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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133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133화

 

  "접니다.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천일평의 얼굴이 시퍼런 광채를 뿜어내며 구정학 마교주에게 말했다.

 

  "교주님! 오늘 속하가 무례를 범해도 되는지요?"

 

  "허허! 우리 천년마교는 힘을 숭상하는 문파요. 저자가 마존각주와 시비가 붙는다면 당연히 강자존의 원칙에 따라 승자에게 권리를 줄 것이오."

 

  "죽여도 되겠습니까?"

 

  "힘이 있으면 허락하오."

 

  역시 마교주다운 답이 나오자 흐뭇한 미소로 예를 표한 천일평 마존각주가 천천히 소천악에게 걸어왔다. 바로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은 거칠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감히 내 딸을 보고 싶다고?"

 

  "그렇소이다."

 

  "이 새끼야! 오냐, 보여주마. 대신 저승 가는 길에 보도록 해라."

 

  "절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제겐 없소이다."

 

  당차게 대답하는 소천악의 말투에도 분노가 서려 나왔다. 아무리 보고픈 여인의 부친이라지만 이런 무례를 참고 넘길 그가 아니다.

 

  "이런 하룻강아지 같은 놈이!"

 

  "후후! 요새 하룻강아지도 환골탈태해 여차하면 호랑이도 단매에 두들겨 팬다는 이야기는 못 들으셨소이까?"

 

  "무엇이라?"

 

  "각주께서 말로 하기 싫으시면 간단하게 무공으로 합시다. 각주님이나 나나 무림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는 칼밥 인생이라면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있소이까?"

 

  "어이없는 놈이로고."

 

  기가 막힌 천일평 마존각주가 매섭게 소천악을 노려보자 지지 않겠다는 듯 소천악도 매섭게 쏘아보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옆에 서 있던 탁천웅이 지루한 듯 한마디를 던졌다.

 

  "형님! 저 노친네 왜 지랄발랑을 떨어대냐요?"

 

  "응, 가끔 이런 노친네도 살고 계신단다."

 

  유유하게 대꾸하는 소천악의 말에 마교주를 비롯한 마교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마존각주란 위치는 마교의 장로만이 맡는 고위직 중에서도 고위직이었다.

 

  물론 현 마존각주인 천일평도 마교의 십이장로 중에 한 사람이다. 당연히 원로 대접을 받으며 교주라 할지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거마 중에 거마였다.

 

  그런 그를 눈앞에 두고 태연하게 비하하는 두 놈의 머리를 쪼개 들여다보고픈 심정임은 당연했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들! 내 오늘 네놈들을 모조리 황천길로 보내주마."

 

  펄펄 뛰는 천일평 마존각주를 바라보던 소천악이 차갑게 말했다.

 

  "나가시죠. 어디 누구 머리통이 깨지나 한번 해봅시다."

 

  "오냐, 네 이놈! 나와라!"

 

  "안내하시오."

 

  얼마 후 구정학 마교주를 비롯한 마교 수뇌부 상당수와 탁천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무장 양쪽에 선 천일평 마존각주와 소천악이다.

 

  이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맹렬한 적대감을 가지고 두 눈을 부라렸다. 천일평 마존각주가 이를 부드득 갈며 음산하게 말했다.

 

  "이제 네놈 제삿날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죄송하오만 노친네에게 뒈질 나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 노친네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한번 알아보지요."

 

  "네 이놈!"

 

  노화를 참지 못한 천일평이 벼락같이 쌍장을 교차하며 회오리치는 경력을 과시하며 덮쳐왔다. 순식간에 검은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소천악을 당장에라도 찢어발기려 했다.

 

  "흥! 이 정도론 어쩌지 못하오."

 

  소천악은 냉소를 치며 쌍장을 번개같이 뻗어내자 검은 기운이 양쪽으로 쭉 갈라지며 천일평의 대혈을 노리고 휘몰아쳤다.

 

  "이런, 제법 한수가 있는 놈이구나."

 

  천일평이 쌍장을 마주쳤다 밀어내자 거센 경력이 섬전같이 회오리치며 소천악의 공세를 차단하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소천악은 만만치 않은 공세에 드디어 비기를 드러냈다. 천축에서 명상으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혈검구식을 권법으로 변초한 혈검일장이 서서히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비록 검법보다야 위력이 약했지만 만만한 장법은 아니었다.

 

  어차피 천년마교의 장로를 만만한 상대로 여기지는 않았다. 손끝에서 마치 불타오르는 태양 같은 혈기가 치솟으며 핏빛 기운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헉, 이런 기운이!"

 

  경악한 천일평이 다급한 와중에 급히 천마장을 시전했다. 마교절기 중 십위권 내에 있던 천마장은 바로 아수라의 현신 같은 먹구름을 동반하며 핏빛 기운과 충돌했다.

 

  콰르르릉! 우르르, 콰쾅!

 

  천지가 번복되는 폭음이 들리며 사방은 온통 먼지구름이 자욱했다. 이윽고 먼지가 걷히자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소천악은 연무장에 굵은 발자국을 두 걸음 보이며 물러서 있었다. 충격을 약간 받은 듯 잠시 비틀거리기는 했으나 심한 부상은 없어 보였다. 하나 천일평은 더 상태가 안 좋았다. 무려 네 걸음을 비틀거리고 물러선 흔적이 역력했다.

 

  입가에 가는 선혈이 흘러나오는 천일평이었다. 적잖은 충격으로 약간의 내상을 입은 게 확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손으로 쓱 입가를 훔치며 스산하게 말하는 천일평이다.

 

  "이놈, 제법이구나. 이젠 사정 봐주지 않는다. 맨손으로는 어려울 테니 검을 뽑아라."

 

  "오호! 생사결인가요? 노친네, 하나만 아시는 게 좋습니다. 전 강호에 출두한 이래 상대가 무기를 들지 않는데 저 혼자 무기를 든 적은 딱 한 번뿐입니다. 노친네가 그보다 고수란 생각은 들지 않소이다."

 

  "허! 기막힌 놈! 감히 나 마존각주를 협박하는 놈이 있다니!"

 

  "후후! 협박이 아닙니다. 아무리 제가 보고자 하는 여인의 부친이라 할지라도 전 사내대장부외다. 한 입으로 두 말은 하지 않소이다."

 

  "오냐! 네놈이 나를 이긴다면 다 해주겠다."

 

  "그 결심이시면 어서 오시지요. 말하다 해 저물겠소이다."

 

  태연하고도 냉정한 소천악의 말에 울화통이 터진 천일평이지만 곧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초절정고수의 대결에서 마음의 불안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걸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이내 결심의 눈빛을 보낸 그가 두 손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컥, 저건 천마삼장의 기수식!"

 

  놀란 마교주가 외치자 구경하던 마교인들의 얼굴이 급변했다.

 

  천마삼장!

 

  생사대적이 아니라면 절대 사용이 금지된 저주의 장법이었다. 상대를 잔혹하게 난자하는 장법의 묘리 때문에 비무에서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비전절기였다.

 

  이미 노화가 치민 천일평은 금지라는 걸 무시하고 기어코 소천악을 격살할 속셈이었다. 소천악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자 안색을 침중히 굳히며 혈천신공을 끌어올렸다.

 

  단 일 초의 대결에 승부가 갈리는 걸 모르지 않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걸을 때마다 연무대 위에 있던 청석이 푹푹 파여 얼마나 가공할 내력을 뿜어내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받아랏. 이 싸가지 없는 놈!"

 

  "오시오!"

 

  환한 대낮인데도 사방을 시커멓게 덮은 검은 기운이 뭉클거리며 소천악에게 몰아쳤다. 어찌 보면 악귀의 형상처럼 섬뜩하게 다가서는 장영이다.

 

  소천악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혈천신공을 끌어올린 상태로 혈검이식을 장법으로 변환한 채 굳건하게 마주쳐 갔다.

 

  폭음이 귀청을 찢을 듯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며 연무대는 부서진 돌조각이 어지럽게 난무했다. 한동안 아무도 두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마교주마저도 혼탁한 먼지에 휩싸인 연무대 상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윽고 시야가 트이자 보이는 모습은 놀라웠다. 마존각주가 원래 자리에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 소천악도 무사하지는 못한 듯 몇 걸음 물러선 채로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런 신음을 토했다. 놀란 구정학 마교주가 소리쳤다.

 

  "헉, 마존각주가! 여봐라, 어서 각주의 상태를 알아보아라."

 

  "존명!"

 

  번뜩이며 날아간 마교주 시위대는 즉시 마존각주의 상세를 살펴보곤 목소리를 높였다.

 

  "상세가 심각하나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어서 약왕전으로 모셔 치료토록 하라."

 

  "네, 교주님!"

 

  한 시위대가 천일평 마존각주를 업고 화살같이 몸을 날려 멀어져 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구정학 마교주가 소천악에게 말했다.

 

  "놀라운 무공이군. 마존각주를 격퇴할 정도라니. 내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를 않는군."

 

  "과찬이십니다. 겨우 반 초 차이로 승세를 잡았을 뿐입니다."

 

  입가에 가는 선혈이 흘러나오는 소천악이 짐짓 힘든 듯 말했다. 사실 위장이었다. 좀더 편하게 천일평 마존각주를 해치울 수도 있었지만 혈사부의 충고대로 무공을 감추다 보니 조그만 내상을 입었을 뿐이다.

 

  구정학 마교주는 새삼스레 소천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 그대도 내상을 입었으니 운기조식으로 상세를 다스리고 내일 마존각주의 딸을 만나도록 하라."

 

  "사나이의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위대는 즉시 저자를 귀빈각에 모셔라."

 

  마교주의 연속적인 지시에 시위대는 아무런 말 없이 소천악을 숙소로 안내했다. 소천악이 여장을 풀고 운기조식에 들어가자 바로 탁천웅이 옆에 서서 두 눈을 부라리며 호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4-8장 마교제일미를 얻다

 

 

 

 

 

  마교주는 나시훈(羅視勳) 대장로와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장로님! 이거 기회입니다."

 

  "맞소이다. 그 골치 아픈 녀석을 마교에서 치우라고 하늘이 주신 거니 놓치면 안 됩니다."

 

  "염려 마십시오. 이미 모든 조치를 다 취해놓으라 일렀습니다."

 

  "어떻게?"

 

  궁금한 듯 나시훈 대장로가 바짝 다가서자 구정학 마교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에게 일각만 본심을 숨기고 대화하라고 했답니다. 요조숙녀로 지내라고 하니 약속하더이다."

 

  "음, 쉽지 않은 일인데."

 

  "천마신공으로 구슬렸지요."

 

  "헉, 천마신공을 전수할 요량이시오?"

 

  놀란 나시훈 대장로의 물음에 부드러운 미소로 답하는 구정학 마교주였다.

 

  "말도 안 되지요. 다만 유혹의 당근이죠. 그 다음 계책을 세워놓았으니 이번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겁니다. 천일평 마존각주도 정신을 잃고 치료 중이니 방해할 이도 없습니다."

 

  "크흐흐! 정말 잘된 일이오."

 

  자신을 두고 음모가 벌어지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소천악은 운기조식에만 열중할 뿐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마교주가 보낸 이가 나타났다.

 

  "공자! 지금 천 낭자를 보러 가시라는 교주님의 지시입니다."

 

  "오! 역시 마교주님은 약속을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시군요."

 

  반색하던 소천악이 옆에 있던 탁천웅에게 눈짓하자 오래 지낸 사이답게 금방 알아챈 탁천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대에 벌렁 드러누었다. 나름대로 심통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싹 무시한 소천악은 발걸음을 재촉해 드디어 마존각주의 외동딸인 천취려를 만나러 걸어갔다. 마존각에서 불과 백여 장 떨어진 곳에 그녀의 자그마한 장원이 있었다.

 

  마존각 고수의 안내를 받아 가는 소천악은 가슴이 절로 두근두근거렸다. 강호에 나온 이래 가장 만나기 힘든 여인이었다. 아까 심정으로는 정보를 준 녹류강 개방 대장로를 묵사발내고픈 심정이었다.

 

  생각하는 사이 이미 전각 내로 발은 들어섰다. 이미 전갈을 받은 듯 전각에 있던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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