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8화
8화. 무공수련 (4)
쿠르르릉!
하늘이 요동을 쳤다. 비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에휴, 또냐?’
파오 밖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먹구름이 잔뜩 끼며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쳤다.
“콜록! 콜록! 운상아! 운상아!”
구혁상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다른 때는 거동도 못 하면서 이런 날씨만 되면 어찌 저리 힘이 넘치는 걸까?
모두가 형산파의 오랜 숙원이자 구혁상 평생의 염원 때문이었다. 적운상의 무공을 대성시키고자 없는 힘도 발휘하는 것이다.
“어여 준비해라, 운상아!”
“네, 사숙조님.”
“그래. 어서 그곳으로 가자.”
강으로 가서 다시 뇌룡과 한판 사투를 벌인 적운상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헉헉!”
‘오늘은 정말 죽을 뻔했어.’
적운상이 강가에 누워서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데, 구혁상이 성과를 물어왔다.
“어떠냐?”
“헉헉! 조금… 강해진 것 같습니다.”
“음…….”
이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구혁상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허나 다른 방법이 없으니 계속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자꾸나.”
구혁상이 낙담한 얼굴로 적운상을 부축했다. 적운상은 구혁상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구혁상의 축 처진 모습을 보니 자연히 그런 마음이 들었다.
파오로 돌아와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문득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적운상이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왜 그러느냐?”
“아니에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적운상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는 한쪽에 놓아두었던 사자도와 백운검을 허리에 찼다. 그 모습을 보고 구혁상도 뭔가 심상찮음을 느꼈다. 구혁상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밖에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적운상은 대답 없이 밖으로 나갔다. 구혁상이 지팡이를 짚고 뒤를 따라 나왔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와 있었다.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
폭풍우가 거세고, 몸도 지친 상태였지만, 누군가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도록 모를 적운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눈앞에 있는 자가 고수라는 뜻이었다.
적운상이 느낀 인기척도 그가 일부러 낸 것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적운상은 그가 밖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몰랐을 것이다.
적운상이 그를 유심히 쳐다봤다. 몽골인 특유의 복장에, 허리에는 길게 휜 칼을 차고 있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언덕 위의 커다란 나무 앞에 있는 사내들을 봤다. 못 되어도 사오십 명은 될 것 같았다. 모두들 앞에 있는 사내와 같은 복장에 한 손에는 뾰족한 창을 들고 있었다.
“그대가 하얀 이리인가?”
적운상은 단번에 눈앞에 있는 사내가 누군지 짐작이 갔다.
몽골의 최강자 트루칸!
그가 바로 트루칸이었다.
“트루칸인가?”
“그렇다.”
적운상과 트루칸의 눈이 마주치며 기세 싸움이 시작됐다. 그러나 구혁상의 기침 소리에 적운상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콜록콜록!”
“사숙조님, 괜찮으세요?”
“그가 트루칸이냐?”
“네.”
“시기가 좋지 않구나. 아직 금안뇌정신공을 완성하지 못했거늘……. 이길 자신이 있느냐?”
“…모르겠어요.”
이렇게 다가오도록 기척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그는 생각보다 강자였다.
“그래. 콜록콜록! 그렇다면 싸움을 잠시만 뒤로 미루어라. 뇌룡 때문에 아직 몸이 온전치 않으니……. 콜록콜록!”
적운상이 트루칸을 봤다.
“트루칸, 나와 겨루기를 원하나?”
“네가 나와 겨루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좋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도망가려는 건가?”
“도망가지 않는다. 하얀 이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몽골인들은 이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뼈는 꺾일지언정 이름은 꺾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것을 적운상도 알고 있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중원인이 이름의 무게를 아는가?”
“물론이다. 우리 역시 명예를 목숨과 같이 여긴다.”
“좋다. 이곳에서 기다리면 되는가?”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이고, 구혁상과 함께 다시 파오로 들어갔다.
“칸! 저대로 도망가려는 것 아닙니까? 주위를 에워쌀까요?”
부하 한 명이 다가와서 물었다.
“너는 하얀 이리를 본 적이 있느냐?”
하얀 이리에 대한 것은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원의 용과 같이 전설상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동물이었다.
“이야기로만 들었습니다.”
“말해 봐라.”
“이리들의 왕이지만 늘 홀로 싸우는 영물이지 않습니까?”
“맞다. 그러면 하얀 이리가 싸움을 피해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느냐?”
“아닙니다.”
“그럼 됐다.”
“하지만 그는 진짜 하얀 이리가 아닙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름을 더럽힐 자는 아니다.”
트루칸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적운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적운상은 앉아서 운기조식을 했다. 구혁상은 말없이 그런 적운상을 지켜봤다.
‘트루칸은 강하다. 운상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금안뇌정신공만 완성됐었어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오늘 적운상은 패할 것이다. 크게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그런 요행은 바랄 수가 없었다.
“사숙조님.”
“그래. 준비가 되었느냐?”
“네. 가서 최선을 다하고 오겠습니다.”
“네가 형산파의 문인임을 잊지 말고 긍지를 가져라.”
“네, 사숙조님.”
“가자꾸나.”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트루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운상이 사자도를 뽑아 들었다. 트루칸도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팽팽한 기세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움직인 것은 적운상이었다.
크게 한 걸음을 디디면서 사자도를 내려치고 올려쳤다. 힘과 기세가 가득 실린 공격이었다.
땅! 파지직!
분명 뇌기가 타고 들어갔을 텐데도 트루칸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공격을 맞받아쳤다.
‘강하다!’
전에 겨뤘던 큰 호랑이가 말했던 것보다 트루칸은 훨씬 더 강했다. 그는 다섯 번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건 아마도 트루칸이 봐준 걸 거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지 못한다.
땅! 땅! 파지직!
내려치는 공격을 맞받아치고, 옆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다시 맞받아쳤다. 빠르기에 밀리고, 힘에서 밀린다.
옆을 때렸던 트루칸의 칼이 교묘하게 빙글 돌더니 적운상의 어깨를 쳐올렸다. 그것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데, 적운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자도를 잡고 있던 손이 한 바퀴 원을 그렸다.
그러자 사자도가 그의 손을 떠나 하늘 높이 치솟았다. 트루칸이 칼로 적운상의 사자도를 걸어서 돌린 후에 튕겨버린 것이다.
적운상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옆으로 달리면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백운검을 뽑기 위해서였다.
트루칸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쳐 왔다. 적운상이 그의 칼을 피해 정신없이 물러나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파핫!
트루칸의 칼이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자리를 쳤다. 적운상이 제때에 옆으로 몸을 굴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멀리서 그걸 보고 있던 구혁상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콜록콜록!”
구혁상의 기침이 심해지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내거라, 운상아.’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 *
적운상이 몸을 돌려 언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트루칸이 그 뒤를 쫓았다. 그사이에 백운검을 뽑아 든 적운상이 몸을 빙글 돌렸다.
쉬쉿!
따땅!
큰 호랑이를 단 일격에 제압했던 낙연검법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트루칸이었다. 그는 적운상이 펼치는 낙연검법을 모두 맞받아쳐 왔다.
막상막하였다. 적운상이 쾌(快)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면, 트루칸은 중(重)에서 이득을 보고 있었다. 빠르기는 하지만 내공이 부족해서 위력에서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은 것은 변(變)이었는데, 아쉽게도 낙연검법은 쾌를 중시하는 검법으로 변화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적운상은 변초를 쓰지 못했다.
트루칸은 그런 적운상이 신기했다. 중원인들이 있는 그대로 초식을 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수준 높게 쓰는 자는 처음이었다.
변초를 쓰지 못하고,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는데도 강했다. 초식의 허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트루칸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칼을 휘둘렀다.
큰 호랑이는 답답함에 마음이 흔들려서 패했지만 트루칸은 달랐던 것이다. 역시, 몽골 최강은 아무나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정신없이 움직이며 무기를 휘두르자 언덕 위에 있던 트루칸의 부하들이 모두 뒤로 물러섰다.
폭풍우가 더욱 거세졌다. 수시로 천둥번개가 쳤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두 사람은 일 각 가까이 싸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적운상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갔다. 간신히 치명상은 피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변초를 쓰지 못하는 적운상은 트루칸의 상대가 아니었다.
“타앗!”
트루칸이 기합과 함께 칼을 휘둘렀다. 적운상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흘려낼 수도 없었다. 방법은 막는 것뿐이었다. 내공이 부족한데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막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따앙!
“크윽!”
백운검이 크게 휘었다. 명검이 아니었다면 부러졌을 것이다. 트루칸이 휘두른 칼은 백운검과 함께 적운상의 옆구리를 쳤다. 적운상이 옆으로 날아가 그쪽에 있던 나무에 몸을 부딪쳤다.
쿵!
“헉헉!”
“훌륭했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다.”
트루칸이 천천히 다가왔다. 적운상은 금안뇌정신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마지막 일격에 승부를 걸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콰쾅!
귀청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온통 청백색으로 변했다. 극심한 통증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끝이었다. 의식이 끊겼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우…운상아!”
구혁상이 놀라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어떻게 저런 일이 생길 수가 있단 말인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운상아…….”
언덕에 도착한 구혁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적운상을 불렀다. 적운상은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적운상이 트루칸의 일격에 튕겨나가 나무에 부딪치는 순간, 그 나무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나무는 쩍 갈라져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적운상은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운상아! 괜찮으냐? 운상아!”
파직!
“크윽!”
적운상을 안아 일으키려던 구혁상이 놀라서 손을 움츠렸다. 벼락의 기운이 손으로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온몸이 찌릿했기 때문이다.
구혁상은 금안뇌정신공을 운용해서 뇌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적운상을 잡았다.
파지지직!
“크으윽!”
찌릿한 뇌기가 적운상을 잡고 있는 손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구혁상은 그 기운을 단전으로 이끌어서 금안뇌정신공의 심법에 따라 운기했다.
그러자 한순간에 막혀 있던 혈들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 충격에 구혁상은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계속 금안뇌정신공을 운기했다.
“으아아아아악!”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구혁상이 적운상에게서 손을 뗐다.
“헉헉!”
믿을 수가 없었다. 구혁상은 저번에 주화입마에 빠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혈이 모두 막혀버렸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 순간에 다시 뚫린 것이다.
기연이라면 기연이라 할 수가 있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구혁상의 눈에서는 한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운상이가 죽었는데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랴?’
구혁상은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미안하구나, 운상아. 약속대로 함께 죽자꾸나.”
구혁상이 단검으로 목을 그으려고 할 때였다.
“멈춰라!”
고개를 돌려보니 트루칸이 약간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고 있었다.
“도, 도대체 뭘 한 건가?”
트루칸은 방금 벌어진 일 때문에 너무나 놀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적운상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봤다. 그리고 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만도 놀라운데, 트루칸과 같이 왔던 자들도 벼락을 맞았다. 그들 중, 반 이상이 적운상과 마찬가지로 새까맣게 그을렸다. 모두들 즉사였다.
원인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창 때문이었다. 트루칸은 창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살아남았다. 그러나 트루칸은 그런 것을 알지 못했다. 하얀 이리가 뭔가를 했다고 여겼다.
“뭘 한 거냐? 하얀 이리가 도대체 뭘 한 거냐?”
트루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당장에라도 구혁상을 향해 칼을 휘두를 것 같았다.
구혁상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봤다.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다. 그의 손에 죽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말해라!”
트루칸이 다시 소리칠 때였다. 적운상의 손이 꿈틀했다. 그러더니 스르륵 움직여서 땅을 짚었다.
“헉!”
구혁상은 트루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적운상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트루칸은 구혁상의 등 뒤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적운상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그도 벼락을 맞았건만 어떻게 살아서 움직인단 말인가?
트루칸이 겁먹은 얼굴을 하자 구혁상은 ‘설마’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적운상이 보였다. 그 순간 구혁상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살아줬구나. 살아줬어.’
뒤로 넘어갈 듯, 말 듯, 비틀거리며 서 있던 적운상이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금색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금안뇌정신공을 십이 성 가까이 성취했다는 증거였다.
구혁상은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 네놈!”
트루칸이 적운상에게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적운상이 손에 들고 있던 백운검으로 맞받아쳤다.
쩡!
“크아아악!”
트루칸이 달려들던 것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튕겨나가 땅을 뒹굴었다. 몽골 최강이라는 트루칸이 단 일격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트루칸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구혁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칸!”
부하들이 급히 트루칸을 부축하려고 했다.
빠지지직!
“크윽!”
그들의 손이 트루칸의 몸에 닿는 순간, 짜릿한 뇌기가 타고 들어왔다. 이에 모두들 화들짝 놀라며 손을 움츠렸다.
‘설마 하얀 이리는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을 다스린단 말인가?’
사내들이 모두 겁먹은 얼굴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여전히 쓰러질 듯, 말 듯, 위태위태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눈에서는 금색의 물결이 넘쳐나고, 들고 있는 백운검은 금방이라도 벼락을 쏟아낼 듯이 빠지직거렸다.
그때 벼락으로 인해 타버린 옷이 비바람에 날아가자 희미하게 빛이 나는 몸이 드러났다. 뇌기가 한순간에 전신의 혈을 모두 뚫은 것으로도 모자라, 몸 밖으로도 조금씩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는 사내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놀라움, 그리고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하…하얀 이리…….”
사내 하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금 적운상의 모습은 전설로 내려오는 진짜 하얀 이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오…….”
사내들이 너 나 할 것이 없이 모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랬구나. 그랬던 것이었어.’
구혁상은 오랜 세월 동안 금안뇌정신공을 연구했다. 그 결과 몸 밖에서 뇌기를 끌어와야 한다는 것은 알아냈지만, 그것이 설마 벼락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벼락을 맞고 살아난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벼락을 맞으면 백이면 백, 모두 죽는다. 오죽하면 죽어 마땅한 놈을 가리켜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욕을 하겠는가?
금안뇌정신공의 끝부분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렵게 꼬아서 써놓았기 때문에 해석이 불가능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냈다 해도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누가 벼락을 맞으려 하겠는가?
‘세상에 가장 강한 기운이 있으니, 그것이 뢰(雷)이니라. 뢰를 얻는 자, 하늘을 가르고 산을 부술지니… 누가 감히 맞서겠는가? 뢰를 얻는 자, 천하를 굽어보리라. 뢰를 얻는 자, 천하를 굽어보리라!’
금안뇌정신공의 구결이 구혁상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늘 참, 여러 번 우는 구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