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화
21화. 재회 (1)
“왜 그러느냐? 뭔가 문제가 있느냐?”
구혁상의 물음에 적운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닌 것 같지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적운상은 저렇게 고민 있는 표정을 몇 번이나 보였었다.
“말해 보아라. 왜 그러느냐?”
“정말 아닙니다. 잠시 풍뢰십삼식을 생각하느라 그랬습니다.”
“허! 녀석. 그랬구나. 이번 비무는 아주 잘했다. 금검문은 호남성에서 세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렇게 체면을 세워줘야 뒤탈이 없다.”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만약 처음부터 낙연검법을 펼쳤거나, 아니면 단검으로 풍뢰십삼식을 펼쳤다면, 홍기우는 십 초식도 받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구혁상은 당연히 적운상이 그쪽의 체면을 생각해서, 사자도로 풍뢰십삼식을 펼치며 백여 초식을 넘게 겨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적운상이 사자도로 풍뢰십삼식을 펼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금안뇌정신공 때문이었다.
적운상은 며칠 전에 강가에서 수적들에게 금안뇌정신공을 극한까지 펼쳐 뇌기를 있는 대로 쏟아 부었었다.
그 이후로 한 이삼 일간 몸이 굉장히 피로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적운상은 뇌기를 한꺼번에 많이 썼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여겼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소모된 뇌기가 다시 채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은 내공을 극심하게 써도, 며칠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운기조식을 꾸준히 해주고, 푹 쉬어주면 더 빨리 회복이 된다. 원기(原氣)가 상하지 않은 이상은 그렇다.
그런데 적운상은 원기가 상한 것도 아닌데 회복이 너무나 더뎠다. 틈이 날 때마다 운기조식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소모된 뇌기는 쉽게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뇌기를 한꺼번에 왕창 썼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 같았다.
어쨌든 이미 금안뇌정신공을 십이 성 가까이 완전히 익힌 적운상이었지만, 지금은 소모된 뇌기가 채워지지 않아 겨우 팔 성을 간신히 넘는 정도였다.
이것을 구혁상과 상의하자니 겁부터 났다. 또다시 뇌룡을 찾아서 뇌기를 흡수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데 벼락을 맞으라고 할지도 몰랐다. 아니, 구혁상의 성격이라면 당장에 벼락을 맞으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형산파로 돌아가는 것이 또 늦어진다. 적운상은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구혁상에게 말을 안 하고, 혼자서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 홍기우와 싸우면서 그렇게 시간을 끌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비무를 할 때 뇌기가 어떻게 소모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느라 백여 초식을 넘게 싸운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구혁상은 마냥 적운상을 대견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금검문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강하다면 손을 잡으려 들 테고, 약하다면 눌러서 산하에 두려고 할 것이다. 두어 달 뒤에 약속을 잡은 것도 좀더 재볼 요량으로 그리한 것이겠지.”
“네.”
적운상은 건성으로 들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지금 금안뇌정신공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구혁상은 적운상이 딴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까 그가 말한 대로 풍뢰십삼식에 대해서 생각하는 줄 알고 가만히 놔두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가던 적운상의 눈에, 한쪽에서 꼬치를 팔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지만 이상하게 자꾸 시선이 갔다.
“저기서 꼬치 하나 먹고 가죠.”
“배 채운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먹으려는 게냐?”
“방금 힘을 썼더니 배가 고파요.”
“허! 겨우 백여 초식을 싸워놓고 배가 고프다는 거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구혁상은 적운상이 가자는 데로 따라갔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여자아이가 커다란 눈으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적운상은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방금 적운상이 쓰다듬어 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이렇게 멋있고 잘생긴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친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
“하나에 얼마야?”
적운상은 화로에 얹어져 있는 몇 개 안 되는 꼬치를 보며 물었다.
“양고기는 두 문이고, 소고기는 네 문이에요.”
여자아이가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개를 집어서 하나는 구혁상에게 주고, 다른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를 구혁상이 빼앗지 못하게 슬쩍 뒤로 감췄다. 혼자서 다 먹을 생각인 것이다.
“흠, 맛이 좀 밍밍한걸.”
당연했다. 소금이 비싸서 많이 뿌리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때 여자아이가 누구를 봤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야! 나연오! 너 어디 가!”
‘나연오?’
적운상이 자신도 모르게 여자아이가 쳐다보는 곳을 봤다. 그러자 여자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어딘가로 후다닥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으그… 저 팔푼이가 정말…….”
여자아이가 한 대 때릴 것처럼 주먹을 들어 올렸다가 적운상을 힐끔 보고는 재빨리 내렸다.
‘나연오라… 나연오… 설마!’
적운상이 놀란 눈을 하며 여자아이를 봤다. 형산파에 있을 때 적운상이 돌봐줬던 쌍둥이 중의 하나가 바로 나연오였다.
“아까 그 아이의 이름이 나연오냐?”
“예? 네. 그런데요…….”
여자아이가 경계를 하는 눈초리로 적운상을 올려다봤다. 나연오가 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혹시나 그를 찾아온 사람이 아닌지 의심이 갔던 것이다. 전에도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럼 혹시… 네 이름이 나연란이냐?”
“네. 맞아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나연란이 더욱 경계를 하며 적운상을 봤다.
‘이럴 수가.’
적운상은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렸을 때 그가 직접 주워 와서 돌봐줬던 쌍둥이가 이렇게 큰 것이다.
적운상은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나연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리 예쁘게 컸구나.’
적운상이 들고 있던 꼬치를 구혁상에게 모두 줬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나연란과 눈높이를 맞췄다.
“정말 많이 컸구나.”
“네?”
나연란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적운상을 봤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안쓰러워서 적운상은 나연란을 품에 꼭 안았다. 그러자 나연란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러는 걸까?
나연란은 이상하게 이 사람의 품이 따뜻했다. 이에 방금까지 그를 경계하던 마음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런데 누구세요?”
“차차 알게 될 거야. 왜 너 혼자 장사를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가고?”
“원래는 넷째 사저가 있어야 하는데, 저하고 연오한테 맡기고 놀러 갔어요.”
“끙.”
넷째 사저라면 주양악이었다. 옛날부터 왈가닥이었으니, 그녀 성격에 이런 데 앉아서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성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아이만 남겨두고 갔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네. 아마 연씨 성을 가진 바람둥이를 만나고 있을 거예요.”
나연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운상이 그녀를 번쩍 들어서 한 팔로 엉덩이를 받쳐 안았다.
“사숙조님, 잠시 여기를 부탁드립니다.”
“뭐?”
적운상은 구혁상의 대답도 듣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야 이 녀석아!”
구혁상이 그를 잡으려다가 소용없음을 알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저 아이가 형산파의 제자였나?”
구혁상은 적운상의 사형제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 적운상에게 이야기를 조금 들은 것이 다였다. 그래서 얼굴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거 얼마예요?”
웬 어린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서서 구혁상을 향해 물었다.
“응? 허! 그러니까… 양고기는 하나에 두 문, 소고기는 네 문이란다.”
졸지에 쭈그리고 앉아서 꼬치를 팔게 된 구혁상이었다.
* * *
“저쪽이에요.”
적운상에게 안겨 있던 나연란이 한쪽 방향을 가리키면서 적운상을 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연란은 얼굴이 빨개져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뒤늦게 이렇게 안겨 간다는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려달라고 하고 싶지가 않았다.
몇몇 여자들이 적운상을 힐끔거리며 지나갔다. 그러자 무슨 이유에선지 나연란의 어깨가 으쓱거렸다.
‘이 사람은 누굴까? 혹시 아버지? 오라버니?’
나연란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연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셋째 사형이 그녀와 나연오를 주워 왔다는 이야기를 은서린에게서 여러 번 들었었다.
퉁명스러운 성격의 도자명은 그녀의 부모님이 십 년 동안 찾아오지 않은 걸 보면, 앞으로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까지 부모님이 찾으러 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장사를 하느라 쭈그리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혹시 저들 중에 부모님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적운상에게서 친숙함을 느끼게 되자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닐 거야.’
적운상같이 멋있고 근사한 사람이 가족일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녀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나연란이 작게 한숨을 쉬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예요.”
적운상이 그쪽을 보니 냇가를 따라 나 있는 길 양쪽에 버드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다. 거기다 냇가 위로는 구름다리도 있어서 나름 운치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주위에는 남녀가 쌍쌍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운상이 그들을 훑어봤으나 선뜻 주양악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벌써 십 년이나 지났다. 그러니 주양악의 나이 열여덟, 그가 기억하는 여덟 살 때의 모습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저기 있어요.”
나연란이 한쪽에 앉아 있는 한 쌍의 남녀를 가리켰다.
적운상이 유심히 보니, 남자는 준수한 얼굴에 깔끔한 비단옷을 입고 있어 명문가의 자제 같아 보였고, 여자는 수수하지만 웃는 모습이 아주 예뻤는데, 어렸을 때의 주양악이 웃던 모습과 똑같았다.
적운상이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주양악이 적운상에게 안겨 있는 나연란을 보고 소리쳤다.
“너… 왜 여기에 온 거야?”
나연란이 찔끔하며 고개를 돌려 적운상의 목을 안았다. 그러자 주양악이 적운상을 봤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뚫어져라 쳐다보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다, 당신 누구예요? 사람을 왜 그렇게 봐요?”
적운상은 대답 없이 계속 주양악을 쳐다봤다. 십 년 만의 만남이었다. 당연히 반가웠다. 몰라보게 예뻐진 주양악의 모습이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어린 나연란을 거기에 혼자 두고 여기서 남자와 시시덕대고 있다니, 그것이 사저로서 할 짓인가?
“하하하. 나 사매가 왔군.”
주양악과 같이 있던 사내가 나연란에게 아는 체를 했다. 그의 이름은 연석강으로, 금검문만큼이나 호남성에서 세가 강한 연씨세가의 차남이었다. 조금 반반한 생김새와 가문의 힘을 등에 업고, 많은 여자들을 울리고 다니는 바람둥이였다.
“흥!”
나연란이 슬쩍 그를 보고는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걸 보고 연석강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으나 뭐라 하지는 않았다. 나연란이 주양악의 사매인 데다, 그녀에게 미움 받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석강의 시선이 나연란을 안고 있는 적운상에게 향했다.
“훗! 나 사매의 기분이 별로인가 보군. 당신은 초면인 것 같은데, 형산파의 문인이오?”
나연란을 안고 있기에 그리 물었으나, 적운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양악을 소리쳐 불렀다.
“주양악!”
주양악은 적운상이 갑자기 크게 이름을 부르자 놀란 눈으로 그를 봤다.
“어린 사매를 혼자 두고 여기서 뭘 하는 거냐?”
“그, 그거야…….”
주양악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선뜻 대답을 못 하다가 문득 적운상과 안면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에 힘을 주며 같이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뭔데 참견이죠? 누군데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그래요?”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그건 내가 할 말이에요!”
주양악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맞받아쳤다. 그러자 적운상의 눈에 금빛이 어른거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다짜고짜 손이 나갔을 테지만, 지금은 화를 꾹 눌러 참고 있었다.
그걸 보고 주양악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저렇게 황금색의 물결이 이는 것은 형산파의 금안뇌정신공을 익혔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녀는 적운상을 전혀 알지 못했다.
“천방지축인 성격은 여전하구나. 사부님도 네가 이러는 것을 알아?”
“…….”
주양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답해!”
적운상이 다시 크게 소리치자, 그 기세에 주양악이 찔끔하며 몸을 움츠렸다.
“이봐! 당신 누구야? 보아하니 형산파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함부로…….”
적운상에게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말을 하던 연석강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적운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든 것이다.
“당신이 낄 일이 아니야.”
“뭐, 뭐야? 나는 주 소저와 연인 사이다! 그러니 당연히…….”
“가자.”
적운상은 연석강을 무시하며 주양악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걸 본 연석강의 눈에 불이 튀었다.
“놈! 손을 놓아라!”
연석강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서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칼을 뽑지 못했다. 적운상이 잡고 있던 주양악의 손을 놓고, 칼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누르자, 조금 뽑히던 칼이 다시 쏙 들어간 것이다.
“뽑으면 죽는다.”
꿀꺽!
적운상에게서 느껴지는 엄청난 박력에, 연석강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적운상이 그에게서 손을 떼고 물러나자 주양악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다, 당신 도대체 누구죠? 누군데 우리한테 이러는 거예요?”
“적운상이다.”
“에?”
주양악이 단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사형인 적운상이다.”
“…….”
주양악은 멍하니 할 말을 잊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셋째 사형인 적운상이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그는 뚱뚱한 데다 성격이 굉장히 순했다. 사형제들의 뒤치다꺼리를 불평 한마디 없이 다 하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지만, 그 뚱뚱보가 이렇게 변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방금 보여준 그 박력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엄청난 박력에 연씨세가의 직계인 연석강이 칼조차 뽑아 들지 못했다. 지금도 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여전히 칼자루만 꼭 쥐고 있었다.
“저, 정말 적 사형이에요?”
“가서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따라와.”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주양악은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적운상을 잠시 멍하니 보다가, 연석강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연 공자. 오랜만에 사형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만나요.”
“아, 아니… 잠시만…….”
연석강이 주양악을 잡으려고 했으나, 그녀는 이미 적운상을 따라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