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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1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18화

냉원상과 수혼대가 굽이를 돌아갈 때쯤 마차와 후미의 무사대가 도착했다.

“어떻게 된 건가?”

혁련광이 바위처럼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놈들이 저희가 오는 걸 보고…….”

관철양은 조금 전 상황을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다.

설명을 다 들은 혁련광이 마차를 돌아다보았다.

“소성주, 아무래도 따라가 봐야 할 것 같소.”

“먼저 가세요. 저는 시신을 정리한 다음 부상자와 함께 따라가겠어요. 단, 저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여겨지면 즉시 물러서야 합니다.”

“알겠소.”

“우리가 먼저 가보겠네!”

절정고수인 장로와 호법들이 먼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너희들은 소성주를 돕도록 해라.”

백리호도 백리우진에게 말하고는 즉시 뒤를 따라갔다.

 

***

 

냉원상의 판단이 옳았다.

거경당과 절검당 무사들이 오 리쯤 쫓아갔을 때 양쪽 숲에서 백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도주하던 자들도 돌아서서 공격에 합류했다.

“이런, 개자식들이!”

황대광이 욕을 퍼부으며 수중의 극(戟)을 휘둘렀다.

그의 주무기인 극은 일반 극과는 그 크기부터 달랐다.

봉의 길이는 여덟 자로 약간 큰 정도에 불과했지만, 창날인 자(刺)가 한 자나 되었고, 창날 아래에서 낫처럼 휘어진 원(援)의 길이도 한 자 세 치나 되었다.

분노한 그는 자신의 공력을 극에 집중시키고 광폭하게 휘둘렀다.

극에서 쏟아져 나온 기운이 폭풍을 일으키며 회오리쳤다.

“으아악!”

“크악!”

습격자 중 두 사람의 몸뚱이가 기의 회오리에 휘말려서 피분수를 뿜으며 잘려나갔다.

소름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위력에 습격자들이 황대광과 거리를 두었다.

그때였다.

“황대광!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습격자 중 황대광의 반쪽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자가 날아들며 황대광을 공격했다.

황대광이 그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너는 고중조?”

“오랜만이다, 황대광!”

“네놈이 어떻게 여길…… 설마……?”

황대광의 부릅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사혼마검 고중조는 형주 사절방(四絶幇)의 장로다. 그가 하남에 나타나서 자신들의 앞을 막다니.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서늘해진 황대광은 일단 고중조를 떠보았다.

“오냐! 이제 보니 사절방 놈들이 천은방을 도와서 신천검문을 쳤던 것이구나!”

“흥! 신천검문은 우리와 상관없다. 우린 그저 네놈들에게 십삼 년 전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뿐이니라!”

사절방은 십삼 년 전 천궁마신에게 처절히 짓밟혔다. 일천 방도 중 절반 이상이 죽음을 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피눈물이 무릎을 적셨던 그날의 한을 어찌 잊으랴!

“너희들은 약해서 졌을 뿐이다. 남자새끼가 패배를 만회하고 싶으면 정식으로 대결을 청해야지, 이게 무슨 비겁한 짓이냐!”

“비겁? 구천성 놈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오늘은 먼저 네놈의 대가리를 잘라서 방도들의 원혼을 위로하겠다!”

“어림없다, 이놈!”

황대광이 노성을 내지르며 고중조를 공격했다.

당장 머리를 싹둑 잘라서 창끝에 매달고 싶었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막상막하였던 두 사람이다. 지금 역시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엇비슷했다.

절검당주 손득환 쪽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사십대로 보이는 중년무사와 대결 중이었다. 얼굴이 가무잡잡한 놈은 도를 무기로 썼는데, 우세를 점하기는커녕 한순간만 실수해도 놈의 도에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알 것 없다, 구천성의 개!”

손득환은 상대의 정체도 모른다는 것에 더 울화통이 치밀었다.

으드득, 이를 간 그는 위기가 아니면 좀처럼 펼치지 않는 절검삼화를 펼치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노오옴!”

절검삼화가 비록 삼초 십팔식에 불과한 검법이지만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절초였다.

그가 중단에서 검을 뻗으며 좌우로 흔들자, 허공 가득 검화가 피어나며 상대 칼이 움직이는 동선을 잘라냈다.

얼굴이 거무잡잡한 중년인은 손득환이 펼친 검의 무서움을 바로 깨닫고 칠성 방위를 따라 도를 일곱 번 휘둘렀다.

쩌저저저정!

벼락 치는 소리가 울리며 두 사람 주위로 검기와 도기의 파편이 퍼져 나갔다.

“이제 보니 칠성귀도 막호구나!”

“알았으면 이제 죽어라!”

서로를 향해 외쳐댄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전력을 다해서 검을 뻗고 도를 휘둘렀다.

또 다시 막상막하의 접전이 이어졌다.

그렇게 황대광과 손득환이 호적수를 만나 접전을 벌이는 동안 거경당과 절검당 무사 십여 명이 더 쓰러졌다.

상대의 급습으로 쓰러진 이십여 명까지 합하면 사십 명 가까이 쓰러진 상황이다.

거기다 부상자까지 합하면 피해가 오십 명이 넘었다.

“조금만 버텨라! 곧 지원대가 올 것이다!”

누군가가 악을 쓰듯 외쳤다.

계곡을 울리는 메아리가 스러질 즈음, 마침내 냉원상과 수혼대가 도착했다.

냉원상은 머뭇거리지 않고 혈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수혼대원들도 위기에 처한 무사들을 구하기 위해서 신형을 날렸다.

“우리가 왔다! 조금만 더 버텨!”

“저 개자식들을 쓸어버려라!”

수혼대원들은 각 조직의 정예무사로 이루어진 터라 일반 무사들보다 훨씬 강했다.

그들이 합류해서 습격자들의 후미를 공격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위기에 몰렸던 거경당과 절검당원들도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

 

후속대와 섭가장 무사들마저 앞으로 달려가자, 패왕거를 비롯한 마차 세 대와 흑월대, 그리고 백리우진의 천혼전 무사와 독고민이 이끄는 경천단 무사들만 남았다.

그들은 일단 사상자를 장로와 호법들이 타고 온 마차 두 대에 싣고 출발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마부석에 앉아 있던 장천운이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며 미간을 좁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치 속임수에 당한 후의 찝찝함 같다고나 할까?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좌측은 경사가 가파른 절벽이었고, 우측은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놓여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었다.

고개를 쳐든 그는 좌측의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경사가 완만한 야산 쪽보다는 절벽 위가 마음에 걸렸다.

“천운, 어떤 자들이 공격했다고 생각해?”

사마경이 마차 안에서 물었다.

장천운은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사마경의 질문에 먼저 답했다.

“그들의 정체가 뭐든 천은방과 관련이 있는 자들일 겁니다.”

정유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말해 봐요.”

“저들도 저희 쪽 인원이나 구성원을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무모한 공격을 했는지 의아합니다.”

“한번 시험해보려고 공격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런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닌지…….”

장천운은 정유의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절벽 위를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가공할 살기!

‘설마……?’

바로 그때, 우측의 야산 능선 쪽에서 사나운 기운이 밀려들었다.

패왕거의 우측을 지키고 있던 혁련기도 그 기운을 느꼈는지 버럭 소리쳤다.

“저 능선 너머에서 적이 다가오는 것 같소! 조심하시오!”

모두의 시선이 우측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한 떼의 무사들이 산능선을 넘어오더니 마차 쪽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대충 봐도 백 명이 넘을 듯했다. 도와 검은 물론이고 창, 월, 권, 극 등 온갖 병기를 든 그들은 악을 쓰며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구천성 놈들이 저기 있다! 쳐라!”

“원수를 갚자!”

와아아아아!

우측을 지키던 흑월대 일조원들은 무기를 빼든 채 마차를 지키며 그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긴장한 표정이긴 해도 두려워하는 자는 없었다.

반면 좌측의 이조원들은 긴장은커녕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한가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농담을 해대는 사람마저 있었다.

“저 새끼들이 점심 때 뭘 잘못 먹었나?”

“완전히 겁을 상실한 것 같은데?”

“우리 대주에게 교육 좀 받아야할 놈들이군.”

“씨바, 밥맛 떨어지게 그 말은 왜 해?”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그런 말을 해댈 사람은 은명객밖에 없으니까.

그때 백리우진이 먼저 천혼전 무사를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마주쳐 갔다.

“저들은 우리가 맡겠소!”

“흥! 우리도 있다!”

독고민도 지지 않겠다는 듯 경천단 무사들과 함께 신형을 날렸다.

곧 격전이 벌어지면서 시뻘건 피가 튀고, 사지가 잘려나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마차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콰광! 떠더덩! 쩌정!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

장천운은 그들을 일견한 후 다시 절벽 위로 시선을 돌렸다. 신경을 건드리는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그가 좌측을 지키는 흑월대 이조에게 경고를 보내려는 순간, 절벽 위에서 갈의를 입은 무사 수십 명이 까마귀 떼처럼 날아올랐다.

“위에 적이다! 조심해!”

장천운이 소리쳤다.

그가 소리치기 전까지만 해도 패왕거의 좌측을 지키고 있던 흑월대 이조원과 후미를 맡고 있던 삼조원들조차 우측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구천성 무사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간다. 얄미운 자들이 수장으로 있긴 해도, 미우나 고우나 한 동안은 동고동락할 수밖에 없는 자들 아닌가. 머리 위쪽에서의 움직임은 신경 쓸 틈도 없이 손에 땀이 절로 찼다.

은명객들이야 신나는 구경거리에 농담을 지껄이느라 무기마저 뽑지 않은 상태였고.

“뭐? 어떤 새끼들이……!”

그들은 장천운이 소리친 후에야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절벽 위에서 빠르게 낙하한 자들이 어느새 그들의 머리 위에 도달해 있었다.

“마차를 지켜!”

한마디 외친 장천운은 낙하하는 갈의인들 속으로 몸을 날렸다.

쩌저저적!

“크억!”

“으헉!”

벼락처럼 뻗어가는 검세에 갈의인 셋이 염라대왕 앞으로 달려갔다. 피가 뿜어지고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는 현월이 이미 몸을 훑고 간 후였다.

그러나 갈의인의 숫자는 삼십 명이 넘었다.

장천운의 손길을 벗어난 자들이 흑월대 이조원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흑월대 이조원들은 다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하며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은명객들도 황급히 무기를 뽑았다.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욕을 퍼부어댔다.

“이 개새끼들이 어디서 비겁하게!”

“전부 죽여 버려!”

쩌저저정! 콰광!

사공명신과 두양양, 은명객 등 흑월대 이조원들은 상당수가 절정에 도달한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워낙 갑작스런 공격이어서 공력을 제대로 끌어올릴 시간조차 없었다.

반면 적의 공격은 절벽 위에서 날아드는 기세까지 합쳐진 터라 본 실력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싸움이 벌어지자마자 등평과 목진화가 적의 공격에 부상을 입었는지 잘려진 옷자락 사이로 피를 흘렸다.

후방에 있던 구산의 흑월삼조가 이조를 지원하기 위해서 신형을 날렸다.

제일 먼저 저두심의 표도 네 자루가 허공을 날았다.

“이거나 먹어라!”

그 사이 갈의인 둘을 더 처리한 장천운은 마차 위로 내려섰다.

아직 소름끼치는 살기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놈의 목표물은 소성주 사마경일 것이다.

“소성주,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자가 있습니다.”

현월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마차 위에 오연히 선 그가 사마경에게 말했다.

패왕거는 일반 마차와 많이 달랐다.

단단한 나무와 철판을 덧대서 삼중으로 만들어진 벽은 절정고수의 내공이 실린 검조차 관통하기가 힘들었다.

난전이 벌어진 지금은 밖으로 나오는 것보다 안이 더 안전했다.

그런데 마차 문이 열리더니 연송하와 류화가 마차 밖으로 나왔다.

검을 빼든 그녀들은 마차의 양 옆을 지켰다.

장천운은 그녀들이 걱정되었지만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들의 임무도 자신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송하야, 조심해.]

연송하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였다. 마치 하늘이 무너진 듯 가공할 기운이 온몸을 짓눌러왔다.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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