을 축일 생각으로 객잔에 들렸을 때였다. 때마침 장사에서 돌아온 막정위가 거길 지나쳐 간 것이다.

“대사형!”

“어? 초 사제.”

막정위가 초사영을 보고 잠시 놀란 눈을 하더니, 곧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못 찾았어요. 대사형은?”

“근처에 큰 포목점이 들어서서 상황이 어렵더라. 가게를 정리하고 돌아오신다고 하기에, 자명이를 맡겨놓고 왔다.”

“그렇군요.”

초사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성격은 차갑지만 나름 형산파에 대한 애착이 강한 초사영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누구보다 사부인 임옥군을 위하기 때문이었다.

초사영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형제자매도 많았다. 이에 어릴 때부터 수시로 배를 곯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옥군을 만났다.

임옥군은 은자 두 냥을 주고 초사영을 데려왔다. 보통은 그렇게 한 번 돈을 주고 나면 끝이었다. 하지만 임옥군은 형산파의 재정이 어려운데도 가끔 초사영의 집에 돈을 보내줬다.

초사영은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임옥군에게 너무나 고마워서, 그 앞에서 한참이나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초사영이 누구보다 임옥군을 위하고,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어서 먹어. 가는 길에 양악이랑 쌍둥이도 챙겨 가자.”

막정위는 당연히 이 시간이면 주양악이 나연란, 나연오와 함께 꼬치를 팔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리 말했다. 그나 초사영은 적운상이 돌아와서 세 사람이 지금 거품을 물며 수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러죠.”

초사영이 대답을 하고 남은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갑자기 길가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막정위와 초사영이 동시에 그쪽을 봤다.

흑도문파로 보이는 자들 십여 명이 한 여자를 희롱하고 있었다. 가끔 질 나쁜 놈들이 저러는 거야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 여자를 길 한쪽으로 끌고 가더니 거기서 겁간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저런…….”

막정위가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초사영이 그의 팔을 잡았다.

“안 됩니다, 대사형.”

“지금 저걸 보고 참으란 말이냐?”

“금벽도문 놈들입니다.”

초사영이 침착하게 하는 말에 막정위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분을 참지 못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았다.

“대사형, 저들은 흑도문파입니다. 시비가 일면 가볍게 끝나지 않습니다. 형산파에서 저들과 싸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사부님과 우리 둘뿐입니다. 참으세요.”

초사영의 말대로였다. 저들과 싸우면 보나마나 문파 간의 싸움으로 확산된다. 흑도문파가 달리 흑도문파이겠는가?

저들은 약하다 싶으면 무조건 밟는다. 게다가 명예나 체면을 따지지 않았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온갖 더러운 방법을 다 쓰는 자들이었다.

무엇보다 저들은 금벽도문이었다. 길거리에서 저럴 수 있는 것도 금벽도문의 세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쾅!

누군가 탁자를 힘껏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주대낮에 저게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저걸 어찌 이대로 보고만 있단 말이오? 이곳에는 협의로운 이가 아무도 없단 말이오?”

젊은 도사였다. 진남색 도포(道袍)의 소매에는 만개한 매화가 수놓아져 있고, 등에 비스듬히 메고 있는 검의 자루에도 매화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 특색을 가진 이들은 오로지 섬서의 화산파뿐이었다.

“흥! 호남에 영웅호걸이 많다고 들었는데 모두 헛소리였군.”

젊은 도사가 코웃음을 치며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여인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탕!

“같이 갑시다!”

막정위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잖아도 저들의 패악을 모른 척하기 힘들었는데, 명성이 높은 화산파의 도사가 나서자 함께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초사영의 얼굴이 굳었다. 한순간의 혈기로 인해 형산파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사형!”

“조용히 해! 그동안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며 무공을 수련해 온 거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내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막정위가 크게 소리치며 나무라자 초사영은 더 이상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좋소! 과연 영웅호걸이라 할 수 있소! 빈도는 화산파의 일성이라고 하오. 그대의 이름을 알고 싶소.”

“나는 형산파의 막정위라 하오.”

“갑시다. 가서 저들에게 아직 협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줍시다.”

일성은 도사인데도 성격이 호방하고 거칠었다. 그는 금벽도문 패거리들과 가까워지자 다짜고짜 검을 뽑아 들더니 앞으로 치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막정위도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달렸다. 그러자 같이 있던 초사영도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들어야 했다.

파각! 파각!

“으아아악!”

일성은 무공이 상당히 뛰어났다. 감히 흑도문파 따위가 당해낼 실력이 아니었다. 뒤이어 막정위와 초사영이 합세를 하자 순식간에 일곱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성에게 계속 덤벼들었다. 믿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근처에 있던 금벽도문 패거리들이 곳곳에서 몰려나왔다. 몇 명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내들이 일성에게 당하면서도 계속 덤벼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수가 많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들이 야비한 수를 쓰기 시작하자, 점점 상대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들은 지붕 위에서 화살을 쏘고, 손도끼를 던졌다. 긴 장대를 이용해서 다리를 걸기도 했고, 그물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한 명이 일성의 얼굴에 하얀 가루를 확 뿌렸다. 독이었다.

“크으윽! 이놈들!”

파각!

일성은 눈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며 검을 마구 휘둘렀다. 막정위와 초사영이 그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진정하시오!”

파각!

“크윽!”

막정위가 그를 도와주려다가 신음을 토해냈다. 뒤에서 누군가 던진 단검이 그의 등에 박혔기 때문이다.

“대사형!”

초사영이 막정위를 보호하며 검을 휘두르는 사이에, 일성의 몸에 죽창이 꽂혔다. 이어서 지붕에서 던진 손도끼가 그의 몸에 박혔고, 두 놈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어 끝을 냈다.

만약 그가 화산파라는 것을 그들이 알았다면 그렇게 독하게 손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경황 중에 당한 일이라 상대가 누군지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일성이 그렇게 죽고 나자, 막정위와 초사영은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금벽도문 패거리들은 끈질기게 쫓아왔다.

막정위와 초사영은 싸우다가 도망가고, 싸우다가 도망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 와중에 막정위가 덫을 밟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다.

코라고 부르는 짐승을 잡기 위해 쓰이는 덫이었는데, 밟는 순간 양쪽에 있는 톱니모양의 쇠가 튕겨지면서 발목을 문다.

덫을 벌려서 간신히 발을 빼낸 막정위는 거의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초사영은 그런 막정위를 업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반나절 동안 그렇게 쫓기다가, 형산에 도착해서야 조금 안심을 했다. 이곳은 초사영에게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들의 이목을 충분히 피해 몸을 숨길 수가 있었다.

초사영은 막정위를 안전한 곳에서 쉬게 하고, 대담하게 오히려 쫓아오는 놈들을 기습공격 했다. 어두운 밤이고 숲 속인 데다, 그들은 무공이 약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초사영에게 당했다.

몇 번 그렇게 기습을 하고 빠지기를 반복하자, 쫓아오는 자들이 뜸해졌다. 이에 초사영은 막정위를 안고 형산파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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