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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화

2화. 사형제들 (2)

 

“정위야, 거기에서는 좀더 강하게 휘둘러야지.”

“네, 사부님.”

임옥군이 막정위의 자세를 지적해 주고 있을 때였다.

“응애애애애.”

“응애. 응애.”

어디에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임옥군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아이들도 무공수련을 하다 말고 모두 그쪽을 봤다.

그러자 물지게를 멘 적운상이 낑낑거리면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기 울음소리는 그가 메고 있는 물통에서 들려왔다.

모두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물통에서 왜 아기 울음소리가 난단 말인가?

“사부님. 헉헉!”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임옥군이 물통 안에 있는 아기들을 보며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아침수련에 늦은 벌로 물을 길어 오라고 보냈더니, 아기를 두 명이나 데려온 것이다.

“하아, 힘들다. 그게요, 사부님.”

“그래.”

“숲에서 울음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얘네들이 있었어요.”

“그, 그게 다냐?”

“네.”

임옥군은 말문이 턱하니 막혔다. 보아하니 누가 작심하고 버리고 간 것 같았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누가 이 깊은 산중까지 와서 아이를 버리고 갔냐는 거다.

아이를 버리려고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산 깊숙이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 산 입구에 버려놓아도 충분했다. 누군가 형산파에서 맡아주기를 바라며 버리고 갔다고밖에는, 달리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면 산 밑에 사는 양민일 수도 있었다. 형산파가 무림에서야 찬밥 신세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림문파라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해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으음, 어쩐다? 아기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형산파는 아기를 제자로 받지 않았다. 아기를 보살피려면 손도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들었다. 거기다 아기는 당장에 제 밥벌이도 못 했다. 제자로 받아봐야 이래저래 손해만 보지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내다버리자니 양심이 찔렸다. 비록 형산파가 지금은 이 꼴이지만 그래도 명문정파였다. 협(俠)에 어긋나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

임옥군은 재정의 압박 때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이 년 전에 적운상과 함께 딸려온 금자 열다섯 냥은 이미 예전에 모두 써버렸다. 워낙에 쪼들리다 보니 웬만큼 큰돈이 아니고서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일단 관 사제하고 상의를 해봐야겠군.’

임옥군이 물통에서 아기 한 명을 안아 들었다. 그러다 아기를 싼 이불보 속에서 여러 겹으로 접혀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펼쳐보니 거기에는 나중에 반드시 찾아와서 사례를 하겠다는 말과 함께 아기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연오와 나연란이라……. 둘이 쌍둥이로군.’

쌍둥이라는 것과 이름은 알았지만 누가 여아이고, 누가 남아인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와아…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사부님.”

주양악이 눈을 빛내며 물통에 있는 아기를 내려다봤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모두가 아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또 사제가 생기는 건가?”

“서린이는 좋겠네.”

“그러게. 금방 두 명이나 생겼잖아.”

아이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는 말에 은서린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대사형 막정위가 말하기를 한동안 사부님은 제자를 들이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은서린이 자기는 사제나 사매가 언제 생기냐고 물어보기에 사문에 돈이 없어서 그런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임옥군의 핑계를 댄 것이다.

그랬는데 이렇게 갑자기 두 명이나 생겼다. 아직 임옥군이 완전히 결정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이미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모두들 말을 함부로 하지 마. 아직 사부님이 이 아이들을 받아들일지 결정을 한 게 아니야.”

막정위가 하는 말에 아이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봤다. 오직 둘째 초사영만이 사문에 돈이 없어서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운상이는 아이를 안고 나를 따라오너라. 나머지는 수련을 계속하고.”

“네.”

임옥군의 말에 아이들이 아쉬운 얼굴로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적운상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임옥군의 뒤를 따랐다.

* * *

 

“그러니까 이 아이들을 키우자는 말입니까?”

“별 수 없잖아? 사제 생각은 어때?”

“음…….”

관대평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이 년 전에 와서 지금까지 사문에 눌러앉아 있었다. 원래는 다시 돈 벌러 나가야 했지만 그냥 모르는 척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임옥군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차마 다시 돈 벌어오라고 내보내지 못했다. 그런데 아기를 한 명도 아니도 두 명이나 받아들이자면 어쩔 수 없이 관대평이 나가서 돈을 벌어 와야 했다.

“그냥 어디 다른 데 주고 오면 안 될까요?”

“어디?”

“그야…….”

없었다. 형산파가 예전에 잘나갈 때는 서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형산파에서 오히려 부탁을 해도 거절하는 형편이었다.

“미안해, 사제.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가 없어.”

“장문 사형…….”

“그래. 가서 돈 벌어와.”

“에휴……. 네.”

등 떠미는 임옥군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나가는 관대평의 마음도 그랬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관대평에게는 돈을 버는 일이 특히 그랬다.

* * *

 

“적 사제, 이것 좀 기워줘라.”

대사형 막정위가 어깨가 뜯어진 상의를 가져와 부탁했다. 원래 이런 일은 여자인 주양악이나 은서린이 해야 했다. 하지만 주양악은 성격이 남자 같아서 바느질을 아예 못 했고, 은서린은 이제 막 배운 참이라 적운상보다 서툴렀다.

“예, 대사형.”

막정위가 가고 나자 둘째 초사영이 와서는, 눈에 힘을 팍 주면서 아무 말 없이 빨랫감을 던져놓고 갔다. 알아서 해놓으라는 뜻이었다.

“적 사형! 나 지금 무공수련 하러 가니까 설거지 좀 해줘.”

주양악은 적운상의 대답도 듣지 않고 휑하니 사라졌다.

“응애. 응애.”

그때 나연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에휴, 쌌구나.”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응아를 한 것 같았다. 나연오를 살피는데 이번에는 옆에 있던 나연란이 울음을 터트렸다. 쌍둥이라 그런지 옆에서 싸면 늘 같이 쌌다.

“크으… 냄새.”

적운상이 코를 막고 응아한 것을 모두 치웠다.

요즘 적운상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사문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데다 쌍둥이까지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사형제들은 쌍둥이와 같이 놀 때는 좋아라 했지만, 돌보지는 않았다.

쌍둥이의 똥오줌 치우고, 먹을 것 준비해서 먹이고, 울면 어르고 달래고, 씻기고 재우고, 그 모든 것을 적운상이 했다. 그나마 좀 도와주는 것은 오로지 은서린뿐이었다.

“적 사형, 이제 다 끝났어요?”

나연란과 나연오를 재우고 나오는데 방 밖에서 은서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응.”

“여기 앉아서 좀 쉬어요.”

“응.”

적운상은 전각 앞에 있는 계단에 은서린과 함께 나란히 앉았다.

“많이 힘들죠?”

“아니. 괜찮아.”

“사형들 모두 너무하는 것 같아요. 사저도 그렇고.”

“그런 거 아니야. 모두 바쁘잖아.”

“바쁘기는요. 조금씩만 도와줘도 적 사형이 덜 힘들 텐데.”

“초 사형이 나는 좀더 움직여야 한댔어. 그래야 살이 빠진데.”

그 말을 듣자 은서린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적운상은 그렇게 고되게 일을 하는데도, 전혀 살이 빠지지 않고 항상 그대로였다.

“적 사형.”

“응.”

“난 적 사형이 좋아요.”

은서린이 말하면서 얼굴을 조금 붉혔다.

“응. 나도 은 사매가 좋아.”

은서린이 귀여웠던지 적운상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줬다.

‘그런 뜻으로 좋은 거 아닌데…….’

나이에 비해 조숙한 은서린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둔한 적운상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 *

 

“장문 사형, 부르셨습니까?”

관대평이 방으로 들어오며 임옥군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이거 봐봐.”

임옥군이 내민 서찰을 관대평이 받아 들었다. 사숙인 구혁상으로부터 온 서찰이었다. 조만간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만입니까?

“음……. 한 오 년 정도 된 것 같구나.”

“구 사숙이 무슨 일로 오는 걸까요?”

“글쎄다. 그냥 지나는 길에 들르는 거겠지.”

“아 참! 이번에 또 도 사숙이 돈을 보내왔습니다.”

도 사숙은 구혁상의 사제인 도지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현재 형산파에 남아 있는 십대제자는 구혁상과 도지림 두 사람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두 사람 다 형산파에서 후학을 양성해야 하지만 재정이 어려워서 상황이 그렇지를 못했다.

구혁상은 가족도 없고, 거처도 없었다. 혼자서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젊은 시절 형산파를 일으켜 세워보겠다고 미친 듯이 무공을 수련했었다.

하지만 무당파의 삼대제자에게 십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패하자 크게 좌절했다. 그 후로 구혁상은 형산파를 떠났다. 그저 가끔 이렇게 한 번씩 서찰을 보내고 들를 뿐이었다.

그에 비해 도지림은 성도(省都)인 장사(長沙)에 자리를 잡고 작은 포목점을 했다. 그는 저 먹고 살기 힘든데도 꼬박꼬박 형산파로 돈을 보내왔다. 임옥군의 다섯째 제자 도자명 때문이었다. 그는 도지림이 늦은 나이에 얻은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허! 매번 참 고맙구나.”

“사문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저희들이 부족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네, 장문 사형.”

“그런데 너는 언제 가냐?”

나가서 돈 벌어오라는 뜻이었다. 관대평은 아기를 제자로 받았는데도 돈 벌러 나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하. 사형도 참. 오랜만에 구 사숙이 오는데 얼굴은 보고 가야 하지 않습니까?”

“흠. 그것도 그렇구나.”

관대평이 불쌍해서 차마 더 닦달하지 못하는 임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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