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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천화 337화

무료소설 귀환천하: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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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귀환천화 337화

337화

 

 

무천은 자신의 방에서 철명군과 지천주, 중리안 등 원로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그들을 맞이했다.

“련주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많이 나았네. 내 자네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네.”

우문강천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협정을 할 때 철명군과 중리안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거리가 조금 있고, 내상마저 입은 상태여서 상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상당한 고수라고 느껴졌을 뿐.

그런데 막상 눈앞에서 마주하니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이들이 비천에서 나왔다는 신비 고수?’

말만 들었을 뿐,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문강천이 두 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소이다.”

우문강천은 철명군과 중리안을 향해서 포권을 취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명군과 중리안도 두 손을 잡고 예를 취했다.

“철명군이네.”

“중리안이오.”

우문강천은 이후에야 지천주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이오, 지 노형. 이곳에 계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오늘에서야 찾아뵙는구려.”

그는 지천주와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련주께서 이 늙은이를 기억해주실 줄은 몰랐소이다.”

담담한 지천주의 인사를 받으며 우문강천은 또 한 번 놀랐다.

지천주는 자신이 알던 그 지천주가 아니었다.

지천주의 무위는 이미 절대의 경지에 들어서 있었다.

“축하하오. 공부를 완성하신 것 같구려.”

“허허허, 무 장주 덕분이지요. 무 장주의 깨우침이 없었다면 아직도 십 년 전이나 다를 바가 없었을 거요.”

우문강천은 하도 놀라다 보니 이제는 그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러셨구려.”

그때쯤 무천이 말을 건넸다.

“물어볼 것이 있다 하셨는데, 무엇을 알고 싶으신 건지요?”

그제야 우문강천이 용건을 꺼냈다.

냉랭한 목소리로.

“무원장에 소소가 있다는 말을 들었네. 사실인가?”

곧이어 우문척이 말을 덧붙였다.

“이미 확인한 사실이니 거짓 없이 대답해주게.”

무천도 속일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일. 그는 짜증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곳에 있지요. 제발 부탁인데, 따님 좀 데려가십시오. 허구한 날 귀찮게 해서 일을 못하겠습니다.”

“뭐……라?”

생각지도 못한 무천의 말에 천하의 우문강천도 철혈심이 흔들렸다.

“저에게는 함께할 여인이 있습니다. 련주께서도 아실 겁니다. 제가 마룡선발대회에 나간 이유가 동생을 찾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건 나도 아네만…….”

“그런데 다짜고짜 찾아와서 돌아가지 않으니 원…….”

무천이 계속 투덜거리자, 우문척이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살피며 말했다.

“그럼 묶어서라도 돌려보내지 그랬나? 자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 같은데.”

“그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군. 나에게 여자를 묶어서 괴롭히는 취미라도 있는 줄 아나?”

“그게 아니라…….”

“우문소소가, 보내면 죽겠다고 해서 놔둔 것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죽든 말든 묶어서 보낼 걸 그랬군.”

“…….”

말싸움에서 밀린 우문척은 무천을 노려보기만 했다.

사실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데, 도무지 진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우문강천이 말했다.

“어쨌든 상관없네. 나는 소소를 찾으러 왔으니, 찾았으면 됐네.”

“의외군요. 련주님과 따님 사이가 썩 좋지만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찾아나서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가 보군요.”

철혈마제 우문강천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혹시 알지 모르겠네만…… 사실 소소는 내 친딸이 아니네. 그래서 한동안 그 아이를 냉랭하게 대했지.”

무천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렇다면 우문소소가 자화미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하긴 아버지가 왜 자신의 딸을 못 알아볼까. 아무리 닮았다 해도.

무천이 놀란 사이, 우문강천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소소가 집을 나간 후에야 알았지. 그 아이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아인지. 그리고 이번에 돌아가서야 다시 한 번 절감했네. 마련에 돌아갔는데, 그 아이가 안 보이니 세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

“제 앞에 계신 분이 정녕 철혈마제라고 불리는 분이 맞습니까?”

“내 비록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마제지만, 딸을 잃고도 아무 생각 없을 만큼의 냉혈한은 아니라네.”

무천은 우문강천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보였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철혈의 승부사라 불렸던 철혈마제가 변한 것만큼은 분명했다.

“소소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찾아보라고 하지요.”

“그래주면 고맙겠군.”

그때 우문척이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저는 잠시 무 장주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알았다. 그래라.”

둘이서 그리 말해버리니, 무천도 안 된다고 할 수 없었다.

무천은 철명군을 바라보았다.

철명군이 무천의 뜻을 짐작하고 말했다.

“걱정 말고 다녀와라.”

걱정하지는 않았다. 중리안과 지천주만 해도 우문강천과 비슷한 무위였다. 철명군은 한 수 위고.

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문강천이었다.

 

자신의 방을 나온 무천은 일단 목량을 불러서 자화미를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전음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목량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는 자화미를 찾아 나섰다.

그 사이 무천은 작은 연못가에 지어진 정자에서 우문척과 마주앉았다.

“우리의 협약은 아직도 유효한가?”

우문척이 먼저 물었다.

무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나야 원하지.”

“그걸 물어보려고 왔나?”

“정혈단을 찾고 있네. 사마신 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싶거든. 혹시 아는 것 없나? 자네라면 알 것도 같은데.”

무천은 ‘네 힘으로는 어려울 걸?’이라고 말하려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귀 기울여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곧 나올 거야. 그도 협정 소식을 들었을 테니.”

“나온다고? 어떻게 그리 장담하지?”

“전쟁을 멈추는 바람에 그의 계획이 틀어졌지. 그러니 이제는 자신이 직접 찾아다니며 피를 뿌릴 게 분명해.”

“왜 그놈은 사람을 못 죽여서 안달인 거지?”

“그게 목적이거든. 사람을 죽이는 것. 특히…… 무공을 익힌 자들을 죽이는 것.”

“뭐?”

“무사들을 모조리 죽여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겠다는 게 사마신이 원하는 바거든.”

우문척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런 미친놈이…….”

“확실하게 미쳤지. 마령이 골수까지 파고들어서 그의 육신을 지배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정혈단을 없애려는 건 그래서야.”

“그럼 놈을 제거하는 동안 손을 잡으면 되겠군.”

우문척은 나직한 목소리로 힘을 주어 말하고는 무천의 눈을 응시했다.

무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군. 그런데 둘보다는 넷이 나을 것 같은데.”

“넷?”

“마천문과 귀천교. 공손두와 악사광, 그들도 끌어들여서 아예 정혈단추적대를 만드는 거지.”

무천의 제안에 우문척의 눈빛이 번뜩였다.

“흠, 하긴…… 정혈단을 공격하는 건 협정과 상관없는 일이니,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각기 이백 명의 정예고수들을 차출해서 서평으로 오라고 해. 거처는 내가 마련해놓을 테니까.”

“이백 명? 그럼 합이 팔백이군. 너무 적지 않나?”

“숫자가 많아봐야 죽는 사람만 많아지고, 움직임도 느려져.”

“하긴…… 놈들의 꼬리를 잡으려면 움직임이 느려선 안 되지. 그럼 우리끼리의 일은 놈을 잡고 난 다음에 해결하자고.”

“우리끼리라…….”

“어차피 한번은 붙어야 하지 않겠나?”

-넷이서 누가 강한지 가려보자!

그런 뜻이었다.

무천의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났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앞으로 조용히 지내려면 한번쯤 밟아주는 게 나을 듯했다.

 

***

 

자화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우문강천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보고 싶어서?

‘말도 안 돼! 그 사람은 절대 나를 보고 싶어 할 사람이 아니야! 아니, 그런 말조차 할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목량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정말……이에요?”

“예, 소저.”

“하지만 난 자화미예요. 우문소소가 아니라.”

“소저가 그렇게 말하면, 대형께서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평생 철혈마련에 쫓기며 살 것이 아니라면 우문소소로 살아가라고 해.’라고요.”

목량의 말에 자화미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보고 우문소소로 살아가라고요?”

“우문강천도 자신이 소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나 봅니다.”

“하지만…….”

“소저는 우문소소의 죽음에 책임질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래요.”

“우문소소가 되면 평생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난 그런 행복 바라지 않아요. 그곳에서 불안하게 지내느니, 여기서 편하게 지내는 게 더 행복해요.”

자화미가 계속 거부하자, 목량이 할 수 없이 진실을 말해주었다.

“우문강천은…… 소저가 우문소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화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찌나 눈을 크게 떴는지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뭐, 뭐라고요?”

“친딸이 아닌 걸 알고 냉랭히 대했다 합니다. 그런데 소저가 집을 떠난 후에야, 소저가 친딸의 대역이 아닌, 진짜 친딸이나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

“그러니 돌아간다 해도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자화미의 입에서 저절로 ‘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왔다.

십몇 년 동안 아버지라고 부르며 지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가끔은 우문강천의 진짜 딸이 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우문강천이 자신을 친딸처럼 생각한다고 하자 가슴이 먹먹했다.

자신은 아버지를 속이기만 했는데…….

“예, 소저.”

목량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그는 자화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함께 지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녀는 억지로 잡아둘 자격이 없었다.

“목 공자.”

갑자기 자화미가 목량을 뚫어지게 보며 불었다.

“예, 소저.”

“제가 정말 가기를 바라세요?”

“예?”

“제가 정말 철혈마련에 가는 걸 바라냐고요.”

“그, 그건…….”

“사람이 왜 그렇게 숫기가 없어요?”

“…….”

“다시 물어볼까요?”

자화미가 툭 쏘아붙이자, 목량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이에요?”

“예? 예…… 정말입니다.”

“그럼 방법을 찾아봐요. 제가 여기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아니면…… 마련에 가더라도 여기에 자주 올 수 있는 방법이라도. 목 공자, 똑똑하잖아요?”

“…….”

“방법을 찾지 못하면 실망할 거예요. 그 정도 숙제도 못 풀면서 어떻게 내 마음을 얻겠다는 거예요?”

“……!”

“못하겠으면 지금 말하고요.”

자화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하자, 목량이 벌게진 얼굴로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자화미는 목량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돌아서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옆을 따라다니는 목량을 보면서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박하지, 착하지, 거기다 머리까지 똑똑하지…….

사실 목량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전부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얼마 전,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는 목량을 보고 화가 났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요즘에 와서야 그때 화가 난 이유를 깨달았다.

웃기게도…… 목량이 무천을 조금씩 밀어내고 자신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솔직히 아직도 자신의 마음은 혁무천에게 가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왔다는 말을 듣자,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을 생각해보니 무천보다 목량이 먼저 떠올랐다.

미쳤지…….

‘후우, 꿩 대신 닭이긴 한데…… 사실 목량 정도면 어디가도 빠지진 않는 남자지 뭐. 어쩌면 목석같은 그 사람보다 나을지도…….’

가만? 그런데 무천이 자신의 알몸을 다 봤잖아?

목량이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나올까?

‘쳇, 설마 그 일을 까발리진 않겠지?’

 

***

 

우문강천은 눈을 부라리고 목량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앞에는 목량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네에게…… 소소를 달라? 소소를 여기에 있게 해달라?”

“예, 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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