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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44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귀환천화 344화

344화

 

 

무원장 사람들에게 무천의 연락이 온 것은, 무천이 사라진 다음 날 오후였다.

태원 백 리 남쪽, 진중의 객잔에서 무천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점소이가 짧은 글이 적힌 서신을 은설에게 건넸다.

그 서신에는 달랑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무원장으로 돌아가서 내 명령을 기다려라.

 

점소이는 그 서신을 일반 양민이 가져왔는데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다.

어쨌든 은설은 무천이 무사하다는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천이 정혈단에 당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무원장 사람들은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린 후, 더 이상 소식이 없자 무천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추적대의 다른 세력 역시 철수를 결정했다.

연이은 싸움으로 정혈단 살귀 중 칠 할은 제거된 듯했다. 당분간은 활동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게다가 추적대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터라 더 이상의 추적은 무리였다.

젊은 지휘자 중 공손두가 부상이 덜했을 뿐, 악사광 역시 한쪽 팔이 절반쯤 잘려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우문척은 내상이 낫기는커녕 더욱 심해져서 급히 철혈마련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추적대가 진중을 떠날 때쯤, 무천은 임분(臨汾)을 지나가고 있었다.

정혈단원들이 임분을 지나친 것은 확실했다.

관도에서 오가는 사람들 몇 명을 붙잡고 물어봐서 확인한 정보였다.

 

“피 묻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 임분 쪽으로 가는 것을 봤습죠.”

“무사들 중에는 복면을 쓰고 있는 자들도 있었습니다요.”

“무사 하나와 언뜻 눈이 마주쳤었는데, 누구에게 줘 터졌는지 눈깔이 빨갛지 뭡니까.”

 

정혈단 외에는 그런 행색으로 돌아다닐 만한 자들이 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임분 안으로 들어가서도 중소문파인 영인문이라는 곳을 피바다로 만들어놓아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임분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무천도 임분을 나서서 정혈단의 행적을 뒤쫓았다.

 

다음날.

무천은 도선을 타고 황하를 건넜다.

배에서 내려선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남쪽을 바라보았다.

정혈단의 목적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곳으로 가는 건가?’

많은 단원을 잃은 정혈단이다. 현재의 인원만으로는 어떤 작전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원을 보강하는 것이 우선일 터…….

‘그래, 그것도 괜찮을 것 같군. 나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면 좋지.’

무천은 냉소를 머금은 채 걸음을 옮겼다.

 

***

 

웅이산의 깊고 깊은 산중을 통과하는 길은 삼백 리나 이어졌다.

무천은 유유히 구름 위를 걷듯 그 험한 산길을 빠르게 나아갔다.

사마곡의 고향인 고요진은 상락에서 동쪽으로 이백오십 리, 장안에서는 육백 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만장곡은 그곳에서 멀지 않을 터. 일단은 고요진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무천은 산촌의 마을사람들에게 고요진을 물어보았다.

산촌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인 듯 대부분 고요진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무천은 어렵지 않게 고요진을 찾아갈 수 있었다.

황하를 건넌 지 하루 만이었다.

 

고요진은 이백여 호로 이루어진, 산촌으로는 제법 큰 규모였다.

그런데 워낙 깊은 산중이다 보니, 그곳 사람들은 산촌 사람들 외에 외부인을 보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검을 옆구리에 찬 무천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일고여덟 살 아이부터 열두어 살 아이까지. 남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여자 아이들도.

아이들의 그림자밟기 놀이는, 무천이 고요진에 있는 유일한 객잔으로 들어간 다음에야 끝이 났다.

하지만 돌아서진 않고 밖에서 창문을 통해 구경했다.

“와! 진짜 잘 생긴 아저씨다.”

“저 칼 좀 봐. 연평 아저씨 칼보다 더 멋지게 생겼다.”

“바보야, 저건 칼이 아니라 검이야.”

“칼이나 검이나.”

텅.

아이들 말을 듣고 있던 무천의 탁자에 주인으로 보이는 사십 대 중년인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뭐 드실 거요?”

“고기 볶은 거 한 접시 주시오. 야채 좀 많이 넣고. 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탕도 하나 주시오. 술은 필요 없소.”

담담하게 주문을 마친 무천은 객잔 주인이 돌아서려고 하자 불쑥 물었다.

“여기서 만장곡까지는 얼마나 되오?”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고 묻는 말투였다.

말투가 워낙 자연스럽다 보니 객잔 주인도 무심코 입을 열었다.

“한 오십 리쯤…….”

그러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끝을 흐리며 무천을 바라보았다.

무천은 모른 척하고 다시 말했다.

“그곳까지 안내해줄 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그곳에는 왜 가려는 거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그곳엔 아무도 없는데…….”

머뭇거리던 중얼거리던 객잔 주인이 말하며 돌아섰다.

“식사하면서 기다리슈. 내가 알아볼 테니까.”

그때 창문 밖에서 아이 하나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입을 뻥긋거렸다.

-내가 알아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무천은 한쪽 눈을 찡긋 하고는 슬쩍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서 벌어질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물론 정혈단이 그곳에 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객잔 주인은 무천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안내인을 데려오지 않았다.

무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말로 안내인이 필요해서 말한 것이 아니었다. 객잔 주인의 수상한 행동을 시험해보기 위함이었을 뿐.

식사를 마친 무천은 객잔을 나섰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객잔 주인은 무천이 저만치 멀어지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주방 뒤쪽으로 나가서 비둘기장을 열었다.

곧 비둘기 한 마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무천은 자신 머리 위쪽에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고 냉소를 저었다.

그때 아이들 셋이 쭈뼛거리며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 중 열 살쯤으로 보이는 빼빼한 아이는 그에게 손짓을 했던 아이였다.

“아저씨, 만장곡에 가시려고요?”

“그래.”

“철전 다섯 문만 주세요. 그럼 안내해 드릴게요.”

무천은 잠시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너 혼자만 가고, 만장곡 입구까지만 데려다 준 후 너는 돌아와라. 약속한다면 열 문을 주마.”

다섯 문을 달라고 했는데 열 문을 주겠다고 하자,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열 문이면 사흘은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정말이죠?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

 

아이는 신이 나서 무천을 만장곡으로 안내했다.

거리가 오십 리나 되었다. 하지만 산 타는 걸 놀이처럼 즐긴 아이에게 오십 리는 그렇게 먼 거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무천도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서두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만장곡 입구가 이십 리쯤 남았을 때, 열십자로 갈라진 갈림길이 나왔을 때 아이가 말했다.

“근데 아저씨는 그곳에 왜 가려고 하세요? 거긴 지금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다고?”

“예. 거기 있던 아저씨들이 전부 떠난 후 텅 비어 있어요.”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얼굴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아마 저게 연기라면 저 아이는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될 소질이 다분했다.

무천은 잠시 생각해보고는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사람들이, 특히 무사들이 들락거리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애들은 저리 가라, 하면서 너희들을 못 들어가게 하는 곳이라든가.”

아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철전 스무 문 줘요. 그럼 알려드릴게요.”

정말 계산이 철저한 아이였다. 나중에 무원장으로 오면 취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좋아, 주지.”

아이가 손을 쑥 내밀었다.

선불이라는 뜻.

무천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낸 다음 은 반냥짜리 은두를 하나 꺼내주었다.

아이는 그 은두를 보고는 눈을 치켜떴다.

“씨이, 철전 스무 문 주기로 했잖아요! 그런 콩알 같은 걸 어따 써요?!”

“…….”

순진한(?) 아이의 항의에 무천은 실소가 나왔다.

“싫으면 말고. 이거 철전으로 바꾸면 오십 문은 할 텐데…….”

아이의 눈이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않고 홱 손을 뻗어서 은두를 낚아챘다.

무천도 주려고 했던 거라 순순히 가져가게 놔두었다.

“따라와요! 제가 무정곡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아이가 은두를 움켜쥐고는, 좌측으로 꺾어져서 힘차게 걸음을 내딛었다.

“거기 아저씨들은 저희를 못 들어가게 해요. 어리니까 나중에 오라고요. 쳇, 나도 열 살이나 됐는데.”

무천은 피식, 웃었지만 곧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무정곡이라…….’

허운이 왜 만장곡이라는 말에 놀라고, 그 이후 비웃는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만장곡에 가봐야 허탕을 칠 테니, 나름 고소한 마음이었을지도…….

 

아이가 안내한 길은 만장곡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렇게 이십 리쯤 갔을 때, 백의를 입은 청년 셋이 맞은편의 바위 뒤에서 나타나더니 곧바로 무천을 향해 다가왔다.

무천이 그들을 보며 아이에게 말했다.

“이제 너는 그만 돌아가라.”

“정말 여기서 가도 돼요?”

“그래, 저 사람들이 대신 안내해줄 거다.”

“알았어요.”

아이는 곧장 몸을 돌려서 달렸다.

“고마워요, 아저씨!!!”

무천은 빙그레 웃으며 아이가 멀어지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 사이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청년들이 삼 장 앞까지 거리를 좁혔다.

무천은 고개를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미소 대신 차가운 무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다가오던 자들도 이 장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 중 하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에 가는 길이오?”

“무정곡.”

“무정곡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거요?”

그들은 무천을 알아보지 못했다. 설마 무천 혼자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아직 수련 중인 무사여서 무천과 마주친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사마신을 만나려고.”

사마신?

청년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지고, 눈초리가 위로 솟구쳤다.

그 중 하나가 공력을 끌어올리며 물었다.

“그대가 누군데 천주님을 만나겠다는 거요?”

“무천.”

“무……!”

무심코 무천의 이름을 따라서 말하던 청년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다른 두 청년도 벼락을 맞은 듯 놀라서 물러서며 급히 검을 뽑았다.

객잔 주인에게서 수상한 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다. 만장곡을 찾아간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무정곡으로 올지 몰라서 감시 차원 차 나왔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무정곡으로 오면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찾아온 목적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무원장주 무천이라니!

“다, 당신이 무천?”

“당신이 어떻게 여길……!”

“내가 누군지 안다면, 너희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 거다. 공연히 죽음을 자초하지 말고 순순히 앞장서라. 사마신도 너희의 잘못을 묻지 않을 거니까.”

청년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눈짓을 교환했다.

그런 후 처음 말을 걸었던 청년이 말했다.

“좋소. 안내하겠소. 단, 오 장 거리를 두고 따라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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