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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83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83화

 

  "지금 바로 중원 내에서 이름난 낭인무사를 모집해 주시오. 물론 천축에 나간다는 말을 꼭 해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겁니다. 은자는 평소보다 두 배로 준다고 말씀해 주시오."

 

  "헉! 천축에 보낼 낭인무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거 쉽지 않을 텐데요. 아무리 낭인무사가 돈에 목숨을 건다 해도 천축이라면 꺼릴 겁니다. 멀어도 어지간히 멀어야 엄두가 나지요."

 

  "그러니까 보수가 후하다는 거 아니오. 일단 연통을 보내주세요. 그 다음이야 낭인무사 몫이니 뭐라고 할 수 없지요."

 

  침중한 표정으로 듣던 곡 지부장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사실 낭인무사가 오고 안 오고는 자기 소관이 아닌 터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소협의 청부대로 각 낭인무사들이 모이는 시장에 연통을 넣지요. 그런데 기한은 언제까지로 합니까?"

 

  "앞으로 보름 이내로 하시오. 대신 결정이 늦은 낭인무사들은 가는 길목에서 합류해도 무방하다고 하시오. 여기 우리가 움직일 예상 경로가 있으니 이걸 모두 알 수 있도록 여러 장 그려서 전해주시오."

 

  "그러지요. 그런데 난데없이 웬 천축에 갈 낭인무사를 모집하시는 겁니까? 혹시 황제 폐하와 무슨 일이라도?"

 

  궁금증을 참지 못한 지부장의 질문에 머리 아픈 표정이 역력한 소천악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말도 마시오. 완전히 코 끼어서 본의 아니게 천축 구경을 할 판이오."

 

  "아니, 그게 도대체?"

 

  "자세한 건 묻지 마시오.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일단 이번 천축길에 참가해 무사히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이오. 더 이상은 묻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도 속이 쓰려서 미칠 지경이니."

 

  생각만 해도 열이 올라오는 소천악이 인상을 구기자 얼른 말을 돌리는 곡소량이다.

 

  "그러지요. 그럼 바로 청부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청부금액은 저번에 은혜를 베푸신 걸 생각한 문주님이 향후 일 년간은 어지간한 정보요구는 무료로 제공하라는 지시가 왔습니다."

 

  "오호! 이런 고마울 데가. 그럼 하나 더 부탁합시다. 어차피 공짜라니 마음이 편하구려. 저기 호남성에 가서 이가장 앞에 천악이라는 깃발을 걸어놓으면 무정살막이라는 살수문이 다가올 겁니다. 그들에게 내가 시킨다고 말하고 천축으로 가는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전해주시오. 아, 물론 청부비는 주지만 안 오면 황천길이라고 전해주시오."

 

  "헉! 무정살막이라면 호남성에서 알아주는 살수문인데."

 

  살수문 타령을 하는 말에 기겁을 한 지부장의 말에 웃음으로 대꾸하는 소천악이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미 내 손아귀에 있는 자들이니 걱정 말고 만나서 전해주라 하시오."

 

  "알겠소이다. 소 소협이 이리 장담하시니 믿고 연통을 넣지요."

 

  왠지 찝찝한 기분으로 청부를 받아들인 지부장이었다.

 

  절대 사양지심을 모르는 소천악이 흔쾌히 공짜 청부를 마치고 하오문을 나서자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얼핏 봐도 안면이 약간 있는 혈살문의 살수였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후 앞장서는 그를 따라 혈살막주와 살수들이 은신하고 있는 장원으로 들어갔다.

 

  종천리를 반갑게 만나 방으로 들어간 소천악은 불쾌한 마음을 지울 길 없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턱에 손을 대고 침묵을 지키는 소천악을 본 종천리 막주는 답답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고말았다.

 

  "무슨 고민이 계신지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 소천악의 머리가 서서히 끄덕였다.

 

  "있지요. 있어도 아주 지랄 같은 고민이지요."

 

  한숨을 쉬며 솔직하게 자초지종을 말하는 소천악은 황녀를 희롱한 사실까지 그대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말을 듣던 종천리는 기가막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헉! 사고를 쳐도 대형사고를 치셨군요. 어찌 감히 황녀를 희롱할 생각을."

 

  "제길, 낸들 하고파서 했겠소. 그저 알아볼 일이 있어서 그런 건데. 막상 묘하게 꼬여가니 그냥 나왔다가는 당장 황궁에서 추적대가 나올 판이니 어쩔 수가 없었지요."

 

  "그건 그렇지요. 그때 처신은 일단은 잘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황녀는 정말 절세미인이던가요?"

 

  얼굴과는 달리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종천리를 한동안 바라보던 소천악이 말했다.

 

  "이런!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얼굴은 무슨! 뭐, 굳이 이야기한다면 아직까지 본 여인 중에 제일 아름답긴 하더이다."

 

  "저런 저런! 아쉽네요. 잘하면 황녀와의 사랑이란 소문이 천하에 자자할 뻔하셨군요."

 

  종 막주의 입빠른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는 소천악이다. 두 사람은 남자의 본성에 가까운 말로 서로 간의 친분을 다지는 희한한 장면을 펼쳤다.

 

  "듣고 보니 그렇소이다. 뭐, 지난 일이니 할 수 없죠. 그나저나 이젠 빼도 박도 못 하고 팔자에 없는 천축 구경하게 생겼소."

 

  한숨을 푹푹 쉬며 말하는 소천악을 보며 알지 못할 연민의 정이 든 종천리 혈살막주가 숨도 안 쉬고 대답했다.

 

  "염려 마십시오. 다 헤쳐 나갈 구멍이 있을 겁니다."

 

  비록 말뿐인 위안이지만 고개를 끄덕인 소천악이 다시 하늘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런 제길! 누가 금위대주 시켜달라고 했냐? 금위대주면 적들도 죽이려고 발버둥을 칠 텐데 거참 인생 졸지에 피곤해지네요."

 

  혈살막주의 눈이 번뜩이며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제는 강호무림에 발을 디디기가 불가능한 처지인 신세였다. 혈교와 원한을 맺고 무사히 살아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야 하는 처량하기 그지없는 처지에 금위대 대주란 말은 한줄기 구원의 동아줄이나 진배없었다.

 

  "아니, 금위대 대주님이 되신 겁니까? 금위대 대주면 황제를 측근에서 호위하는 막강한 직위잖습니까?"

 

  "뭐, 악관필 대장군도 그렇다고 하데요. 제길, 대주면 뭐 합니까? 뭐, 쥐뿔이나 알아야 장군도 하고 총사령관도 하죠."

 

  자신의 주제를 정확히 인정하는 소천악이다.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살살 설득에 들어가는 종천리였다.

 

  "일단 이번 원정만 다녀오면 나아지겠군요."

 

  "그거야, 그렇지만. 하! 생각만 해도 까마득히 먼 길입니다. 아는 건 없고 가기는 가야 하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제게 좋은 방도가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종천리의 유혹에 귀가 번쩍하는 소천악이다.

 

  "오호! 좋은 방법이라고요? 물론 들어야지요. 귀를 씻고 경청하겠소이다."

 

  이후 필생의 노력으로 설명하는 종천리의 말에 연신 맞장구를 치며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소천악이다.

 

 

 

  다음 날.

 

  황도 거리에는 여기저기 벽보가 선명하게 붙었다.

 

 

 

  <책사(策士) 모집.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이번 천축 사신단에 참가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모집합니다.

 

  뛰어난 지략을 보유한 자라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며 공훈을 세울 시 은자 만 냥의 포상금과 희망 시 관리로 임명하는 특권을 부여함.

 

  청운의 뜻을 품은 많은 은자(隱者) 분들의 대거 응모를 바랍니다.

 

 

 

  천축사신단 호위단장 금위대 대주 소천악.>

 

 

 

  한 장의 벽보는 놀라운 파급효과를 보이며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은인자중하던 수많은 책사들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은 듯 모두 응시대열에 합류했다. 거금을 준다는 것 외에도 관직에 나갈 수 있다는 특혜까지 있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일이 없는 그들이다.

 

  사실 책사들은 그다지 관직에 나갈 기회가 없다. 학문의 성취만을 따지는 관직등용시험에 전쟁 외에는 별 필요 없는 책략가들이 쉽게 합격할 리가 없다. 그나마 그 자리도 명문세가의 자제에게만 나와 일반인들은 꿈에서도 엄두도 못 내는 처지였다. 낙담 속에 은인자중하며 강태공처럼 기회를 엿보던 자들이다.

 

  졸지에 소천악과 혈살막 살수들이 머무는 장원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북새통을 이뤘다. 어이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던 소천악이 옆에서 눈치를 보던 종천리 막주에게 한마디 톡 쏘았다.

 

  "지원자가 얼마 없을 거라면서요?"

 

  "거참! 저도 놀랄 일입니다. 이렇게 많은 책사들이 숨어 사는지는 꿈에도 몰랐소이다. 거참 세상이 넓긴 넓군요."

 

  어색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종천리를 쳐다보며 소천악이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제길! 아주 골머리가 지끈거리네요. 저 사람들 도대체 누가 평가할 겁니까?"

 

  그 말에 비로소 소천악의 속마음을 짐작한 종천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도움받으려고 하오문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하오문이 있군요. 역시 종 막주님은!"

 

  구박에서 갑자기 칭찬으로 돌변한 소천악은 신속하게 하오문의 정보망을 다시 이용해야만 했다. 역시 하오문의 정보는 빠르고도 정확했다. 수많은 지원자 중에 실력 있는 자를 우선적으로 선별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

 

  물론 정보를 제공하느라 하오문도는 그날로 모두 몸살이 나 곡소량 지부장부터 시작해 방구들 신세를 하루 종일 져야 했던 아픔이 있던 건 여담이었다.

 

  소천악은 모두 다섯 명의 책사를 선발했다. 전례 없는 다수 선발에 종천리 막주가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왜 다섯 명을 뽑으신 겁니까? 한두 명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질문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투로 딱 잘라 대답하는 소천악이다.

 

  "다 이유가 있지요. 우선 머리가 하나보다야 다섯이 낫지요. 모이면 모일수록 새로운 병법이 나올 겁니다. 아니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적게 뽑을 이유가 있나요? 막말로 내 돈도 아닌데 인심이나 팍팍 씁시다. 게다가 혹시나 중간에 사고로 죽기라도 하면 다시 중원에 와 구할 수도 없잖습니까?"

 

  "그거야……."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대자 종천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종천리에게 유혹의 손길을 슬슬 뻗는 소천악의 말이 나왔다.

 

  "막주, 이제부터 혈살막 살수들의 활약이 크게 기대됩니다."

 

  "아니, 살수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암살도 아니고 이런 일에선 살수의 역할이란 미미합니다."

 

  듣기 좋은 말에 기분이 좋아진 종천리가 겸손을 떨자 소천악이 손사래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이제 새로운 역사가 기록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거기엔 혈살막의 위명이 하늘을 찌르게 될 겁니다."

 

  "으음,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넘어가지요. 다만 약조하신 건 확실하죠?"

 

  "남아일언 중천금!"

 

  "허허! 내 다른 이 말은 안 믿어도 신의괴협의 말이니 믿습니다."

 

  "그래야지요. 암, 믿으셔야지요."

 

  과연 믿어도 될는지는 소천악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며칠 후 건성제가 보낸 금위대 무사로부터 칙령을 받아 정식으로 금위대 대주로 임명받은 소천악이다.

 

  금위대 대주!

 

  그 직책은 결코 낮지 않은 직책이다. 명목상 지위보다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위치였다.

 

  당제국은 군사조직을 중원 전체를 630여 개의 절충부로 이뤄놓았다.

 

  절충부를 40∼60개씩 묶어 16개의 위(衛)로 분속시키고, 여기에 대장군(大將軍)·장군(將軍)·절충도위(折衝都尉) 등을 배치시켜 놓았으며 절충도위가 대부분의 절충부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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