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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악 18화

무료소설 소천악: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소천악 18화

 

  "아, 그러십니까? 절 따라오십시오. 여기는 아무래도 공자가 끼시기엔 판이 작죠. 헤헤헤!"

 

  "그래? 어서 안내해 주시지요."

 

  장삼추 총관을 따라 간 곳은 도박장에서도 은밀한 비밀도박장이었다. 이미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노름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떤 도박을 좋아하시나요, 공자님?"

 

  장삼추 총관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소천악이었다. 산에서만 살다 갓 내려온 처지에 도박에 대해 알 리가 없는 그였다. 잠시 당황하던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가장 쉬운 거. 그리고 가장 큰판이 되는 거로 부탁하오."

 

  간단명료한 소천악의 말에 이번에는 장삼추 총관이 당황했다. 예사롭지 않은 말이었다. 도박장 밥을 먹은 지 이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손님 유형이었다.

 

  "저… 공자님 말대로라면 주사위 놀이가 딱입니다. 높은 수 낮은 수 맞추기죠. 요령은 아주 간단합니다. 손님이 낮은 수를 걸면 3 이하면 이기고 이상이면 지는 겁니다. 물론 높은 수를 걸면 정반대지요."

 

  "오호, 그게 딱이네요. 판 벌이시지요."

 

  아주 호쾌하게 말하는 소천악을 보며 만만치 않은 기분을 느낀 장삼추 총관이었다.

 

  "네, 이리로 오십시오!"

 

  안내로 자리잡은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뱀눈을 가진 남자는 다가오는 소천악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또 하나의 호구가 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면 저놈은 빈털터리로 이 도박장을 나서야 한다. 물론 자기는 딴 돈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아 매월이의 엉덩이를 두드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뻐근해왔다.

 

  간단하게 도박 요령을 설명한 후 서둘러 주사위를 통에 넣고 돌렸다.

 

  "자, 공자님. 선택하시지요. 낮은 수 높은 수 둘 중에 하나입니다. 자, 돈 놓고 돈 먹기입니다."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듯 자신만만한 뱀눈을 보며 소천악은 무심히 은자 열 냥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낮은 수!"

 

  이미 귀로 들리는 소리를 듣고 확신하며 걸었다. 다만 혈사부에게 얻어들은 지식대로 처음엔 조금만 걸어보았다.

 

  "자, 낮은 수 선택하셨습니다. 공자님의 운을 볼까요?"

 

  살짝 통을 드는 뱀눈은 쥐도 새도 모르게 통을 번개같이 움직였다. 얼핏 보면 천천히 올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그는 주사위를 통으로 살짝 건드려 삼이던 숫자를 사로 바꿔놓았다.

 

  "아이고 공자 실수하셨네요! 사입니다. 그럼 이건 제가."

 

  방실방실한 미소를 지으며 걸려 있는 열 냥을 서슴없이 자기 쪽으로 당기는 뱀눈이었다. 희희낙락거리는 그를 보며 소천악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줄줄이 꿰차고 있었다. 그의 눈이 번쩍이며 기광을 잠깐 내비친 걸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속으로 싸늘한 비웃음을 날리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자, 또 돌리시오."

 

  뱀눈의 작은 눈이 번쩍 섬광을 발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걸린 재신이었다. 신이 난 그는 얼른 통 속에 주사위를 넣고 돌렸다.

 

  "아샤! 이번에는 공자님이 이기실 복이 있기를."

 

  통이 멈추자 소천악은 또다시 열 냥을 한꺼번에 탁자 위에 올렸다.

 

  "낮은 수!"

 

  다시 통은 열리고 마치 약 올리듯이 주사위의 수는 사를 보여주었다. 뱀눈은 다시 열 냥을 꿀꺽했다. 그렇게 다섯 번의 도박이 끝나자 뱀눈이 말했다.

 

  "공자, 또 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요. 돈 잃고 기분 좋은 놈이 어디 있소이까? 돌리시지요."

 

  "그럽죠. 하하, 이번에는 한 번이라도 이기십시오!"

 

  뱀눈은 도박으로 잔뼈가 굵은 놈답게 이번에는 져줄 생각을 했다. 미끼를 던져야 더 큰 고기가 문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는 터였다.

 

  "낮은 수! 이거 다 걸지요."

 

  여전히 무심히 말하는 소천악의 말에 기겁을 한 뱀눈이었다. 탁자 위엔 열 냥이 아닌 이백 냥의 은화가 번쩍이고 있었다.

 

  '아주 벗겨먹으라고 용을 쓰는구나! 어린놈, 흐흐흐!'

 

  뱀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통을 뒤집었다. 물론 통으로 주사위를 툭 건드려 이란 숫자를 이번에는 아예 육으로 바꿔놓은 후였다.

 

  "자, 어디 보십시다. 통 크게 거신 공자님에게 재신이 오셨는지……."

 

  자신 있게 통을 연 뱀눈은 당연히 시선은 앞에 가득 놓인 이백 냥의 은화에 가 있었다. 이미 이긴 건 기정사실이고 총 수입의 이 할을 받는다면 그 거액을 어디다 쓸지만을 생각했다. 그런 뱀눈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구, 이가 나왔네. 하하, 잔챙이 잃고 큰 거는 이기네!"

 

  무슨 소리인지 몰라 주사위를 본 뱀눈의 얼굴은 똥빛으로 변해갔다. 다급한 그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나왔다.

 

  "아니, 이럴 수가? 왜 이가 나온 거야 육이 아니고?"

 

  "그게 무슨 소리지요? 당신이 그걸 어찌 안단 말이오?"

 

  차가운 목소리가 소천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미 속임수를 눈치챈 소천악은 일부러 작게 걸어 다섯 판을 연달아 져준 후 마지막 판에서 슬쩍 손을 썼다. 통을 건드려 숫자를 바꾸려는 뱀눈의 소행을 내력으로 살짝 막았다.

 

  "아니, 이게 어찌!"

 

  당혹한 뱀눈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맸다. 도박사인 그가 도박장의 율법을 모를 리 없었다. 이기면 이 할이 수입이지만 지면 바로 관리하는 암흑가에게 끌려가 죽도록 얻어맞고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두려움에 질린 그를 보며 소천악이 담담히 말했다.

 

  "자, 이기면 두 배라고 하셨지요? 사백 냥으로 만들어주시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과연 저럴까. 뱀눈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어서 우길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애써 침착성을 유지하며 소천악에게 말했다.

 

  "하하, 재수가 좋으시네요! 자, 그럼 다시 한 번 해볼까요? 이번엔 사백 냥을 걸고 해보지요."

 

  "그럴까요? 그럼 다시 돌려보시지요."

 

  뱀눈은 기사회생한 기분으로 다시 주사위통을 돌렸다. 그 후 뱀눈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주사위만 한없이 바라보았다. 다시 정신을 차린 뱀눈이 말했다.

 

  "한 번 더 승부하시지요?"

 

  "싫소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오. 얼른 돈을 주시오."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였다. 뱀눈은 다급히 소천악에게 말했다.

 

  "하하, 공자님. 사나이가 어찌 이렇게 간단히 가실 수 있겠……?"

 

  "이거면 충분하오. 며칠 있다가 다시 와서 놀아보십시다. 어서 돈이나 주시오. 조금 바빠서."

 

  뱀눈이 주춤거리자 은근히 돈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소천악이었다.

 

  "어서 주지 뭐 하나? 이 도박장 영 아니네!"

 

  "그러게. 이거 완전히 이상한 데구먼."

 

  옆에 서 있던 손님들이 채근하자 뱀눈은 더욱 사색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히 사기를 쳤는데 왜 이런 실수를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삼추 총관을 바라보자 그도 일그러진 표정을 억지로 감추는 게 보였다. 장삼추 총관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허허, 공자님. 오늘 운수가 대통하신 모양이네요. 드려야지요. 암, 드리고말고요. 이봐! 뭐 해. 이 공자님에게 은자를 드려."

 

  장삼추 총관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도박장 일꾼이 서둘러 은자를 챙겨 왔다.

 

  "공자가 딴 팔백 냥이오. 자, 세어보시구려. 가져가기 힘드실까 봐 금원보로 준비했소이다."

 

  "하하, 맞겠지요. 믿어야지요. 암암!"

 

  싱긋 웃음을 보이며 소천악은 상자를 들고 유유하게 도박장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독사눈을 하고 바라보던 장삼추 총관이 일꾼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알겠습니다. 장삼추 총관 어른. 바로 연락하지요."

 

  서둘러 사라지는 일꾼을 바라보며 장삼추 총관은 섬뜩한 말을 내뱉었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 감히 우리 돈을 먹고 무사할 줄 아느냐? 흐흐 잠시 후면 살려달라 빌며 네놈 돈도 토해야 할 것이야."

 

  소천악은 잔뜩 불어난 전낭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길을 걸었다. 좁은 골목길을 거의 빠져나갈 무렵 앞을 가로막는 검은 그림자 여러 개가 보였다. 있거나 말거나 유유하게 걸어가는 그를 잡아채는 말소리가 흘렀다.

 

  "이봐, 풋내기. 잠시 서봐!"

 

  모른 척하고 계속 걸어가는 소천악을 보고 검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 자식이! 서라면 서지 어딜 시치미를 떼고 도망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바라보는 소천악이었다.

 

  "나한테 한 말씀이시오? 응, 그랬군요! 내가 풋내기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 부르는 줄 알았소이다."

 

  "좋은 말 할 때 이리 오면 몸은 안 상한다."

 

  "그럼 나쁜 말 하면 어떻게 되겠소?"

 

  "바로 관 속에 들어가는 거지."

 

  으스스한 협박이 들려오자 소천악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냉큼 말했다.

 

  "응, 그럼 나쁜 말로 하십시다. 그게 재미있겠소이다."

 

  시큰둥하게 말하는 소천악을 보고 검은 그림자들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도박장을 보호하는 성내의 유명한 건달패였다. 일명 철권파라 불리는 자들이다. 잔인한 성격들로 무장해 도박장에서 행패를 부리는 자를 적당히 주무르고 다녔다.

 

  물론 소천악같이 거액의 돈을 따 가는 자를 미행해 협박이나 폭력으로 돈을 다시 찾아와 수수료를 받는 어둠의 자식들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척 보기에도 육 척이 넘는 장신에 얼굴 가득 구레나룻이 우거진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잔뜩 거드름을 피우고 팔을 척 올리니 울퉁불퉁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소림사에서 육 년간 무술을 배우고 하산한 몸이니라. 뜻한 바 있어 거리 질서 정립의 길을 나선 철혈무정 아진이니라."

 

  "오호! 소림사에서 그래 무슨 무술을 배우셨소?"

 

  "귓구멍 열고 똑똑히 듣거라. 자그마치 백팔나한권(百八羅漢券)과 백보신권(百步神拳)을 배웠느니라."

 

  "우아, 그런 막강한 무공을 배웠다고? 대단하시네! 어디 나도 한번 구경해 보십시다. 자, 사양하지 말고 펼쳐보시오."

 

  "오냐! 내 네놈의 사정을 보아 이 정도에서, 아니 뭐라고? 이놈의 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진은 이 정도면 모든 이가 굽실거리는 걸 봐온 터라 아무 생각 없이 말하다 이야기가 이상해지자 노화가 치밀었다. 거듭되는 반말에도 소천악은 여전히 존댓말로 대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뭘 화를 내고 그러시오? 소림사에서 배운 무공 좀 구경하자는데."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소천악이었다. 입술이 부르르 떨리도록 화가 난 아진이 버럭 소리쳤다.

 

  "이 새끼야! 감히 그 고귀한 무공을 펼쳐달라는 게 말이 되냐?"

 

  "아, 그래요! 어지럽게 말하지 마시고 일단 싸움이 붙으면 펼칠 거 아니겠소. 어서 판 벌입시다."

 

  콧구멍을 쑤시며 말하는 소천악의 말에 절로 혈압이 올라가는 아진이었다. 씩씩대던 그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오냐, 이놈이 아주 무덤을 파는구나. 아주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아! 그 인상 더러우신 분, 말 많소이다. 그리고 욕 안 하면 말이 안 나오시오? 완전히 입이 개걸레 같소이다."

 

  "뭐, 개걸레? 이 후레자식이! 얘들아, 뭐 하냐? 어서 저놈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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