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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45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45화

345화

 

 

청년들을 따라서 십 리를 더 들어가자,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난 협곡이 나왔다.

그곳이 바로 무정곡이었다.

무천은 마치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태연하게 청년들을 따라갔다.

청년들은 시도 때도 없이 뒤를 돌아보며 무천을 경계했다. 그러나 십 리를 걷도록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마음을 놓았다.

그렇게 협곡 안으로 오 리쯤 들어갔을 때, 청년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무사 여덟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오만한 표정으로 앞을 막아섰다.

“뭐 하는 놈인데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냐?”

무사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장한이 턱을 치켜들며 물었다.

하지만 곧 무천을 보더니, 대경해서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며 다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무천! 무천 네놈이 여길 어떻게……!”

다른 자들도 황급히 무기를 빼들고 무천을 둘러쌌다.

장한이 한쪽으로 물러선 청년들을 다그쳤다.

“미쳤느냐?! 저놈을 왜 이곳으로 데려온 거냐!”

“천주님을 만나겠다고…….”

“이런 바보 같은 놈들! 무천이란 놈이 어떤 놈인지 모른단 말이냐?!”

듣고만 있던 무천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뭐라고 할 것 없다. 그들은 죽고 싶지 않아서 나를 안내했을 뿐이니까. 이제부터는 네가 안내해라.”

“…….”

“안내하기 싫으면 덤비든가. 단,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야 할 것이다.”

장한은 이를 악물었다.

정혈단원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천하의 어떤 고수도 그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무천이라는 이름을 듣자 절로 식은땀이 났다.

상대는 천하를 뒤흔들고 있는 무원장주 무천.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는 절대고수다.

일관문을 지키고 있는 여덟 명으로는 저놈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 역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내, 내가 그 말에 겁을 먹을 줄 아느냐?”

“겁나지 않으면 덤벼. 다만, 나는 나에게 칼을 겨눈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포위당한 무천은 태연했고, 포위하고 있는 자들은 잔뜩 긴장했다.

“개소리 마라! 저놈을 공격해!”

장한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포위하고 있던 정혈단 무사들이 눈에서 혈광을 번뜩이며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무천은 달려드는 자들을 보며 검을 뽑았다.

정혈단원들은 일반 무사도 능히 일류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무천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무천은 그들을 상대로 대천룡구검세를 펼쳤다. 굳이 지옥팔검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죽이지도 않았다.

대신 팔의 근맥을 하나 끊고 단전을 파괴해서 무공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무공을 익힌 자들에게는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런 형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천은 작심하고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무공을 잃더라도 목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자들은 이들에 의해 죽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나마도 이들이 지옥혈천공을 깊이 수련하지 않았기에 목숨을 부지시켜 주는 것이었다.

 

잠깐 사이, 정혈단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흘렸다.

“차라리 죽여라, 무천!”

“죽여라, 악마 같은 놈!”

그들은 쓰러져서도 바락바락 악을 썼다. 그런데 공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눈에서 일렁이던 혈광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천은 그들을 놔둔 채 떠나려다가 냉랭히 말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싫으면 스스로 죽어. 그건 안 말릴 테니까.”

 

무천이 나타난 게 알려지면서 무정곡 안쪽에 비상이 걸렸다.

무정곡 안에 있던 정혈단원들은 모두 삼백여 명.

그들은 넓은 분지에 늘어서서, 안으로 들어서는 무천을 붉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무천은 뒷짐을 진 채 분지로 들어섰다.

분지는 직경 육칠십 장 정도로 그렇게 넓다고 할 수는 없었다.

삼면은 깎아지른 절벽이었고, 위쪽은 뿌연 구름으로 막혀서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분지의 한가운데까지 걸어간 무천은 걸음을 멈추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정혈단원들의 중앙에 사마신이 서 있었고, 좌우에는 정혈단 십대주 중 살아남은 세 사람과 처음 보는 자가 서 있었다.

“와하하하하! 무천, 너를 멍청하다고 해야 하냐, 아니면 용기가 대단한 놈이라고 해야 하나? 혼자서 우리를 쫓아 이곳까지 오다니.”

사마신이 대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무천은 무심한 눈으로, 입을 크게 벌린 채 웃는 사마신을 바라보았다.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정혈단도 오늘로써 끝난다는 거지.”

“설마 너 혼자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두고 보면 알 거다.”

무천은 무심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해며 뒷짐 진 손을 풀었다.

그의 우수에는 여전히 천망검이 들려 있었다.

“하나만 묻자, 사마신.”

“후후후후, 물어봐라, 무천. 여기까지 온 것을 가상히 여겨서 내가 아는 것은 뭐든 대답해주마.”

“혈천여록은 어디에 있지? 네가 가지고 있느냐?”

“왜? 너도 지옥의 마공을 얻고 싶으냐?”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네가 가지고 있나?”

“크크크, 하긴 못 알려줄 것도 없지. 어차피 우리 정혈의 형제에게 모든 걸 공개했으니까.”

사마신이 묘한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돌려서 뒤편의 절벽을 바라보았다.

“저기에 있다.”

무천은 사마신의 시선을 따라서 눈을 들었다.

정혈단의 뒤편 절벽 오 장 높이에 수많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맙소사! 저 미친놈이……!’

절벽에 새겨진 글자는 지옥혈천공의 구결이었다.

누구든 원하는 자는 지옥혈천공을 익힐 수 있게끔 절벽에 새겨서 공개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총 일천팔백 자 중 전편, 일천 자 정도만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후편의 구결은 새기지 않고 간부급 고수들에게만 공개한 듯했다.

어쨌든 없애려면 저 넓은 절벽을 깎아내야 한다는 건데…….

그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구결을 외웠을지 걱정되었다.

‘끝까지 힘들게 하는군. 망할 놈의 자식!’

무천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마신의 두 눈을 분노의 눈길로 직시했다.

“사마신, 정녕 지옥에 가고 싶은가 보구나!”

무천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마신도 광소를 터트리며 명령을 내렸다.

“와하하하하! 지옥에 갈 사람은 너다, 무천! 저놈을 죽여라! 정혈의 형제들이여!”

눈에서 혈광을 번뜩이고 있던 정혈단원들이 무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을 공격할 때 팔방이 최대치라고 알려져 있었다.

장검이나 장도를 들었을 때는 그보다 적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수합공을 익힌 자들은 그 두 배의 인원으로도 공격이 가능했다.

혼자 이곳에 올 때부터 작정하고 있던 무천은 처음부터 살수를 펼쳤다.

과거 만인혈사에서 일천 명을 혼자 상대해본 그였다.

삼백 명의 숫자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다.

콰르르르릉!

콰과과광!

대천룡구검세가 폭풍처럼 연환으로 펼쳐지며 살기를 드러낸 청룡이 무천을 중심으로 휘돌았다.

천망검이 강기로 된 청룡을 쏟아낼 때마다 서너 명이 피를 뿌리며 튕겨나가고, 쓰러졌다.

절대무적의 위세!

가히 초인지경의 무위였다.

사마신은 그 광경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무천!”

하지만 언제까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기를 폭주시켜서 지옥혈천공을 극대화시켜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정혈단원들의 공격 방법을 변화시켰다.

지옥혈천공을 끌어올린 그들은 서로의 공력을 응집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그들이 모습이 은은한 혈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무천이 우려했던 마기의 융화였다.

고오오오오.

근접해서 둘러싸고 있는 수십 명의 공력이 응집되니 무천조차 압박을 받았다.

대천룡구검세에 의해 발출된 청룡이 조금 전과 달리 정혈단원들을 위압적으로 누르지 못했다.

그가 쏟아낸 가공할 공력도 무저의 늪에 빠져든 것처럼 별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천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측하고 있던 터였다.

오지 않길 바랐지만, 올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무천은 봉인해 둔 지옥명화공을 풀어주었다.

아수라의 거력이 저 깊은 곳에서 기지개를 켜며 환희의 노래를 불렀다.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영롱한 빛이 서서히 묵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했다.

“와라!”

그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온 순간, 정혈단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무천은 그 한가운데에서 천망검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그때부터 천망검이 지옥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우!

처음에는 지옥명화공을 기반으로 해서 대천룡구검세를 펼쳤다.

절벽의 동굴에서 나름대로 생각해낸 대응 방법이 바로, 지옥명화공을 기반으로 대천룡구검세를 펼치는 것이었다.

시험해본 결과, 조금은 이질적이긴 해도 위력은 약하지 않았다.

지옥명화공이 아니면 지옥혈천공에 대응할 수 없으니 지금으로선 그 이상의 대안이 없었다.

게다가 위력은 지옥팔검보다 조금 못하지만, 대천룡구검세도 절대의 검공이었다.

특히 지옥팔검의 살초만큼 극악하지 않으니 그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옥명화공으로 펼쳐진 대천룡구검세는 정혈단의 뭉쳐진 마기와 정면으로 뒤엉겼는데도 압박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감을 얻은 무천은 마음껏 지옥무를 추었다.

정혈단원들은 지옥명화공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그 사이 정혈단원 중 오십여 명이 더 쓰러졌다.

사마신은 쓰러진 정혈단원이 백 명을 넘어간 후에야 위기감을 느꼈다.

초식은 조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느낌은 천양지차였다.

멀리서 보는 데도 가슴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너희들이 나서라!”

사마신이 짜증내듯 냉랭히 소리치자, 그의 좌우에 있던 사 대주가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들의 합공은 일반 정혈단원들의 합공과 차원이 달랐다.

둘은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였고, 둘은 초절정 경지의 고수였다.

네 명이 아닌 사십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압박감이 무천을 향해 쏟아졌다.

거기에 더해 마기가 융화 되면서 위력이 배가 되었다.

무천도 이제는 결정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고 이를 악물었다.

이들을 어찌어찌 이긴다 해도 자신 역시 심각한 내상을 피할 수 없으리라.

게다가 사마신이 남아 있었다.

지치고 내상을 당한 몸으로 그를 이길 수 있을까?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때가 된 건가?’

무천은 지옥명화공을 십성까지 끌어올렸다.

기지개를 켠 아수라의 거력이 광폭하게 솟구쳤다.

콰우우우우!

그의 몸은 물론이고, 손에 들린 천망검에서도 묵광이 뿜어져 나왔다.

“지옥에 가거든…… 나를 원망하라!”

무겁게 일갈을 내지른 무천에게서 묵빛 검강이 폭사했다.

천망검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아수라는 감히 자신의 위엄에 대항하는 나찰귀들을 강철칼날 같은 손톱으로 잡아 찢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심장이 오그라든 사대주는 급히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아수라는 그들을 순순히 물러서게 놔두지 않았다.

츠츠츠츠츠!

쩌저저적!

떠더더덩!

사대주 중 둘과 정혈단원 칠팔 명이 한꺼번에 사지가 잘리면서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뿌연 피안개가 허공에 피어났다.

아수라의 지옥무는 무천의 유환백보와 어우러지면서 위력이 극에 달했다.

무천은 참혹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옥팔검의 변화를 최소화 시켰다.

그랬음에도 한 사람에게 묵빛 강기가 두세 번씩 스쳐 지나갔다.

묵빛 강기에 스친 것은 무엇이든 버티지 못하고 잘려나갔다.

신체든,

무기든…….

두려움을 모르고 달려들던 정혈단원들의 눈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텅!

혈광이 일렁거리는 눈을 부릅뜬 사마신이 땅을 박차고 무천을 향해 날아갔다.

“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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