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천화 3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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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귀환천화 342화
342화
무천은 허공을 마치 땅처럼 밟으며, 재차 사마신을 향해 날아갔다.
눈을 치켜뜬 사마신이 겨우 중심을 잡고 검을 쳐들었다.
치켜뜬 그의 눈에서 분노의 혈광이 폭사했다.
“이 죽일 놈이……!”
충격이 컸는지, 그의 두 눈에서 폭사하던 혈광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도 상황을 주시하던 두 사람이 약간의 손해를 무릅쓰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운과 또 다른 복면인, 정혈천 칠대주이자 청성파의 기재인 용사청이었다.
“무천!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천주! 그놈은 놔두고 가시오!”
큰소리로 외친 그들은 사마신의 앞쪽으로 날아들며 무천의 공격에 맞섰다.
콰르르르릉! 콰과광!
공손두와 악사광을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았던 두 사람이다.
무천이라 해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사마신을 잡기 위해 생명선을 한 줄 포기한 무천의 공격력은 이전과 또 달랐다.
떠더덩-!
콰-앙!
가공할 기운이 충돌하면서 기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허운과 용사청도 튕기듯 허공으로 떠올라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무천도 멈칫하며 뒤로 밀렸다.
사마신은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몸을 날렸다.
“정혈의 형제들은 나를 따르라!”
정혈단원들은 절대의 명령을 받기라도 한 듯, 치열하게 싸우다 말고 몸을 솟구쳤다.
개중에는 상대의 공격에 부상을 입은 자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천이 다시 사마신을 쫓으려 하자, 허운과 용사청이 재차 달려들었다.
허운은 내상을 입은 듯 안색이 창백했고, 쓰고 있던 복면이 벗겨진 용사청은 입에서 턱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
‘포위당하기 전에……!’
허운은 이를 악물고 전 공력을 다 끌어올려서 무천을 공격했다.
사실 그는 사마신을 따라서 도주하려 했다. 그런데 무천이 사마신을 쫓으려고 하는 동선에 그가 있었다.
날아드는 걸 보고 멈칫한 순간, 용사청이 ‘저와 놈을 막지요!’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무천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무천도 와락 짜증이 났다.
자신이 잠깐 막힌 사이, 사마신이 이미 울울창창한 숲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지고 있었다.
목숨까지 단축시키며 놈을 잡으려 했거늘!
철명군과 중리안 등 무원장 고수들이 뒤쫓으려 하지만, 도주를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무천은 짜증과 분노를 섞어서 뇌룡섬전세와 쌍룡분천세를 연이어 펼쳤다.
콰과광!
떠덩-!
귀청을 찢어대는 굉음이 울리고, 허운과 용사청이 다시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허운은 겨우 중심을 잡고 섰지만, 용사청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서너 바퀴 구른 뒤 일어나려던 용사청은 허리를 구부리며 피를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본 허운은 이를 부서져라 악다물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땅을 박찼다.
그 순간,
“그대는 나와 이야기 좀 하지.”
어느새 앞을 막아선 무천이 허운을 보며 말했다.
무천이 본 허운은 정혈단에서 사마신 다음으로 강한 자였다.
그라면 숲속으로 사라진 사마신의 다음 행선지를 알지 않겠는가.
하지만 허운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무천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너와 할 이야기가 없다, 무천!”
일성을 내지른 그는 자신의 모든 기운을 검에 집중시키고는 검과 한 몸이 되어서 무당제일 태극혜검을 펼쳤다.
삼 장의 간격이 찰나에 좁혀지며 허공에 태극이 그려졌다.
무천도 검을 들어서 앞으로 뻗었다.
그는 단지 검을 뻗었을 뿐인데, 허운의 눈에는 창공에서 거대한 청룡 아홉 마리가 시선을 가득 메운 채 날아드는 듯했다.
구룡파천세. 대천룡구검세의 여덟 번째 초식이 펼쳐진 것이다.
눈을 홉뜬 허운은 태극으로 청룡을 베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태극이 천벽에 부딪친 듯 더 나아가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허운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거역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하늘의 벽처럼 그의 앞을 가로막은 느낌이 들었을 뿐.
‘끝……인가?’
절망을 느낌과 동시, 순간적으로 허운의 눈빛이 흔들렸다.
붉은 기운이 돌던 그의 눈에서, 비록 찰나지만 한 줄기 맑은 빛이 반짝였다.
쿠구궁!
둔중한 굉음과 함께 허운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주르륵, 삼 장을 미끄러진 그는 다시 서너 바퀴 구른 다음, 무릎을 꿇고서 웩!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했다.
무천은 미끄러지듯 걸음을 옮겨서 허운에게 다가갔다.
허운은 검으로 땅을 짚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 허운을 내려다보는 무천의 눈빛에는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왜 마지막에 검을 거두었지?”
피를 토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허운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크크크크, 나도 내가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군.”
“나도 그 이유까지 알고 싶진 않아. 사마신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만 말해라. 그럼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거다.”
“크크크, 내가 그걸 말해줄 거 같나?”
“말해주지 않아도 찾는 건 어렵지 않아. 이미 추적이 붙었으니까. 천하 어디로 가도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거다.”
“마음대로 해봐. 그래봐야 죽을 놈만 많아질 테니까.”
“결국은 만장곡으로 가겠지.”
불쑥 던진 무천의 말에 허운이 흠칫 떨었다. 하지만 곧 입술 끝을 씰룩이더니 태연히 말을 받았다.
“재주껏 찾아봐. 나도 천주께서 어디로 가실지는 모르니까.”
“천주?”
“정혈단은 정혈천의 집행자일 뿐. 곧 세상은 피로써 정화될 것이다.”
허운은 그 말만 하고는 하얗게 웃었다.
무천은 뭔가를 느끼고 급히 기운을 흘려서 허운을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허운의 칠공에서 피가 솟구쳤다.
“누구도…… 우리의 뜻을 막지는 못하리라.”
들릴 듯 말 듯 나직하게 말을 내뱉은 허운이 검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무천은 허운의 숨이 끊어졌다는 걸 알고 이마를 찌푸렸다.
무당에 빚진 마음이 있는 그는 허운을 살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자결을 하다니…….
“어떻게 된 건가?”
철명군이 다가오며 물었다. 중리안과 은설을 비롯해서 무원장의 고수들 몇 명이 함께 다가왔다.
무천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결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진마문에 놈들이 빠져나가면 바로 뒤를 쫓으라 했으니 추적을 시작했을 겁니다. 당분간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군요.”
“지금까지도 바빴던 것 같은데…….”
동대안이 구시렁거렸다.
무천이 그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천하제일인 동형의 시력이 자주 필요할 것 같소.”
“…….”
‘제길…….’
오늘만큼은 동대안도 ‘천하제일’이라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일거리가 늘었다는 말이니까.
***
우문척은 사마신의 마지막 공격에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뒤늦게야 차라리 무천이나 공손두에게 양보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좀 어때?”
무천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걱정 마, 이 정도로 무너질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군. 고수 한 명이 아쉬운 판인데.”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사마신보다 무천이 더 미웠다.
“흥! 놈들의 흔적이나 놓치지 마라.”
“걱정 마. 지금 쫓고 있으니까.”
무천은 무심한 어조로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뒤쪽에는 무원장과 삼대 마도세력의 대표적인 고수들이 서 있었다.
이 각 전에 비하면 많은 사람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들 누구도 표정이 밝은 사람은 없었다.
무천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빠른 추적을 위해서 부상당하지 않은 사람만 선별해서 움직일 거요. 즉시 인원을 파악해 주시오.”
주위에 사대세력의 장로급 간부와 고수들도 있었지만, 무천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 동안 제멋대로였던 철혈귀령조차 순한 강아지처럼 굴었다.
무천이 사마신과 허운을 상대할 때 펼친 무공은 인간의 무공이 아니었다.
진마문까지 총 구백여 명 중 삼백여 명이 죽었다. 부상자도 그 정도 되었다.
당장 나설 수 있는 인원은 아주 작은 경상자까지 모두 합해서 이백사십여 명.
그나마도 무원장 사람이 백 명이 넘었다.
반면 정혈단은 육칠백 명 중 절반이 죽고 절반이 도주했다.
도주한 자들 중 부상자가 절반은 될 터.
아직도 추적대가 우세한 전력이었다.
무천은 인원이 추려지자 즉시 추적에 나섰다.
우문척은 부상 때문에 동행하지 못하고, 공손두와 악사광은 경상을 입었을 뿐이어서 동행하기로 했다.
***
“왜 자네가 직접 나서지 않았나?”
철명군이 길을 가며 그렇게 물었다.
“우문척의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무천은 그렇게만 대답했다.
철명군은 그 말을 듣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웃음 끝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하긴…… 덕분에 마도의 힘이 상당히 꺾였으니, 사마신을 놓쳤다 해도 손해는 아니군.”
무천은 그에 대해서 의미 모를 답을 했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요.”
우문척의 내상은 본인의 말처럼 가볍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지옥혈천공에 당했지 않은가.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무천밖에 없었다.
‘우문척은 최소한 삼 년은 자신의 힘을 다 발휘할 수 없을 거다. 그 시간이면 무림이 재편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무원장이 정혈단의 퇴로를 막기만 하고 전장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도 그와 비슷했다.
결국 마도 사대세력에서 이번 싸움으로 잃은 고수는 약 삼백 명. 중상자도 이백 명이 넘었다.
개중에는 장로급 절정고수만 해도 사오십 명이나 되었다.
마도 전체를 따지면 막대한 손실인 것이다.
무원장과 함께 싸잡아서 손실을 계산하다 보니 정혈단보다 손실을 덜 본 것처럼 보일 뿐.
“노부 생각으로는, 정혈단원들을 놔두는 게 자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철명군이 그렇게 말하며 무천을 돌아다보았다.
무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도인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두들겨 패든, 말로 감화시키든 개과천선 시킬 수 있는. 하지만 마령에 먹힌 자들은…… 결코 인간이라 볼 수 없습니다. 오직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지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철명군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자네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군. 사실 의문이었거든. 자네처럼 머리 잘 쓰는 사람이 왜 저들을 이용하지 않고 제거하려고 하는지 말이야.”
“독과는 아무리 보기 좋아도 결국 독과일 뿐입니다. 물론…… 독도 약에 쓰일 때가 있긴 합니다만.”
무천은 답하듯이 말하고는 입꼬리를 슬쩍 치켜들었다.
***
정혈단원들은 조용히 도주하지 않았다.
만나는 자들 중 무기를 들거나 무공을 익힌 자들은 보이는 대로 모두 처참하게 죽였다.
죽은 사람들 중에는 마도 문파의 제자도 있었고, 마을의 무도관에서 수련 중인 소년소녀들도 있었다.
심지어 열서너 살로 보이는 어린 소년도 둘이나 있어서 추적대의 공분을 샀다.
그 바람에 추적대는 정혈단의 꼬리를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가 없었다.
추적을 시작한 지 한 시진쯤 지났을 때였다.
태양이 서산머리로 떨어지는 시각.
진중(晉中)을 삼십 리 정도 남겨 놓았을 때, 정혈단을 추적하던 진마문 무사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놈들이 저 앞쪽에 있는 숲속에서 쉬고 있습니다.”
정혈단원들 역시 부상자가 많았다. 그들 때문에라도 계속 이동하기는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무천은 전면의 숲을 바라보았다.
숲의 크기가 제법 컸다. 폭이 수 리는 될 듯했고, 길이는 최소한 십 리는 될 것처럼 보였다.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숲까지의 거리는 오 리쯤.
숲 주위의 지형을 살펴본 무천이 지시를 내렸다.
“공격을 시작하면 마천문과 철혈마련, 귀천교가 우측을 맡으시오. 우리와 만마성이 좌측을 맡겠소.”
공손두와 악사광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