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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155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155화

 

 

 

  다 읽어본 소천악이 탄성을 질렀다.

 

  "훌륭한 계책이군요."

 

  "허허, 항상 문주님에게는 칭찬만 들으니 이러다 자만심에 빠질까 두렵습니다."

 

  "아닙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제갈세가라 해도 심 군사님을 만나면 꼬리를 말아야 할 겁니다."

 

  거듭 칭찬을 먼저 한 소천악은 이후 심자앙과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세심하게 대화를 나눴다.

 

 

 

  심자앙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마친 소천악은 은밀히 종천리 총관을 불렀다. 그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속하 종천리, 문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이보시오, 종 당주. 둘이 있을 때는 이렇게 어색하게 놀지 맙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까다롭게 살았습니까."

 

  "그래도 문규가 있으니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아, 됐소. 그런 것은 사람들 있을 때나 지키고 우리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지냅시다."

 

  손사래를 휘휘 치며 말하는 소천악을 바라보며 종천리는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아는 소천악은 전과 한 치의 변함도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한결같은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부하들을 배신할 문주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입증해 주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문주님?"

 

  "다름이 아니고 혈살막 살수들이 일을 좀 해줘야 할 거 같소."

 

  "무엇이든 명령만 내리십시오."

 

  "지금 이것은 극비 밀서요. 이것을 소림사 방장인 혜연 대사에게 전해주시오."

 

  "예,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지요."

 

  "전령을 들고 떠나는 살수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시오. 이 밀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정파나 우리나 곤경에 처할 것이니 믿고 따라달라고 전해주시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천년마교의 교주인 구정학에게 전해주시오. 앞으로 우리와 협력하자는 내용이니 실수 없이 전달해야만 합니다."

 

  "염려 놓으십시오.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우리 혈살막 살수들에겐 식은 죽 먹기입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종천리를 신뢰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소천악이 엉뚱한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종 당주님은 결혼 안 하시오?"

 

  "해야지요. 무림이 안정되면 저도 일가를 이뤄야지요."

 

  "빨리 그런 날이 돌아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도 문주님의 결심을 믿습니다."

 

  "믿어주니 고맙소. 하하!"

 

  종천리가 떠나가자 다시 표정을 굳힌 소천악은 수뇌부 회의를 모집했다. 모든 폭풍문의 수뇌 고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고 온유상 대인도 모여 있었다.

 

  "우리 폭풍문이 이제 출전을 해야 할 때가 온 거 같습니다."

 

  "아니 벌써 출전입니까? 정파연합과 혈교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는 뇌가이 사존각주였다. 소천악은 빙긋 웃으며 자신의 견해를 소상하게 밝혔다.

 

  "정파연합이 무너지면 우리 혼자 혈교를 상대해야 합니다.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차라리 정파연합과 힘을 합쳐 싸운다면 장차 정파연합과의 사이도 좋아질 것이고 사파라고 우리를 무시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음……."

 

  이치에 맞는 소천악의 말에 장내에 가득 모인 뇌가이 사존각주와 왕처기 집마각주 등 사마도의 거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문주로서 내리는 명이오. 모두 따라주기를 바랍니다."

 

  갑자기 소천악이 위엄을 갖고 말하자 장내에 있던 사마도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존명 문주님의 명을 받듭니다."

 

  "지금부터 우리 폭풍문은 총 3대로 나뉘어 진군을 할 것입니다. 폭풍 1대는 저와 함께 가는 것이고 폭풍 2대는 집마각의 왕처기 각주가 맡아주시고 폭풍 3대는 사존각의 뇌가이 각주가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병법은 내일 아침 출발할 때 드리는 서찰을 참고하여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이 작전은 기밀이 생명이오니 이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의외로 사마도의 거두들은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싸울 것인데 조금 있다가 싸우나 지금 싸우나 별 차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현재 폭풍문의 수뇌들은 강호 어디에 가도 큰소리칠 수 있는 무공실력을 이룬 사람들이다. 무공에 자신이 있다 보니 그 나름대로의 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총 3대로 나뉜 폭풍문은 거대한 문파의 모든 무사들을 총동원하여 일제히 정문을 나서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선지는 놀랍게도 바로 정파연합과 혈교가 사생결단으로 혈전을 벌이던 산동성(山東省) 제녕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천년마교가 웅크린 십만대산의 정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하오문과 개방이 총동원된 정보망이 가동되어 폭풍문과 천년마교가 한판 붙는다는 소문을 천하에 쫙 퍼뜨렸다.

 

  혈교의 눈들인 수많은 첩자들도 이미 폭풍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폭풍문이 움직이자 경악했으나 그 목적지가 십만대산인 것을 알고 곧 회심의 미소를 띠며 음밀하게 폭풍문을 추적하며 부지런히 혈교로 전서구를 날렸다.

 

  첩자로부터 정보를 받은 혈교 측은 처음엔 의심했다. 특히 엽기적인 소천악의 행각에 늘 뒤통수를 맞았던 두수종 영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믿어도 되냐?"

 

  옆에 앉아 있던 막광이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놈이 마교에 가서 원한을 심고 온 모양입니다. 일종의 복수전 아닐까요?"

 

  "그러면 좋은 일인데. 서로 싸워서 양쪽이 많이 죽으면 죽을수록 우리 혈교에게는 호재야, 호재."

 

  "흐흐, 일이 의외로 잘 풀리네요."

 

  "일단 폭풍문을 감시하는 첩자들에게 자세한 내막을 어떻게든 알아보라고 지시해. 특히 왜 느닷없이 마교를 공격하는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봐야 한다."

 

  "네, 영주님."

 

  당차게 대답한 막광은 곧바로 부지런히 첩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러 움직였다. 혈교를 속이려는 심자앙의 계략은 순조롭게 먹혀갔다.

 

 

 

  한편 폭풍문이 밀려온다는 정보를 들은 마교 수뇌부는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이미 소천악이 혈살막 살수를 통해 연락을 넣어 계략이라는 밀서를 전해준 터라 마교 측에서는 정보를 듣고도 아직 아무런 준동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천악이 제안한 조건에 더욱 마음이 끌리는 구정학 마교주였다.

 

 

 

  <마교도 이젠 천하로 나와야지요. 이번 혈교사태가 잘 수습되면 정사양도와 더불어 중원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노력하지요.

 

  대신 혈교를 막아줄 고수들을 파견해 주시기길 바랍니다. 한마디로 상부상조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구정학 마교주는 밀서를 뚫어지게 읽어보곤 바로 마교 수뇌부 회의를 소집했다.

 

  구정학 마교주를 비롯해 천년마교를 움직이는 실세들이 줄줄이 대전에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 먼저 구정학이 밀서 내용을 공개하자 바로 의견들이 나왔다.

 

  "좋은 기회입니다. 저번에 소천악을 보니 남자대장부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 자는 절대 계략을 꾸며 우리 마교를 궁지에 몰아넣지 않을 겁니다."

 

  휘준파 장로의 단호한 일성이 터지자 대전에 모인 마교 수뇌부들의 마음이 기울 무렵 천일평 마존각주가 뒤따라 발언했다.

 

  "제가 보기에도 폭풍문의 문주인 소천악은 신뢰할 만한 인물입니다. 제 사위라 하는 말이 아니라 지켜본 결과 음모를 획책할 인물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세력을 가진 휘준파와 천일평 각주의 말에 마교 수뇌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구정학 마교주가 한마디를 던졌다.

 

  "내 생각도 두 사람과 같소. 우리 마교가 이 험난한 십만대산에서 벗어나 중원 땅으로 갈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수많은 세월을 기다리는 고통이 따를 것이오."

 

  "교주님! 우리 천년마교는 강호제일입니다. 누가 감히 우리가 움직이는데 거슬리겠습니까?"

 

  장일수 장로였다. 전통적인 천년마교에서도 힘을 숭상하는 고지식한 인물이었다. 구정학 마교주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장일수 장로의 말도 일리는 있소만 우리 천년마교를 경계하는 중원무림에서는 우리의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오. 자칫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 천년마교 혼자서 중원의 정사 무림인들을 모두 상대하는 어려움이 있소."

 

  "음……."

 

  장일수 장로는 침음성을 토하며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사실 그런 이유로 여태껏 마교의 중원진출이 좌절된 숱한 과거를 지닌 걸 그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가 침묵하자 더 이상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정정당당하게 중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걸 놓치고 싶지 않은 게 공통심리였다. 그런 마교 수뇌부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구정학 마교주였다.

 

  "자, 그럼 여기서 찬반을 묻겠소. 소천악 폭풍문주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손드시오."

 

  그는 일부러 반대자를 손들게 만들었다. 사람 심리상 먼저 손드는 걸 꺼리는 걸 노린 고차원적인 수법이다. 예상대로 손을 드는 이는 참석한 30명 중 단 한 사람뿐이었다. 역시 장일수 장로였다. 하지만 그의 반대는 다수결의 원칙에 힘없이 밀려 곧 사라졌다.

 

  오랜 회의 결과는 심자앙의 예상에서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폭풍문과 협력하여 천년마교의 부흥을 이루자는 구정학 마교주의 주장에 모든 장로들은 두 손 들고 찬성을 표했다. 유일한 고집불통 장일수도 결국 찬성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만족스런 얼굴로 구정학 마교주가 일성을 토했다.

 

  "이제 우리 천년마교는 폭풍문과 동맹을 맺고 중원에 진출한다."

 

  "천세! 천세! 마교주님 천세!"

 

  일제히 소리치는 마교 수뇌부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쁨이 가득했다. 그렇게 마교의 움직임은 묘하게 시작되었다.

 

 

 

  마교의 결정은 신속하게 전서구를 통해 진군하던 소천악에게 전해졌다. 말을 타고 달리며 소천악은 옆에 있던 심자앙 군사에게 물었다.

 

  "심 군사님, 아직도 첩자들이 따라붙고 있다는 정보입니까?"

 

  "예, 지금 현재 파악되는 인원만 해도 4명이 따라붙었다는 얘기입니다. 저들의 감시망을 어떻게 떨쳐 나갈 생각이십니까?"

 

  "아, 그거는 마교에 가면 자연적으로 풀어질 겁니다. 흐흐, 마교로 가는 길은 정말 숨어서 따라오기 애매할 겁니다. 뭐 정 따라온다면 뒤지는 수밖에 없죠."

 

  "그런 곳입니까?"

 

  호기심 어린 심자앙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소천악이다.

 

  "가보시면 압니다."

 

  피식 웃음을 지으며 움직이는 소천악과 제1대는 스스럼없이 마교로 가는 십만대산으로 향했다. 어차피 십만대산을 통해서 제녕으로 가는 길은 약간 돌아갈 뿐이지 그렇게 우회하는 길은 아니었다.

 

  십만대산에 들어선 소천악과 폭풍 1대는 바로 마교로 가는 통로로 향했다. 이미 마교와 연락을 통한 관계로 마교의 습격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곳을 통과하던 소천악은 뒤에 따라오던 탁천웅에게 말했다.

 

  "천웅아."

 

  "네, 형님."

 

  "너는 여기서 몇 사람을 데리고 남아 있다가 따라오는 혈교의 첩자들이 얼쩡거리거든 모조리 주살해 버려라."

 

  "다 죽입니까?"

 

  "겁 없이 들어오는 놈들은 다 죽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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