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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49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49화

349화

 

 

“귀하는 정혈단주 사마신을 만나본 적 있소?”

“내가 그딴 놈을 봤다면 진즉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다.”

육과중이 자신만만하게 그리 말하자, 무천의 뒤쪽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프훗, 이거 웃지 않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군.”

육과중의 시선이 웃음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서는 천위가 팔짱을 끼고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이런 시건방진 놈이……! 뭐가 그리 우습단 말이냐, 이놈!”

“사마신을 만나면 삼초도 못 버틸 사람이 목을 베네 마네 하는데 어찌 웃기지 않단 말이오?”

“이노오오옴! 네놈 주인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이리 나와라! 내가 네놈에게 따끔한 교훈을 내려주겠다!”

육과중이 큰소리로 외치며 검을 뽑았다.

“아무도 나서지 마시오! 이 일은 나 개인적인 일이니!

그는 무천이 나서지 못하도록 미리 못을 박았다.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

“그거 좋지요.”

천위도 둘이 해결하는 거라면 대찬성이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자, 좌측에 있던 이정이 자신이 나가고 싶다는 듯 구시렁거렸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한마디 할 걸.”

우측에 있던 전교는 직접적으로 말했고.

“이봐, 내가 대신 상대하면 안 될까? 칠웅의 검을 꺾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천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서 육과중 앞에 섰다.

“검을 뽑아라, 이놈!”

육과중이 검을 내밀며 소리쳤다.

천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상대는 칠웅 중 한 사람. 하지만 그의 눈빛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내가 검을 뽑으면 귀하에게는 기회가 없을 거요. 그러니 그냥 공격하시오.”

적의 사기를 꺾는 방법은 간단하다.

항거할 마음조차 들지 못하게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것.

하기에 천위는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육과중이야 그 말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쳤지만.

“오냐, 이놈!”

눈을 치켜뜬 육과중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닥을 차며 몸을 날렸다.

앞으로 뻗은 검에서 검기가 화르륵 일어나며 형체를 갖추었다.

삼 장 거리를 찰나에 좁혀드는 검을 바라보던 천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이고,

번쩍!

허리춤에서 뇌전이 솟구쳤다.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었다. 뇌전에는 산악을 무너뜨릴 힘이 실려 있었다.

무천에게 패한 후, 백경을 무너뜨리면서 완벽해진 천단일검은 말 그대로 하늘을 단숨에 가를 만큼 무서웠다.

쩡-!

천옥전을 뒤흔드는 일성 굉음.

드르르륵.

바닥을 파내며 뒤로 다섯 자를 물러선 육과중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앞으로 쳐든 검끝이 잘게 떨렸다.

반면, 천위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선 후 검을 허리 높이로 들었다.

“장로님!”

육과중의 편을 들었던 자들 중 사십 대 중년인 두 사람이 몸을 날리며 검을 빼들고 천위와 육과중 사이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이정과 전교가 몸을 날렸다.

이 요상한 분위기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뀡 대신 닭도 괜찮았다.

떠덩!

따다당!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었던 중년인이 사이좋게 뒤로 튕겨나가서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당신들은 찌그러져 있어. 낄 자리가 아니니까.”

“정식으로 할 거면 언제든 말해. 대신 다음에는 목을 걸어야 할 거야.”

이정과 전교는 느긋이 한마디 하고 무기를 거두었다. 손을 한번 썼더니 답답하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진 듯했다.

그 와중에도 육과중은 천위만 노려보았다.

고요히 서 있는 천위가 마치 거악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놈이…….’

그때 천위가 말했다.

“나는 사마신이 싸우는 걸 봤소. 만약 내가 사마신과 붙었다면, 십초를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거요. 그러니 당신의 말은 잘못된 게 분명하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리고 나는 우리 장주에게 오 초식을 버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소. 아마 일이 년 더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

육과중은 물론이고, 주위의 누구도 입이 굳어서 말이 안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낮추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고수일수록 더욱 그렇다.

더구나 천위의 무뚝뚝한 표정을 보면 고집이 무척 셀 것 같았다.

그런 자가 스스로 오초지적을 자초하고 있지 않은가.

칠웅의 한 사람을 일검에 패퇴시킨 자가 말이다.

짝짝!

무천이 박수를 쳐서 사람들의 정신을 상기시켰다.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군. 솔직히 나는 자네 검이 무서워. 그러니 엄살떨지 마.”

그러고는 대전 안의 군웅들을 둘러보았다.

분위기가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무천이 남황궁 책임자인 남황신군 군독광에게 물었다.

“부맹주께선 대장로의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군독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반대하지 않소이다.”

“그래요?”

제갈경정은 물론이고, 정파의 간부들도 그의 대답이 의외인 듯 수군거렸다.

그런데 군독광이 다시 말했다.

“우린 이곳을 떠날 거요. 우리가 떠나는데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합맹을 반대하지 않겠소이다.”

무천이 바로 답을 줬다.

“그건 내가 보장하지요. 무원장의 이름을 걸고.”

무원장의 이름은 천하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조금 전, 이곳에서 그 이름값을 증명해보였지 않은가.

군독광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순순히 무천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에게 무천은 무원장의 주인일 뿐만 아니라, 주군이 동생처럼 대하라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시켜서 자신의 사타구니에 서찰을 전달한 사람이기도 했고.

문득 그때 상황이 떠오르자,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졌다.

“무 장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믿겠소이다.”

무천은 군독광이 지었던 의미심장한 표정의 의미를 눈치 챘지만 모른 척했다.

“그럼 이제부터 대정맹의 총군사께서 합맹에 대해 말씀해보시지요.”

그동안 조용히 서 있던 이사명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린 정은맹을 복속시키러 온 것이 아니오. 이제라도 손을 잡고 정파의 맥을 일으켜 세웠으면 해서 온 것일 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정은맹은 이 이 모의 고향과 같은 곳이외다.”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두 시진 후, 대정맹과 정은맹은 전격적으로 협정을 맺고 하나로 합쳐졌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단체의 이름은 무림정천맹.

초대 맹주는, 정식 맹주 선출이 있기 전까지 남궁무룡이 맡기로 했다.

 

***

 

정은맹과 대정맹이 무림정천맹의 탄생을 발표한 것은 협정을 맺은 지 닷새 후였다.

마도에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워낙 빨리 진행된 터라 마도에서는 대처할 틈도 없었다. 연합전선을 구축할 시간은 더더욱 없었고.

사실 무천도 그걸 노리고 일을 서두른 것이었다.

결국 고민하던 마세의 주인들은 무천에게 특사를 보냈다.

당금 천하에서 무림정천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무원장주 무천밖에 없었다.

 

무천은 마세에서 특사를 보낼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도 다급해졌을 거다.”

목량과 이현도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던 터였고.

“당연히 마도로서는 똥줄이 탈 수밖에 없지요.”

“아마 장주님을 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지려고 할 겁니다.”

 

무림정천맹 탄생 십 일 후.

철혈마련에서 제일 먼저 특사가 왔다. 의외로 특사 대표에 우문소소가 섞여 있었다.

무천은 그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다.

“네가 왜 왔어?”

그러든 말든 우문소소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철혈마련에서 무원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저죠.”

우문소소와 함께 온 사람들은 멋쩍은 표정만 지었다.

결국 무천은 철혈마련의 재물창고를 긁어내려던 계획을 절반쯤 포기했다.

목량을 위해서.

“아버지가 일을 잘 처리하고 오면 목 가가와의 혼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시겠다고 했어요.”

우문소소가 그리 말하자, 목량이 홍조 띤 표정으로 한마디 하는데 어쩌랴.

“저…… 대형, 정천맹이 설마 철혈마련을 먼저 공격하진 않겠죠?”

뒤통수를 맡길 수 있는 동생도 여자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저번에 맺은 협정이 할 일 없어서 멋으로 맺어진 줄 알아? 걱정 마. 그 어느 곳이든, 설령 정천맹이라 해도 협정을 어기면, 우리 무원장이 일만 무사를 보내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거니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목량 편만 들어주지는 않았다.

“너, 가서 련주께 말해. 철혈마련도 엉뚱한 생각 말아야 할 거라고. 조건은 다 같으니까.”

“호호호, 물론이죠.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 철혈마련과 거래하기로 한 물품들, 가격을 일 할만 깎아주면 안 될까요?”

“안 돼! 우린 뭐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아이, 아버지가 가격을 조금만 깎아주면 목 가가와…….”

무원장에 오래 버티고 있더니 우문소소도 거래를 할 줄 알았다.

결국……

오 푼을 깎아주기로 했다.

의형제인 목량을 위해서.

빌어먹을!

‘백만 냥은 날아갔군.’

 

두 번째로 특사를 보낸 곳은 귀천교였다.

차대 교주인 악사광이 직접 왔다.

악사광도 우문소소와 비슷한 말을 들어야만 했다.

다만, 귀천교에 파는 물품 가격은 그대로 받기로 했다.

“내가 그래도 악 형과 함께 다닌 걸 생각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소.”

순진한(?) 악사광은 무천의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로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후 대여섯 곳에서 특사들이 다녀갔다.

무천은 그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마디로 ‘꼼짝 말고 십 년 동안 죽은 듯 지내라!’는 말이었다.

시끄럽게 굴면 쓸어버리겠다는 협박이기도 했고.

 

특사의 보고를 받은 마세의 주인들은 무천의 협박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대놓고 불만을 터트릴 수도 없었다.

마도는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곳.

그런데 무원장의 힘은 마세 그 어느 곳보다 강했다.

사대천마가 인정한 고수인 정혈단주 사마신과 신도명산이 무천에게 패해서 사라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

 

무원장의 힘이 갈수록 커지자, 천화상단은 황하 이남에서의 상행을 중단했다.

정확히 말하면, 팔진 않고 사기만 했다.

사야 하는 물건도 대부분 무원장과 구룡상단에서 구해야 했지만,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무원장의 물건이 싸고 좋은 데다, 대량의 물건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니까.

사실 그들로서는 황하 이북의 상권이라도 남겨진 게 다행이었다.

아마 무천이 황하 이북까지 욕심냈다면 천화상단으로선 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천궁화는 그 때문에라도 천상화를 왕자와 맺어주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것만이 무원장으로부터 천화상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다.

천수화를 무천과 맺어줄까 생각도 했지만, 자칫하면 사위에게 몽땅 먹혀 버릴 수 있으니 그 또한 고민이었다.

 

그렇게 강호와 상계가 한바탕 소용돌이치는 동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그 사이 비룡단의 젊은 고수들은 열심히 수련해서 무공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특히 장대산과 철호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두 사람은 시간만 나면 수련을 했다.

쉬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물론 밥 먹는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켰지만.

언젠가 이현이 무원장에 진을 설치하며 이런 말을 했었다.

 

“좌청룡 우백호가 튼튼히 받쳐줘야 우리 무원장도 안전해지네.”

 

그 말이 장대산과 철호의 귀에는 너무 멋지게 들렸다.

그래서 둘만 있을 때 약속을 했다.

장대산은 오른쪽, 철호는 왼쪽. 대형의 좌우를 맡기로.

하지만 당시의 두 사람 실력으로는 대형을 지키기는커녕 대형에게 보호를 받아야 할 판이었다.

실력을 키우기로 결심한 두 사람은 실전이나 다름없는 비무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다.

그때만큼은 사람들도 두 사람의 수련장에 접근하지 않았다.

장대산은 여덟 자 길이의 장봉을 휘두르고, 철호는 쌍도끼를 휘둘렀다.

시도 때도 없이, 무시무시한 바람이 폭풍처럼 불어댔다.

얼마나 비무를 실감나게 하는지, 사흘만 지나면 단단한 바닥이 공사판처럼 움푹 파였다.

할 수 없이 두 사람은 십 리 정도 떨어진 야산으로 가서 비무를 했다.

여름이 다 갔을 때쯤에는 작은 야산 하나가 평지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실력 역시 배는 더 늘었다.

그 무렵, 두 사람의 실력이 는 것을 눈치 챈 동대안이 장난삼아서 두 사람과 비무를 했는데,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비무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

 

그렇게 여름이 가고 본격적인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황제의 붕어(崩御) 소식이 천하 일만 리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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